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문화재단

문화영향평가와 경기도민의 행복

『문화정책』은 경기문화재단이 국내외 문화정책의 동향을 파악하고, 관련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이 추진하는 다양한 문화정책의 방향과 내용을 소개하기 위해 2017년 여름부터 발행하고 있는 계간지입니다.

본문은 『문화정책』1권 논단 내용입니다.


글 | 김성하 연구원


지난 20세기 세계 여러 국가가 목표로 했던 ‘발전’은 대부분 ‘경제성장’만을 의미하였고 국민의 삶의 질 혹은 행복은 소홀히 여겨져 왔다. 그러나 경제발전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이 발전의 목표여야 한다는 점이 서서히 확산되고 있다. 유엔 SDSN(Sustainable Development Solution Network)은 국가 및 사회발전을 위해서는 경제발전뿐만 아니라 삶의 질 혹은 행복이 함께 증진되어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2012년부터 매년 ‘세계 행복 보고서’를 발표한다. ‘2017 세계 행복 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 2017)’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155개국 중 55위를 차지하였으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전체 35개 회원국들 간 비교를 하면 한국은 29위인 것으로 나타났다. 2016년 OECD가 발표한 BLI(Better Life Index, 더 나은 삶 지수)를 보면, 전체 38개국 중 한국은 ‘삶의 만족’에서 OECD 평균 6.5점에 못 미치는 5.8점으로 31위를, ‘일과 삶의 균형’에서 주당 50시간 이상 근무하는 노동자 비율이 OECD 평균 13%보다 높은 23.1%로 36위를 차지하였다. 이것은 한국인이 풍요로운 삶을 위한 휴식, 여가, 문화 활동 보다 일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또한 ‘공동체’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 의지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고 응답한 OECD 평균이 88%인 것에 비해 한국은 75.8%로 37위를 차지하였다.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루었지만 그동안 삶의 질이 소홀히 여겨지면서 한국 사회 구성원들의 유대감 혹은 공동체성이 현저히 약해졌음 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은 사회적 결속력의 약화로 공동체가 해체될 수 있다는 경고이며, 이제 한국 사회도 경제발전만을 추구할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의 질과 행복 증대를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 많은 관심과 노력을 집중해야 할 때가 되었음을 의미한다.




유엔 SDSN이 2012년부터 경제성장과 더불어 삶의 질 혹은 행복을 중요한 발전 요소로 간주하며 ‘세계행복지수’를 발표하고 있지만, 이보다 앞서 부탄(Bhutan)은 2008년 이후 2010년과 2015년 국민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 Index)를 발표하고 있다. GNH(Gross National Happiness)라는 용어는 1979년 부탄 국왕 왕추크(Jigme Singye Wangchuck)가 “우리는 GNP(Gross National Product 국내총생산)를 믿지 않는다. GNH가 더 중요하다”라고 밝히면서 처음 공식적 으로 사용되었다. 부탄은 2015년 GNH Index는 0.756으로 2010년 0.743보다 향상되었으며, ‘행복(extensively happy)’ 혹은 ‘매우행복(deeply happy)’하다고 답한 부탄 국민이 2010년 40.9%에서 2015년 43.4%로 증대했다고 발표하였다.


OECD BLI에서 나타나듯이 한국사회가 삶의 질보다 경제발전에 더 비중을 두고 있다는 점 에서 유엔 SDSN과 부탄이 경제발전의 의미를 삶의 질 혹은 행복과 연계시키고 있다는 점은 한국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사회 및 국가가 ‘발전’을 목표로 삼는다는 것은 궁극적으로 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삶의 질을 배제하고 경제성장만을 목표로 한 ‘발전’은 본질적 의미에서 ‘발전’을 이루었다고 보기 어려운 것이다. 경제성장에 제한된 ‘발전’개념의 한계를 지적하며 유엔은 세계가 직면한 ‘발전’의 담론을 ‘문화’의 개념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유네스코가 주도한 ‘세계문화발전 10개년(World Decade for Cultural Development 1988-1997)’ 계획을 통하여 문화가 발전의 목적으로서 21세기를 이끌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문화발전위원회 위원장이었던 케야르(Javier Perez de Cuellar)에 따르면, “발전을 위한 노력이 실패한 것은 대개 발전 프로젝트에서 인간적 요소(문화의 핵심 부분에 해당하는 관계, 신념, 가치, 동기들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복합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과소평가했기 때문이다.”


OECD BLI에서 다른 국가에 비해 하위권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 한국인의 삶의 질 수준이 경제발전만을 발전의 목적으로 추구했던 결과라고 본다면, 이제 한국사회도 발전의 목적으로 문화를 새롭게 거론해야 할 때이다. 2013년 제정된 「문화 기본법」 은 한국사회가 그동안 경제적 가치만을 중시하며 발전의 주변에서 발전의 도구 혹은 수단으로써 간주되었던 문화를 발전의 목표 혹은 발전의 중심으로 가져오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 있다. 본 법 제1조(목적)는 “문화가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국가사회의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 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밝히고 있다. 삶의 질향상의 중요성과 문화의 역할을 강조함으로써, 경제발전만을 추구해왔던 지난 한국사회의 ‘발전’에대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 이러한 변화는 유엔 SDSN과 부탄이 강조하는 ‘행복’과 유네스코가 주도한 ‘세계문화발전 10개년’의 이념과 철학이 한국사회에 적용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문화기본법」 에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책무로 규정한 ‘문화영향평가’는 해당 정책이 국민의 삶의 질에 미칠 수 있는 문화적 영향을 사전 혹은 사후에 예측 및 분석함으로써 해당 정책의 문화적 가치를 향상시키고 나아가 전 사회에 문화적 가치를 확산시키는데 그 목적을 두고, 문화적 관점에서 해당 정책 및 계획이 주민들의 삶에 직·간접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를 분석, 평가하여 개선이 이루어지도록 권고하는 일종의 문화컨설팅이라고 볼 수 있다. ‘2017년 문화영향평가 평가지침(안)’에서 문화기본권, 문화정체성 그리고 문화발전이라는 각각 의 평가항목에 평가지표와 세부지표를 제시한다. 문화영향평가의 평가항목 및 지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각종 계획과 정책이 행정 중심의 효율성 추구에서 벗어나 국민 개개인의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정책으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이것은 그동안의 문화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의 정책 및 계획이 중앙 정부 중심 혹은 전문가 중심으로 수립 및 시행되어 왔으나, 앞으로 국민 개개인이 계획과 정책 수립의 중심이 됨을 의미한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은 전문가 중심의 시각에서 국민 개개인을 문화수용자로 보는 ‘문화의 민주화(Democracy of Culture)’로부터 국민 개개인 모두가 문화 창조의 주체로 문화를 생산하며 동시에 소비하고 다양한 문화를 상호 향유할 수 있는 ‘문화 민주주의(Cultural Democracy)’로의 확대를 지향한다.


1980년대 프랑스 미테랑(François Mitterrand)정부의 문화부장관 쟉 랑(Jack Lang) 은 초대 문화부장관이었던 앙드레 말로(Andr éM a r l e a u x ) 의 문화의민주화 ,쟈끄뒤아멜(Jacques Duhamel)의 문화발전 그리고 68혁명 이후 등장한 문화의 지역분산화 등을 기반으로 문화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하였다. 특권 계층의 소유물이 아닌 모든 사람이 일상에서 창작을 할 수 있는 문화 환경을 만들어 주고자 한 것이다. 쟉랑은 1981년 11월 17일 국회연설에서 “우리의 문화정책 을 두 마디로 요약해서 나타낸다면, 창작과 지방 분산화이다”라고 문화정책 방향을 제시하였다. 앙드레 말로부터 시작된 프랑스 문화정책은 문화의 민 주화에서 문화 민주주의로의 발전을 보여준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중앙정부로부터 통제되고 획일화된 문화와 특정 계급에 소유된 문화 혹은 예술을 거부하며, 문화 분야에 디자인, 의상, 만화, 거리예술, 재즈 등을 포함하여 일상 속으로 확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문화 민주주의는 중앙정부에의해 주도될 수 없으며, 지역을 중심으로 지역 주민 누구나 다양한 분야에서 창작의 기회와 권리를 가지고 있음을 전제로 한다. 따라서 문화기본권, 문화정체성, 문화발전을 주요 평가 항목으로 설정하고 있는 문화영향평가는 프랑스 문화정책을 통해 확인 할 수 있듯이 문화 민주주의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는 창작과 지방 분산화를 지향해야 하며,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2017년 문화영향평가 평가지침’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전문평가 혹은 자체평가 두 가지 방식으로 해당 정책 및 계획에 대한 문화영향평가를 시행할 수 있다. 전문평가의 경우, ‘문화영향평가 과제 공모’에 지원하여 선정되면 전문기관에 의해 평가가 진행된다. 자체평가는 지방자치단체 정책 및 계획 소관 기관에서 자체적으로 평가 대상을 선정하여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이 제시하는 체크리스트 형식의 문화영향평가서를 해당 정책 및 계획 담당 공무원이 직접 작성한 후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성별영향평가의 자체평가(체크리스트 활용) 방법과 유사하다.


지방자치단체는 전문평가 혹은 자체평가 두방식을 모두 활용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전문평가는 공모 지원과 선정이라는 제한적 조건을 충족해야한다. 자체평가의 경우 현재 시범평가 계획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 않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도는 2016년 「경기도 문화영향평가 도입방안」(경기연구원) 연구를 수행하였고, 경기도의회는 2016년 연정 핵심추진과제로 문화영향평가제도 도입을 선정하였다. 2017년 경기도 문화영향평가 모델 개발을 추진 중이며 2018년 문화영향평가 시범평가 시행 예정으로, 지난 5월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경기도 문화영향평가 모델 개발’을 주제로 전문가 포럼을 개최(2017.5.26.)하였다. 현재 중앙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문화영향평가와 병행하여 지방자치단체인 경기도가 자체적으로 문화영향평가를 시 행하기 위해 ‘경기도 문화영향평가 모델 개발’에 대한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과 토론의 장이 마련된것이다.


문화영향평가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및 계획이 국민 개개인의 문화 표현과 활동의 자율성, 다양성 그리고 창조성을 보장하고 실현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일반 국민이 문화 생산과 향유의 주체가 되는 문화 민주주의 실현을 궁극적으로 지향한다. 문화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서는 정부 혹은 전문가 중심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즉 모든 정책과 계획이 중앙에서 수립되고 시행되어야 한다는 중앙집권 혹은 탑다운(top-down) 방식이 아닌, 다양한 지역에서 각각의 지역적 특성이 반영된 정책과 계획이 수립 및 시행될 수 있는 지역중심 혹은 버 텀업(buttom-up) 방식이 필요하다. 프랑스의 문화 지방 분산화 정책을 면밀히 분석해 한국의 문화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 따라서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정책 및 계획에 대한 문화영향평가는 궁극적으로 중앙 정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자체적으로 수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지방자치단체가 지역 특성을 반영한 문화영향평가 모델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진정한 의미에서 문화적 가치의 사회적 확산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평가지침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자체평가를 수행함에 있어 자체적으로 개발한 평가 지표 및 평가 방법을 적용할 수 있다. 즉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서 제시하는 평가보고서(체크리스트)를 사용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개발한 평가방법과 지표를 활용하여 평가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즉 지방자치단체가 문화영향평가 모델을 개발한다는 것은 현 평가지침에 따르면 체크리스트 대신 적용할 평가지표와 평가방법을 개발한다는 의미이다. 그리고 평가 후 평가서를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하여 검토의견을 받도록 되어있는데, 이 부분은 지방분권과 관련하여 향후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 또한 문화영향평가가 근본적으로 문화 민주주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지방자치단체가 수행한 문화영향평가 결과를 중앙정부에 제출하고 검토를 받는 것에 대한 논의도 필요할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 예산과 함께권한까지 이양하면서 문화의 지방 분산화 정책을 추진하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한국의 경우도 문화 민주주의 실현을 위한 한 걸음으로 문화영향평가를 지방자치단체가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의 예산과 권한 이양이 요구된다고 할 수 있다.


현 평가지침 하에서, 경기도는 문화영향평가 모델을 개발하기에 앞서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점들이 있다. 첫 번째, 경기도 및 31개 시·군의 공직자들과 경기도민이 문화영향평가를 이해하고, 문화영향평가의 목적 및 효과 등에 대한 공론의 장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경기도가 지원해야 한다. 이를 위해 경기도와 31개 시·군 공무원과 경기도민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영향평가 설명회, 토론회, 공청회 등을 정례화 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지속적으로 시행하여야 한다.


두 번째, 경기도 문화영향평가 모델을 위한 전문가 포럼을 운영하여 경기도 문화영향평가에 대한논의를 공론화 할 필요가 있다. 전문가 포럼에서 경기도 문화영향평가 운영 방향, 지표 풀(pool) 구축, 조례안 구상, 평가유형, 평가주체, 평가체계 등 주제별 논의를 지속적으로 이끌어 나가야 한다.


세 번째, 경기도는 31개 시·군의 지역에서 활동할 수 있는 문화영향평가 지역 전문 인력을 양성하고 이들이 평가수행, 평가 후 모니터링, 지역 간 네트워크를 통한 공동 연구 및 공동 프로젝트 수행 등을 지속적으로 해 나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네 번째, 광역지자체로서 경기도는 경기도 문화영향평가 모델뿐만 아니라, 31개 시·군 기초지자체 문화영향평가 모델 개발에 대한 지원 및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문화영향평가는 기초지방자치단체에서 정착을 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경기도 문화영향평가 모델 개발은 31개 시·군의 자체적인 문화영향평가 모델을 전제하면서 이루어 질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경기도와 31개 시·군의 협력 속에서 문화영향평가 제도가 실질적으로 경기도민의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할 수 있는 열린 제도로 정착하기 위한 기반조성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경기도 문화영향평가 모델이 어떤 내용과 형식으로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문화영향평가 제도 시행을 위한 기반 조성은 반드시 진행되어야 한다.


경기도 문화영향평가 모델 개발은 단순히 정책을 평가하는 평가지표와 방법을 구상하는 차원을 넘어 그동안 소홀히 여겨졌던 경기도민의 ‘문화권’을 공론화하고 확산하여 궁극적으로 경기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따라서 경기도는 단기적인 성과나 효과를 지양하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문화영향평가 제도 시행을 위한 기반조성에 나서야 할 것이다. 경기도민 나아가 국민의 ‘문화권’ 제고는 단기 사업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문화영향평가 제도 시행을 위한

기반조성에 나서야 할 것이다.


경기도는 문화영향평가 모델 개발을 추진함 과 동시에 경기도 문화정책 방향이 문화 민주주의 실현임을 천명하고 경기도민의 문화권 보장과 확산을 위하여 ‘경기도민 문화권 선언’을 할 필요가 있다. 이는 곧 경기도가 경제발전만이 아니라 경기도민의 삶의 질 향상을 기반으로, 경기도민의 행복을 증대시켜 21세기 발전의 주역으로 나아감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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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정보

  • 김성하 연구위원, 경기연구원 공감도시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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