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문화재단

둔전과 매탄터

전쟁 속의 남한산성


<길 위의 이야기>는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등재된 남한산성 옛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스토리북입니다. 서울과 지방을 연결하는 중요한 도로 중 한 곳이었던 남한산성 옛길은 조선시대 왕의 행차길이자 떠돌이 보부상의 생계를 위한 길이었고, 지방 선비들이 과거를 보러 올라오던 길이었습니다. <길 위의 이야기>는 남한산성 옛길에 새겨진 발자국을 따라 우리 선조들의 삶과 정신을 전해드릴 예정입니다.


우리 민족의 삶을 바꿔놓은 전쟁, 병자호란



삼전도비


병자호란은 조선과 청나라가 군사력으로 부딪힌 동아시아의 대사건입니다. 이 전쟁을 계기로 동아시아의 질서는 급격하게 청나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우리 민족 역시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됩니다. 이 병자호란의 중심에는 바로 남한산성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산성에서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각지 의 근왕병과 지원병이 청군의 남한산성 포위를 풀지 못 한 채 모두 격퇴되고 말았고, 설상가상으로 두 달 분의 비축물자가 바닥나자 결국 인조는 항복을 결심하기에 이릅니다. 패배의 결과로 인조는 송파에 위치한 삼전도로 걸어 내려가 ‘삼배구고두례’를 행하고 굴욕적인 강화조약을 맺습니다. 이로 인해 조선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고 이후 수많은 변화를 맞게됩니다. 패배를 씻기 위해 북벌론이 대두되기도 하고, 명분만을 중시하던 사상체계의 변화가 일어나 수많은 실학자들이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민중 계층에서도 패배한 전쟁의 결과를 극복하기 위한 수많은 민담과 설화들이 창작되었습니다. 병자호란은 시대의 변화를 알리는 기폭제였으며 동시에 우리 민족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역사의 분기점이 된 사건이었습니다.



평시엔 농사짓고 전시에는 전투 임무, 둔전



병자호란 당시 남한산성에서 전투를 치렀던 부대의 규모는 무려 1만 명이 넘었습니다. 실제 전쟁 발생 시 남한산성에서 농성했던 인원은 기록에 따르면 임금과 관료, 궁인들, 그리고 성 외부에서 성으로 들어온 주민까지 포함하면 2만 5천여 명 규모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전시에 사용되는 이 많은 물자, 그 중에서도 특히 식량을 어떻게 비축했으며 또 평시에 산성에 주둔하는 상비군의 식량은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둔전이 바로 그 해답입니다. 둔전은 군사지역이나 시설에 주둔하는 병사가 전시에는 전투임무를 수행하지만 평시에는 논과 밭을 일구어 직접 군량을 생산하는 제도를 의미하는 말입니다. 즉, 남한 산성에 주둔했던 병사들은 평소에는 직접 농사를 지었다는 말입니다. 남한산성 인근 지역의 지명을 자세히 살펴보면 둔전과 관련된 지명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남한산성 옛길을 따라 산성의 동문으로 나가면 ‘오전리’라는 지명이 남아있는데 오전리의 ‘오’는 오동나무를 뜻하는 한자이고, ‘전’은 밭을 뜻하는 한자입니다. 여기서 ‘전’이 둔전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하남시 작평마을, 성남시 둔전동, 광주시 오포읍 군수둔리 등도 둔전과 관련있는 지명입니다.



농성의 필수연료 숯의 보관소, 매탄터  


숯을 묻었던 매탄터


매탄터 또는 매탄처는 숯을 묻어 놓은 장소라는 의미입니다. 남한산성에는 숯을 묻어 놓은 장소가 곳곳에 있었고 그 양도 상당했다고 합니다. 남한산성에 왜 숯을 묻어 놓은 것일까요? 남한산성은 험준한 산세에 의지해 축조된 농성용 방어산성이었는데요. 농성이라는 것은 적군이 물러날 때까지 성 안에서 버티는 전술을 말합니다. 전쟁이 일어나면 우선 왕과 군대, 그리고 산성 주위의 백성들은 모두 성 안쪽으로 이주합니다. 이때 성 바깥의 논과 밭은 적에게 이용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모두 불태웁니다. 삼국시대의 고구려가 수나라, 당나라와 싸울 때 사람을 모두 소개하고 외부의 물자를 깡그리 불태우는 청야전술을 자주 사용했다고 합니다. 남한산성에는 이런 농성전에 사용할 연료를 항상 성 내부에 비축해 두었는데 보관이 용이하고 연기가 나지 않는 숯은 최적의 연료였습니다. 그래서 남한산성의 주둔군 막사 주위에는 숯을 대량으로 비축해 두었던 매탄처가 남아있는 것이랍니다.

세부정보

  • 길 위의 이야기

    발행처/ 경기도 남한산성세계유산센터 /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

    발행일/ 2017년 11월

    총괄/ 이지훈(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 센터장)

    기획 및 진행/ 채치용(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 선임연구원) / 박다슬(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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