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경기문학] 《빛의 미로》, 박규민

경기문학 20


2018년 경기문학 시리즈가 10월 발간되었습니다. 이번 시리즈는 문부일을 비롯한 소설가 6인의 소설집 6권과 천수호 등 시인 16인의 작품을 묶은 시집 1권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문학이라는 경이(驚異)를 기록(記錄)한다는 의미의 경기문학驚記文學 시리즈는 경기문화재단, 경기도,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경기도에 거주하는 문인들에게 창작지원금을 지급하고 그들의 선정 작품을 시리즈물로 출간하였습니다. 지지씨에서는 작가와 작품을 중심으로 경기문학 시리즈를 안내해드리고자 합니다.

작가 박규민이 경기문학驚記文學 시리즈로 신작을 내놓았다. 《빛의 미로》는 동명의 소설과 ‘만조’ 두 편의 단편소설 모음집이다. 표제작 〈빛의 미로〉의 주인공 민주와 ‘나’는 같은 요양원에서 일하는 말단 행정직 직원이다. 수백 명의 노인을 보호할 만큼 규모가 큰 곳이어서 직원도 많고 잡무도 만만치 않다. 하루 종일 들어야 하는 윗사람의 잔소리나 빈정거림 역시. “퇴근하고 나서도 고막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 잔소리를 떨쳐내기 위해 시끄러운 록음악만 울려 퍼지는 술집에 혼자 들르던 그들은, 그곳에서 우연히 같은 증상을 앓고 있는 서로를 발견하고 급속히 가까워진다. 그러나 꼭 닮은 것처럼 보이던 그들을 갈라놓는 사건이 발생한다. 요양원에 있어야 할 토마스 할아버지가 한밤중에 거리를 배회하는 모습을 발견한 것. 모른 척할 것인가, 경찰에 신고할 것인가, 자신들이 직접 요양원에 데리고 갈 것인가. 그들은 이 문제로 설전을 벌이다가 서로를 잃을 위기까지 맞는다. 〈만조〉의 주인공은 아직 마흔도 되지 않은 젊은 사내다. “늘 누군가와 다툼으로써” 인생의 내리막을 탔다고 생각하는 그는 폭행사건으로 고등학교를 그만둔 이래 주로 사람이 적은 곳에만 머물렀다. 그에게도 한때는 ‘친구’가 있었다. 그러나 사람이 많이 모인 곳에는 그런 만만한 ‘친구’를 잔인하게 괴롭히는 놈들도 함께 있었다. 사내의 문제는 이런 폭력적인 권력관계를 참아내지 못한다는 것. “사회는 ‘친구’들로 가득 차 있었고 그는 그들을 위해 앞장서다가 외톨이가 되거나 직장을 잃었다.” 사회적 배경이나 경제적 능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개인의 정의감은 그를 오히려 삶의 막장으로 내몰 뿐이다. 그렇다면 이 사내에게 만약 돈이 있고 그럴듯한 신분이 있다면 어떨까, 그에게 전혀 다른 삶이 펼쳐질 수 있을까?



박규민


1993년생. 2016년 대산대학문학상에 당선되어 등단.







책 속에서


민주는 저승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이 하나 있다고 알려주었다. 환하게 웃는 유년기의 얼굴 뒤로 짙은 안개가 깔려 있다고 했다. 나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서 맥주를 더 시켰다. 술집에는 사람이 많았고 종업원이 오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마실 술도 없는데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으면 민주가 지루해할 것 같아서, 사진을 보여줄 수 있느냐고 물어봤다. 민주는 배시시 웃더니 집에 있다고, 그러니까 자기 집에 같이 가자고 대답했다.


---〈빛의 미로〉 중에서



청소부는 사람들이 이상할 만큼 시끄럽게 떠든다고 생각했다. 그게 자신이 변했기 때문임을 알게 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작업복을 입고 돌아다닐 때면 해변에 있는 이들은 시선을 주지 않으면서도 그의 존재를 시종일관 신경 썼다. 그가 가까이에 오면 뭐가 그렇게 불편한지 하던 말들을 멈추었고 그가 떠나갈 때까지 침묵을 이어가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엿들을 수도 있을 만큼 가까이에서 들려왔경기문학다. 낯설었다. 어떤 여자가 그의 팔을 톡톡 건드렸을 때는 놀랍기까지 했다.


---〈만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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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민

    • 경.기.문.학.(驚.記.文.學)20

      지은이/ 박규민

      분야/ 한국문학

      시리즈구성/ 총7권

      출간일/ 2018년 10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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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경기문화재단

    자기소개/ 경기문화예술의 모든 것,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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