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펍] 생활의 발견자 - 생활권을 재생하는 디자인 (2)

수원 행궁동 피큐알(PQR) 천인우


이 글은 《우리동네 펍》 본문 글입니다.


김진주 / 시각작가



생활 속 문화를 어떻게 디자인할 수 있을까?



Q  :지자체에서 ‘청년’ 이슈를 끼워 넣기 하듯이, 공동체와 관계 맺는 여러 문화 정책들에도 ‘청년’이 거론되는 것 같아요.


천 : 피큐알북스에서 운영하는 워크숍 프로그램에 지자체 문화재단에서 공모하는 〈우리동네예술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은 적이 있어요. 독서 모임을 하는데 일정 부분 진행에 필요한 걸 보조하는 정도였지 공공사업으로 돈을 벌려는 구조는 아니었어요. 저희 본질은 크리에이티브죠! 저희 일은 콘텐츠를 만들어 대중에게 보여 주는 거예요. 그래서 공동체 문화활동, 지역 연계, 이런 주제로 우리가 말할 자격이 있나 싶었어요. 지역에 공헌하는 걸 목표로 하지 않았거든요. 요즘 들어, 특히 존앤진 피자펍 작업을 하면서 지역 공헌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어요. ‘아, 여기가 좀 더 매력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고요. 예를 들면, 이 책방은 집이고 동네에 나머지 다른 곳은 정원 같은 느낌이에요. ‘정원을 꾸밀 수 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하지? 이런 방법으로 꾸밀 수 있구나!’ 싶은 거예요. 시에서 지원을 받아서 어떤 프로젝트를 하고 어떤 공간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지만, 저는 그런 것보다 ‘좀 더 지속 가능한 것은 무엇일까?’ 고민해요. 그 답이 ‘망하지 않는 맛집’이어도 나쁘지 않아요. 단순히 피자집이 아니라 테마와 콘셉트를 잡은 브랜드를 만들어서 배지나 티셔츠도 만들고, 온라인 판매 공간도 운영하고요. 그렇게 해서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하게 하는 거죠. 브랜드를 기획하는 사람으로서 어떤 가치를 생각해요. 이 동네에 각자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공간들이 많이 늘어나면 좋겠어요. 그래서 누구든지 ‘이 공간에서 무언가를 하겠다!’ 원하는 분들이 오면 저도 편하게 맞이하고 편하게 상담해 드려요. 존앤진 피자펍 이후로 다른 문의도 오고요. ‘어떻게 보면 상업적인 공간을 컨설팅 해주는 건데, 그게 오히려 지역에 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나?’라는 생각도 들었죠. 청년들이 사랑하는 공간들이 늘어나면 다른 세대들은 자연스럽게 유입이 돼요. 노년들, 장년들의 공간이 되면 유입이 안 되죠.



           출근길 표정이 저렇게 밝을 수 있을까? 피큐알북스를 찾은 손님의 미소 뒤로 보이는 책 선반 맨 위에 놓인 사진 액자는 먼저

           기르다 하늘나라로 간 고양이를 기억하려고 놓은 것이다. 지금은 동네 할머니가임시보호해서 마당에서 키우시던 두 마리 고양

           이를 몇 달 전에 입양해 책방에서 기르고 있다.



Q : 늙은 분들을 너무 고립시키는 것 아닐까요?


천 : 아니에요. 같이 있어 주면 좋다는 거죠. 어르신들 오는 공간도 매력이 있다면 다른 세대들도 같이 올 수 있죠. 유럽을 보면 10년 200년 된 빵집에 노인들만 오는 건 아니잖아요. 역사가 오래됐건 아니건 간에 브랜드 정체성이 있으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찾죠. 여기는 브랜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공간들이 별로 없어 그게 가장 아쉬웠어요. 정체성 있는 공간들을 좀 만들어 내고 싶어요. 상담할 때 늘 인테리어에 돈 쓰지 말라고 해요. 거기다 돈 다 써 놓고 운영비 없어서 몇 달 못 버티고 가게 접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존앤진은 본인들이 페인트칠, 목공도 직접 하고 최대한 인테리어에 돈 안 쓰면서 했어요. 목공 같은 거 전혀 모르던 사람인데 제가 공구들 빌려 주고 같이 톱질하고, 이러면서 비용을 많이 줄였죠. 그 비용으로 최소한 몇 달이라도 더 버틸 수 있잖아요?


Q : “돈 쓰지 마라!?” 급진적입니다만, 그렇게 해서 상대방도 먹고살 수 있을까요?


천 : 그저 업자의 포트폴리오를 채우는, 공간의 개성이나 정체성도 못 지켜 줄 인테리어를 왜 하느냐는 거예요. 그 포트폴리오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면 할 수도 있지만 그 사람한테는 비슷한 여러 개 중 하나일 뿐이에요.‘정체성이 딴 데랑 섞일 바에는 우리가 대체해서 할 수 있는 대안으로 가보자.’고 얘기한 거죠. 이게 옳다 그르다 할 수 없지만 제 생각은 그랬어요. 매번 공간은 망하고 돈은 인테리어 업체랑 부동산이 벌어 가니까요. 늘상 그런 걸 목격하니까. ‘안 망하려면 초반에 어떻게 해야 하나?’ 어쨌든 존앤진은 계획대로는 되고 있고요. 지속 가능하려면 앞으로 두고 봐야겠죠. 


Q : 인테리어, 부동산도 기존에 있던 공동체 경제라고 할 수 있고, 이걸 깨는 일일 수 있는데요.


천 : 저는 어느 정도는 깨져야 한다고 봐요. 현재의 인테리어와 부동산 시장은 과잉이고 지속 가능하지 않아요. MDF로 만든 것들은 지속 가능하지 않아요. 쓰레기를 만드는 거지. 벽체를 뜯어내고 페인트칠해서 곰팡이 느낌 나더라도 좀 오래된 느낌을 그대로 살릴 수 있잖아요. 뉴욕에 잠깐 갔을 때 브루클린에서 020년 된 건물을 개조해서 크래프트맨십(craftmanship)을 만든 걸 봤어요. 그 안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저희와 같은 독립출판 서점이었어요. 음반, 책 등을 다양하게 팔면서 한 공간에서는 강연을 하고 있더라고요. 저희 공간에 불과 두 배 정도밖에 안 되는 공간인데도 뭐 만들 사람은 만들고, 강연 들을 사람은 듣고 자연스러웠어요. 그것도 낮 시간대에. 그런데 저희는 관광지 개념이거든요. 저희는 청년들이 일 끝나고 와서 밤이나 주말에만 붐빈다면, 거긴 평일에 노는 시간에 와서 강의 듣고 할 수 있는 거예요. 자기 생활권이라 가능한 거죠. 저는 이 공간들이 청년들이 일 끝나고 놀러 오는 곳이 아니라 자기 생활권이었으면 좋겠어요.



수원이라는 장소의 이유



Q : 일과 생활권이 합쳐지는 게 좋은 거죠. 서울 중심의 구도도 깰 수 있고요. 그렇지만 입장을 밝히기에 불편한 측면도 있어요. 서울에 일하러 가는 이유도 분명히 있거든요. 집을 서울에 가지지 못하는 이유도 분명하고요. 일을 수원에서 해도 놀 만한 데가 마땅치 않을 수 있고요. 또 규모의 문제도 있죠. 피큐알의 생활권도 이 동네와 일치되나요?


천 : 저는 1년쯤 전에 이 동네로 이사 했어요. 피큐알에서 걸어서 분2 거리예요. 아직까지 차가 없는데, 밤에 일하다 보면 차도 끊기니까요. 최근에 행궁동은 층1은 매물도 없다고 하는데 2층은 공실률이 꽤 돼요. 공방거리 쪽은 가게들이 새로 생겼다 없어지기도 하는 실험들이 벌어지고 있는 데 비해 여기는 외딴 섬 같아요. 옆에 큰 교회도 있고, 사람들은 미술관의 ‘뒷면’이라고 인식하고요. 규모의 문제는 해결할 수 있는 방향이 있다고 봐요. 수원은 인구로 따지면 거의 광역시급이거든요. 서울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시작됐어요. 저도 밀려난 사례죠(웃. 음) 원래는 서울에서 파주로 갔어요. 파주는 너무 한적해서 일 년 동안 정신수양만 했어요. 그러니까 아버지가 “거기서 너무 저기하지 말고 내려와라.” 하셨죠. 여기는 할 일도 있고 제 고향이다 보니 이곳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 알잖아요. 변한 모습에 대해 아쉬움도 있고. 예를 들어, 여기 광장을 만들면서 제가 굉장히 좋아했던 설렁탕집이 없어졌던 아쉬움이 있고. 그 아쉬움들이 남아 있으니까 정이 가요. 이 동네가.



피큐알(PQR) 공간 내부


Q : “추억, 기억들도 있고, 활동하기에 수원이라는 사이즈 적당하다.” 이렇게 정의하시는군요?


천 : 수원 사람들은 서울이 멀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반대로 서울 사람들은 수원이 굉장히 멀다 고 생각하죠. 수원 사람들은 특별한 경험을 하기 위해 서울에 가는 거죠. ‘이태원 경리단 길에 서 뭘 봤다더라.’ 하는 우월감을 SNS를 통해 표출하는데, 사실은 좀 슬픈 거죠. ‘이렇게 좋은 도시에 왜 모두들 특별한 문화를 즐기는 사람들은 서울로 올라가야 할까? 그나마 아닌 사람들은 인계동과 수원역으로 불리는 프랜차이즈화된 곳으로 꼭 가야 할까?’ 형식적, 맞춰진 틀에서 소비를 하거든요. 소비 주권이 사라진 거죠. 행궁동은 프랜차이즈가 들어올 수 없다고 생각해요. 대기업은 사전에 인구 유입 조사를 해서 위험 부담이 적은 곳을 찾는데, 그들이 들어오기엔 부적합하죠. 여기서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은 다 힘들더라도 위험 부담을 안고 가는 거거든요. 저는 그게 정말 멋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사람들이 한두 명 늘어나면 그걸 알고 오는 사람들이 늘어나요. 저희 손님들은 어떻게 알고 다 존앤진을 찾아가요. 저희 손님들이 책 다 보고 “어디 갈데 없어요?” 하고 물어보면 “저희 책방 단골인 카페 원모어 가세요. 잘 데 없으면 공존공간 가세요.”라고 말하죠. 그렇게 사람들한테 인식이 돼요. 연대는 그렇게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요? 스크럼을 짜 놓고 여기 우리가 있다는 식이 아니라 자연스럽게요. 서로 문화권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연결하는 이런 공간들이 아직은 부족하지만, 더 늘어날 거라고 생각해요. 아직까지 주변에 망한 공간은 없지만, 조금만 더 버텨 줬으면 좋겠어요. 공존공간은 더 확장하고 있고, 여기 어느 카페 사장님은 3년 전보다 매출이 세 배 늘었다고 하시거든요. 그런 걸 보면 매년 100퍼센트 성장은 가능하겠다고 예측해요.



성장과 멈춤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들어서

그것을 발전시키는 그런 사람들에게

디자이너라는 칭호를 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선 하나를 2픽셀만 옮겨 달라는 주문을 실행하는

사람이 디자이너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Q : 계속 성장하는 게 좋을까요? 프랜차이즈가 들어오거나 젠트리피케이션이 안 되려면 어느 정도에서 멈추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


천 : 그건 저희가 결정할 수 없으니, 희망할 순 있겠죠. 카페원모어도 그렇고 존앤진 피자도 하루에 팔 양을 정해 놓고 운영하는데, 그런 공간도 있고요. 또 확장을 하지 않더라도 나중에 대기업이나 상업 자본이 들어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장사가 예측만큼 안 되면 거대 자본도 정리가 되겠죠. 그런 부침을 겪으면서 안 되면 안 된 만큼 소수의 인원이 사랑해 주는 공간이 될 수도 있고요. 저희 공간들끼리 모였을 때 제가 이런 말을 했어요. ‘그런 것들이 안 들어왔으면 좋겠지만, 여러분들이 열심히 해주시면 여기가 반드시 젠트리피케이션이 될 겁니다. 열심히 하지 마세요.’ (웃음) 제가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3년 있었는데, 젠트리피케이션이 시작될 시점에 저희가 들어갔거든요. 유명한 디자이너 숍들이 새로수길이란 곳으로 빠지고 H&M 같은 대형 의류 판매점이 들어오고 나갈 때쯤에 그곳이 매력을 잃기 시작했죠. 그리고 월세가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어요. 그러니까 이게 얼마나 엉망진창이에요. 제도적으로 월 매출 얼마 이상의 프랜차이즈를 못 들어오게 조례를 만든다든지 하는 규제는 개인의 자유와 충돌하는 부분이라 시에서 못할 거예요.



피큐알(PQR) 공간 내부


Q : 규제는 어려워도 지역 당사자들이 일상적 정치 활동을 펼칠 수 있지 않나요? 이런 인터뷰나 조사를 하다 보면 사업을 만들어 달라, 지원해 달라는 말을 많이 들어요. 그런 정책적 요구사항도 좋지만, 경제적 생태계에 관한 정치 토론도 필요하지 않나 싶거든요. 단순히 거대 상업 자본 ‘반대’가 아니라 자율적인 ‘자치 활동’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천 : 아직은 여기 그런 현상이나 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서 할 이유가 없죠. 그런데 만약 프랜차이즈인 ‘새마을 식당’이 들어온다면 해볼 수 있겠죠. 마침 수원청년지원센터라는 곳이 생겼잖아요. 청년 소상공인 기반의 연대로 요구를 하면 정책에 반영되는 구조를 만들었다고 해요. 저희 세대가 부모보다 못 사는 첫 번째 세대잖아요? 저희는 경제 권력을 물려받지 못했어요. 저희 아버지는 제 나이 때 아파트 사서 가족 꾸리고 애 둘 낳고 차도 한 대 굴리셨지요. 그렇게 좋은 회사를 다니지 않았음에도 그런 것들이 가능한 세대였다면, 제 주변엔 독신들이 더 많고 빚도 많아요. 기회를 차단당한 유리 천장 같은 거죠. 못 올라가는데 올라오려면 노력하라고 하잖아요. 그런 시대에 살고 있답니다.


Q : 암울하군요. 이 책들은 보면 좀 기운이 날까요? 책 선별이 좀 남달라 보이긴 해요. 진(zine)이나 아티스트북 위주인 것 같고요. 그래픽 노블도 눈에 띄네요. 이 우울한 시대를 날려 보낼 수 있는 책 한 권 추천하신다면요?


천 : 현재 우리나라에 독립 출판하는 곳이 3천 군데 정도 된다고 해요. 저희 서점에 들어오는 게 200여 곳 정도예요. 저희가 좋아하는 시선의 책들은 사입 도매처에서 물건을 사오는 행위. 사업자가 직접 사입을 하기도 하고, 업체에서 사입만 위탁 받아 전문적으로 하기도 하고, 직접 수입도 해요. 서점 운영 초기에는 저희가 여러 군데 입점 요청을 드렸고요. 지금은 입점 의뢰가 많이 들어와서 선별을 하죠. 작게 책을 만드는 사람들을 좋아해요. 『계간 홀로』라는 책을 추천해 드려요.


Q : “전방위. 무정형. 비연애인구 전용잡지. 연애하지 않을 자유.”라는 책 표제가 마음에 드네요.


 천 : (웃음) 취재, 편집, 디자인 다 한 분이 하는 책이에요. 내는 것도 본인이 내키는 대로. 편집도 한글 워드 프로그램으로 했대요. 요즘은 안 나오는 것 같아요. 귀한 겁니다.(웃음) 여기 책들이 다 그래요. 1월의 어느 날 오전, 인터뷰 마무리 즈음 손님 한 분이 들어온다. “출근길에 들렸다.”고 한다. 이 손님은 고양이 사진도 찍고 책도 사 가며 이렇게 하루를 연다. 아마도 그녀의 퇴근길이 피큐알의 천인우 대표가 말한 대로 그의 동료들이 운영하는 공간에 방문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장면을 상상해 본다. 그렇게 이 청년들의 공간에서 사람들은 출근과 퇴근으로 소진된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재생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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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주 @천인우

    • 크리에이터스 라벨 피큐알(PQR

      주소/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신풍동 224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hellopqr

    • 우리동네 펍/ 펍에 실린 12팀의 인터뷰이는 2016년 9월부터 조사한 문화재생 활동단체 중에 선별 추천되었다. 문화재생 활동단체 조사는 문화재생팀 신설 이후, 도내 문화재생 활동에 대한 모집단 규모와 수요 파악을 위해 실시되었다. 조사원은 각 지역에 활동 기반을 둔 청년 중심으로 구성하여 같은 지역 내에서 활동 하고 있는 단체를 심층 조사하였다. 조사 대상은 공동체 철학이 반영된 문화재생 기획과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단체와 활동 내용을 중심으로, 지역을 거점 삼아 활동하게 된 계기와 계획, 지역 관계 정도, 재원 확보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수집하였다. 조사 결과는 재단문화재생 사업에 반영하여 활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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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경기문화재단

    자기소개/ 경기문화예술의 모든 것,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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