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실학박물관

내 삶의 중요한 가치가 자리하던 곳

퇴임 맞은 실학박물관 기획운영팀 박영휘

오랫동안 경기도 박물관계를 주름잡던 박영휘 선생이 2018년 6월 30일자로 퇴임을 앞두고 있습니다. 아래의 글은 10여 년간 재단 식구로 함께 지내던 박 선생과 생활했던 기억들을 더듬어 간단히 정리한 내용입니다. 박영휘 선생은 1988년 경기도 관광과 및 체육과에 근무하며 공직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1995년 11월 경기도박물관 개관 준비팀에 합류하면서 처음으로 박물관과 인연을 맺었습니다. 경기도박물관 개관(1996년 1월), 실학박물관 개관(2009년 10월), 전곡선사박물관 개관(2011년 4월) 사업마다 시설 행정팀장을 맡으면서 큰 역할을 담당했습니다. 지금 경기문화재단 소속 박물관의 거의 대부분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고 하겠습니다.


박 선생은 2008년 재단으로 법인화할 때 경기도청 별정직 공무원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이 양반은 박물관에서 일하는 게 즐겁고 함께 근무하는 사람들이 그리도 좋았답니다. 그래서 주저 없이 재단의 식구가 되는 길을 선택했다고 하네요. 사람들 간의 정(情)을 중시하는 인품입니다.



재단 통합 그리고 실학박물관 개관팀 합류


재단통합 후 몇 개월 만에 박 선생은 실학박물관 개관 준비팀에 합류하게 됩니다. 갑작스런 인사발령이라 당시에는 주체할 수 없는 ‘게거품’이 자신도 모르게 꿀럭꿀럭꿀럭... 2009년 2월 준공 검사도 안 떨어진 남양주시 허허벌판에서 박물관 현장 근무를 하려니 그 난감함이 이를 데 없었겠지요. 지금이야 실학박물관 주변이 깨끗하게 정비되어 가족단위의 관람객이 즐겁게 찾는 공간이 되었지만, 개관 초기에는 열악하기 그지없었습니다. 강바람이 들이쳐 실내는 춥고 핸드폰은 안 터지고, 취객들까지 어슬렁거리는 환경에서 박 선생은 하나하나 박물관 시설을 갖추어 나갔습니다.


열혈남자, 가장 보람있을 때는 언제?


박물관 개관을 전후한 좌충우돌 에피소드도 많았다는군요. 실학박물관 수장고 스프링쿨러 철거를 두고 억울한 징계를 당했던 일, 도청 및 재단 본부와 언쟁 등의 여러 일들이 지금은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에피소드가 되어버렸군요. 함께 생활하던 동료로서 그 시간을 가만히 돌아보고 있으려니 당시 박 선생이 직면했던 여러 갈등은 어쩌면 제대로 된 박물관을 만들기 위한 열정의 표출이 아니었을까 싶군요.

박영휘 선생과 같이 근무하신 분들은 충분히 공감하실만한 내용입니다. 충청도 사람 느리다는 세평이 있지만, 이 양반은 절대 아니지요. 생각과 동시에 벼락같이 일을 진행하는 업무 스타일입니다. 일을 한번 시작하면 지구가 멸망해도 화산이 폭발해도 반드시 마무리를 짓지요. 그래서 별명이 ‘독일병정’이었나 봅니다. 가슴이 뜨거운 남자. 박영휘! 이런 기질이 없었다면 여러 박물관의 개관이 차질 없이 가능했겠습니까. 박물관맨 박영휘가 꼽은 가장 보람 있었던 기억은 역시 실학박물관과 전곡선사박물관의 개관입니다. 특히 흙먼지 뒤집어써가며 몇날며칠을 고생고생해서 개관한 날 첫 관람객을 받았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하네요. 개관 이후에 박물관을 입장하기 위해 줄을 길게 늘어선 것을 보았을 때는 남다른 감회도 있었고 뿌듯함도 느꼈다고 합니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를 직장생활 속에서 찾을 수 있었기에 바로 오늘의 박영휘가 있지 않았나 생각해 봅니다.


박물관에서 가장 중요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주저 없이 ‘사람’을 꼽네요. 그는 “박물관의 미래를 위해서는 전문 역량을 갖춘 직원의 확보가 중요하다. 학예와 문화행정을 담당할 인재 확보를 위해서는 그들의 능력에 맞는 대우가 필요하다”고 거듭 강조합니다.

실학박물관 초대 관장으로 개관업무를 함께 한 안병직 관장의 지론이라고도 첨언하네요.

박 선생은 자신의 주위에 여전히 최저시급으로 근무하는 직원들, 능력이 있데도 열악한 대우를 견디지 못하고 떠나가는 인재들을 볼 때가 가장 아쉬웠다고 합니다. 덧붙여 박 선생은 행정 전문가로서 ‘행정 간소화’를 주문하시네요. 지금껏 재단과 박물관의 행정이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변화하지 않은 사실을 문제로 지적하면서, 행정 체계의 변화를 주도할 인재 육성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 점이 근본적인 이유라고 진단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52시간 근무 등의 변화에 과연 능동적인 대응이 이루어질 수 있겠는가 조심스럽게 걱정을합니다.


퇴임 후의 계획은?


박 선생은 1년 전부터 지방에 작은 농장을 경영하고 있었습니다. 주말마다 틈틈이 내려가 소일거리로 시작했는데 규모를 키우려고 하니 가족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다고 합니다. 농장은 이제 제법 틀을 잡아가는 모양입니다. 언제 한번 꼭 박물관 식구들을 초청하시겠다는군요.



짧은 인터뷰지만, 박영휘 선생은 경력 면에서 단연코 경기도 최고의 박물관 시설 행정 전문가입니다. 박물관 개관을 3번이나 추진하고 경험한 베테랑이니까요. 이제 정년을 맞아 재단을 떠나지만, 아직 팔팔한 기운이 살아있는 이 젊은(?) 남성의 축척된 능력을 경기도가 활용할 기회는 없겠는가 하는 아쉬움이 짙게 남습니다.



모쪼록 건강하시고 퇴임하시더라도 계속 뵙기를 재단의 모든 직원의 마음을 담아 희망합니다.




세부정보

  • 실학박물관/ 뉴스레터 84호

    실학가족/ 실학박물관 기획운영팀 박영휘

    / 조준호 학예팀장(실학박물관 학예팀)

    편집/ 김수미(실학박물관 기획운영팀)

    주소/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다산로747번길 16

    문의/ 031-579-6000

    실학박물관 홈페이지/ http://silhak.ggcf.kr

    이용시간/ 10:00~18:00

    휴일/ 매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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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학박물관
자기소개
실학박물관은 실학 및 실학과 관련된 유·무형의 자료와 정보를 수집·보존·연구·교류·전시하며 지역 주민에게 교육과 정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한 즐거움을 제공하는 다목적 차원의 문화복합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자 건립한 국내 유일의 실학관련 박물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