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백남준아트센터

30분 이상

2018-02-15 ~ 2018-09-26 / 백남준아트센터 1층 전시실




■ 전시개요


  전  시  명 :  30분 이상 More than 30 minutes

  전시 기간 :  2018. 2. 15(목) ~ 9. 26(수)

  전시 장소 :  백남준아트센터 1층 전시실

  큐레이터  :  구정화(백남준아트센터)

  참여작가  :  백남준, 그레고리 베트콕, 시게코 구보타, 앨런 캐프로, 오토 피네, 제임스 시라이트,

                        토마스 태들록, 알도 탐벨리니

  작  품  수 :  작품 22점, 자료 40여점

  주최 주관 :  백남준아트센터, 경기문화재단



‘지속적인 불만은 지속적인 진화이다. 바로 이것이 내 실험 TV의 유일한 가치이다.’


‘소통과 예술의 사이에 겹쳐지는 씨앗 같은 것이 나의 비디오아트이다.’


‘1950년대 자유주의와 1960년대 급진주의의 차이는 전자가 진지하며 회의적인데 반해

후자는 낙관적이며 즐거움을 사랑했다는 점입니다. 무엇이 사회를 더 많이 변화시켰을까요???

나는 후자라고 생각합니다.‘

                                                         - 백남준

■ 전시소개

백남준아트센터(관장 서진석)는 2018년 2월 15일부터 9월 26일까지 백남준展 《30분 이상》을 개최한다.

《30분 이상》전은 백남준의 비디오 예술을 동시대 미국과 유럽을 뒤흔들었던 반문화의 흐름 속에서 재조명하는 전시로, 백남준이 비디오아트에 담은 새로운 소통의 비전을 보여주고자 기획되었다. 1960년대 미국 사회는 서구 문명에 대한 반성이 확산되면서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기성 가치에 대한 전면적인 반대 운동이 들끓던 시기였다. 변혁운동의 새로운 주체였던 이 1960년대의 젊은이들은 대량생산 시스템에 의해 확산된 상품화의 첫 수혜자들이자 텔레비전과 같은 뉴미디어에 의해 정보를 주고받으며 자신들의 정체성을 만들어간 매스미디어의 젊은이들이었다. 신좌파와 히피 운동을 아우르는 반문화의 주체들은 기술 관료의 문화를 철저히 거부하며 기존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자 하였고 인간적인 공동체가 존재하지 않는 모든 곳에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고자 하였다. 백남준의 비디오 예술이 보여준 급진성의 이면에는 반문화의 조류 속에서 탐색한 새로운 세대의 비전이 존재한다. 이제 막 상품화와 자동화의 시대로 빨려들던 동시대인을 향해 내린 긴급한 처방이 바로 비디오 아트였다.

전시 제목인 ’30분 이상’은 백남준이 작성한 글 「실험 TV 전시회의 후주곡」(1963)에서 자신의 텔레비전을 30분 이상 지켜볼 것을 요청한 것에서 따온 것이다. 전시는 이 30분의 의미를 타자와 공감하기 위한 필요조건이자 소통의 여정으로 해석하였다. 그에게 비디오아트는 지금, 여기를 벗어나기 위한 ‘조화로운 혼돈’의 경유지이자 저기, 너머로 가기 위한 상상력의 출발점이 된다. 정보의 홍수 속을 살아가며 더 딱딱해진 우리의 마음이 그의 비디오아트로 인해 해제되어 공감의 연대로 퍼져나가기를 기대해본다.

■ 전시구성

전시는 총 4개의 섹션으로, 백남준의 비디오 영상과 비디오 조각 및 드로잉 등 작품 22점과 자료 40여점으로 이루어졌다.


‘꽃의 아이들’  

첫 번째 섹션인 ‘꽃의 아이들’ 에서는 반문화 운동의 한 흐름을 만들어낸 시인 앨렌 긴스버그(Allen Ginsberg,1926∼1997)와 실험극단 리빙씨어터(Living Theatre), 그리고 음악가 존 케이지(John Cage 1912-1992)를 위해 백남준이 제작한 3개의 비디오 영상과 비디오 조각 <꽃의 아이>를 선보인다. ‘꽃의 아이들’은 미국의 히피세대를 상징하는 용어로, ‘평화’와 ‘사랑’의 상징으로 꽃을 즐겨 사용한 히피들은 기존 질서와 가치관을 조롱하며 노동과 유희가 창조적으로 결합된 새로운 지구공동체를 꿈꾸었다. 세계 역사상 가장 자유로우며 극단적인 상상력의 시대를 만들어낸 반문화의 주인공들을 위해 백남준은 비디오 매체의 특성을 활용해 유쾌하면서도 사랑과 존경이 담긴 비디오 작품을 헌정하였다.

‘사이키델릭+사이버네틱스=??’  

‘사이키델릭+사이버네틱스=??’ 섹션에는 1960년대 미국사회의 주요한 키워드였던 히피들의 사이키델릭 문화와 기술 사회로의 진입을 예고한 사이버네틱스를 결합해 새로운 예술의 지평을 열어간 백남준의 실험 TV 시리즈와 방송국시스템에서 제작된 영상이 상영된다. 백남준은 비디오합성기를 사용해 텔레비전이라는 새로운 상품의 네트워크에 침투해 상품의 흔적을 제거하고 잡음을 일으켜 시스템을 교란시키고 시청자가 화면 너머의 저곳으로 이동하게끔 독려하였다.

‘켜라 맞춰라 빠져나와라’  

‘켜라 맞춰라 빠져나와라’는 1960년대 젊은이들을 강타한 히피들의 구호이자 동시대 비디오 작가들이 주목한 메시지이기도 했다. 세 번째 섹션에서는 인간의 뇌와 마음에 대한 연구 과정에서 탄생한 사이키델릭 경험의 효과를 텔레비전과 비디오 매체로 전유해낸 백남준의 흥미로운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태아 백남준이 부모와 대화를 하며 써내려간 <태내기 자서전>과 <딕 히긴스를 위한 위험한 음악>, 시공을 넘나드는 비디오의 효과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영상 <백남준에 의한 머스 옆의 머스> 등이 선보인다.

‘비디오 텔레파시’  

마지막 섹션인 ‘비디오 텔레파시’에서는 원인과 결과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이버네틱스의 피드백 메커니즘에서 시작해 인간의 마음과 행동을 동시성의 차원에서 연결시킨 백남준의 커뮤니케이션 예술 개념을 살펴보고자 한다. 자신의 비디오아트가 예술과 통신이 겹쳐지는 가운데의 씨앗과 같은 것이라고 한 백남준은 문화인류학적 비디오 탐험을 보여준 <중국에서는 우표를 핥을 수 없다>, 냉전구도를 깨고 동서가 화합했던 88올림픽을 위한 <세계와 손잡고>, 이데올로기에 의해 고통받아온 한민족의 새로운 천년을 기원한 <호랑이는 살아있다> 등의 방송용 비디오를 제작하였다. 마음을 담은 커뮤니케이션의 과정에서 새로운 의미가 만들어 진다고 생각한 백남준에게 비디오아트는 점점 더 딱딱해져가는 지구공동체에 뿌려진 소통의 씨앗이었다.

백남준展<30분 이상> 전시장 전경



■ 주요 작품 소개

1. ‘꽃의 아이들’

▷ 백남준, <플라워 차일드>, 비디오 조각, 1998


컬러박스, 6대의 TV, 167×117×37cm, 박영덕화랑 소장

플라워 췰드런(Flower Children, 꽃의 아이들)은 1960년대 미국의 히피들을 칭하는 용어이다. 1967년 여름 샌프란시스코 헤이트 애시버리에 10만 명의 젊은이들이 머리에 꽃을 꽂은 채 모여들면서 시작된 ‘사랑의 여름’ 축제는 9월까지 계속되었고 이곳에서 젊은이들은 기존 질서와 가치관을 조롱하며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건설하고자 했다. 사랑과 평화의 상징으로 꽃을 즐겨 사용했던 히피들은 반전 운동에 그치지 않고 노동과 유희가 창조적으로 결합된 새로운 지구 공동체를 꿈꾸었다. 이 작품은 꽃과 아이가 그려진 컬러 박스 안에 각각 모니터가 담겨져 있고 박스를 쌓아올려 만든 비디오 조각이다.

▷ 백남준 & 시게코 구보타, <앨랜과 앨렌의 불만>, 단채널 비디오, 1982

컬러, 유성, 28:27

앨렌 긴스버그는 미국의 비트 세대를 대표하는 시인이자 히피운동을 이끌었던 인물로 반문화의 예언자로 불린다. 앨랜 캐프로(Allan Kaprow, 1927∼2006)는 미국의 미술가로 존 케이지의 영향 아래 예술을 일상의 차원에서 담아내는 해프닝을 창시한 인물이다. 백남준은 이 영상에서 화면의 합성과 조작을 통해 두 예술가의 불만을 해결하고자 한다. 앨렌 긴스버그는 자신과는 전혀 다른 삶을 지향한 아버지 루이스 긴스버그가 죽은 뒤 3년이 지난 시점에 아버지와 같은 화면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 예수처럼 물 위를 걸어보려고 하지만 당연히 실패하는 앨랜 캐프로를 위해 백남준은 영상 합성으로 그가 물 위를 걷게 한다. 예술적 동지였지만 이들과 다른 길을 간 백남준은 두 예술가의 불만을 두고 시공을 넘나드는 비디오라는 유쾌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 백남준, <리빙씨어터와 함께 한 삶>, 단채널 비디오, 1989

컬러, 유성, 28:30, 베티 코너& 폴 게린 협력

이 작품은 급진적인 자치극단 ‘리빙씨어터’의 창시자였던 주디스 말리나(Judith Malina, 1926∼2015)와 줄리안 벡(Julien Beck, 1925~1985) 부부의 삶에 대한 백남준의 인류학적 보고서이다. 줄리안 벡의 ‘사랑이 우리가 가진 것 중 최고이다.’라는 말로 시작되는 이 작품에는 리빙씨어터의 문제작이었던 <감옥>, <프랑켄슈타인> 등의 기록 영상이 빨리 감기 화면으로 지나가고 20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 부부가 잭슨 맥 로우(Jackson Mac Low,1922∼2004) 부부와 육아와 가사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담겨져 있다. 아나키스트였던 바쿠닌의 무덤에 참배하는 모습, 백남준의 <로봇 K-456>의 교통사고 해프닝, 줄리안 벡의 장례식 장면이 차례로 흐른 후 생전의 줄리안 벡이 육아에 대해 인터뷰한 영상과 이를 보는 자녀들의 모습이 함께 보인다. 이어서 젊은 시절 리빙씨어터의 공연 장면이 흐르고 자녀들의 인터뷰와 공연이 덧붙여지면서 백남준은 뜨겁게 살아낸 한 시대에 대한 후손들의 헌사를 이끌어내고 있다.

2.  ‘사이키델릭+사이버네틱스=??’

▷ 백남준, 앨런 캐프로, 오토 피네, 제임스 시라이트, 토마스 태들록, 알도 탐벨리니,
    <매체는 매체다>, 단채널 비디오, 1969

컬러, 유성, 27:50

이 작품은 미국에서는 처음으로 전파를 타고 방영된 비디오아트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보스턴의 WGBH 방송국과 6인의 비디오 작가가 협력해 제작한 옴니버스 형식의 비디오 작품이다. 예술가들이 텔레비전을 장악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라는 내레이션을 시작으로 알도 탐벨리니의 <블랙>, 토마스 태들록의 <아키트론>, 앨런 캐프로의 <헬로우>, 제임스 시라이트의 <카프리치오>, 오토 피네의 <일렉트로닉 라이트 발레>가 흐르고 마지막으로 백남준의 <전자 오페라 No.1>이 상영되었다. 3명의 남성 히피와 반라의 여성 댄서가 등장하는 영상은 비디오합성기에 의해 실시간으로 다른 영상과 함께 편집되어 방영되었고 백남준은 관객에게 지속적으로 텔레비전 작동법에 대한 안내를 하며 시청자의 참여를 유도하였다. <전자 오페라 No.1>은 백남준의 “텔레비전을 끄세요”라는 지시로 마무리되었다.

▷ 백남준, <비디오 꼬뮨>, 단채널 비디오, 1970

컬러, 유성, 4시간

<백-아베 비디오 합성기>를 사용해 실시간으로 제작한 생방송 비디오 작품으로 1970년 WGBH 방송국을 통해 4시간 동안 방송되었다.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비틀즈의 음악과 함께’라는 문구와 함께 ‘전자 벽지나 라이트 쇼로 여기고 하던 일을 계속하라’는 내레이션으로 시작된다. 비틀즈가 처음 미국 공연에서 히트시켰던 , 1967년 ‘사랑의 여름 축제에서 히피들의 찬가가 된 , 등의 노래가 백남준의 사이키델릭한 영상과 함께 흐르고 일본 마이니치방송국의 프로그램과 광고가 이어진다. 이 작품이 방송되었던 1970년에 비틀즈는 이미 해체의 길을 걷고 있었다. 변혁에의 뜨거운 열망으로 들끓던 1960년대가 가고 1970년대의 미국 사회는 에너지 위기로 인해 경기 불안이 엄습하고 젊은이들은 급격히 개인주의화 되어갔다.

3.  ‘켜라 맞춰라 빠져나와라’

 백남준, <태내기 자서전>, 1981


신문스크랩 위에 드로잉, 63×46cm, 박영덕 화랑 소장

이 작품은 백남준이 태어나기 110일 전인 1932년 4월 1일자 『뉴욕타임즈』 신문에서 시작해 7월 20일 그의 생일날의 신문에서 끝나는 태아 백남준의 자서전이다. 백남준은 마치 비디오의 되감기 버튼을 누른 것처럼 아직 태어나지 않은 백남준이 되어 엄마와 대화를 나누고 이것을 기록하였다. 백남준은 체험하지 않은 역사적 사건을 지나간 신문 매체의 정보를 통해 생생한 자신의 경험으로 되살려내고 있다.

▷ 백남준, <백남준에 의한 머스 옆의 머스>, 단채널비디오, 1978

컬러, 유성, 28:45, 찰스 아틀라스& 머스 커닝햄& 시게코 구보다 협력

이 작품에서 백남준은 자신의 춤을 비디오라는 매체로 번안하고자 했던 무용가 머스 커닝햄(Merce Cunningham,1919∼2009)의 춤동작을 중심으로 실재의 공간과 가상의 공간을 넘나드는 그의 움직임을 보여준다. 백남준은 미리 녹화된 커닝햄의 이미지를 비디오 합성기로 만들어 낸 크로마킹과 다양한 레이어 기법을 활용해 하나의 화면에 교차시킴으로써 머스가 머스 옆에서 춤을 추는 것 같은 효과를 만들어냈다. 시공을 넘나드는 영상 속 머스 커닝햄의 움직임이 반복적으로 보여지고 후반부에 가면 비디오의 되감기 기법으로 과거와 현재의 커닝햄이 반복해서 등장한다. 마치 시공을 초월한 듯 자유로이 유영하는 머스 커닝햄의 움직임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4. ‘비디오 텔레파시’
▷  백남준, <옴>, 비디오 조각, 1992

골동품 TV 수상기 박스, TV(3대), LD, LDP, 네온, 205×109×52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3대의 소형 모니터로 이목구비를 만들고 몸체에 해당하는 구형 TV케이스 안에 네온으로 옴(Ω)의 형상을 만들어 넣은 백남준의 비디오 조각이다. ‘옴(Ohm)’은 저항의 단위를 지칭하는 것으로 전기 회로 내 전압, 전류, 저항의 관계를 발견한 독일의 과학자 G. S. 옴의 이름을 딴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히피들 사이에서 ‘옴’이라는 단어를 반복하면 초월의 상태에 이를 수 있다고 하여 “옴마니반메훔”이라는 힌두교의 문구가 유행했다는 점이다. 옴은 힌두교의 삼위일체를 이루는 삼신 브라마, 비슈누, 시바를 나타내기도 한다.

▷ 백남준, <호랑이는 살아있다>, 단채널 비디오, 1999

컬러, 유성, 45:00

이 작품은 1999년 한국의 새천년준비위원회가 백남준에게 의뢰하여 제작한 것으로 2000년을 하루 앞둔 12월 31일에 임진각에서 상영되었고 한국의 KBS, 미국의 ABC, 영국의 BBC 방송국 등 전 세계 77개국에 생중계되었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이면서 여전히 종전이 아닌 휴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한반도의 독특한 상황이 백남준 특유의 현란하며 빠른 속도로 편집되어 전 세계로 전송되었다. 영상에는 기존에 선보였던 영상 외에 북한에서 제작된 ‘호랑이, 사자의 대결’ 장면과 호랑이 민화가 나온다. 뉴저지 오케스트라가 연주한 조지 브레히트(George Brecht)의 <모터사이클 선다운> 이벤트 장면, 래리 밀러(Larry Miller)의 곡을 연주하는 미국의 소프라노 가수 트레이시 레이폴드(Tracey Leipold)에 이어 백남준이 ‘금강에 살으리랏다’를 피아노로 연주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그리고 두 사람은 백남준의 작품 <삼원소> 앞에 나란히 서서 각자의 곡을 힘껏 연주한다. 한민족을 호랑이로 해석한 백남준은 이데올로기로 인해 고통받아온 지난 세기를 뒤로 하고 한국인들이 새로운 전망을 향해 나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글쓴이
백남준아트센터
자기소개
백남준아트센터는 작가가 바랐던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을 구현하기 위해 백남준의 사상과 예술활동에 대한 창조적이면서도 비판적인 연구를 발전시키는 한편, 이를 실천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