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사는 예술가] 미품창작공간 오픈스튜디오

파주_미품창작공간






파주 봉서리에서 예술시 시작되다







미품창작공간은 김지수, 신현운, 박준상, 김태균 작가가 함께 작업하는 공동 스튜디오다. 각각 다른 매체를 사용하는 이들이 함께 모여 작업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다. 미품창작공간(이하 미품)이 자리하고 있는 경기도 파주시 봉서리는 인근에 통일공원과 디스플레이 단지, 그리고 많은 군부대가 있다. 서울보다 북한 개성과 가까운 이곳은 원래 농업을 중심으로 생활하던 이들이 사는 곳으로 미품창작 공간 자체도 전형적인 농가를 개조한 모습이다. 단층으로 지어진 건물 중 한 공간을 김태균, 신현운 작가가 함께 사용하고 있고 도자 작업을 하는 박준상 작가가 가마와 여러 도자 장비를 구비한 또 다른 공간을 쓰고 있다. ‘미술 품앗이’ 즉 ‘미품’ 창작공간을 처음 시작한 김지수 작가는 이곳에서 생활하며 작업을 이어가는데 작가는 파주 헤이리에서 전시공간과 예술가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한 경험으로 지금도 여러 프로젝트와 전시를 기획하는 기획자 역할을 겸하고 있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남짓 걸리는 이곳에서 경기문화재단 주최의 옆집 예술가 오픈스튜디오가 열린 날, 한적한 농촌 마을이 동료 작가와 마을 주민들로 들썩였다. 네 명의 작가들은 자신의 작업을 신현운, 김태균 작가가 함께 사용하는 공간에 전시했다. 미품창작공간 건물 외부에도 김태균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었고 넓은 마당은 작품을 감상하고 음식을 나누는 손님들로 북적였다. 10월 초 파주의 가을은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하늘을 보여주고 있었다. 농번기임에도 짬을 낸 마을 주민들이 익숙한 듯 스튜디오 이곳저곳에서 잔치를 즐긴 후 해가 질 무렵 자리를 떠났고 하나둘씩 여러 작가들이 미품의 작업 공간을 구경하고 작품들을 보기 위해 찾아왔다. 김지수 작가의 지인인 파주 출신의 가수가 오픈스튜디오를 축하하기 위해 노래를 불렀고 네 명의 작가가 자신의 작업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파주는 미군부대가 있던 곳이어서 락과 팝 같은 미국 대중음악의 영향을 받은 음악가들이 많다고 했다. 김지수 작가가 미품창작공간이 처음 문을 연 계기와 활동을 설명했고 나머지 멤버들이 결합하게 된 사연을 소개했다. 신현운 작가는 최근까지 중국에서 생활하며 작업했지만 최근 가족과 함께 귀국해 헤이리에서 생활하며 미품창작공간이 적당한 작업장이었다고 이야기했고, 박준상 작가는 10년 동안 쓰던 작업실을 정리하고 미품으로 들어왔다고 했다. 도자 작업의 특성상 가마와 여러 장비들, 그리고 전기 사용 용량의 승압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이사가 쉽지 않았지만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기 위해 파주로 이사를 결심하게 되었다고 했다. 김태균 작가도 근처에서 생활하고 있기 때문에 위치나 거리상으로 미품이 적당한 곳이라고 했다.


작품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는데 김지수 작가는 사물이 가지고 있는 한 단면의 픽셀을 길게 늘어뜨려 색 면을 만드는 디지털 작업을 이어왔다. 영상과 사진 소스를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디지털화하여 사물의 단면이 지닌 다양한 색을 화면에 담는다. 이는 우리 눈에 보이는 조합된 사물의 형상 속에 숨은 다양한 요소 중 일면을 포착하여 부분을 확대하듯 색 면으로 채우는 작업으로 사진 혹은 영상물이 결과물이 된다. 최근 시작한 작업은 폐차된 차에서 떼어낸 문 유리에 여러 레이어를 겹쳐 만들어낸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반사되는 차문 속에 인터넷에서 수집한 이미지를 재현한다. 이 다양한 인물 이미지들 중 일부는 포르노그래피에 등장하는 쾌락을 연기하는 듯한 열에 들뜬 표정의 여성 이미지가 포함되어 있다. 검정색으로 코팅된 자동차 창속을 들여다보는 듯한 혹은 그 창에 비친 듯한 여러 표정의 인물들은 현실에서 ‘소비되는’ 이미지들로 구성되어 다양한 감상을 불러일으킨다.












신현운 작가는 짧은 철사를 이어 붙여 하늘에서 투하되는 폭탄, 백열등이 떨어져 깨지는 이미지의 조각 작업을 제작해왔다. 깨지고 하늘에서 투하된 폭탄은 떨어지며 화염을 만드는 대신 짧은 철사로 뼈대로만 구성된 나뭇잎을 퍼뜨리듯 만들어낸다. 최근에는 작업을 많이 하지 못했다는 작가는 굵은 철사를 이어 붙여 만드는 꼿꼿이 서 있는 인물상을 이번 오픈스튜디오에서 전시했다. 굵은 철사들을 얽어 만드는 작가의 인물 형상은 철사들 사이로 텅 빈 속을 보여주지만 단단한 인체를 표현한다. 중국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미품에서 그동안 구상한 신작을 준비하고 있는 작가에게서 확신과 기대감을 읽을 수 있었다. 도자를 이용해 조형물을 만드는 박준상 작가는 다양한 동물 형상을 도자로 제작하는데 초기 작업을 비롯해 최근까지 사슴과 기계를 주제와 소재로 작업을 이어오던 작가는 스스로 ‘사슴 작가’로 굳어지는 것을 경계하며 최근에는 다양한 동물을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그의 동물 조형물들은 기계장치 이미지와 혼합되어 로봇 동물처럼 보인다. 작가는 인간이 자연에 가한 많은 일들이 동물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기계장치와 결합된 동물을 통해 상상적으로 드러낸다. 인간이 자연에 미친 나쁜 행동들이 결국 부메랑처럼 인간에게 돌아온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하다. 흙으로 형체를 만들고 가마에 구워 작품을 만들어내는 작가의 작품은 사실감이 넘치고 금속 조형물보다 더욱 단단하고 무게감 있게 느껴진다. 바로 그러한 무게가 작가가 담고 있는 메시지를 더욱 확연하게 드러낸다. 가끔 그릇 등을 구워 아주 싼값에 파는 일을 해 수입을 만들기도 한다는 작가는 지속적으로 작업을 이어나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필자를 포함해 많은 작가, 기획자들의 공통된 관심사이기에 여러 경험과 대안에 관한 이야기가 늦도록 이어졌다.




 자연물인 동물을 금속 조형으로 제작하는 김태균 작가는 자신의 자연에 대한 철학을 작업에 담아낸다. 작가는 카오스 이론을 이용해 현상을 질서의 상태로 만드는 과정으로 작업에 담아내며 이를 작업화한다. 패턴이 전체를 구성한다는 프랙탈 개념처럼 작가는 각각 작은 금속 패턴을 만들고 이를 조합하여 동물의 형상을 만드는데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정확한 수치의 부분들을 만들고 이 부분들이 전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계산하고 설계한다. 모든 패턴이 일정한 것은 아니지만 작가는 스스로 질서의 규칙을 만들고 조합해 자연물을 재현한다. 결국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며 인간의 활동과 문명 또한 자연의 일부로 질서를 구축해 나가는 일련의 과정이며 활동이라 할 수 있다. 물론 자연의 질서를 거스르는 많은 일들이 인간의 의해 일어나지만 자연은 변화된 패턴을 반영하여 전체를 다시 구성하며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작동한다. 작가의 작품 또한 이러한 자연의 법칙을 따르는 것처럼 보인다. 마치 재미작가 존배(John Pai)가 철사 조각을 하나씩 용접해 이어붙이면서 전체 형상을 만들어 나가듯 김태균 작가도 처음 형상을 마음속으로 그리지만 조합될 부분들을 만들어가며 전체를 구성한다. 이리하여 역동적이며 강인한 동물의 형상을 드러내는데 이는 언제나 움직이고 변화하는 자연의 또 다른 특성을 작품 속에 녹여내는 방식일 것이다.


미품 작가 모두는 자연에 대한 고민을 유사하게 작업에 녹여내고 있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결국 자연에 대한 애정으로 드러나는 것이리라. 이렇듯 기질이 다르더라도 자연과 작업에 대한 관점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언제나 함께 모이게 된다는 걸 미품 작가들을 통해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당연하게도 미품 작가들은 늘 작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서로의 작업 방식에서 많은 것을 배운다고 했다. 가끔씩 술잔을 나누며 여러 정보와 고민들을 나누는 자리도 갖는다. 고독하게 작업을 이어나가는 작가들에게 어떻게 보면 동료는 서로에게 선생님이고 가족이 된다. 미품의 특징인 함께하지만 독립된 공간에서 작업하는 방식은 김지수 작가의 애초 계획이기도 했다. 이는 지금도 작동을 멈추지 않는, 미품의 뜻 그대로 ‘미술 품앗이’를 실천하는 이 공간의 대원칙이다.





미품이 위치한 파주는 특수한 지역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서울보다 개성이 가까운 곳으로 많은 군부대가 주둔하고 있고 최근에는 산업단지들이 서울과 가깝지만 싼 지가 때문에 들어섰다. 이웃들은 대부분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고 김지수 작가는 마을 이장을 통해 미품창작공간을 마을 이웃들에게 소개했다. 초대를 받은 이웃들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 곳인지 호기심을 가지고 찾아왔다고 한다. 지역에 여러 문화시설들이 들어서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이 쉽게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이 많지는 않다고 김지수 작가는 말한다. 지역에서 지역 주민들과 호흡하며 지역의 특성을 고려한 무언가 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여지가 미품창작공간에 남아있다. 작가들은 개별 작업을 이어가며 생활하겠지만 지역의 조용한 요구가 예술가들을 움직이게 할 것이다. 경기문화재단에서 시작한 지역에 기반을 둔 예술가들의 작업 공간을 여는 시도 자체와 미품이 시도에 부응한 것이 그러한 움직임의 시작일 것이다.



글 서준호 스페이스 오뉴월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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