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문화재단

불화장 보유자 이연욱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57호


『경기도 무형문화재 총람』은 경기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에서 2017년 발행한 경기도 지정 무형문화재 종합 안내서입니다. 이 책은 기능보유자와 예능보유자 66명의 삶을 조망하고 보유 종목에 대한 소개와 다양한 단체에서 제공한 진귀한 사진 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지지씨에서는 이 책에 소개된 경기도의 무형문화재를 시리즈로 소개합니다.

『경기도 무형문화재 총람』 전문 보기


불화



불화는 불탑, 불상 등과 함께 불교의 신앙 대상으로, 제작 형태에 따라 탱화, 경화, 벽화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특히 탱화는 복장식, 점안식 등의 신앙 의식 절차를 거쳐 불단의 주요 신앙대상물로 봉안된다. 우리나라 전통사 찰에 전해오는 불화는 탱화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불화 제작을 담당하는 장인을 특별히 금어, 화승, 화사, 화원이라 부르기도 하였다.


보물 제1256호 칠장사 삼불괘불탱화 중 보현보살 모사작업



불화장 이연욱


“우리네 전통은 유지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한 단계 발전시키는 일입니다. 조선시대 불화의 설채법, 구도 등을 그대로 재현하되, 한 발 나아가는 일이 정말 어려웠습니다.”


싸리눈이 내리긴 해도 겨울치곤 포근했던 18일 화성 불화장에서 만난 금초 이연욱(59) 불화장의 첫마디는 뜻밖이었다. 조선시대 기법을 재현한 불화들로 가득한 공간에서 “전통이란 게 잇는다고만 되는 건 아니다”라고 밝히는 모습에선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 이수자와는 좀체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도 받았다. 하지만 이연욱 불화장의 말에 공감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산중탱화 출초작업



부처님 말씀 그림으로 옮긴 불화


이연욱 불화장은 43년째 사찰 내 불화를 모사하는 불화가다. 19세기 전통기법과 채색을 꼼꼼히 연구해 되도록 똑같이 재현한다.


불화는 부처님 말씀, 즉 경전의 내용을 그림으로 옮긴 종교화다. 사찰의 벽에 그리는 벽화형식이 많다. 청, 적, 황, 흑, 백색의 오색을 기본으로 하는 오색탱화, 바탕을 먹으로 하는 먹탱화, 바탕을 붉은색으로 하는 홍탱화 외에도, 다양한 색상으로 표현하는 후불탱화, 신중탱화, 칠성탱화, 지장탱화 등 종류도 매우 다양하다. 부처님설법도, 팔상성도, 십우도 등 벽화와 단청까지 형식도 다채롭다.


이연욱 불화장은 이런 불화를 종합미술 이라고 표현했다. “인물, 산수, 동물, 문양 등을 두루 섭렵해서 그릴 줄 알아야 하고, 벽화, 탱화, 별화 등 형식도 고루 공부해야 비로소 불화 한 점이 완성된다”는 그는 방 한켠에서 완성 중인 밑그림에 직접 채색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국보 제296호 칠장사 오불회괘불탱화 원형 모사작업


전남 쌍봉사 벽화작업


세필 붓으로 밑그림을 따라 그려나가는 캔버스는 이연욱 불화장보다 훨씬 컸다. 밑그림이 그려진 캔버스 안에 들어앉아 집중하는 모습에선 그림 속 한 장면으로 들어가 있는 듯 보이기도 했다. 높이 10미터, 넓이 6미터나 되는 작품도 있다. 이렇게 손수 작업하는 데만 꼬박 1년이 걸린다. 많게는 2~3년까지 걸리기도 한다.


“오직 머리로 구성해 손으로 표현하는 100% 수작업이라, 과정이 정말 복잡해요.”


불화 한 작품이 완성되는 과정을 묻자, 이연욱 불화장은 아예 작품집 한 권을 들고 왔다. “먼저 목탄으로 스케치를 한 다음 먹으로 정밀하게 초를 뜨고, 한지를 7겹 붙이고, 그 위에 다시 천을 붙이고 아교포수를 하고 말립니다. 그것을 떼어내 먹그림을 다시 한 후 비로소 채색에 들어가죠.”


작품을 할 때에는 아침을 먹고 저녁 6시까지 꼬박 매달린다. 작품 완성에만 몰두할 수도 없다. 전통기법을 계속 연마해야한다. 불화의 전통이 워낙 방대해 이연욱 불화장과 같은 장인이라도 하루 공부를 건너뛸 수 없기 때문이다.



피나는 노력 없으면 전통 잇기도, 발전도 없어


방 벽면 곳곳에 걸린 불화와 작품집의 작품들을 짚어가며 자세히 소개하는 그가 불화를 시작한 계기가 궁금해졌다. 이유는 간단했다.


“제 고향이 경남 산청군 단성면 이에요, 문익점 선생이 목화씨를 들여와 처음 재배한 곳입니다. 문익점 선생의 신도비가 있는 비각에 스승인 김한옥 선생이 단청을 그리러 오신 거예요. 정말 멋있었어요.”


그때부터 배우고 싶다고 매달려 시작한 게 열 일곱 살 때다.


“허락만 받으면 멋지게 단청 그림을 가르쳐 주실 줄 알았는데, 페인트통을 건네주시더니 페인트칠부터 하라고 하시는 거예요. 생각했던 모습이랑은 달라서 처음엔 불만도 많았죠.”


불평은 했지만 연습을 멈출 수 없었던 그는 낮엔 단청을 하고, 밤엔 불화공 부를 이어갔다.


“10여 년간 하루 두세 시간 정도 잤다”는 그는 노력 끝에 박준주·한석성 선생 등 이름있는 스승들에게 발탁돼 본격적으로 단청기술과 벽화, 불화를 지도 받기도 하였다.


전북, 완주 송광사 지장전 벽화작업


불화를 전수받기 시작하고 처음 그린 건 시왕초. 시왕은 죽은 이의 죄에 경중을 매기는 열 명의 왕으로, 이들을 그린 초본이 시왕초다. 시왕초를 수백 장 그리다보면 안 보고도 그릴 수 있을 정도가 되는데, 그제야 비로소 보살초로 넘어간다. 보살초, 금강 역사초, 신중초, 사천왕초를 단계별로 그리다보면 최후의 과정인 부처님초에 이른다.


이 불화장은 1987년 중요무형문화재 제48호 단청장이었던 원덕문 스님의 문하에 입문해 전통불화를 배웠다. 김한옥 선생에게 단청에 대해 배우고, 원덕문 스님에 전통불화 기법 중에 순금바탕에 불화를 그리는 기법을 익히는 행운도 있었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다.


“앞서 말했듯이 피나는 노력과 연구가 필요해요. 전통불화는 너무나 광범위 해서 한 분야만 공부해서는 아마 단 한 점도 완성할 수 없을 겁니다.”


그의 이런 신념의 결과는 황금탱화에서 잘 나타난다. 황금탱화는 바탕을 원형이나 선으로 고분(高粉: 불화나 단청에서 화면이 두드러지게 보이도록 그리는 일)해 순금을 붙이고, 그 위에 채색으로 그림을 그린 탱화로, 이 불화 장의 새로운 시도였다. 이연욱 불화장이 10여 년간 열정을 다해 피나는 노력 끝에 얻어낸 새로운 기법인 것.


“우리나라에서는 제가 유일하게 황금탱화를 그릴 수 있어요. 탱화에서 전통 고분생채색 기법은 탱화 일부분에만 금을 붙이던 기법인데, 과감하게 전체면에 금을 붙이고 그 위에 채색을 해봤어요.”


이연욱 화공은 황금탱화 기법으로 제14회 대한민국불교미술대전에서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경기도 유형문화재 제152호 수원 봉녕사 현왕탱화 원형모사 작품


국보 제296호 칠장사 오불회괘불탱화 모사작품


보물 제1256호 칠장사 삼불회괘불탱화 중 문수, 보현보살 원형 모사 작품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57호 불화장


지정일2015. 11. 20
보유자이연욱(1956년생)
전수관

무형문화재 불화(佛畫)

주소 : 전수관,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 효행로 20번길20

정보불교미술감상실(www.danchung.or.kr)
특기사항생채색기법 연구

세부정보

  • 경기도 무형문화재 총람

    발행처/ 경기도문화재단 경기학연구센터

    문의/ 031-231-8576(경기학연구센터 담당 김성태)

    발행일/ 20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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