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360º] 우리는 그렇게 벗이 된다 : 용인 '벗이(VERSI)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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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그렇게 벗이 된다 : 용인 '벗이(VERSI) 미술관'


우리는 그렇게 벗이 된다 -용인 '벗이(VERSI) 미술관'


❝예술은 사람들이 마련해 놓은 침대에서 잠들지 않는다. 진정한 예술은 예술이라고 불리는 동시에 사라지기에, 익명으로 남기를 원한다.

예술의 최고의 순간은 그 이름마저 잊을 때이다.❞ -1953년 아르브뤼 컬렉션 장 뒤페 선언문中



예술, 사람을 향하다


예술이 곧 인문학은 아니겠지만, 예술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경계를 이어주는 것임에는 틀림없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예술은 인문과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보다 사람을 향하는 예술을 만나기 위해서 경기도 용인에 있는 ‘벗이(VERSI) 미술관’을 찾았다. ‘벗이 미술관’은 2015년 개관한 아시아 최초 아르브뤼 전문미술관이다.  


▲ 한적한 도시 외곽에 위치한 ‘벗이 미술관’. 자연 속에서 여유롭게 관람 할 수 있다.

벗이 미술관에서만 만나볼 수 있는 ‘아르브뤼’는 ‘다듬지 않은 거친 형태의 미술’이라는 뜻으로 1945년 프랑스의 화가 장 뒤 뷔페(Jean Dubuffet)가 제시한 용어다. 아르브뤼는 전문적으로 예술을 배운 예술가의 손끝에서 탄생하지 않기에 예술적 표현에서 소제, 주재, 재료에 대해 자유롭다. 그래서 아르브뤼 그림은 보는 이들에게 때 묻지 않은 어린아이의 낙서 같은 느낌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 자연 속에 있는 ‘벗이 미술관’은 전시실, 작가실, 카페 등 복합 예술 공간이다.

/ 야외에서 만나볼 수 있는 “Flying VERSI with the birdman" 프로젝트. 현재 상설 전시중이다.


벗이 미술관의 ‘벗이’는 한글로는 ‘벗’이라는 이름으로 항상 우리 곁에 있는 친구, 소중한 벗이 되고자 하는 한편, 영어로 ‘VERSI'는 ’다양성(Diversity)'이라는 키워드를 의미한다. 예술가가 아닌 이들의 작품을 예술로 인정하고 존중하는 벗이 미술관이 지향하는 바는 이름에서부터 담뿍 묻어나온다. 벗이 미술관은 의료법인 용인병원이 지향하는 서비스 영역의 다양화 사업 가운데 하나로, 아르브뤼 예술을 통해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 장애인, 비전문가, 영세민들이 함께하는 사회를 꿈꾼다.


왜 사회의 소외계층을 향하는 것일까. 대다수의 아르브뤼 작가들은 정신장애인(정신질환자)인데, 이 개념 자체가 이들 내면에 있는 예술성을 하나의 작품으로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벗이 미술관은 예술을 통해서 장애인에게는 창작의 기회를, 일반인에게는 인식개선을 도모하고 우리 모두에게는 예술이라 할 때 떠오르는 고정된 관념들을 타파시켜주데 노력을 가하고 있다. 또한, 벗이 미술관은 다루는 장르뿐만 아니라 건물에서도 사람을 향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다. 설계 당시부터 도입된 ‘베리어 프리(Barrier free)’는 방문하는 누구나 불편함 없이 전시를 관람하고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 전시장 입구에 들어서면 볼 수 있는 모형. 동물의 모습 속에서 현대인의 모습이 떠오르곤 한다.



속함과 속하지 않음


인간은 사회에 속해있기도 하고, 그 자체로 온전한 개인이기도 하다. 때로는 사회에 속하고 있지만 속한 것 같지 않은 군중 속의 고독을 느끼며 인간은 ‘속함과 속하지 않음’에 대해서 고민한다. 이런 지끈지끈한 고민은 ‘우리 밖의 동물원 展’에서 훌훌 털어버릴 수 있을 것이다. 전시장에는 동물원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다양한 동물 그림이 곳곳에 걸려있다. 하지만 전시장의 그림들은 우리가 보편적으로 인식하는 동물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그림 속 동물은 작가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 무의식에서 피어난 이미지로 저마다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다. 다듬어지지 않은 미술이기에 처음에는 낯설게만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천천히 마음을 열고 해석 아닌 이해하려 한다면 얼마나 신선하고 독특한 표현인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 전시실 내부. 종이에 연필로 그린, 서툴지만 순수한 동물 그림들을 만나볼 수 있다.


‘우리 밖의 동물원展’은 동물을 통해 인간 내면에 있는 본능을 말한다. 심리학에서 동물은 인간의 미완 모습, 원시적이고 본능적인 성질을 뜻한다. 이는 곧 동물이 인간 내면의 정신적 내용, 본능의 상징임을 뜻한다. 하지만 때때로 이성이 아닌 다듬어지지 않는 본능을 표출하면 사회 속에서 ‘우리 밖의 동물’로 전락하고 만다. 그렇기에 이 전시는 동물을 통해 인간이 현대사회 속에서 본능을 저 마음 깊은 곳에 억누르고 잘 어울리는 것만이 공존은 아니라는 것을 일러준다. 그 대신 때로는 동물처럼 본성을 스스럼없이 드러내며, 각 개인이 지닌 개별성을 인정하고 서로를 배려하며 소통함이 모두 공존이라는 것을 널리 알린다. ‘우리 밖의 동물원 展’은 단순히 동물 그림만을 보여주는 전시가 아닌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