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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_Curator’s Taste : 다산의 고향마을 남양주

어탕과 농가밥상

조준호 | 실학박물관 학예팀장


다산 정약용의 고향 남양주 조안면(마재마을)은 남한강과 북한강이 합쳐지는 두물머리 권역에 위치해 있다. 뛰어난 풍광으로 많은 방문객이 찾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 마재마을의 대표 음식으로는 무엇이 있을까? 뛰어난 학자 정약용이 즐겨 찾던 음식이라면 수험생의 건강식, 머리 좋아지는 음식 등으로 홍보할 만도 하지만, 실제 다산의 글을 보면 근검勤儉을 강조했고 미식가라고 하기는 어렵다.


오늘날 다산 집안의 제사음식 중 ‘맑은 어탕魚湯’을 주목해볼 수 있다. 붕어의 살을 경단 처럼 빚어 맑은 육수에 끓여 내는 붕어탕은 그 맛이 맑고 담백하다. 어탕을 제사에 올린 이유는 선조께서 즐겼던 음식이기 때문이라고 종가에서는 설명한다.


실제 정약용의 문집 곳곳에는 한강변에 살면서 어탕을 즐겼다는 기록을 확인할 수 있 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정약용이 35세 되던 1797년 5월, 형제들과 함께 한강에서 천렵을 즐기며 지었던 시를 들 수 있다.


남자주藍子洲 가에 다리 부러진 솥을 걸고서

미나리를 가져다 쏘가리에 넣고 끓이어라

이에 알건대 서쪽 변방 산전山前의 늙은이가

배 안에서만 살면서 일생을 지내는구려


이와 함께 마재마을의 음식으로는 정약용의 둘째아들 정학유가 지은 <농가월령가>를 참고할 수 있다. 사시사철 전원의 풍속을 노래하며 소박한 농가의 밥상까지 기록으로 남 긴 월령가에서는 작은 음식이라도 나누고 함께 즐기고자 했던 마재의 마을 풍경을 확인 할 수 있다.


 농가월령가 9월령 


타작 점심 차려 내니 닭국 배갈 없을쏘냐

새우젓 계란찌개 벌어지게 차려 놓고

배춧국 무나물에 고춧잎 장아찌라 (…)

한동네 이웃하여 한들에 농사하니

수고도 나눠 하고 없는 것도 서로 도와

이때를 만났으니 즐기기도 같이하세


하지만 이곳은 현재 팔당상수원보호구역으로 꽁꽁 묶여 있어 여러 가지 규제가 심한 지역이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는데 한강의 풍경을 감상하고 맛있는 한 끼 식사도 가능하면 좋으련만 현지 사정이 여의치 못하다.



김홍도, 『단원 풍속도첩』, <고기잡이>, <점심>, 조선시대, 보물 제527호,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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