[우리동네 펍] 생활의 발견자 - 책으로 꿈을 읽는 청년들 (2)

안산 월피동 리드어스 안용재

이 글은 《우리동네 펍》 본문 글입니다.


이정화 / 독립에디터 


아래는 생활의 발견자 - 책으로 꿈을 읽는 청년들 1 에서 이어, 안용재씨와의 인터뷰. (이하 일문 일답)



▲리드어스 안용재 대표가 책이 가득한 서가에서 활짝 웃고있다. 


최근 안산에서 젊은 창업자들의 움직임이 눈에 뜁니다. 언제 부터 창업을 계획했나요?


(안용재, 이하 안)   교회에서 봉사 활동을 많이 했어요. 그러면 서 자연스럽게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는 가치관이 심어졌 고, 그런 단체를 만들고 싶은 꿈이 생겼죠. 그래서 시작된 게 리드어스예요. 교육을 하고 싶다거나 책을 팔아 보고 싶은 동기가 아니라 어려운 이웃을 돕자는 차원에서 시작했죠. 아이들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살펴보니, 꿈이 없더라고요. 옷을 준다거나 음식을 주는 식의 물질적 후원은 많은데 소외 계층 아이들에게 꿈을 찾아주는 움직임은 부족해 보였어요. 그래서 시작했고, 콘텐츠를 구상하다 책으로 이어졌습니다.


봉사 차원을 현실화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텐데, 계기가 있었나요?


   신학을 전공하고 전도사 사역을 지금껏 해 왔어요 . 고등학교 때부터 안산 YFC에 참여해 소외계층 아이들에게 신앙, 리더십 교육, 상담 등의 봉사를 도왔는데, 한계가 느 껴졌어요. 그곳에도 도움의 빈부차가 있어서 도움이 꼭 가 야 될 곳인데 소외되기도 하고… 그런 문제를 해결하고 싶 었죠. 내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했는데, 이렇게 힘 든 줄 몰랐어요.(웃음) 무지해서 시작한 것 같아요. 당연히 후 회는 안 합니다.


멤버 구성은 어떻게 되나요?


   우리는 직원들을 간사라 칭해요. 대표인 나는 간사님들 코칭해 주고 가치관 함께 나누는 역할을 하죠. 업무는 크게 책 판매와 기부 파트로 나뉘어요. 판매 파트는 조송현 간사 가 맡고 있고, 이분이 기부 도서 관리와 소비자 판매 전략을 짜죠. 또 유통을 맡아 수익금을 냅니다. 기부 파트는 이명주 간사가 맡고 있어요. 이분은 우리의 가치를 대외적으로 나 누고 홍보하는 역할을 맡아요. 디자인도 직접 하고. 조송현 간사는 내가 교회 청년부 전도사일 때 제자였는데, 가치관 도 좋고 일찍 철이 들었어요.(웃음) 변화에 갈증을 느끼는 청 년이어서 같이 해보자 했죠. 둘이 하다 자원봉사자로 이명주 간사가 워킹 홀리데이를 막 마치고 나서 지원했는데, 사 람이 너무 좋아서 같이 일하자고 제안했어요.



     ▲ 청담에서 발표하는 모습, 책 기부 증정 (순서대로)


청담에 입주했다가 사회적경제지원센터로 사무실을 옮겼어요.


   원래 직원이 네 명이었는데, 넷이 쓰기엔 좁아서 힘들었어요. 무엇보다 책을 보관할 창고가 필요했죠. 사회적경제지 원센터 입주 지원 경쟁률이 꽤 셌어요. 면접도 보고 PT도 해서 어렵게 붙었죠. 입주하고 보니 조건이 너무 좋았어요. 센터장 이 다목적실을 내주어 멤버끼리 나누어 관리하던 책을 한 곳 에 보관하게 되었어요. 현재 3천여 권을 창고에 보관하고 있어 요.


딱 1년 됐네요.


   아직 배울 것도, 할 것도 너무 많아요.


오래전부터 봉사에 관심을 가졌나요.


   나도 몰랐는데, 지나온 시절을 돌이켜 보니 학창 시절부 터 다른 이의 감정에 잘 공감했어요. 불쌍한 것을 외면하지 못했죠. 마음이 여리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공감 능 력이 뛰어난 것이더라고요.(웃음) 고등학교 때 꿈이 없는 친 구들 상담을 곧잘 해주었어요. 어릴 때는 꿈이 직업이니까 , 너는 이런 직업이 어울려, 말해 주곤 했어요. 그런 삶의 경험 들이 쌓여 지금 내가 이 일을 하나 봐요. 왜 그랬는지는 모르 겠어요. 계기는 뚜렷이 없는데, 남들과 공감하고 꿈 찾아주 는 일을 즐거워했어요.


부모님이 창업을 지지하시나요?


   70 퍼센트는 지지해 주셔요. 하지만 아무래도 걱정이나 염려 는 늘 있으시죠. 올해 결혼도 해야 해서(.웃음) 돈은 많이 못 벌어서 걱정하시지만 내가 하는 일이 가치 있는 일이라고 말씀해 주며 자랑스러워하세요. 그래서 이 일을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내 나이 대면 대개 사회 초년생으로 회사 생활하 고 월급 받아야 하는데, 봉사 단체 대표다 보니 걱정하시는 건 당연하죠. 사실 신학 쪽으로 가는 것도 반대하셨어요. 그 런데 나는 항상 부모님께 어려운 이웃들을 찾아가 돕는 역 할을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안산에서 활동 기반을 닦은 이유는?


   2001년부터 안산에서 살았어요. 그래서 정이 많이 들었죠.


어땠나요?


안   지금 그룹홈이라는 단체를 돕고 있어요. 가정 형 그룹홈인데, 최대 일곱 명의 고아들이 같이 모여 살아요 . 안산에 꽤 오래 살았는데, 그룹홈이란 단어를 들어 본 적도 없었어요. 그런데 리드어스 활동을 하면서 그룹홈을 알게 되었고, 안산이 전국에서 그룹홈이 제일 많다는 사실을 알 고 놀랐죠. 청담에 입주하기 전에는 우리 집을 사무실처럼 써서 우리끼리만 어울렸어요. 그런데 청담에서 우리와 같 은 생각을 가진 청년들을 만났고, 아, 생각보다 자기 이익만 추구하지 않고 이웃을 생각하는, 깨어 있는 청년이 정말 많 구나 실감했어요. 사실 소망이 있을까 생각한 적도 많은데 , 청담에서 세상은 아직 살 만하고, 청년이 아직 살아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특히 문과인간들, 홍차부부사진관 팀과 친 하게 지내요. 이 팀들과는 자주 교류하고, 홍차부부 팀과는 워크숍도 같이 갔어요. 청담이 물리적인 공간만 제공한 것 이 아니라 청년들이 함께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해 주었 죠. 많이 배웠습니다.


중고책이란 아이템으로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일단 내가 중고책을 사랑하는 고객이라 평소 관심이 많 았어요. 최근 들어 중고책 거래가 더욱 활발해졌어요. 일인 가구 증가나 도서 정가제 등 사회적 제도가 중고책 시장 활 성화에 도움을 주는 것 같은데, 사업으로는 만만치 않더라 고요.(웃음) 사람들에게 막연히 구두로 도움을 요청하거나 우리의 가치를 텍스트로만 전달하면 대개 무관심하죠. 그래서 사람들이 이용하는 상품에 우리의 가치를 포함시켜서 소개하면 어떨까 생각했고, 그때 중고책이 떠올랐어요. 또 독서 지도를 하다 보니 책과 연관 있고, 책을 사는 분에게 우 리의 가치를 전달하면 조금 더 관심을 가지실 것 같았어요 . 사실 중고책 기부하는 분들이 적지 않을까 고민했는데 아니 었어요. 중고책을 애용하는 분들은 책을 모으지 않고 읽고 되파는 경우가 많아요. 책을 되팔면 헐값을 받죠. 그래서 우 리는 이런 슬로건을 걸었어요. ‘헐값 받을 바에는 의미 있는 곳에 책을 기부해 주세요.’라고. 감사하게도 많이 기부해 주 십니다.



                      ▲ 리드어스 사무실 한 켠에 기증받은 책들이 쌓어있다. 이제껏 1만여권 정도 기증을 받았고,그 중 3천여 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얼마나 기부 받았나요?


안   1만여 건 정도. 일부는 분 당재생병원 환우와 어린이들, 그룹홈에 기부하고 일부는 판 매했어요. 현재 남은 재고가 3천여 건 정도 돼요. 리드어스 중고책 사이트가 있으면 좋겠는데, 워낙 인지도가 없어서 지금은 유명 중고책 사이트에 미니 숍으로 들어가서 위탁 판매를 하고 있어요. 알라딘, 예스24, 인터파크, 교보문고 네 곳의 인터넷 중고책방에서 책을 판매 중입니다. 네 곳에 같은 책을 올리고 한 곳에서 팔리면 세 곳에 품절 통보를 하 죠. 우리의 꿈은 안산에서 우리들만의 책방을 온, 오프로 운 영하는 거예요. 근데 우리가 출자금 0으로 사업을 시작해서 여기까지 왔기 때문에 재정이 없어요.(웃음)


엄청 고생했겠어요


   지금도 인건비가 교통비보다 조금 더 주는 정도죠. 최 저임금도 못 줘요. 활동가로 함께 봉사하고 있어서 운영이 가능한 거죠.


올해 목표는?


안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인증받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예요. 이 활동을 꾸준히 하고 경제적인 여유가 생기면 도전하고 싶어요.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전환되면 인건비나 사업비 지 원이 되니까 이 사업을 좀 더 멀리, 오래할 수 있는 동력이 생 길 것 같아요. 2016년에는 공모전에 많이 나갔어요. 경험도 해보고 네트워킹도 많이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정작 우리의 본연 업무인 기부와 판매 쪽 일에 소홀했어요. 올해는 본질로 돌 아가 일에 충실하자는 생각이에요. 프로 세스를 탄탄히 하고, 살림에 더 많이 신 경 쓰려 해요. 


봉사와 사업은 상반되는 것도 같아요. 어려운 프로젝트 같고요.


   사업을 하려면 냉정하고 결단력 있 어야 하는데 내가 그런 걸 잘못 해요.(웃 음) 사회적기업이 그래서 어려운 것 같아요. 영리와 가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하니까 요. 그래도 도전할 만한 가치가 있죠. 사업가는 봉사의 마음을 가지면 안 된다는 공식, 영리를 먼저 추구해야 한 다는 인식을 깨고 싶어요.


우리가 아는 유명한 사업가들은 돈을 좆기보다 사회적 가치에 더 방점을 두었죠.


   외국에서 는 그런 문화가 잘 형성되어 있어요. 그런데 한국에서는 아직도 돈과 지위에 더 가치를 두어서 어려워요. 그래서 더 도전할 만한 가치인 것 같기도 해요.




어디서 중고책 기부를 해 주나요?


   대체로 개인이 많이 기부하고, 단체를 뽑자면 독서 모임과 교회예요. 올해는 두 가지 전략을 세웠어요. 전국의 독서 모임들이 붐이니 그분들이 좋은 일을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자는 것, 또 독서 모 임과 교회를 연계해서 우리의 가치를 나누며 책이나 재 정 등의 기부를 받자. 그래서 요즘은 독서 모임과 교회 를 자주 찾아다닙니다. 우리의 생각에 공감하며 선뜻 기 부에 응하는 분들이 많아서 감사해요.


청년에게 가장 필요한 지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우선 실제적인 경영 교육이 필요해요. 예를 들면 활동 하면서 발생하는 세금의 문제, 리더십의 어려움, 인력 활용 에 대한 실제적인 멘토링이 필요해요. 현재 지자체에서 진 행하고 있는 교육은 사실 뜬구름 잡는 교육들이 많아요. 보 다 실제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활동가 들이 활동을 이어가는 데 필요한 지원비가 필요해요. 현재 지원하는 재정은 대부분 사업개발비, 홍 보비 등이고, 인건비로는 사용할 수 없어 요. 물론 개인이 지원비를 악용하는 사례 가 생길 수도 있지만, 그 부분은 잘 분별 하고 심사하여 해결하면 되죠. 실제 인건 비로 사용할 수 있는 지원비가 꼭 필요합 니다.


문화재생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안산 YMCA의 문화학교 강사로 활 동한 적이 있어요. 수업 시간에 청소년 아이들에게 이런 얘기를 했어요. 문화는 나만 즐겁고 나만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도구, 수단이 아니라 나를 비롯한 이웃 들도 함께 즐거워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 있다고요. 그런 차 원에서 문화재생, 문화는 너와 내가 ‘같이’ ‘가치’ 있는 일을 할 수 있는 행복한 콘텐츠라고 생각합니다. 책이라 함은 나의 지적 갈급도 채워 주지만 어려운 이웃도 도울 수 있는 도구 가 될 수 있으니까요.


살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무엇인가요?


   더불어 살아가는 삶이 좋은 것 같아요. 스스로 가치를 정리할 때면, 약한 자가 함 께 설 수 있는 사회가 가장 아름다운 사회겠구나 생각하죠. 그룹홈 아이들 중에는 어릴 때 부모에게 버림받거나 성폭행 경험이 있는 아이들도 있어요. 어린 나이에 상처인 줄도 모르는데, 상처에 기인하는 이상 행동을 보일 때 가슴이 아파요. 본인들이 잘못한 게 없 는데 왜 상처로 고통받아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이번 설에도 세뱃돈도 못 받고, 친척집 도 가지 못하고… 그런 날에는 먹을 것 사서 찾아가서 놀아 줘요. 봉사활동을 하면 참 힘 든데 그것이 또 우리를 움직이는 힘이 되죠. 꿈이 없거나 왜 사는지 모르는 아이들이 정 상적인 사회 구성원이 되어 웃으며 함께 살면 좋겠어요. 요즘은 그냥 평범하게 사는 게 제일 힘든 것 같아요.(웃음)




고백건대, 리드어스 안용재 대표를 만나기 전과 후의 마음이 달라졌다. 청년들이 희망 을 품고 살기에는 지금 사회가 잿빛 일색이기에, 힘든 이야기나 푸념이 더 많이 나올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한 것보다 이들은 훨씬 더 멋지게 열정을 바치는 프로젝트에 대해 구체적으로 구상하고, 그것에 대한 한계와 가능성을 자립적으로 ‘구성’하며 긍정적으로 대비하고 있었다. 청년. 이렇게 근사하구나. 새삼 느끼며 그들을 만난 뒤 집으로 가는 발 걸음에 리듬이 맞춰지고 콧노래가 절로 나온다. 초심은 이런 거구나. 또한 함께하는 사 람이 옆에 있으면 이렇게 힘이 생기는구나. 리드어스의 장점을 꼽자면, 이웃과 함께 누 리고 나누고 돕는 삶을 사업의 중심축에 놓고 있다는 것이다. 청년들은 현실의 이익과 실리보다 ‘가치’를 활동의 원천에 놓고, 큰 욕심 부리지 않으며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었 다. 중고책을 통해서 한 사람의 생각을 살리려는 리드어스, 올해는 살림살이가 훨 나아 지기를 힘껏 응원하고 지지한다.




#우리동네 펍 #안용재 #안산 #월피동 #생활 #책

    • 리드어스

      주소/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광덕산안길 20, 30층

      홈페이지/ http://readus.co.kr

    • 우리동네 펍

      / 펍에 실린 12팀의 인터뷰이는 2016년 9월부터 조사한 문화재생 활동단체 중에 선별 추천되었다. 문화재생 활동단체 조사는 문화재생팀 신설 이후, 도내 문화재생 활동에 대한 모집단 규모와 수요 파악을 위해 실시되었다. 조사원은 각 지역에 활동 기반을 둔 청년 중심으로 구성하여 같은 지역 내에서 활동 하고 있는 단체를 심층 조사하였다. 조사 대상은 공동체 철학이 반영된 문화재생 기획과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단체와 활동 내용을 중심으로, 지역을 거점 삼아 활동하게 된 계기와 계획, 지역 관계 정도, 재원 확보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수집하였다. 조사 결과는 재 단문화재생 사업에 반영하여 활용하게 된다.

  • ggc

    글쓴이/ 경기상상캠퍼스

    자기소개/ 옛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부지에 위치한 경기상상캠퍼스는 2016년 6월 생활문화와 청년문화가 함께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울창한 숲과 산책로, 다양한 문화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경기상상캠퍼스는 미래를 실험하고 상상하는 모두의 캠퍼스라는 미션과 함께 새로운 문화휴식 공간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 gg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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