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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마을로부터 소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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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 마을로부터 소생하다


동네서점 '우주소년(宇宙少年)



언제부터인가 ‘동네’가 낯설게만 느껴진다. 옆집에 누가 살고 있는지도 모르는 데, 내가 사는 동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살아갈 리가 만무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서둘러 학교로, 직장으로 떠나야만 하는 도시인의 일상에서 동네가 포함되기란 그리 쉬운 여건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생각을 달리해보면 일 하는 곳과 사는 곳이 아주 또렷한 현대인에게 있어서 ‘동네’만이 삶의 간극을 좁혀줄 유일한 해결책일 수도 있다. 나와 당신, 그리고 우리가 공존하는 동네에서 비로소 다시 나의 존재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잊고 지내던 동네의 의미를 찾아 길을 나섰다. 그리고 그 길목에서 동네책방 ‘우주소년’을 만났다.


▲ 도시의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동네서점 ‘우주소년’ / 책, 커피와 함께하는 ‘우주소년’의 전경

‘동네’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그 동네에서만 볼 수 있는 고유한 것들이 있어야 한다. 대기업의 자본이 스며들어있지 않은 동네 주민에, 주민을 위한, 주민에 의한 공동체 네트워크의 구축이 필요한 것이다. 경기도 용인의 어느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동네서점 ‘우주소년’은 서점이라는 공간으로 동네에서 그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다.


▲ ‘우주소년’은 테마가 있는 큐레이션 서점으로, 건축·소설·영화·여행이 중심 키워드다.
/ 키워드에 맞춰 책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다.

책이 독자와 작가의 만남을 성사시켜주는 연결고리라면, 우주소년은 주민과 주민을 이어주는 데 제 몫을 다하고 있다. 마을 문화공방에서부터 마을의 책방이 되기까지 우주소년은 동네에서 시작했고 동네와 함께했다. 어린왕자가 소행성 B612에서 외로이 존재했다면, 동천동의 동네소년은 절대 외롭지 않다. 책과, 커피, 사람과 늘 함께하니 말이다. 우주소년의 대표 ‘박우현’을 만나 소년의 외침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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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와 소년이 만나는 공간
우주소년 대표 박우현

Q. 왠지 ‘어린왕자’가 떠오르는 이름이에요. ‘우주소년’은 무엇을 담고 있나요?
A. 우주소년의 조합은 제가 꿈꾸는 소년성과 우주의 만남이에요. 소년은 아는 게 적어 무지하지만 그 안에는 순수함이 있죠. 소년답게 살아가고자 했는데 아이가 커가면서 저도 모르게 꼰대(?)의 모습을 보이더군요. 그래서 소년성을 회복하고자 소년이란 단어를 생각했어요.

주는 쉬워요. ‘사람이, 책이 우주다!’라는 거죠. 변방에서 중심으로, 지구에서 변방인 우주를 떠올리면 무엇이든지 가능한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렇게 우주와 소년이 만나게 됐는데, 어감이 재밌더라고요. 어쩌면 어린왕자와도 비슷할지도 모르겠네요. 재밌는 이름만큼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와서 행복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도 있고요.



Q. 도시의 주택가에 위치해 있는데 우주소년은 어떤 공간인가요?
A. 단순히 책만 파는 공간은 아니에요. 애초에 책만 판다고 이 공간이 유지되지도 않고요. 대기업이 잠식한 출판업계에서 동네서점은 그들이 내세우는 가격이나, 편리함에서나 상대를 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이곳은 자본이 가져다주는 것 말고 다른 무언가를 제공하려고 하죠. 어찌 보면 책의 본질을 추구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책은 소비를 위한 소비가 아닌 생산을 전제로 하는 소비에요. 사람들이 책을 보는 이유도 책을 통해 무언가를 얻으려하는 것이지 돈을 벌기 위함은 아니니까요. 그렇기에 저 또한 이곳을 단순히 왔다 가는 곳이 아닌, 무언가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곳으로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킹스맨’ 전략이죠. 킹스맨의 본부가 겉으로 보기엔 양복점에 불과하지만, 알고 보면 엄청난 일을 계획하는 공간인 것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우주소년’입니다.(웃음)

Q. 새로운 것을 생산한다고 하셨는데 구체적으로 무엇인가요?
A. 동네에서 시작했듯이, 새로운 생산도 동네에서 합니다. 책방에서 책을 사고, 강의를 듣고 친교를 맺는 단계까지는 어느 정도 도달 할 수 있지만 이때 모인 이들이 무언가를 만드는 단계로 나아가기까지는 어려움이 많죠. 그래서 우주소년은 열 명 남짓한 강좌에서 시작해 출판과 뉴미디어를 생산하는 활동을 하고 있어요.


▲ 때로는 동네 주민의 주문에 의해 책이 들어오기도 한다. / ‘우주소년’이 추천하는 도서 목록이 적힌 칠판

Q.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다면요?
A. 우주소년 소규모 강좌 중에서 일본어 번역교실에서 진행됐던 건데 이때 모임 사람들이 함께 번역을 하고 번역물을 출판했어요. ‘출판을 하자!’라고 마음먹으니 동네에 사는 편집자, 출판계에 있는 사람 등이 모여서 마을 네트워크가 자연스레 구축되었죠. 이 일은 동네주민이 함께했기에 가능했다고 봐요. 같을 일을 하더라도 자기가 사는 동네에서 일을 하면서 더욱 보람을 느끼고 생산에 적극적으로 임하게 된 것이죠. 그리고 지금도 우주소년에서는 다양한 창작이 이뤄지고 있어요. 요즘에는 ‘머내여지도 프로젝트’로 이곳(동천동)의 옛 발자취를 더듬어 이 동네가 언제, 어떻게 생겼고 어떤 이들이 처음 꾸려나갔는지를 조사하는 일을 집중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Q. ‘우주최강원두카페’라는 별칭을 보았습니다. 커피와 책은 무슨 관계라 생각하시나요?
A.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17~18세기 유럽의 커피하우스 그리고 80년대 우리네 대학가를 떠올려 보세요. 그 당시 커피를 파는 곳에는 책이 있는 곳으로, 언제든지 공론이 열리는 장소였습니다. 공론의 장으로서 커피하우스는 유럽의 근대화와 시민혁명 뿐 아니라 시민의식의 성숙도 가져다주었죠. 하지만 모든 자본이 기존의 판을 엎어버리는 것처럼, 커피하우스도 카페의 등장으로 공론의 장 기능을 상실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생각을 바꿔볼 필요가 있어요. 커피하우스가 아닌 서점에서 공론을 꺼내자는 것이죠. 서점에서 커피를 팔면 언제든지 공론의 장을 다시 열 수 있습니다. 책이 얘깃거리를 던져주는 셈이죠. 그렇기에 저는 18세기 커피하우스 역할을 오늘날 동네책방이 다시 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듭니다. 끊임없는 공론의 장은 책과 커피 오로지 이것뿐이면 되거든요.

Q. 앞으로 우주소년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A. 이 마을에서 중심이 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아요. 그건 제 역할이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 대신 마을에서 사람을 모으기 위한 역할 중 하나로는 있고 싶어요.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책과 마을이 순환될 수 있는 미래를 꿈꿉니다. 그렇다고 공간을 늘린다거나 그런 계획은 없고, 지금 이곳에서 계속해서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설 계획입니다. 지금도 크지 않은가요?(웃음)

도시에서 동네의 의미는 무엇일까. 자본이 더 빠른 변화를 가져다줄수록 주변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내가 두 발을 내리고 있는 곳이 어딘지, 내 시선이 향하는 곳은 어딘지 생각해본다면 곧 동네 속에 있는 나를 볼 수 있을 것이다. 책, 커피, 사람과 함께하는 우주소년의 팽창은 오늘도 현재진행형이다.

사진= 이다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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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소개 자세히보기] 우주소년

*공간안내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수풍로127번길 5
☎ 031-276-3408

*관련링크

2017.01.09



경기 이다선

[인문쟁이 2기]


이다선은 경기도 용인에 살고 있고, 집안에 만들어 놓은 서실이 개인의 아지트이자 작업실이다. 현재는 대학에서 철학 공부에 전념하고 있으며 철학을 배우다 주위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싶어서 인문쟁이에 지원하게 되었다.그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감정을 노래한 고대 그리스의 서정시인 사포를 만나보고 싶다. 이 기회를 통해서 책장 밖으로 나온 철학을 맛보고 싶다. 음, 그러니까 우리 주위의 인문정신에 대해서 말이다. ssundas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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