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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의 조우가 일상의 풍경이 되는 공간, 행궁동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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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와 현재의 조우가 일상의 풍경이 되는 공간, 행궁동 골목


수원, 행궁동 왕의 골목여행



220년 전 골목을 걷는다. 토박이 골목해설사가 들려주는 이곳의 변천사를 들으며 성 안 옛길이자 지금도 누군가의 삶으로 연속되는 현재의 길을 걷는다. 수원 화성 안 동네인 행궁동 골목길을 걸으며 생태문화와 전통, 예술을 체험하는 “행궁동 왕의 골목여행”이 주말마다 화성행궁에서 출발한다. 행궁동은 팔달로 1·2·3가, 구천동, 남수동, 남창동, 매향동 등 12개의 법정동을 품고 있는 행정동이다. 화성행궁 안에 위치한 문화재 보호구역이기도 한 이곳은 화성이 만들어진 이래 수원의 진정한 원도심이라 할 수 있다.



▲ 여행의 출발지인 화성행궁


행궁동 왕의 골목여행은 화성 축성 때 만들어진 길, 정조가 화성행궁으로 달려가던 길을 비롯해 옛 사람들이 만들어낸 골목골목을 누빈다. 골목여행은 생태문화, 전통체험, 예술문화 체험 등 주요 체험 주제에 따라 총 3가지 코스로 나뉜다. 군포 ‘담벼락 똑똑학교’ 청소년들과 함께한 이날 여행에선 생태문화를 체험하는 제1코스로 길을 떠났다.



삶으로 이어지는 역사, 행궁동 골목을 걷는 즐거움


화성행궁에서 출발한 여행은 옛 화성의 모습을 담고 있는 담벼락 갤러리를 거쳐 ‘이야기가 있는 옛길’로 이어진다. 화성 축성을 위해 동차, 수레가 지나다니던 그 옛 길, 화성 축성 때부터 사람들이 만들어낸 길에는 여전히 몇 세대를 흘러 흘러 또 다른 이들이 살고 있다. 왕의 골목여행이라 불리는 이유는 이곳이 정조의 발자취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정조는 화성 축성 후 13차례나 화성을 찾았다. 최초의 계획도시에는 정조의 애민정신과 개혁에의 꿈이 고스란히 길목마다 남아 있다. 행궁의 주인은 이제 사라지고 없어도 그의 꿈은 여전히 시대를 흘러 전해지는 듯하다. 골목해설사는 행궁동 골목길이 220년 전 그 옛 길이 고스란히 이어진 길임을 상기시켜 준다. 길 위에서 문득 깨닫는다. 지금 우리의 터전도 과거, 더 먼 과거 이름 모를 이 땅 누군가의 삶의 공간이었음을. 역사와 현재가 유리되지 않은 채 박제되지 않은 모습으로 조우하는, 그리고 그것이 일상의 풍경이 되는 도시 수원 그 중에서도 행궁동을 거니는 즐거움이 바로 여기에 있다.



▲ 담벼락 갤러리 / 이야기가 있는 옛 길에서 벽화를 따라해보고 있는 청소년 참가자들


‘이야기가 있는 옛 길’은 발굴조사 중인 화성행궁 우화관을 마주하고 있다. 우화관은 공무로 온 이들의 숙소로 활용됐던 건물이다. 여전히 이곳에서는 과거조차도 현재 진행 중이다. 옛 길 골목골목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벽화들로 채워져 있다. 골목해설사는 예쁜 소녀가 자전거를 타고 꽃길을 지나는 벽화가 그려진 어느 집 앞에서 일행의 발걸음을 멈춰 세운다. 편찮으신 주인 할머니가 꿈꾸었던 소녀시절을 담아 그림으로 남기게 됐단 이야기를 전해준다. 살고 계신 주민이 직접 그린 담벼락 벽화가 맞이해주는 집을 지난다. 골목은 주민들의 이야기를 그렇게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인터넷으로는 찾을 수 없는 마을 이야기를 건네 들으며 길을 재촉한다.



▲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벽화골목



미래 환경과 예전 이웃의 정취가 함께하는 곳, 행궁동


생태교통마을 커뮤니티센터로 향했다. 행궁동 생태교통마을은 지난 2013년 온실가스와 환경오염 물질을 줄이고, 무동력 이동수단과 친환경 전기동력수단 등 다양한 친환경 교통수단을 이용하여 환경적, 사회적으로 바람직한 교통체계를 실험했던 공간이다. 2013년 한 달 간 차 없는 생태교통 프로젝트를 끝마친 이래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 차 없는 거리를 실천하고 있다. 신풍로 프리마켓, 행궁골목장터, 공예체험, 먹거리장터, 거리공연 등 각종 문화행사도 같은 날 함께 열리고 있으며 커뮤니티센터는 생태교통의 체험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오늘 여행의 참가자인 청소년들은 쌈지 텃밭과 땅콩카페 쌈지공원에서 마을 생태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보며, 교과서에 갇혀 있지 않은 환경에 대한 생생한 배움을 얻는다.



▲ 생태마을 커뮤니티센터


빗물저금통을 활용해 집에 갖가지 식물을 키우고 계신 빗물저금통 할아버지 댁도 들러 간다. 인정 많은 주인은 웃음 띤 얼굴로 대문을 성큼 열고 손님을 기꺼이 반겨준다. 빗물저금통 할아버지 댁을 알려주는 우편함이 대문 밖에 내어 놓은 고추 화분만큼이나 정겹게 다가온다. 할아버지의 웃는 얼굴과 이 낯설지만 그리운 풍경에 슬쩍 미소가 배어난다. 골목의 풍경과 함께 잊고 살았던 오래 전 ‘이웃’이란 정취와 향수가 아련히 되살아난다. 단지 오래된 옛 풍경을 담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이 지금은 잊히고 있는 사람 냄새를 품고 있기 때문일 터. 이곳에선 이 모든 것들이 과거에 두고 온 추억으로서의 소회가 아니라 새롭게 덧대어 나가고 있는 이야기의 한 조각인 셈이다.



▲ 빗물저금통 할아버지댁


주민들이 만들어가는 현재진행형의 역사가 이곳에


1997년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후 화성 성역화 사업으로 행궁동의 많은 건물이 철거되고 구도심이라는 딱지가 붙은 채 활력을 잃어갔다. 그러나 주민들의 노력으로 행궁동 마을은 새로운 이야기를 덧입고 거리는 새롭게 정비됐으며 감성과 예술, 역사를 버무려 생기 넘치는 공간으로 재탄생되었다. 다시 종착지인 화성행궁으로 되돌아오는 길, 재미있는 풍경을 마주한다. 마을 예술가는 골목 어귀에 자연스레 나앉아 작품을 만들고 지나가는 행인은 이를 구경한다. 공방거리를 지나오며 예술이 어려울 것도 없이 일상의 언어로 소통되고 받아들여지는 느낌이 실로 근사하게 느껴졌다.



▲ 마을 예술가들이 자연스레 자리한 골목


왕의 골목여행은 2015년 행궁동 주민자치 프로젝트에서 시작됐다. 골목해설사는 이미 마을의 변천사와 이야기를 빼곡하게 꿰고 있는 토박이들이었지만 1년간 교육을 받고나서야 해설사란 이름을 얻을 수 있었다. 골목해설사와 함께한 왕의 골목여행이 특별하게 다가온 이유는 이곳의 주민들이 스스로의 이야기를 전해줄 뿐 아니라 그들 자신이 마을에 활력을 다시금 가져온 주인공이라는 매력 때문이었다. 그래서 필자가 몇 년간 화성을 몇 차례 돌아보았어도 알 수 없었던 생생한 이야기가 이곳에는 펼쳐 놓인 보물처럼 일상적이지만 특별하게 빛났다. 신청 단체에 맞춰 정해진 코스 이외에 맞춤 투어도 해준다고 하니 여행의 재미가 더 쏠쏠할 듯하다.



▲ 마을 예술가들이 자연스레 자리한 골목


단절된 역사, 박제된 과거가 아닌 새롭게 덧입혀 가는 현재진행형의 역사가 행궁동에 있었다. 주민들이 능동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덧대어 과거와 현재를 잇는 얼개를 짜고 마을의 활력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더 매력적이다. 삶과 이야기를 품고 있는 골목, 220년의 역사가 오늘로 이어지는 골목여행은 그래서 더욱 그 자체로 반짝였다.



▲ 활력을 되찾고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는 행궁동 골목


사진= 진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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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안내

[행궁동 왕의 골목여행]

일시: 매주 토, 일요일 11:30 (주2회)

집결장소: 화성행궁 광장 (종합 관광안내도 앞)

참가비: 무료

휴무일: 설날, 추석 당일, 우천 시

수시 투어: 단체관광객 (10명 이상)이 사전에 유선이나, 홈페이지로 예약 신청

신청방법: 홈페이지나 전화

☎031-228-7825(행궁동 주민센터)


*관련링크 홈페이지

http://www.swcf.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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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코스 생태문화 체험 (약 2.3km, 1시간 50분 소요)

화성행궁 (출발) - 신풍조 - 화령전 - 생태교통마을 커뮤니티센터 - 벽화골목 - 이아터 - 한민교회 - 정조대왕 언덕 - 땅콩카페 쌈지공원 - (구)설경동가옥 - 전통식생활체험관 - 장안문 성곽걷기 - 화서문 - 행궁동주민센터


2코스 아름다운 예술문화 체험 (약 2.2km 1시간 40분 소요)

화성행궁 (출발) - 신풍초등학교 - 이아터 - 수원시립미술관 - 북수동성당 - 팔부자 문구거리 - 금보여인숙 - 행궁동벽화골목 - 대안공간 눈 - 화홍문 - 무형문화재전수관 - 동신교회 - 매향, 삼일학교 - 수원화성박물관 - 여민각 - 화성행궁 (해산)


3코스 전통시장과 공방거리 체험 (약 1.9km 1시간 30분 소요)

화성행궁 (출발) - 아름다운 행궁길 공방거리 - 한데 우물길 -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촬영장소 - 행궁동레지던시 - 팔달사 - 팔달문 - 팔달문시장 - 유상 박물관 - 남수문 - 수원사 - 여민각 - 화성행궁 (해산)


2017.07.25



경기 진윤지

[인문쟁이 3기]


진윤지는 경기도 수원에 살고 있고, 커다란 통창 너머 햇살이 품어주는 동네 도서관을 사랑한다. 대학원에서 정치학을 전공하고 있으며 세상이 정의로워지는 것에 깊은 열의을 갖고 있다. 세상의 작은 소리에도 귀 기울일 줄 아는 열정 가득한 휴머니스트를 꿈꾼다. 인문학을 벗삼아 인생에서 성찰의 거울을 게으름부리지 않고 말갛게 닦고 싶어서 인문쟁이에 지원하게 됐다. 누군가에게 세상에 대한 생각 한 조각 불러일으킬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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