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씨인터뷰] 이병훈 경기문화재연구원 선임연구원

'흙' 속의 작은 유물이 역사 바꾸듯




1018년 고려의 제8대 왕 현종은 한반도 중서부에 위치한 1만172.4㎢의 이 땅을 경기(京畿)라 정명했다.

올해로 경기가 탄생된 지 천년을 맞이한다. 유구한 역사 속, 경기 천년을 이룩해 온 오늘날, 개발에만 몰두하던 이들을 비집고 묵묵히 자신의 위치에서 우리 문화재 보존에 누구보다 힘써 온 이들이 있다. 지난 18일 경기문화재연구원 이병훈(42) 선임연구원을 오산시 내삼미동 유적 발굴 현장에서 만났다.


"구제발굴은 개발의 걸림돌이 아닙니다. 우리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과정이죠"




흙으로 뒤덮인 언덕을 오르자 유적 발굴 작업이 한창이다. 족히 1m는 돼 보이는 깊은 구덩이에서 삼국시대 백제 생활 토기들이 발굴됐다.

저 멀리 검게 그을린 피부의 한 남자가 걸어온다. 그의 모습에서 유난히 더웠던 올해 여름을 짐작케 했다. 이병훈 선임 연구원이다.


이병훈 선임연구원은 경기문화재연구원에서 도내 매장 문화재 발굴조사와 학술 연구 활동 들을 해오고 있다.

최근 이 연구원은 오산시 내삼미동 일대에서 시가 추진 중인 개발 사업을 앞두고 삼국시대 백제 생활 유적들이 발견되면서 발굴 작업을 벌여오고 있다.

이곳뿐만 아니라 도심 곳곳에서 개발 공사로 문화 유적이 발견되는 사례는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개발과 보존 사이의 첨예한 갈등으로 어렵게 발굴한 숱한 문화재들이 도로 매장되는 안타까운 현실에 놓여있다.




"개발만 강조할 수 없고 보존만 강조할 수 없어요.

적절한 선을 찾는 것이 중요하고 어떤 것 이 우선인가를 논하기보다 발굴한 문화재들의 활용 방안을 찾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그는 누구도 쉬이 가지 않으려는 길을 자부심 하나로 묵묵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이 연구원과 같은 처지에 놓인 이들이 개발 과정의 '걸림돌'로 치부되는 고충쯤은 거뜬히 웃어넘기는 우직함도 보인다. 그럼에도 그는 발굴해 온 작은 유물 하나가 역사의 기록을 바꿀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한다.


"제가 발굴한 문화재들이 역사 교과서를 바꾸고 시대상을 밝힐 수 있는 단서가 되는 것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낍니다"




10여 년 간 매장 문화재 발굴 조사에 매진해 온 이 연구원은 유실되고 있는 많은 문화재에 대한 안타까움도 전했다.


"만 평 이상은 의무적으로 문화재 지표 조사를 통해 보존 가치를 인정받지만 그 이하는 의무 대상이 아닙니다. 많은 문화재들이 유실되는 일이 없도록 범위를 더 확장시킬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경기문화재연구원 소속이라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는 이병훈 선임연구원은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부족한 점을 제외한다면 만족한 삶을 지내고 있다고 말한다.


"직업의 만족도를 놓고 보면 별 5개 만점에 4개 반 정도 줄 수가 있을 것 같네요. 경기문화재연구원은 저에게는 자존심이자 자부심을 갖게 하는 힘입니다"



해시태그 토크

#흙 #매장문화재 #경기문화재연구원

흙이요. 가장 저를 잘 설명해주는 단어죠. 발굴 조사도 흙에서 하고 발굴된 토기도 흙으로 빚잖아요. 막연한 꿈 중 하나는 농사를 지으며 흙에 살고 싶단 생각을 종종 하는데 저를 가장 잘 설명해주는 키워드가 바로 이 '흙'인 것 같습니다   



글_박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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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지지씨 인터뷰

    자기소개/ 경기문화예술의 모든 것,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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