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무형문화재 총람] 악기장 북메우기 보유자 임선빈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30호


『경기도 무형문화재 총람』은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에서 2017년 발행한 경기도 지정 무형문화재 종합 안내서입니다. 이 책은 기능보유자와 예능보유자 66명의 삶을 조망하고 보유 종목에 대한 소개와 다양한 단체에서 제공한 진귀한 사진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지씨에서는 이 책에 소개된 경기도의 무형문화재를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총람』 전문 보기



하늘을 열고, 땅을 울리고, 심장을 뛰게 만드는 웅장하고 장엄한 소리는 어디에서 비롯되는가. 분명 자연에서 올 것 같은 이 커다란 울림은 한 장인의 손끝에서 만들어져 온 대지 속으로 공기를 가르며 퍼져나간다. 천지를 진동케 하고 삶에 기운을 북돋아주는 큰북을 특기로 하는 경기도무형문화재 제30호 악기장(북메우기) 임선빈 선생은 청각장애를 뛰어넘어 북의 완전한 울림을 만들어 내는 하늘이 낸 장인이다.


임선빈 선생이 생명이자 천명과도 같은 북과 만난 것은 넝마와 거지생활을 하던 10살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6·25가 나던 1950년 선천성소아마비로 태어난 임선빈 선생은 서울 이촌동에서 집단거지생활 중 폭력을 견디다 못해 몇몇 형들과 탈출했다. 기차를 타고 무작정 간 곳이 전라도 여 수 덕양. 그러나 덕양 우시장에서 선천성소아마비로 다리가 불편한 임선빈 선생은 걸리적거린다고 버림을 받았다. 더구나 동네 아이들이 던진 돌을 맞아 머리에 피까지 흘렸다. 임선빈 선생을 발견한 것은 그를 운명처럼 북소리로 이끈 첫 스승 황용옥 선생이었다. 소가죽을 사러 왔다가 그를 보고는 대구 공방으로 데려갔다. 잔심부름을 하던 임선빈 선생은 11살부터 북 만드는 기술을 익혔다. 손재주와 눈썰미가 뛰어났던 임선빈 선생의 실력이 눈에 띠자 이를 시기한 선배들이 임씨를 때려 오른쪽 청력을 잃었다. 나머지 한 쪽 귀마저 청력이 약해 보청기를 사용해야 하는 임선빈 선생은 소리가 생명인 북메우기 장인으로서 최고의 결함을 가졌지만 그가 천상을 울리는 북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그의 첫 스승의 사랑과 가르침 때문이었다. 스승은 그에게 북만드는 법은 물론 소잡는 법과 가죽 고르는 법, 심지어 북을 만들기 전 마음속으로 관세음보살을 찾으라는 마음가짐까지 모든 것을 내주었다. 지금도 대형북을 만들 때는 스승의 말씀을 잊지 않는다.


스승이 세상을 뜨면서 공방이 문을 닫은 후 생계를 위해 단청을 배우던 시절, 두 번째 스승인 대구시무형문화재 김종문 스승을 만난다. 첫 스승으 로부터 미처 배우지 못했던 기술까지 전수 받은 임선빈 선생은 본격적으로 북메우기에 들어갔다.




북의 생명은 소리다. 임선빈 선생은 소리를 고를 때 보청기를 뺀다. 오로지 손끝 울림과 마음으로 소리를 듣는 것이다. 소리가 좋지 않을 경우 완성한 북을 몇 번이고 뜯어낸다. “형상이 있어도 소리가 틀어지면 존재하지 않는 것입니다.” 미세한 북의 울림을 감지하는 능력은 수없이 반복된 노력에 의한 것이든, 천부적인 것이든 임선빈 선생은 혼신을 바쳐 전통북을 만든다.


북메우기는 소나무로 만든 울림통에 무드질한 쇠가죽으로 피를 씌우는 작업이다. 여기에 고리를 달고, 줄을 매고, 소리를 잡고, 칠과 단청까지 마치면 하나의 북이 탄생한다. 북의 소리는 가죽의 두께뿐만 아니라 소의 부위별로 다르다. 소리북은 소의 목 부위, 사물놀이 북은 엉덩이, 무속인들이 쓰는 소북은 배 부위를 사용한다. 특히 대북은 앞·뒤 한 마리씩 2마리의 소가죽이 들어가는데다 웅장한 느낌과 상, 하, 좌, 우의 음을 다르게 잡아야하기 때문에 부위별로 가죽을 다듬는 방법이 다를 뿐 아니라 앞·뒤 균형까지 맞추려면 정신을 바짝 차려야한다. 다듬어진 쇠가죽의 부위까지 맞출 정도로 뛰어난 촉을 자랑하는 임선빈 선생도 어쩔 수 없다.


대전에서 북을 만들던 시절, 안양시에 기증할 북을 제작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1997년 안양에 올라와 8개월간에 걸쳐 국내 최대의 소리북을 완성했으니 울림통 240㎝, 통길이 220㎝ 크기로 제작된 ‘안양시민의 소리북’이다. 1999년 경기도무형문화재로 지정되던 날의 감격을 잊을 수 없다. “이루었구나!” 하는 감동과 함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쳤다. 임선빈 선생은 요즘 몸이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 기력이 남아 있을 때 길이 남을 수 있는 대 북을 만드는 게 소원이다. 기계식 북이 대세가 돼 가는 오늘날 정교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전통 방법의 계승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대북에서 울려퍼지는 천둥같은 소리로 일깨워지길 기원해 본다.



2011년 판소리북(위), 장고(아래)


초대형 소리북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30호 악기장 북메우기


지정일1999.10.18
보유자임선빈(1950년생)
전수조교임동국
특기사항1997년 국내 최대 '안양시민의 소리북' 제작(울림통 240cm, 통길이 220m 크기)



#경기도 #경기학연구센터 #무형문화재 #악기장 #북 #북메우기 #북제작

@임선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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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의/ 031-231-8576(경기학연구센터 담당 김성태)

      발행일/ 20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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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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