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학소풍] 실학박물관 제작뮤지컬 <다산 정약용-하피첩의 귀향>

‘실학자’ 정약용에서 ‘사랑꾼’ 정약용으로


2018년 11월 20일 남양주 사암아트홀에서는 경기문화재단 실학박물관 주최로 ‘다산 정약용 하피첩의 귀향(이하 하피첩의 귀향)’이라는 뮤지컬이 성황리에 개막되었습니다. 하피첩의 귀향은 2016년 실학박물관 기획특별전인 ‘하피첩의 귀향’을 기반으로 뮤지컬로 제작되었습니다. 박물관은 창작자에게 콘텐츠를 제공하고, 창작자는 콘텐츠를 기반으로 작품을 만나는 입체적인 콜라보레이션은 더 확대될 예정이고, 이러한 실학박물관의 시도는 도민문화 저변확대에 큰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먼저 뮤지컬의 소재인 ‘하피첩’은 1810년 정약용이 전라도 강진 유배 중에 부인인 홍씨가 보내준 치마(시집올 때 입은 붉은 비단)에 아들들에게 교훈 될 만한 글을 적은 서첩입니다. 하피첩은 갑(甲)·을(乙)·병(丙)·정(丁) 네 개의 첩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병에 해당하는 첩은 아직 발견이 되지 못하였습니다. 하피첩의 내용은 갑첩에 집안의 화목과 함께 가문이 번성하기 위하여 해야 할 일, 을첩에는 자아 확립과 함께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병첩엔 아버지 글이 주는 소중함과 고향에서 터전을 지키고 살아야하는 당부의 글이 적혀져 있었습니다.




 2016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기획되었던 실학박물관의 특별전 '하피첩의 귀향'.



 2016-2017 실학박물관 특별전 '하피첩의 귀향' 전시 내부 모습



    2년전 기획전에서는 하피첩의 4첩 중 3첩(갑, 을, 정)만이 전시될 수 있었다. 나머지 1첩인 병첩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현재 실학박물관의 2층 상설전시장에서 언제든지 만나볼 수 있다.


뮤지컬은 정약용의 생애를 크게 돌아보는 형식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또한 뮤지컬 클라이맥스 부분은 정약용이 정치적으로 탄압을 받고 강진에 유배를 갔을 때 하피첩을 쓰는 장면을 담아 작품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역사전공자의 관객으로서는 하피첩의 사실적 내용이 뮤지컬이란 장르의 한계로 충분히 전달되지 못한 점이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하피첩을 적을 때 정약용이 느꼈을 쓸쓸하고 애절한 감정과 홍씨 부인이 하피첩을 받았을 때의 안타까운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뮤지컬 애호가들에게는 충분히 감동을 받을 수 있었으리라고 생각됩니다. 정약용과 하피첩의 제목만을 듣고 극장을 찾았던 관객들이 공연 이후에을 실학박물관을 찾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면 박물관의 하피첩이 괜히 반가워질 수도 있고, 더불어 정약용이 가족을 생각했던 마음을 새삼 다시 한번 되내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피첩의 귀향’에서 정약용의 청년 시절을 볼 수 있는 부분도 중요한 포인트였다고 생각됩니다. 정약용은 당시에 ‘죽란시사(竹欄詩社)’라는 시모임을 만들었습니다. 18세기 조선에는 노론·소론·남인 구분 없이 시를 쓰고 평가해주는 시모임이 유행이었습니다. 18세기 인물이었던로 정약용도 시모임을 만들고 활동하였습니다. ‘죽란시사’에는 규약이 있었는데 ‘살구꽃이 피면 한 번 모이고, 복사꽃이 필 때와 한 여름 참외가 무르익을 때 모이고, 가을 서련지에 연꽃이 만개하면 꽃구경하러 모이고, 국도화꽃이 피어 있는데 첫눈이 내리면 이례적으로 모이고, 또 한 해가 저물 무렵 화분에 매화가 피면 다시 한 번 모이기로 하였다’라고 모임의 때를 정하기도 하였지요. 규약만 보자면 꽤 낭만적인 모임이었을 법하나 이들은 18세기 사회문제에도 눈 감지 않고 통렬한 비판을 하였고, 이는 훗날 정약용의 <다산시문집> 사회비판에서도 발견됩니다.



뮤지컬 공연사진. 정약용 역에 황바울(왼쪽 파란색 관복의 남자),홍씨부인 역에 간미연(앞줄 오른쪽 여자). 두 사람의 노래실력은 뮤지컬 관람에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특히 이러한 모습이 뮤지컬에서는 잘 표현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공연에서 가장 큰 의미를 찾자면, 정약용이라는 인물을 흔히 역사책에서 설명되었던 것처럼 ‘항상 백성들만 생각하는 (이상적인) 정약용’이 아니라 ‘낭만도 즐길 줄 알고 백성의 아픔도 함께 나눴던 보다 인간적인 정약용’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노력한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덕분에 정약용을 잘 알고 있는 사람들조차도 인간 정약용을 새롭게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으리라고 기대합니다.



뮤지컬 ‘하피첩의 귀향’은 실학박물관이 박제된 유물을 가지고 도민들에게 한층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을 열심히 고민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시도가 좀 더 과감해지고 관객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확대되어서 박물관이 시민과 보다 친밀한 거리에서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지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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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영 @김수미 @조연성

    • 실학박물관/ 뉴스레터89호

      / 황주영 학예연구원(실학박물관 학예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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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실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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