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펍] 생활의 문화를 짓는 건축가들 (1)

안양 관양동 스펑키엘 디자인랩 윤경숙, 차주협

이 글은 《우리동네 펍》 본문 글입니다.


김진주 / 사진작가


▲ 스펑키엘 디자인랩 전경과 윤경숙, 차주협 공동 소장의 인터뷰 모습. 



최근 우리는 한 도시, 어떤 동네에서 잊히고 버려진 장소를 재구성해 공동체적 활동을 모색하는 문화·예술 활동을 어 렵지 않게 목격한다. 이러할 때 건축, 건축가는 인과관계에 가까울 정도로 서로 밀착한다. 오랜 시간 방치되어 활력을 잃 은 곳을 예술가, 문화 기획자, 주민들이 활동할 만한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건물을 고치거나 다시 짓는 일이 먼저고, 그렇게 바뀐 건축적 환경을 바탕으로 그 후에 벌어질 문화・예술 활동의 많은 부분을 구성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생된 그곳이 다시 문을 여는 순간, 정작 건축가들을 만나기는 어렵다. 그런데 여기, 동네 사람들 만나길 즐기는 건축가들이 있 다. 안양시 관양동의 아파트와 다세대 주택이 모여 있는 골목, 그것도 길에서 한 발짝만 내디디면 되는층 1에 문방구 쇼 윈도처럼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통유리창 사무실, 스펑키엘 디자인랩의 윤경숙, 차주협 소장을 만났다. ‘변화무쌍한 코끼리’라는 뜻의 ‘Spunky Elephant(스펑키 엘리펀트)’를 줄인 사무실 이름답게 이들과의 대화 또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상력의 활기가 가득했다.



  • 건축가들이 만들고싶은 문화적인, 예술적인, 삶의 이벤트


지역의 문화 활동에 참여하는 건축가는 만나기 힘든 것 같 습니다. 낙후 지역 재개발 혹은 유휴 공간 레노베이션 같은 큰 도시 계획도 많고, 인간 활동의 토대를 만든다는 점에서 건축은 중요하죠. 이에 비해 건축가는 저 벽 너머, 저 방 안에 숨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스펑키엘 디자인랩은 너무 잘 보이는 1층에 있네요.(웃음) 건축가로서 ‘동네’라는 공동 체에 눈을 돌리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차주협, 이하 차)   건축가들이 1층에 잘 안 계세요. 비싸니 까. 저희는 작정하고 1층만 찾아다녔죠.(웃음)


(윤경숙, 이하 윤)   1층이 중요해요. 사람들이 지나가면서 “어, 스펑키엘? 여기는 뭐 하는 데야?” 궁금해하고, 애들은 와서 저희가 걸어 놓은 패널을 보기도 하고. 그러면서 가까워지는 것 같아요. 차 시장처럼 사람들이 더 많이 다니고 뭔가 이벤트가 벌어지는 곳에 같이 있으면 좋겠어요. 회사에 소 속돼 있다가 독립하면서 스펑키엘 디자인랩을 운영하게 됐어요. 2012년부터 진행한 안양 구도심 답사 때문에 마 치 지역에서 오래 활동한 것 같아 보이지만 이제 막 시작 이에요. 어떤 문화 기획을 해보자는 목표를 가지고 활동 한 것도 아니었고요. 우연한 기회였어요. 서울로 다니던 직장 그만두고 쉬면서 안양, 내가 사는 이 도시는 어떤 곳 일까 생각했어요. 전 어려서부터 안양에 살았기 때문에 정서적으로 얽혀 있기도 하고요. 안양의 오래된 마을 중 하나인 덕천마을이 통째로 사라진다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하더라고요. 그래서 ‘사라지기 전에 답사를 하자!’ 해서 구도심 답사를 시작하게 되었고 서울과 많이 다른 안양 의 모습을 기록하게 되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지역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아요.




                   ▲ 통유리창 옆으로 테이블을 놓아 대화를 나누면서 골목 풍경을 관찰하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눈을 마주칠 수 있다.


  • 서로 다른 관점이 교환되는 도시 탐사, 동네답사 


두 분 뵙기 전에 스펑키엘 디자인랩 블로그를 찾아보니까 답 사가 건축가로서의 태도를 보여 주고, 또 거의 모든 활동에 도시 답사/탐사가 기초가 되고 있다는 인상을 받기도 했어요. 서울은 수백 년 도읍지라는 긴 역사가 있지만, 안양 같이 비교적 짧은 시간에 만들어진 도시는 답사할 만한 매력을 찾기 어렵지 는 않았나요?


   당시 한창 주거학, 역사학 관련 책을 읽을 때였는데 모든 기록이 서울 중심이었어요. 그런데 안양 건물은 서울과 다른 특색들을 가지고 있었어요. 특히 덕천마을은 60~70년 대 노동자들이 정착한 마을이었기 때문에 한옥에서 아파트 로 가기 전의 다양한 주거 형태가 한 곳에 다 모여 있어요 . 마치 근대 주거 건축 박물관 같았어요.


답사에 참여한 분들의 성격이나 배경도 각자 다른데, 어떤 방식으로 진행했나요?


   경로를 미리 체크해서 정하고 지역에 관한 지식이 있는 분과 함께 이야기 나누며 돌아다니는데, 지역에 대한 기록 물이 많지 않아 내용 검증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모든 기록 이 사적 기록이라는 전제로 기록을 해요.


   한번은 나무를 주제로 답사를 했어요. 어떤 신도시를 봐도 녹지가 건물을 그냥 둘러싸고 있거나, 녹지 앞에 바리케이트가 쳐 있거나, 관상용이에요. 여태까지 도시 계획은 다 실패했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건물이나 땅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의 의 지예요. 자기가 뭔가를 가꾸고 싶다고 생각하면 어떻게든 가꾸거든요. 녹지가 없어도 고무 통 화분을 수십 개 놓죠. 답사하면서 건축가들이 생각했던 게 오만하고 인위적이었다 는 걸 알게 되고, 많이 반성하게 됐어요.



  •  동네 문화를 즐기고 싶은, 동네를 향해 열려 있는 건축가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집 장사, 인테리어 업자는 만나기 쉬운 반면, 건축가 만나기는 어렵습니다. 두 분은 ‘동네 건축가’를 목표로 하고 계신가요?


   건축 행위는 집을 짓는 거 말고도 많아요. 이 벽에 문을 내고 싶은데 이 문을 낼 수 있는 건지, 내면 어떤 모양으로 내 고 싶은지. 작은 고민들을 같이 하는 것도 건축가의 일이죠.


   목표가 아니라 현실이었어요. 사무실 독립해서 처음에는 자본금이 많지 않고 시간도 절약해야 하니까 집에서 가깝고 비용이 저렴한 동네에 정착한 거죠. 그리고 저는 ‘스스로 문 화예술을 향유하고 싶은 사람’이에요. 지금 이 사무실 전에 , 2012년에 같은 이름으로 동네에 갤러리 카페를 먼저 열었 어요. 카페에서 업무를 보고 전시를 하면서 여러 작가들과 돈독해지고 작품 판매도 했어요. 자주 오시는 손님들이 친구들을 데리고 와서 “우리 동네엔 이런 갤러리 카페가 있어!” 하고 자랑하세요. 그림이 안 바뀌면 물어보는 단골도 생기고요. 예술을 같이 누리는 게 좋았어요. 저희가 받고 싶고 , 누리고 싶은 문화적 욕구는 큰데 그걸 제공하는 곳이 없어서 스스로 제공하는 플랫폼을 만든 거죠. 카페 스펑키엘을 통해 동네에서 문화예술 즐기기를 현실화할 수 있었고 동네 건축가로서의 가능성도 찾을 수 있었어요.


  • 이 동네, 우리의 건축적 문제 


건축가로서 공동체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요? 건축(가)의 ‘우리’는 누구일까 요? 물론 ‘우리’라는 획일적 공동체 규정에 반대할 수도 있겠죠.


   저만 해도 물론 건축이 직업이긴 하지만 예술, 영화, 만화도 좋아하고 . 관심사가 다양하잖아요. 모두가 똑같은 걸 공유하진 않더라도 각자 가진 다양한 관심사의 접점들이 만들어지면 ‘우리’가 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 접점의 관계를, 공동체를 만들려면 서로 함께하는 시간이 필요하죠. 이런 활동들이 우리한테 돈을 주나? 아니에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보니까 어느덧 단단한 공동체가 만들어졌더라고요.


그 ‘우리’ 속에서는 어떤 건축적 문제가 벌어지고 있나요?


   문제요? 문제 엄청 많죠!


   일단은 저 길가에 주차된 차량도 문제고요 . 저 코너! 이런 것도 다 건축적 문제인 거 같아요. 30년 전의 건물은 당시의 문 화를 담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변할 줄 몰랐겠죠차. 이 도시, 안양에서 가장 걱정되는 게 획일화예요. 덕천마을도 사라지고 아파트가 됐고, 안양에 매각 된 큰 부지들이 몇 개 있는데 다 아파트가 될 예정이에요. 답사를 하면서 봤 던 구도심이 갖고 있는 삶의 다양한 형상들은 이제 정말 볼 수가 없어요. ‘그런 아파트에서 자란 아이들이 도시에 정말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살고 있 고, 또 그 사람들이 섞여 살 수 있다는 걸 이해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저는 이 동네에서 자랐는데, 단독주택도 있었고, 단칸방에 세 들어 사 는 아이들도 있었고, 아파트에 사는 부자 아이들과도 친구를 하고 그렇게 커뮤니티를 이해하면서 자랐거든요. 똑같이 획일적인 주거 공간을 제공받는 게 개인의 잘못은 아니에요. 하지만 그 안에서 다양성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우리 건축가들이 해야 되지 않을까요?


공동체의 건축적 문제에 관해 건축(가)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반대로 공동체가 건축(가)을 끌어들이기 위한 조건으로 제안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요?


윤   건축가들과 함께하면 집 고치기도 굉장히 다양할 수 있다는 걸 아셨으면 좋겠어요. 문제를 잘못됐다고만 할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욕구가 있는 사람들이 정말 자기들과 잘 맞는 건축가와 만나 자기 공간을 바꿔 나가면 어떨까요?



생활의 문화를 짓는 건축가들 2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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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동네 펍

      / 펍에 실린 12팀의 인터뷰이는 2016년 9월부터 조사한 문화재생 활동단체 중에 선별 추천되었다. 문화재생 활동단체 조사는 문화재생팀 신설 이후, 도내 문화재생 활동에 대한 모집단 규모와 수요 파악을 위해 실시되었다. 조사원은 각 지역에 활동 기반을 둔 청년 중심으로 구성하여 같은 지역 내에서 활동 하고 있는 단체를 심층 조사하였다. 조사 대상은 공동체 철학이 반영된 문화재생 기획과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단체와 활동 내용을 중심으로, 지역을 거점 삼아 활동하게 된 계기와 계획, 지역 관계 정도, 재원 확보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수집하였다. 조사 결과는 재단문화재생 사업에 반영하여 활용하게 된다.

  • ggc

    글쓴이/ 경기상상캠퍼스

    자기소개/ 옛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부지에 위치한 경기상상캠퍼스는 2016년 6월 생활문화와 청년문화가 함께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울창한 숲과 산책로, 다양한 문화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경기상상캠퍼스는 미래를 실험하고 상상하는 모두의 캠퍼스라는 미션과 함께 새로운 문화휴식 공간으로 거듭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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