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뷰] 현대용접조각전 <불로장생長生>

2018.10.12-2018.12.23 / 불꽃으로 빚어낸 예술

이 글은 성남문화재단의 격월간 문화예술 매거진〈아트뷰〉10+11월호의 본문 내용입니다.

현대용접조각전 <불로장생長生>


불꽃으로 빚어낸 예술


성남큐브미술관은 현대용접조각전 <불로장생長生>을 개최한다. 흔히 용접(熔接, welding)이라 하면 건설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불꽃 튀는 작업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미술에서도 용접은 오랜 시간 작품을 만드는 작업 방식으로 이용되어오고 있다. 이번 현대용접조각전 <불로장생長生>은 용접, 즉 무언가를 녹여서 접합시키는 방식의 작업에 천착해온 작가들의 독특한 조형 세계를 살펴보는 주제기획이다. 현대조각의 오늘을 있게 한 결정적인 기법이자 방식인 용접술에 주목하며, 이를 원용·응용한 조형적 변용과 그 가능성에 대해 살펴보는 자리가 될 것이다.


글 | 민재홍 성남문화재단 전시기획부 과장




용접조각은 20세기 초 대장장이 아버지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은 훌리오 곤살레스(Julio Gonzalez, 1876~1943)와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1881~1973)의 협업으로 그 틀이 만들어졌다고 전해진다. 당시 조각에 있어서 새로운 재료였던 철과 작가에게 자유로운 표현 방식을 가능하게 해주었던 용접 기술은 기존의 미술 양식이나 미술 사조를 뛰어넘는 새로운 조각술로서 확고히 자리를 잡아나갔다. 한국용접조각은 1950~60년대 당시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기존의 석조나 목조가 매스mass에 집중했다면, 공간과 여백을 살린 용접조각은 세밀하거나 날카로운 표현이 가능했으며, 작가의 생각을 보다 분명히 전달할 수 있는 매력적인 방식이었다. 또한 전후戰後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도 철이라는 작품 재료를 어렵지 않게 수급할 수 있었기에 빠르게 확산하였다.


오늘날에는 용접조각을 단순히 철조로 국한하기에는 너무나 다양한 재료들이 사용되고 있다. 스테인리스, 아크릴, 스티로폼, 비닐 등과 같은 재료들은 새로운 용접 방식을 이끌어냈다.


고명근_Building-66_73x63x35cm_Digital film 3D-collage_2018


고명근은 대학에서 조소를 전공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대학원에서 순수예술을 전공하며, 다양한 장르에 대해 연구하게 된다. 그중 사진에 집중하며 사진조각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만들어내는데, 그 작업 방식은 굉장히 복잡하고 민감하게 진행된다. 투명 OHP필름에 사진을 출력하고 그것을 다시 두꺼운 투명 합성수지판에 압착한 후 이들 면과 면이 만나는 부분을 인두기로 녹여 접착시키는 방식을 통해 평면으로부터 비롯한 입체 조형물을 만들어낸다. 투명한 면들이 겹쳐져 새로운 환상 공간을 만들어내며, 세계를 돌아다니며 수집한 자연과 건축물들은 시간과 공간을 넘어 새로운 현실로 재구성된다.


김재각_복합적오해-산#2_280x200x50cm_stainless steel, wire netting, welding_2016


김재각의 작품은 스테인리스로 이루어져 있으나 바람에 날리는 실크 스카프처럼 공중을 부유하고 있다. 작품에 사용된 철망들은 무수한 선들을 만들어내며 층층이 겹쳐져 새로운 공간감과 환상적 착시를 불러일으킨다. 또한, 용접에 의해 발생한 불의 흔적들은 철 고유의 색을 변화시키는데 작가는 이러한 상처를 꽃으로, 의도적인 명암의 효과로 사용하고 있다. 작품의 주제는 작가 주변의 직간접적 생활 이야기이지만, 주제의 해체와 재조립의 반복 속에서 그 의미는 모호한 추상 형상으로 남겨진다.



김선혁_The vague truth_painted stainless steel_215x480x110cm_2016


김선혁은 세밀하고 섬세한 용접 방식을 보여준다. 어릴 적 집 앞을 청소하던 싸리 빗자루를 떠올릴 만큼 가는 스테인리스 봉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형상은 나무의 뿌리, 혹은 인간의 혈관으로 보인다. 원래부터 하나였던 것처럼 나무와 인간은 한 몸을 이루며 서로가 다르지 않은 하나라는 인식을 심어준다. 앙상하게 말라 있는 나무와 희망을 잃은 듯한 인간의 모습에서 나약하고 위태로운 현대인의 모습이 중첩된다. 현대사회에서 인간이 느끼는 절대고독, 절망, 허무, 불안 등의 감정을 자기고백을 하듯 풀어내고 있다.


이성민_Forget-Me-Not_39x24x135cm_iron_2017


이성민은 석공이 정과 망치로 돌을 깎아내는 것처럼 산소절단기를 사용해서 철 덩어리를 불로 깎아낸다. 불에 익숙하지 않다면 결코 쉽지 않은 작업이다. 불을 자유자재로 다루기까지 엄청난 노력과 시행착오가 작가와 함께했을 것이다. 노동에 비교될 정도로 고된 과정을 거치며, 목판에 칼이 지나간 흔적처럼 작품 곳곳에 남겨진 불의 흔적에서 저간의 땀과 호흡을 찾을 수 있다. 작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그러한 행위는 작품의 일부분처럼 철에 질감을 더하고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이러한 과정은 마치 구도자求道者가 깨달음을 얻기 위해 힘든 수행을 마다하지 않는 것처럼 작가 또한 작업 과정을 통해 자신과 작업의 존재 이유를 얻고자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길래_三根木 1_ 386×165×245cm _동파이프, 산소용접_2007


이길래는 일정하게 자른 동 파이프를 용접술로 덧붙여 유기적 형태를 만들어낸다. 개별 파이프 단면은 마치 세포처럼 하나하나 이어져 하나의 생명력을 가진 존재로 재탄생한다. 작가는 운전 중 우연히 접한 트럭에 적재되어 있는 파이프의 모습에서 작업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작가는 생명과 자연, 원시성에 관심을 가지며, 우리 문화의 고고성을 나타내기 위해 소나무를 소재로 한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동 파이프를 망치로 두드려 만든 길쭉한 타원형의 모습은 두꺼운 소나무의 표피를 연상시키며, 선으로 이어진 그것은 입체이지만 평면처럼 드로잉을 보는 듯하다.



김윤재_하우스5_철 위에 혼합재료_80x40x80_2014


김윤재의 작품은 오랜 시간 바다에 잠겨 있다 인양된 유물처럼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태곳적 날것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준다. 작가는 사람의 몸에 자연을 융합하는 지난한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오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작가 특유의 세계관은 연대나 국적을 특정할 수 없는 기와집들이 크고 작은 군집을 이루며 주로 인간 형상으로 나타난다. 또 예로부터 인간의 삶과 밀접한 관계였던 개와 말의 형상을 빌어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고민과 현대사회에 대한 비판을 담아내고 있다.



전영일_조용한 확산Ⅰ_스틸, 스테인리스 스틸, 한지_130×220×155cm_2015


전영일은 등불 조각가로 알려져 있다. 시임seam 용접을 통해 스테인리스 틀을 만들고 그 위에 한지를 붙인다. 그리고 틀 안에 불/조명을 넣어 빛을 밝혀야 마무리가 되는 작업 과정을 거친다. 대학에서 조각을 전공한 작가는 연등이라는 전통 문화를 현대미술과 접목시켜 전통적 조형미와 현대적 미감으로 재구성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현대사회의 첨단 기술들 앞에 옛 것은 하찮게 여겨지며 사라져가는 시대에 우리의 전통 문화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며 현대 등조각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해가고 있다.


불은 오랜 시간 우리와 함께해왔던 동반자였다. 인류가 생활하고 발전, 진화하는 데 불은 중요한 수단이 되었으며, 인류 문명과 함께 발전해왔다. 이번 현대용접조각전<불로장생長生>은 불이 만들어낸 예술, 불로 전하는 영원한 미감에 대해 조명하는 전시이다. 고명근, 김선혁, 김윤재, 김재각, 이길래, 이성민, 전영일 등 7인이 보여주는 특유의 형식과 방법은 현대미술, 특히 조각의 다양한 양태를 이해하고 이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다.



성남문화재단〈아트뷰〉 10+11월호 전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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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소연 @민재홍 @고명근 @김선혁 @김윤재 @김재각 @이길래 @이성민 @전영일

    • / 남소연, 성남문화재단 홍보미디어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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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성남문화재단

    자기소개/ 2004년 출범한 성남문화재단은 그동안 지역사회 속에서 펼치는 창의적 문화정책, 성남아트센터와 큐브미술관을 중심으로 선보이는 세계 정상의 예술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의 모델을 제시해 왔습니다. 누구나 일상 속에서 문화예술을 즐기고 시민 모두가 예술가가 되는 도시, 바로 성남문화재단이 만들어갈 미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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