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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상상캠퍼스

장인인터뷰 5. <바느질> 전소라 장인


이 글은 생활 속 경험과 지혜로 자신만의 소소한 재능을 익힌

우리 주위의 사소한 장인들을 만나보는 장인 발굴 프로젝트의 본문 내용입니다.


바느질을 할 때 기분이 좋아요. 아무 생각 없이 집중할 수 있거든요.



본격적으로 바느질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까닭


연구원(이하 연) 안녕하세요. 본인 소개와 함께 프로그램에 어떻게 신청하게 되셨는지 말씀해주세요.


전소라 장인(이하 전) 저는 전소라라고 해요. 바느질로 장인발굴프로젝트에 지원했어요. 제가 삼일 전에 브라질에서 귀국했거든요. 이 프로젝트 전단지는 브라질에서 우연히 인터넷으로 봤어요. 평소 바느질이 취미 였는데 보니까 소소한 장인들을 찾는다고 되어있더라고요. 어릴 적부터 즐겨하던 거라 지원해 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저는 전문가 수준은 아니에요. 여행 중에 한국가면 제대로 배워봐야겠다는 마음 이 들었는데 장인발굴 포스터를 보게 된 거 였어요.


아, 그렇군요. 여행을 하면서 바느질을 제대로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든 건 특별히 무슨 까닭이 있을까요?


전에 아프리카에 봉사를 간 적이 있어요. 그 곳은 큰 천을 많이 팔거든요. 아프리카 사람들이 어깨에 둘러서 옷처럼 입고 다 니는 천이에요. 저도 입고 싶어서 알아봤는데 천은 싸지만 옷으로 만들어진 것들은 상품화가 되어서 꽤 비싸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냥 본을 떠 만들어 보았어요. 생각보다 입을 만한 옷이 되었어요. 초등학생 때도 청 바지 잘라서 가방 만들고, 천으로 필통 만들고, 그랬던 기억이 났어요. 그래서 ‘아, 내가 만드는 걸 정말 좋아하는구나.’ 라고 깨달 았어요. 바느질을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거죠.


아프리카에서 봉사라니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계시네요. 다큐멘터리 같은 데서 보면 그곳은 화려한 천을 많이 사용하던데 정말 그렇던가요?


네. 천의 질이 좋은 편은 아닌데 패턴이 화려해요. 알록달록 하죠. 그런 점에 매력을 느껴서 옷을 만들게 되었던 거예요.


지금도 그 옷을 가지고 계세요?


네. 가져와서 한국에서도 한두 번 입었는데 입고 밖에 돌아다니진 못하겠더라고요. (웃음) 너무 튀어서요.


바느질 말고 원래 하시던 다른 일이 있나요?


저는 스페인어를 전공했어요. 그래서 컨설팅회사에서 통번역 일을 했어요. 지금은 회사를 그만 둔 상태라 5개월 정도 브라질에 다녀올 수 있었죠.


봉사활동을 간 아프리카에는 어느 정도 계셨던 건가요?


6개월 있었어요.


거기선 어떤 활동을 하셨어요?


청소년들이 있는 아프리카 직업학교에서 봉사를 했어요. 사소한 스킬들을 알려주는 일을 했죠. 천 잘라서 주머니 만들기 같은 거요.


아, 그럼 바느질로 수업도 해보신거네요?


그런 셈이에요. (웃음) 그런데 굉장히 기 본적인 거였어요. 우리나라 학교 가정시간 에 배우는 바느질 정도요. 하지만 같이 갔 던 브라질 봉사자가 제가 그런 걸 할 줄 안다니까 신기해했어요. 한국인들은 기본으로 알고 있는 건데 그 친구는 신기하게 봐주더 라고요.




바느질의 매력


재봉틀을 쓰지 않고 손바느질을 하시는거잖아요? 손바느질만의 매력이 있을까요?


우선, 바느질을 할 때 기분이 좋아요. 아무 생각 없이 집중할 수 있거든요.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나서 집에 와 바느질을 하면 쉬는 느낌이 들어요. 회사 그만두고 바느질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바느질로 힐링을 하고 계시네요! 하지만 재봉틀로 만드는 것보다 훨씬 시간과 품이 많이 들잖아요. 저는 손바느질의 그런 점이 힘들던데……. 너무 오래 걸리니까요. 


전 완성하는 것 보다는 그 과정이 더 좋아요. 말씀하신 대로 힐링이 되니까요. 그리고 그렇게 오래 걸려서 완성을 하면 성취감이 커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보람을 느끼죠.


주로 만드시는 게 뭐예요?


주머니요. 화장품 넣는 파우치 같은.


혹시 판매도 해보신 적 있으세요?


아니요. 취미로 하는 거고 손으로 일일이 만드는 것이라 많이 만들 수가 없거든요. 아, 언젠가 한 번 친구가 마음에 드는지 사고 싶어 해서 파우치 두 개를 판 적이 있네요. 만원에 팔았죠.


(놀람) 너무 싸게 파신 거 아녜요?


(웃음) 사실 제가 너무 공을 들여 만든 것 들이라 아무리 비싸게 팔아도 아까운건 사실이에요. 그래서 선물처럼 주자 싶어서 싸게 줬어요. 그냥 주는 것도 부담스러워 하니까요.


지금까지 만든 것 중 가장 사이즈가 큰 작품은 어떤 거예요?


옷이요. 바지와 윗옷, 원피스 같은 것. 만든 것들이 많진 않아요. 주로 만드는 건 주머니, 노트북파우치 그런 종류지요.



앞으로 꿈꾸는 미래


좀 더 전문적으로 배워볼 마음도 있다고 하셨는데, 나중에 공방 같은 것을 열어 볼 생각이 있으신가요?


기회가 되면 그렇게 하고 싶어요. 브라질에 있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요즘은 자기가 정말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잖아요. 저도 제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됐어요. 대학 의류학과에 진학을 해볼까 라는 생각도 해보구요. 그런데 패션디자인과를 떠올리면 제가 원하는 것과는 다른 것 같아 망설이게 돼요. 저는 그런 쪽보다는 우리나라 고유의 바느질을 배우고 싶어요. 침선이란 게 있더라고요. 우리나라 전통 바느질이래요. 장인 분들도 계시구요. 그분들께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없을까 하고 인터넷에 알아보는 중이에요.


지금까지는 어찌 보면 소박한 작업만 해오셨는데, 전통 바느질을 배운 후에는 작품 활동을 해보실 생각도 있으신가요?


기회가 되면 그러고 싶어요. 언젠가 한 벽이 다 천으로 덮인 패치꼴라주를 본 적이 있어요. 그 뒤로 늘 그런 큰 작업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남아 있어요.


나중에 블로그를 통해서라도 선생님의 좋은 작품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응원하겠습니다. 인터뷰 감사드립니다.




세부정보

  • 장인 발굴 프로젝트

    총괄/ 박희주

    PM/ 경기천년문화창작소 강유리

    기획‧진행/ 소한연구소 강우진, 이연우, 하석호, 오린지

    편집‧디자인/ 40000km 오린지

    사진/ 강우진, 이연우, 오린지

    일러스트/ 김진아

@참여자

글쓴이
경기상상캠퍼스
자기소개
옛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부지에 위치한 경기상상캠퍼스는 2016년 6월 생활문화와 청년문화가 함께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울창한 숲과 산책로, 다양한 문화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경기상상캠퍼스는 미래를 실험하고 상상하는 모두의 캠퍼스라는 미션과 함께 새로운 문화휴식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