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360º] 문탁 네트워크 : 공부가 삶이 되고 삶이 공부가 되는, 소통과 나눔의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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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탁 네트워크 : 공부가 삶이 되고 삶이 공부가 되는, 소통과 나눔의 장


문탁 네트워크 공부가 삶이 되고 삶이 공부가 되는, 소통과 나눔의 장





문탁 네트워크에 접속하다

인문학은 최근 몇 년 사이 우리에게 부쩍 친숙한 단어가 되었다. 출판이나 강연은 물론 경영계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나 ‘인문’을 접할 수 있고, 많은 단체들이 인문학을 공부할 기회들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인문학 공부는 ‘일상’의 삶과는 거리가 먼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런데 인문학 공부와 일상의 삶이 분리되지 않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곳이 있다고 하여 찾아가보았다. 경기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위치한 ‘문탁 네트워크’ 가 바로 그 곳이다. 이곳은 함께 공부하는 ‘인문학 공간 문탁’, 품앗이 생산이 이루어지는 ‘마을작업장 월든’, 그리고 세미나실이자 공연장, 카페인 ‘마을공유지 874-6(파지사유)’까지, 다른 듯 하면서도 이어져 있는 세 개의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다. 2009년 아홉 명의 친구들이 모여 이반 일리치를 읽으며 시작한 모임이, 10대부터 중년까지 누구나 드나들며 일상을 채워가는 넉넉한 공간으로 성장했다. 규모는 커졌지만, 어떤 기관이나 단체의 도움도 받지 않고 구성원들의 생산활동을 통해 자생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골목을 사이에 두고 마주한 세 개의 공간. ‘마을작업장 월든’ 위층에 ‘인문학 공간 문탁’이 자리해 있고, 바로 건너편 1층에 ‘파지스쿨’ 이름도 걸려있는 ‘마을공유지 파지사유’가 있다.

문탁에서는 평일 오전에서 주말 오후에 이르기까지 공부하는 모임이 끊이지 않는데, 세미나의 주제나 방식의 폭이 매우 다양하다. 입문세미나로 기존의 문탁회원 1명이 튜터가 되어 인문학 초심자들과 함께하는 입문세미나 ‘마녀(마을속에서 좋은 삶을 찾고, 질문하는 여자들)의 방’이 있는가 하면, 1년 이상의 긴 호흡으로 동서양의 고전을 읽는 ‘내공 프로젝트’ 도 벌어지고 있다. 이 외에도 한문, 일본어, 중국어 등 외국어 텍스트를 읽어나가는 모임과 글쓰기, 철학, 문학 세미나 등 서로 가르치며 배우는 자리가 계속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을 위한 ‘주권 없는 학교’까지 있어, 장르와 연령을 초월한 공부의 장이라 할 수 있겠다. 문탁의 공부는 사뭇 진지하다. 소유의 대상으로 지식을 쌓거나, 힐링의 도구로 인문학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 자체에 대해 고민하며 연구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참으로 일상적이고 따뜻한 공간이기도 하다. 문탁의 ‘마을작업장 월든’에서는 함께 밥을 지어 먹고 빵을 굽고 커피를 내리는가 하면, 가구를 만들고 길쌈까지 한다. 무거운 공부방이라기보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언제든지 드나들 수 있는 동네 사랑방 같은 느낌이다. 인문학을 공부하는 공간에서 으레 연상되는 정적인 분위기와는 달리, 문탁에는 역동적인 기운이 가득했다. 특히 문탁 인문학 축제가 열리는 10월에는 더욱 활기가 넘친다.

공부의 열매를 나누는 명절, 인문학 축제

매년 가을 열리고 있는 ‘인문학 축제’는 문탁 네트워크의 ‘명절’과도 같은 행사이다. 문탁 회원들은 누구나 ‘축제 준비위원회’가 되어 축제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나갈 수 있고, 발표자나 공연자로, 혹은 청중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
가을에 거둘 곡식의 씨앗이 봄에 뿌려지듯, 가을에 열리는 문탁 인문학 축제의 주제는 대개 봄에 정해진다. 문탁의 이희경 대표에 따르면 “주로 우리 공동체가 현재 부딪히고 있는 고민”들을 주제로 삼는다고 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함께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이것을 어떻게 공부해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에서 축제 준비가 시작되는 것이다. 축제의 주제를 중심으로 공부할 방향과 내용을 정하여 이를 여러 세미나에서 함께 연구하고, 이렇게 공부한 결과물들을 모아 알찬 책으로 엮어내기까지 축제 준비는 몇 달에 걸쳐 진행된다. 이렇게 준비된 축제에서는 세미나 회원들의 발표와 토론, 퍼레이드와 공연에 이르기까지 풍성한 나눔의 장이 펼쳐진다.
여섯 해째를 맞이한 올해 인문학 축제는 “부(富),족함을 아는 삶 – 부엔 비비르”라는 주제로 열렸다. 축제 준비 기간 동안 무엇이 좋은 삶인가, 어떻게 해야 좋은 삶을 살아갈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이어져왔고, 축제에서는 이렇게 고민하며 공부해온 것들을 함께 나누는 자리들이 마련되었다. 10월 22일 마을 영화제와 10월 28일 촛불 명상요가로 전야제가 있었고, 10월 29일부터 31일까지 3일간 축제가 열렸다. 하루씩 각각 “고전 Day – 문명과 양생”, “선물 Day – 선물과 연대”, “그린 Day – 반성장과 좋은 삶”을 세부 주제로 하여, 토론회와 세미나, 퍼레이드, 공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진행되었다.
















▲ 파지사유 카페 입구에 게시된 축제안내 현수막


공부한 내용을 발표 형식으로 전달하는 프로그램뿐 아니라, ‘2030과 4050의 거리’ 공감 토크, ‘좋은 삶을 향한 대토론회’ 등 축제의 주제에 대하여 각자 공부하며 고민해온 생각들을 주고받는 자리들이 마련되었다. 특히 인상적인 프로그램은 “은밀한 것이 샘이나”로, 평소 따로 진행되고 있는 세미나의 구성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 공부해온 내용을 나누고, 세미나에서 읽었던 책을 다른 세미나의 회원들에게 선물하는 시간이다. 문을 꼭 닫고 들어앉아 책만 들여다보며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공부한 것을 적극적으로 나누려는 노력, 이는 더없이 ‘인문학적인’ 교류가 아닐까 싶다.


▲ 세미나가 진행되는 파지사유 카페에 준비된 과일과 떡 

문탁 인문학 축제의 세미나를 들으면서 가장 놀라웠던 것은 참여한 사람들의 분위기였다. 발표자의 차분한 목소리와, 다소 딱딱할 수 있는 내용에도 불구하고 집중도가 매우 높았다. 하지만 엄숙한 주목이 아닌 화기애애한 공감의 분위기였다. 칠판은 한자로 덮여 가는데, 하품은 커녕 활기찬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어쩌면 이렇게 즐겁게 공부하는 걸까? 어리둥절해질 정도로 활기가 넘치는 시간이었다.


▲명리학 세미나를 듣고 있는 회원들

문탁의 문턱을 나서며

아주 진지하게 그러면서도 너무나 유쾌하게 세미나를 마치고, 회원들은 축제 첫날의 마무리 행사인 ‘탈핵 퍼레이드’를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의상과 도구를 갖추고 밖으로 걸어 나오는 얼굴들에는 설렘이 가득했고, 눈빛은 반짝였다. 하지만 이 반짝임은 무거운 긴장감이 아니라, 여전히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지는 축제다운 즐거움이었다. 마을 풍물패 ‘덩덕쿵이’가 찾아와 신명나는 소리로 앞장섰고, 탈핵 퍼레이드를 위해 직접 제작했다는 ‘평화의 새’와 허수아비, ‘호모 사케르’들은 덩실덩실 춤을 추며 뒤따랐다. 그렇게 즐거운 행진으로, 축제의 첫날이자 일상의 또 하루가 마무리되었다.


▲ 탈핵퍼레이드 출발을 준비하는 모습

세미나 시간에만 와서 잠시 머물렀다 돌아서는 학원 같은 곳이 아니라, 공부하다가 밥도 먹고 일도 하며 서로의 배움을 나누는 곳. 문탁의 문턱을 나서면서, ‘인문학’이 ‘일상’의 삶과 유리된 것이 아님을, 공부가 삶이 되고, 삶이 공부가 되는 공간이 가능함을 느끼며 새삼 가슴이 설렜다. 작은 물줄기가 점차 큰 강이 되어 흐르고 바다를 이루듯, 처음에 작은 모임으로 시작되어 이렇게 북적이는 공동체를 이룬 문탁이 앞으로 어떤 물결들을 일으킬지 기대된다. 어떤 바다를 향해 어떤 길로 흘러가야 할 것인가? 이는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고민해나가야 할 물음일 것이다.

2015.12.01



경기 이우영

[인문쟁이 1,2기]


이우영은 군포시에 살고 있고 18년 차 주부다. 두 아들을 키우면서 글을 쓰고 사진 찍기를 꾸준히 해왔다. 주로 작업하는 장소는 집과 수도권 여기저기다. 종종 홍대 부근 공연장에서 락 음악을 듣는다. 사람의 심리에 관심이 많고, 사람파악을 제법 한다는 얘기를 자주 듣는다. 요즘에 만나보고 싶은 역사적 인물은 사도세자다. 40대가 되고나니 가정에서의 ‘나’ 와 있는 그대로의 ‘나’ 를 균형있게 발전시키고 싶다. 인문학이 좋은 인생지침이 될 것이라 생각해 인문쟁이에 지원했다. 인문에 더욱 가까운 나로 성장하고 싶다. drama7203@naver.com





#경기 #문탁네트워크 #인문 #용인 #마을공유

@이우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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