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미로(美路)를 찾아 떠난 청소년 해외문화예술탐방

삶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

'지지봄봄'은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2012년부터 발행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 비평 웹진으로

경기도에서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문화, 예술, 교육, 생태, 사회 프로그램을 지지하고 도민들과 공유합니다.


이현주 / 성남문화재단 문화사업부 차장



2013년 성남아트센터의 문화예술교육 아카데미를 재정비하기 위하여 분석을 하였다. 그 결과 수강생의 연령 중 청소년(13세~19세 미만)이 가장 분포가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후 청소년들이 문화예술교육에 접근이 수월하도록 어떤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할까 고민하며 청소년 문화예술교육 실태에 관심을 가지고 환경을 분석하였다.


영국의 경영전략가인 존 홉킨스는 본인의 저서 『창조경제(The Creative Economy)』에서「 창조경제란 새로운 아이디어, 즉 창의력으로 제조업과 서비스업, 유통업, 엔터테인먼트산업 등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이라 정의하였다. 이것에 영향 을 받아 2013년부터 우리 정부에서도 『창조경제』를 최우선의 국정운영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특히 경제 활성화를 위한 '우뇌 인재'를 양성하고자 감성 중심의 창의력과 공감 능력을 가진 글로벌 창의·융합형 인재 육성을 주장하며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과연 문화예술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에서 요구되는 인재 양성을 위해 재단은 어떤 분야의 문화예술을 접목하고 접근해야 하나? 그리고 글로벌 창의·융합형 인재는 어떻게 육성해야 하는가? 무한경쟁과 그 결과로만 평가받는 시대에 사는 십대들에게 스스로 도전하고 자존감을 높여 줄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싶었다.


고민한 결과 청소년기 아이들에게 문화예술이 융·복합된 현장체험 프로 그램을 제공하자는 결론이 나왔다.


2013년 11월 담당자들의 현지답사 및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많은 우여곡절(세월호사고, 메르스 등) 끝에 드디어, 2015년 <청소년 해외문화예술캠프 - 미로(美路)찾기 프로젝트>가 시작 되었다.


1차적으로『 미로(美路)찾기 프로젝트』를 시행할 국가는 가까운 거리임에도 역사적으로 먼 나라인『 일본』을 선정하였다. 참가자들은 해당 국가의 역사와 다양한 시각문화예술 환경을 비교 탐구하였고, 최종적으로 다카마츠, 도쿠시마, 고베, 교토, 오사카 총 5개 도시를 국제문화교류 지역으로 확정하였다.


4박 5일의 일정 안에서 다양한 시설 견학·체험을 위해 현지 기관과 세부 활동을 공유하며 프로젝트를 준비하였다.



미로찾기 프로젝트 속 <미로(美路)의 의미>


사전적 의미로는 '숨겨진 지식을 얻는 지혜로운 자’‘, 깨닫는 자’로서 새로운 지식을 가지고 이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는 뜻이 있다. 더불어 미로같이 복잡해 보이는 다른 나라의 문화예술, 역사, 환경의 아름다움(美)을 찾는 길(路)의 뜻 을 더하여 탄생되었다.



수행 방법


참가자를 4~5명의 팀으로 구성하여 팀별 미션과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모든 일정에 청소년들이 주도자로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였고, 일정 진행 중 단체 활동에 지장을 주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스스로 규칙을 만들게 하였다. 또한 스스로 만든 규칙을 지키지 않을 시 상응하는 '벌 금제도'도 스스로 만들게 하였다.




<2015 미로(美路)찾기 프로젝트 일정>


참가자들 모두가 함께여서 행복감이 배가 되기를 바라며


2016년 1월 19일 인천공항, 미술전공의 고등학생 37명은 상기된 얼굴로 삼삼오오 모였다. 일본에 입국하기 위한 첫 관문인 ‘입•출국 신고서’를 쓰며 『미로(美路)찾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인천공항 로비에서 출입국 신고서 작성 중인 참가자들>


탐방을 떠나기 전날까지 고된 사교육에 시달린 참가자들을 위해 숙소는 온천 호텔로 정하였다. 일본에 도착하여 처음으로 타문화를 체험하며 <미로 프로젝트의> 미션이 시작되었다. 공중탕 사용매너, 유카타를 착용 법을 배우고 작품 같이 차려진 식사를 맞이하는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웃음과 즐거운 탄성이 끊이지 않았다.


둘째 날의 탐방지는 문화와 예술, 그리고 지역공동체가 활성화되어 있는 곳이었다. 후손들이 100년 동안 보수, 개축하여 현재의 모습으로 완성시켰다는, 일본의 3대 정원 『린츠린 공원』을 시작으로, 오츠카 제약회사를 탐방하였다. 오츠카제약회사는 '지역 공동체에게 기업의 이윤을 무엇으로 환원할 것인가' 고민을 하며 <오츠카국제미술관>을 설립하였다고 한다. 이곳 경영자들의 마인드는 참가자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학생들 중에는 본인도 이런 멋진 기업인이 되겠다는 다짐을 보여주는 아이도 있었다.


<오츠카 국제 미술관>에는 세계 25개국, 190개 미술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1,074점의 명화를 원작의 크기 그대로 체험할 수 있었다. 이곳은 세계 최초의 입체 미술관으로 미켈란젤로의 천장화가 그려진 시스티나 성당 내부와 스크로베니예배당(파도파, 이탈리아), 성 마르탱 성당 벽화(노앙, 프랑스), 미스터리의 집들 (폼페이, 이탈리아), 모네 수련(오랑주리 미술관, 프랑스)이 원래 모습과 크기로 재현되어 있는 도판미술관이다.


미술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곳으로 원화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미술사적 가치를 그대로 즐길 수 있었으며, 더불어 보고, 만지고, 사진 찍을 수 있다는 점에 황홀함을 감추지 못했다. 학생들은 지하 1층에서 지상 4층까지 8만 평이 넘는 미술관을 둘러보며 팀별 미션을 수행하였다.



<오츠카 국제미술관-팀 미션 수행>


다음 일정으로 일본 학생들과의 국제 교류를 위해 도쿠시마 현에 있는 디자인 예술 고등학교『고마츠시마 니시고등학교』를 방문하였다. 니시고등학교의 학생들은 태극기를 들고 우리를 환영해주었으며 함께 염색체험(교과 수업), 클럽활동(가라데, 다도, 오리가미 등)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서로의 언어가 통하지 않았지만 보디랭귀지와 눈빛을 나누며 나라와 언어의 장벽을 넘어 소통하는 청소년들의 모습에 벅찬 감동이 밀려왔다.


또한 이날의 교류는 큰 이슈가 되어 일본 조간신문에 실리기도 했다.



<니시고등학교 학교 교류>


셋째 날, 세계적인 누두 건축의 창시자인 안도타다오의『물의 사원』,『유메부타이』,『효고 현립미술관』을 탐방하였다. 물, 빛, 철, 유리, 콘크리트 벽 등 자연 친화적인 건축을 고집하는 그의 정신세계를 체험하며, 자연과 더불어 건물을 설계하 고, 훼손된 자연의 회복을 위해 고민하는 안도타다오의 깊은 철학을 배울 수 있었다.


다음으로 프리덴슈라이히 훈데르트바서(Friedensreich Hundertwasser)가 디자인한 『아름다운 쓰레기 소각장 마이시마(예술, 에콜로지의 융합 )』를 방문하였다. 자연주의 건축가이며 예술과 삶의 통합에 초점을 맞추어, 융화하는 삶을 살았던 프라덴슈라이히의 작품은 탄생 배경이 혁신적이다.


처음 소각장 설립에 대해 지역민들의 반대가 심했지만 공무원들의 열린 정책과 예술가의 창의적 방안으로 해결되었고, 현재는 관광객이 끊임없이 방문하는 미래산업지역으로 바뀌었다. 라푼젤의 성같이 보였던 건물은 동화책에 나올법한 외관으로 학생들에게 인기가 많았다. 또한 최고의 시스템을 갖춘 소각장의 시설과 소각하며 재생산된 전기에너지로 수입을 창출하는 경영법에 학생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매 일정 사이에 <점심식사 하기>, <미션물품 사오기>의 팀 미션도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언어 문제와 소극적인 실행으로 모든 아이들이 ‘라멘’으로 식사를 했지만, 이후 스스로 ‘맛집’을 검색하고 정보를 공유하여 원하는 식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참여자들은 스스로 만든 규칙을 지키려고 노력하였고, 규칙을 지키지 못했을 때 협상을 제안하기도 하였다. 프로젝트에 참가한 학생들이 모두 최고의 협상가가 되어가는 모습에 내심 뿌듯함을 감추지 못하며 지켜보았다.


탐방기간 동안 가장 큰 미션은『Just 10hour mission』였다. 팀별로 주제를 정하여 10시간 안에 미션을 수행하고 돌아오는 것이었다. 학생들을 보내고 시간이 흘러 마감 시간이 다가오자 기다리는 진행자들은 입술이 바짝 바짝 말라 갔지만 지금까지 보여준 참가자들의 모습을 생각하며 기대감 또한 커졌다. 하나, 둘씩 개선장군의 모습을 하고는 학생들이 돌아왔다. 10시간 이상 낯선 도시를 탐방하며 두려웠을 만도 한데 오히려 에너지가 넘쳤다. 그들은 성취감에 상기되어 스스로를 격려하였다.


8개의 팀 중 6개의 팀이 미션을 완수하였고 나머지 2개의 팀은 개인의 이기심으로 함께 움직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실패 이유를 내어 놓기도 했다. 결과를 발표하는 시간, 학생들은 이구동성으로 성공, 실패에 상관없이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제일 말수가 적었던 한 학생도 “친구들이 함께하니 두려움이 즐거움으로 변했습니다. 너무 행복합니다. 정말 행복합니다.” 라고 소감을 말했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다. 돌아가는 짐을 챙기는 아이들의 얼굴을 보니 사흘 전 인천공항에서 만났던 학업에 찌든 표정의 학생들은 온 데 간 데 없었다. 이런 아이들의 모습을 무엇이 빼앗고 있었을까, 이 행복감을 지속시키기 위해서 그들 스스로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내야겠다는 사명감이 생겼다.



<미션 수행 팀별 계획 세우기, 결과 발표>


마치며


2015『미로(美路)찾기 프로젝트』는 참가자들이 자율 결정을 중요시하며 협업(Team Building Program) 시스템을 채택한 것이 신의 한수였다고 생각한다. 공동의 목표를 향해 협업하며 동시에 개인의 창의성을 존중하는 균형이 중요했다. 참가자들이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여 배운 '삶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 지식이 아닌 지혜'를 통해 멀리 바라보는 미래 안을 가졌기를 바란다.


이번 지지봄봄의 세부 주제인 <삶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처럼 이번 프로젝트가 문화예술이 삶이 되고, 지역 공동체가 되고, 미래가 되어 함께한 친구(‘너)’를 이해하고, 공동체('우리')를 이해하는 값진 경험이었기를 바라며 지속적으로 성장해 나가길 소망한다.


국가와 국가 간의 이념을 넘어, 그리고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서로를 포용할 수 있는 문화예술의 언어로, 시공간을 초월하는 언어로, 소통하는 선두자(先頭者)들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문화예술과 융합된 현장 체험형 프로젝트들이 많아져 청소년들의 ‘삶의 美路 찾기’가 단기적이 아닌 지속적으로 이뤄지기를 부탁하는 한마디를 남기며 글을 맺고자 한다.



세부정보

  • 웹진 '지지봄봄'/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2012년부터 발 행하고 있습니다. ‘지지봄봄’은 경기도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가까이 바라보며 찌릿찌릿 세상을 향해 부르는 노래입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이라면 어디든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다양한 삶과 배움의 이야기와 그 안에 감춰진 의미를 문화, 예술, 교육, 생태, 사회, 마을을 횡단하면서 드러내고 축복하고 지지하며 공유하는 문화예술교육 비평 웹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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