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봄봄 19호] ‘일상이 예술’인 공동체, 〈우리동네사람들〉

공동체에서 꽃피는 문화예술교육

'지지봄봄'은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에술교육지원센터에서 2012년부터 발행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 비평 웹진으로 경기도에서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문화, 예술, 교육, 생태, 사회 프로그램을 지지하고 도민들과 공유합니다.

김진선 / 우리동네사람들, 문탁네트워크


나는 지난 11월 인천 우동사에서 공동주거를 시작했다. 우동사에는 「가:출」이라는 공동주거 체험 프로그램이 있다. 3개월간 5~8명의 사람들이 한집에 살아보고 그렇게 사는 방식이 좋다고 생각되면 우동사에 남아 함께 사는 프로그램이다. 공동주거라고 하면 함께 살 때의 불편함이 먼저 떠오르는데, 실제로 어떤지 한 번 살아보고 이후의 삶의 방식을 결정할 수 있다. 집을 나온다는 뜻의 ‘가출’이기도 하지만 ‘가볍게 출발해본다’는 의미에서 그 첫 자를 딴 ‘가:출’이기도 하다. 그렇게 함께 살고자 하는 이들이 조금씩 늘어 현재 우동사에는 서른 명 남짓한 20~30대 청년들이 공동주거로 살고 있다.


* 우동사는‘ 우리동네사람들’의 줄임말로 2011년 여섯명의 청년들이 실험한 주거 실험 공동체이다. 현재 인원이 늘어, 인천 검암동에서 30여명의 친구들이‘ 우동사’ 라는 이름으로 함께 살고 있다.



가난한 청년들의 주거 공동체


우동사의 멤버들은 적게 일하고 적게 쓰지만 많이 누리는 삶을 꿈꾼다. 소비는 줄이면서 삶의 만족도는 높일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다. 이는 독서 모임이나 벼룩시장 등 여느 공동체의 평범한 모습처럼 여겨지거나, 다른 공동주거 프로그램과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우동사만의 특별한 점이 있다 면 그것은 바로 공동주거와 커뮤니티 활동이 결합된 모델이라는 점이다.


삶에서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일단 안정적인 의식주일 것이다. 밥만 먹고 살 수는 없으니 여행, 취미 등 문화예술 활동을 위한 재화 혹은 기술 또한 필요하다. 우동사는 이러한 필요를 공동체 안에서 충족하는 시도들을 하고 있다. 한마디로 커뮤니티 단위의‘ 자립’을 위한 활동들이다.


동네 술집 ‘커뮤니티펍 0.4km'(이하 영쩜사)가 있다. 언제든 들러 동네 친구들과 술 한 잔 할 수 있는 편안한 곳이다. 기타와 그림, 공부를 위한 모임 등 여러 활동들이 벌어지는 동네 사랑방이다. 우동사에는 공동체의 먹거리를 자급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쌀과 콩 등을 경작하는 농사꾼 친구도 있다. 농번기 때는 친구들을 불러모아 공동노동을 하는 농사체험 프로그램 ‘논데이’도 운영한다. 아직은 자립도가 매우 낮은 편이지만, 농사짓는 친구들도 늘고 수확물도 늘어나 조금씩 자립의 기반을 마련하게 되길 기대하고 있다. 동네 목수도 있다. 그는 친구들이 필요로 하는 가구를 직접 만들어 줄 뿐만 아니라, 전기를 만지고 수도를 고치는 등 우동사 여러 집들의 크고 작은 수리를 도맡아 한다.


그렇기에 우동사는 ‘공동주거’에서 한발 더 나아가, 함께 삶을 꾸려간다. 그래서 우동사 멤버들의 삶의 안정감은 매우 높다. 삶의 기본 필요가 채워지면서 안정감이 생기고, 우동사와 이웃의 관계망 속에서 자연스럽게 재미난 활동들이 벌어진다.



즐거움을 나누는 일상 공동체


두 번째「 가:출」 프로그램이 진행 중인 오공하우스에서는 얼마 전‘ 고춧가루 영화제’가 열렸다. 식재료 중 고춧가루가 떨어져서 사려고 보니 너무 비쌌단다. 어떻게 구할 방법이 없을까 궁리를 하다 집에서 영화제를 열게 된 것이다. 영화 포스터를 만들고 동네방네 소문을 냈다. 당일 냉동실에서 묵고 있던 고춧가루를 영화 관람료 대신 들고 오공하우스로 모이는 동네사람들의 이색 풍경이 벌어졌다.



동네술집 영쩜사에서는 목요일마다 ‘은베의 기타교실’이 열린다. 영쩜사의 단골인 은베는 기타를 치고 노래하는 가수로, 종종 놀러 와서 노래를 부른다.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우동사에 대한 노래를, 최근에는 영쩜사에 대한 노래를 만들어 불렀다. 이후 영쩜사에서 친구들의 권유(혹은 조름) 때문에 기타 수업을 시작했는데, 예전부터 기타 연주를 해보고 싶어 했던 동네 누나 세 명이 은베의 수강생이다. 친구 사이에서 배우고 가르치는 수업이기 때문에 수강료는 비싸지 않다. 영쩜사가 장소를 제공하는 덕분이기도 하다. 은베에게는 ‘꿀알바’이고, 배우는 이들에게는 저렴하면서도 질 좋은 수업이다. 수강생 중 한 사람은 “그 동안 기타를 배우다 말다를 반복했는데, 동네에서 아는 동생에게 배우다 보니 부담 없이 오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머지않은 날 은베의 기타교실 멤버들이 매달 열리는 영쩜사 벼룩시장에서 첫 공연을 하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은베의 기타교실, 동네 근처 강가에서 야외수업을 하고 있다.


그 외에도 동네에 재능을 가진 친구들이 있어 게릴라성 프로그램들이 열리고 있다. 바느질과 수놓기를 좋아하는 한 친구는 ‘천원 바느질 워크숍’을 연다. 이미 가지고 있는 재료들로 딱 천 원씩만 받고 친구들을 불러 같이 바느질을 한다. 디자이너인 한 친구는 영쩜사에서 드로잉 수업을 열었다. 원체 숫기가 없는 성격이라 낯선 사람들 앞에서 얼음이 되는 까닭에 그림을 가르칠 생각은 꿈에도 해보지 못했다는 그는, 영쩜사 펍지기의 종용 때문에 그리고 수업을 듣겠다는 이들이 동네 친구인지라 용기를 내서 수업을 열었다고 한다. 수업을 마친 후 “친구들과 해서 그런지 생각보다 훨씬 편안하고 재미있었다”는 소회를 밝기도 했다. 또 한 친구는 맥주를 너무 좋아해 사람들을 모아 맥주 공부를 시작했다. 이름하여 ‘맥아스터디’. 연구를 통해 맥주를 만들어 먹는 애주가들의 모임이다. 바리스타로 일하는 또다른 친구는 ‘천원 드립커피 워크숍’을 열었다. 커피 마시는 일 뿐만 아니라 커피를 주제로 수다 떠는 것을 좋아해 동네 커피 애호가들을 불러모아 커피 드립 시연회와 각종 커피 시음회를 한다. 이런 활동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의 즐거움을 친 구들과 나누는 의미로 지속되고 있다.



일상이 예술이 된다는 것


우동사에서는 이렇듯 재미있는 활동들이 불쑥불쑥 이루어지고 있다. 어떻게 이런 일들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일까? 첫 번째로 우동사의 안정된 주거모델이 주는 만족감이 크기 때문이다. 2년마다 오르는 월세와 전세 값을 맨몸으로 감당해야하는 1인 가구와 달리 우동사는 주거에 대한 고민을 함께 풀어간다. 두 번째, 우동사에는 함께 밥을 먹으며 일상을 나누는 의사소통 프로그램 ‘밥상모임’이 있다는 사실이다. 밥상모임을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가 커지면 관계가 좋아지고, 뭔가 를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마지막으로 우동사에는 소위‘ 백수’라고 불리는 자유활동가들이 많다. 우동사 백수들은 하기 싫은 것들은 하나씩 걷어내고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서 실천하는 삶을 추구하고 있다. 이들에게 “어떻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있는가?” 하는 질문이 생길 수 있다. 물론,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 수는 없다. 하지만 하기 싫은 일, 불필요한 일들을 하나하나 줄이기 위해 일상을 점검하고, 간소화시킬 수는 있다. 그래서 이들은 일상의 여유를 참으로 누릴 줄 아는 ‘시간 부자’다.


이런 기반 속에서 우동사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아니 어쩌면 이러한 기반을 만드는 것 자체가 이미 삶의 과정일 것이다. ‘궁하면 통한다’ 고 했던가. 우동사의 청년들은 돈이 넉넉하지 않으니 공동체 안에서 자급하는 방법 을 찾고, 그것을 실현해나간다. 그러다보면 각자가 공동체 안에서 쓰임이 되는 일을 발견하게 된다. 그 안에서 서로서로 자연스럽게 도움을 주고받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스스로 만들고 그것을 함께 누리고 하는 과정에서 우동사의 멤버 들은 자기 삶의 발명가가 된다. 그런 삶이 곧 ‘예술’이 된다. 우리는 ‘예술’이란 ‘예술가’들이 하는 특별하고 거창한 어떤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음악가, 회화작가, 사진작가 등 특별한 재능을 가진 이들만의 활동으로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근대 이전에는 예술과 기술의 구분이 없었다고 한다. ‘아트(Art)’는‘ 기술’이나 ‘기법’을 폭넓게 의미하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다양한 직업들이 분화되고 물건을 상품으로 만나게 된 시간 이전으로 돌아가면, 우리는 각자 삶의 기술자, 혹은 예술가들이 될 수 있다는 결론에 이른다. 만드는 사람과 쓰는 사람, 생산하는 사람과 소비하 는 사람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기에 스스로 자신의 필요나 즐거움을 창출해내는 주체가 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만의 방식으로 삶의 나날을 창안해가는 우동사의 하루하루는, 일상 자체가 예술이 되는 셈이다. 


우동사의 목수는 “나는 가난하지만 우리는 부자다”라고 말한다. 우리 각자는 모두 가난하지만 우리 안에서 물건이 순환하고, 도움이 오고 갈 때 결핍이 자연스레 해소되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우리가 각자 조금씩 부족하고 가난한 덕분으로 서로가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고, 관계에 역동이 생긴다. 다행히 우리가 가진 재능들은 퍼즐처럼 다양하고 제각각이다. 우리 각자는 물질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도움과 친구가 필요하다. 우동사 안의 우리는 거미줄 같이 얽히고 엮여서, 함께 만들어가는 삶을 지향한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신부님이면서 철학자인 ‘이반 일리치’는 ‘상품사회는 물질적 풍요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가난하다’고 말한다. 계속해서 새로운 필요가 만들어지고, 사람들은 상품을 구매하는 것으로만 필요를 충족하려고하기 때문에 결핍된 상태가 지속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현대화된 가난(이반일리치『누가 나를 쓸모없게 만드는가』)’이다. 일리치는 이런 과정으로 인해 우리가 “어려움에 맞서고, 놀고, 먹고, 우정과 사랑을 나눌 수 있었던 기본 토대를 잃었다”고 말한다.


우동사가 만들고자 하는 것은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고, 함께 웃고 울며, 우정과 사랑을 나눌 수 있는 관계의 삶이다. 이는 우리가 예전에 더 풍부하게 가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잃어버린 삶의 기술들일 것이다. 우동사는 이런 기술이자 예술인 삶을 회복하는 것, 그럼으로써 소박하지만 건강하고 유쾌한 일상을 만들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우동사가 하루하루 채워가고자 하는 우리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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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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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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