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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_청문당

18세기 조선 제일 풍류가들이 우아하게 놀며 더위 식히던 곳

18세기 조선 제일 풍류가들이 우아하게 놀며 더위 식히던 곳


1747년 정해년 초복날 유경종은 친하게 지내던 이들을 진주 유씨 대종가의 서재 청문당에 불러 모았다. 당시 35세의 강세황(1713~1791)은 이날의 유희를 <현정승집도 玄亭勝集圖>로 남긴다. 도포를 입고 갓을 쓴 이들은 개고기로 포식하고, 강세황은 거문 고 솜씨를 뽐냈다 한다. 극단 ‘이유’가 지난 2015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1747년 초복날 청문당에서 행한 ‘아회(우아한 모임)’를 재연하는 공연을 벌인 바 있다.


이들이 유희를 벌였던 장소인 청문당은 그 시절 모습 그대로, 그 자리에 남아 있다. 청문당은 진주 유씨 16대손인 유시회(1562~1635)가 선조가 내린 땅에 지은 집으로 경기도문화재 자료 제94호로 지정되어 있다. 이곳은 서책 일만 권을 보유한 조선시대 ‘만권당’ 중 하나였다. 안산 지역에서 글과 예술을 논하는 이들은 모두 이곳에 모였 음이 분명하다. 표암 강세황은 이 집안의 사위였다. 청문당 안채 팔작지붕 아래에서 강세황은 조선의 천재화가 김홍도에게 그림을 가르쳤다.


하지만 이런 내력을 알고 오늘 청문당을 찾아가면 씁쓸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영동고속도로와 서해안고속도로가 앞뒤로 지나는 위치에, 크고 작은 공장으로 둘러싸 여 진입로를 찾기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내부는 말끔하게 관리되고 있지만 주변에서 쏟아지는 소음을 듣고 있자면, 간신히 버티고 있구나 싶어 안쓰럽다.


청문당 뒤뜰, 수령 250년이 된 모과나무는 벼락을 맞은 뒤에도 아무 일 없다는 듯 해마다 열매를 맺고 삶을 이어간다. 청문당의 앞길도 그러하기를 바랄 뿐이다.





강세황, <현정승집도>(부분), 1747년, 개인 소장



강세황, 김홍도 외, <균와아집도>(부분), 1763년, 국립중앙박물관

● 표암 강세황과 단원 김홍도는 사제 간이 다. 강세황은 김홍도가 어린 시절부터 19세 되던 해까지 안산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다. 강세황은 양반, 중인 신분을 가리지 않고 교류하는 한편 서양화 기법을 과감하게 수 용했다. 뛰어난 서화가이자 당대 최고의 비 평가였던 강세황이 가장 높이 평가한 화가 는 제자인 김홍도였다. “우리나라(조선) 사 백 년 역사상 아무도 못한 일을 처음 해냈 다”는 찬사를 보냈다.

● 17~18세기는 조선 후기 학문과 예술이 꽃피던 시절. 그 중심에 안산이 있었다. 당시 시서화(詩書畫)의 대가인 강세황, 심사정, 최북, 허필, 김홍도는 안산에 모여 풍류 를 즐겼다. 1763년 작 <균와아집도(筠窩雅 集圖)>는 이들의 공동 작품이다. 그림의 배치는 강세황이 맡고, 소나무와 돌은 심사정, 인물은 김홍도가 그렸다. 거기에 최북 이 색을 입히고 허필은 발문을 적었다. 단 원미술관에서는 안산에서 풍류를 즐긴 화가와 문인들의 이모저모를 알 수 있는 상설 전시 《안산아회》가 열리고 있다.


세부정보

  • 청문당

    주소/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청곡길 77

    문의/ 031–481–3437 (안산시 문화예술과 문화시설팀)

    이용시간/ 10:00~15:00

    정보/ 전화 문의 후 방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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