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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문화재단

음악도시 뮌헨의 자존심이 온다

2018-11-21 ~ 2018-11-21 / 뮌헨 필하모닉, 발레리 게르기예프 & 선우예권

이 글은 성남문화재단의 격월간 문화예술 매거진〈아트뷰〉10+11월호의 본문 내용입니다.

음악도시 뮌헨의 자존심이 온다


뮌헨 필하모닉, 발레리 게르기예프 & 선우예권


맥주 축제 ‘옥토버페스트Oktoberfest’로 유명한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의 주도, 뮌헨에는 3개의 세계적인 교향악단이 둥지를 틀고 있다. 그중 바이에른 국립 오페라 극장 소속으로 오페라 반주를 주업무로 하는 바이에른 국립 오케스트라를 논외로 친다면, 뮌헨 콘서트 무대의 양대 산맥은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과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이다. 둘 중에서 국제적인 지명도는 거장 마리스 얀손스가 이끄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이 앞선다고 하겠지만, 사실 뮌헨 교향악계의 터줏대감은 올해로 창단 125주년을 맞은 뮌헨 필하모닉이다.


글 | 황장원 | 음악 | 칼럼니스트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wildundleise.de


뮌헨 필하모닉은 1893년 피아노 제작자의 아들인 프란츠 카임이 창단한 ‘카임 오케스트라’로 출발했다. 카임 오케스트라는 창립 초기부터 뛰어난 기량으로 저명한 지휘자들의 주목을 받았는데, 대표적으로 구스타프 말러는 이 악단을 지휘해 자신의 교향곡 4번과 8번을 초연했고, 브루노 발터는 말러의 <대지의 노래>를 역시 이 악단과 함께 초연했다. 또 안톤 브루크너의 제자였던 페르디난트 뢰베는 이후 악단의 트레이드마크가 된 브루크너 연주 전통을 정착시켰다. 20세기 들어 ‘뮌헨 콘서트 협회 관현악단’으로 불리던 악단은 양차대전 시기를 거치는 동안 재정난에 처해 운영권이 시로 넘어가는가 하면, 나치 정권에 부역하는 오점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종전 후 해체 직전까지 갔던 악단은 한스 로즈바우트, 루돌프 켐페와 같은 명장들을 맞아들이면서 다시금 뮌헨 음악계의 중심에 우뚝 서게 된다. 그리고 1979년에 부임한 전설적인 거장 세르주 첼리비다케의 카리스마 아래 국제 무대에서도 돋보이는 유니크한 사운드와 기량을 갖춘 최고의 악단으로 거듭났다.


선우예권 : ⓒJeremy Enlow/The Cliburn


뮌헨 필하모닉은 지난 2007년 성남아트센터를 찾은 적이 있다. 당시 음악감독이던 크리스티안 틸레만의 지휘로 이들이 들려준 R.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죽음과 변용>은 아직까지도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 회자될 정도로 경이로운 명연이었다. 악곡의 진행 단계마다 새로운 차원의 문을 열어 보이는 듯했던 틸레만의 해석도 놀라웠고, 그러한 해석을 온전히 구현해 보인 악단의 아취 깊은 사운드와 견실한 앙상블도 매우 인상적이었다.


바로 그 뮌헨 필하모닉이 오는 11월, 성남아트센터를 11년 만에 다시 찾는다. 지휘자는 현임 음악감독인 발레리 게르기예프. ‘러시아 음악계의 차르’로 유명한 게르기예프는 휘하의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등을 이끌고 꾸준히 한국을 찾았고 성남아트센터에서도 공연을 가진 적이 있기에 성남 관객들에게도 친숙한 인물이다. 상트페테르부르크, 뉴욕, 빈, 로테르담, 런던 등 세계 각지를 누비며 ‘세상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로 불리는 그가 뮌헨 필하모닉과 본격적인 인연을 맺은 것은 2011/12 시즌부터였다. 그 무렵부터 그는 뮌헨에서 뮌헨 필하모닉과 마린스키 오케스트라를 번갈아 지휘해 쇼스타코비치 사이클, 스트라빈스키 사이클 등 화제의 공연을 성황리에 치러냈고, 그 성공과 호평을 바탕으로 2015년 뮌헨 필하모닉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했다. 게르기예프는 뮌헨 필하모닉에 취임하던 그해 가을 악단과 함께 내한공연을 가졌다. 당시 메인 프로그램이었던 차이콥스키의 비창 교향곡에 대해서 다수의 관객들이 대단한 감흥을 토로한 바 있다. 다만 이번 성남 공연의 프로그램은 그때와 결이 좀 다르다. 게르기예프의 장기인 러시아 음악보다는 악단의 정체성에 어울리는 독일 음악(브람스)과 체코 음악(스메타나) 쪽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 특히 ‘독일 음악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브람스의 교향곡 1번을 게르기예프가 어떻게 요리해 보일지 궁금하다. 뮌헨 필하모닉의 중후한 사운드와 탄탄한 앙상블이 게르기예프의 유동적인 해석과 만나면? 결과는 직접 확인하시길.



게르기예프 : ⓒAlexander Shapunov


아울러 러시아 음악에 대한 아쉬움은 선우예권이 협연할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협주곡 3번으로 넉넉히 달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반 클라이번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한창 물이 올라 있는 선우예권의 강력한 파워와 견고한 테크닉이라면 상대가 아무리 게르기예프와 뮌헨 필하모닉이라도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을 듯싶다. 오히려 ‘프로코피예프 전문가’인 게르기예프의 협조적인 서포트를 이끌어내 모종의 시너지 효과까지 거둘 수 있지 않을까?



성남문화재단〈아트뷰〉 10+11월호 전문보기

세부정보

  • 일시/ 2018년 11월 21일 오후 8시

    장소/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

    문의/ 031-783-8000

    / 남소연, 성남문화재단 홍보미디어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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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출범한 성남문화재단은 그동안 지역사회 속에서 펼치는 창의적 문화정책, 성남아트센터와 큐브미술관을 중심으로 선보이는 세계 정상의 예술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의 모델을 제시해 왔습니다. 누구나 일상 속에서 문화예술을 즐기고 시민 모두가 예술가가 되는 도시, 바로 성남문화재단이 만들어갈 미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