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문화재단

남에게 대접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

사회 분야 『불편해도 괜찮아』 리뷰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경기천년을 기념하여 ‘새로운 경기’로 나아가기 위해 도민의 생각의 틀을 확장하고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분야별 우수 도서 100선을 선정하였습니다. 전문가들로 구성된 선정위원회의 추천과 심의로 경영경제, 과학, 문학, 문화, 사회, 아동, 인문의 7개 분야에서 200선이 엄선되었고, 10대부터 50대 이상의 경기도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통해 최종 100선이 선정되었습니다. 선정된 책들은 도민 누구나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는 것들로, 읽을거리를 찾는 도민에게 실질적 가이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종 선정된 경기그레이트북스 100선은 경기문화재단 홈페이지(www.ggcf.kr), 경기천년 홈페이지(ggma.ggcf.kr) 및 경기문화콘텐츠플랫폼 GGC(ggc.ggcf.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불편해도 괜찮아』

김두식 지음, 창비, 2010   







남에게 대접 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


이원석 - 문화연구자




『불편해도 괜찮아』의 저자 김두식 교수는 법학자이자 기독교 신앙인이다. 그가 쓴 이 문제작의 기조(基調)는 그가 마음에 새긴 예수의 정신에 따른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인권의 의미를 묻는 아내에게 그는 예수의 말씀으로 답한다.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거야.”


이는 원래 예수께서 당신의 가르침을 집약해놓은 “산상수훈”에서 말씀하신 내용이다. “그러므로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 이것이 율법이요 선지자니라.”(「마태복음」) 율법과 선지자는 구약성경을 뜻한다. 예수는 이 단순한 계율 하나가 구약의 온 가르침을 축약한다고 말씀한다. 참으로 아름답게 들리는 가르침이 아닐 수 없다. 사실 조금도 틀린 말이 아니지 않나.


그러나 예수가 말씀하신 남, 즉 다른 사람이 과연 누구일까 생각해보면, 느낌이 달라진다. “우리가 남이가”라고 할 때, 그 의미는 우리의 동질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리와 다른 남을 끌어들인다. “우리는 자꾸 ‘다름’을 이유로 다른 사람을 배제하고 ‘우리’끼리 모이고자 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예수 당시 유대인들에게 있어서 남이란, 아마도 그들을 압제하는 로마제국의 군사들이나 그들과 종교적 결이 다른 사마리아인들이었을 것이다. 이들은 불쾌하거나 불편한 존재였다. 그러니까 예수는 나와 전혀 다른 자리에 서 있는, 내가 이해하거나 용납하기 어려운 이들에게 취할 태도에 대해 말씀하신 것이다.


김두식 교수가 주목하는 대상도 마찬가지다. 애초에 인권 논의는 나와 동일한 세계를 공유하는 이들을 대하는 태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주목하는 것은 청소년과 성소수자, 여성과 장애인 그리고 노동자와 양심적 병역 거부자 등이다. 다시 말해서 약자와 소수자이다. 또한 여기에 검열과 인종차별, 제노사이드의 문제까지 다룬다.


이 모든 대상과 문제를 인권이라는 개념 하에 정리하고 있지만, 결국 그 초점은 민주시민의 덕목에 있다. “내가 보장받기를 원하는 그 권리들을 다른 사람들도 보장받도록 하는 것이 민주시민이 가져야 할 올바른 덕목입니다.” 『불편해도 괜찮아』는 인문 교양을 다루는 서적이고, 인문 교양의 초점은 시민의 교양 형성에 있다. 세계화의 흐름을 벗어날 수 없는 현대인의 자리에서 마음 담아 쓴 책이고, 또한 자신을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이에게 읽혀야 할 책이다. 바로 그 평범함에 관해 문제를 제기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한데 그저 인권의 문제를 두루두루 폭넓게 다룬다는 이유만으로 추천한다면, 『불편해도 괜찮아』에 대해 정확하게 소개한다고 할 수가 없다. 이 책이 담아내는 매력은 부제에 암시되어 있다.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저자는 영화와 드라마를 소개하는 방식으로 인권을 이야기한다. 그 발단은 그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요청으로 여러 차례 ‘영화와 인권’이라는 주제로 강의한 후에 다시 국가인권위원회의 집요한 집필 요청에 따라 쓰게 되었다. 비록 그가 먼저 주도적으로 집필을 결정한 게 아니지만, 이 모든 것은 애초에 그가 영화와 드라마의 교육적 힘에 대해 주목한 바를 따른 것이다.


“영화관에 앉으면 10분도 되지 않아 나와 전혀 다른 인생에 공감하며 눈물 흘리고, 주인공과 똑같은 공포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차별받는’ 입장을 이해하면, 그 입장 때문에 생긴 내 마음의 불편을 감수하는 일이 한결 수월해집니다. 대신에 ‘차별하는’ 사람에 대해 이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새로운 불편을 느끼게 됩니다. 영화와 드라마는 인권 감수성을 키우는 데 그만큼 효과적인 수단입니다.”


그런 이유로 저자는 강의에 자주 영화를 이용하는 교수이고, 또한 청소년이 된 딸과 대화하기 위해 드라마 DVD를 보내는 아빠이기도 하다. 청소년 인권을 다루는 첫 장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이 바로 그 딸에 대한 이야기다. 그 이야기를 시작하는 절의 중제가 ‘지랄 총량의 법칙’이다. 부모와 자식 간의 치열한 전쟁이 전개될 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을 게다. 그렇기에 머리말의 마지막 문단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지난 1년 동안 정신적으로 훌쩍 성장하고, 자기 이야기가 책에 쓰이는 것까지 허락해준 딸에게도 사랑을 전합니다.”


그 치열한 “지랄전쟁”의 전환점이 바로 양동근과 이나영, 공효진과 이동건 등이 주요 배역을 맡은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이다. 저자는 미국에서 드라마를 보고 나서 딸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다. 그래서 그는 이 드라마 DVD를 주문해 한국의 집에 보냈다. “그리고 며칠 후 딸에게 전화를 걸어 ‘아빠가 이 드라마를 보면서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라고 말을 꺼내자, 딸은 곧바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응, 무슨 이야기 하려는 건지 제목 보고 딱 알았어.’ 그래서 저도 그냥 ‘그래, 바로 그거야’라고 말해주었지요.”


저자는 이렇게 한국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를 통해서 자녀를 대하는 관점이 바뀌었고, 그렇게 되자 딸과의 관계가 바뀌고, 이어서 딸도 바뀌었다고 말한다. 결국 영상 매체를 통해 자기 성찰과 관계의 변화가 이루어진 셈이다. 이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소개한 이유는 바로 책 전체의 논의를 이해하는 실마리가 되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시종 현실의 이야기와 영상물의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전개된다.


저자의 논의는 영화와 드라마가 다루는 이야기와 그 이야기를 둘러싼 바깥의 현실 사이를 왔다 갔다 한다. 딸 이야기가 등장하는 1장 또한 기러기 아빠를 양산하는 자녀들의 조기유학으로 시작하여 온 국민의 서열 의식을 전제하는 학벌 문제로 수렴된다. 그렇기에 1장의 청소년 인권에 대한 이야기는 비교적 쉽게 공감하게 될 주제이지만, 그 뒤에 이어지는 성소수자나 장애인, 노동자와 양심적 병역거부자 문제 등으로 넘어가면 독자는 부담과 불편을 느끼게 될 것이다. 저자는 영화와 드라마의 이야기를 소개함으로써 청소년이 된 딸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가 바뀌었듯이 낯선 타자를 대하는 우리의 태도도 바꿀 수 있도록 이끌어주고자 한다.


다소 아이러니하게 들리지만, 이 책은 “책이 갖지 못하는 영상물의 힘”을 강조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니 『불편해도 괜찮아』를 읽으면서 여기에 소개된 무려 81종에 달하는 영화와 드라마를 직접 본다면, 그보다 더 좋을 수가 없을 것이다. 물론 실제로는 이 책을 읽어가면서 눈에 들어오는 영화만 챙겨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중요한 것은 불편함의 감각을 바로 세우는 것이다. “인권 감수성은 한마디로 ‘불편함’이라고 정의할 수 있습니다.” 아무쪼록 이 책을 읽는 가운데 차별받는 약자들을 이해하게 되고, 그들에 대한 우리의 불편을 한결 쉽게 받아들이고, 나아가 그들을 차별하는 이들에 대해 새롭게 불편을 느끼기를 바란다.







*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인권 이펙트』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음, 박홍규·인트랜스 번역원 옮김, 세종서적, 2012


『세계인권선언』

제랄드 게를레 그림, 목수정 옮김, 문학동네, 2018


『인권』

최현 지음, 책세상, 2008





이원석 - 문화연구자



책으로 널리 세상을 밝힐 수 있다는 믿음으로 글을 쓰는 작가다. 첫 단행본인 『거대한 사기극』으로 2013년 한국출판평론상 우수상을 받았다. 이후로 『인문학으로 자기계발서 읽기』『공부란 무엇인가』『인문학 페티시즘』『공부하는 그리스도인』『서평 쓰는 법』 등을 출간했다.



세부정보

  • 주최/ 경기도

    주관/ 경기문화재단

    선정위원/ 한기호 위원장(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장), 김종락(대안연구공동체 대표), 장은수(편집문화실험실 대표), 강양구(코리아메디케어 콘텐츠본부장),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진행/ 김세나(콘텐츠큐레이터), 윤가혜(경기문화재단), 김민경(경기문화재단)

    문의/ 문화사업팀 031-231-0849

@참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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