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디아스포라 국제 학술 컨퍼런스] 코리안 디아스포라와 경기도: 나라 밖 문화협력과 '귀환' 동포의 활용 1

2019.04.12 /

이 글은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된

「코리안 디아스포라 국제 학술 컨퍼런스」 자료집에서 발췌되었습니다.

임영상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


Ⅰ. 머리말


한반도는 동북아에서 역내 국가 간 소통과 협력을 증진할 수 있는 지경학(地經學)적인 유리한 지역이다. 그런데도 남북 간의 3통(통행‧통관‧통신) 개선의 부진으로 ‘역할’에 한계를 드러내 왔다. 이제 ‘가까운 장래’에 남북협력과 평화시대를 기대하면서 북한과의 다양한 교류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한반도(북한)와 국경을 맞댄 중국(동북)과 러시아(연해주) 지역과의 경제·문화교류를 새롭게 강화할 때이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경이로운 눈으로 지켜본 동북의 조선족과 연해주를 비롯한 구소련의 고려인사회는 한반도의 남쪽에도 조상의 나라(한국)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조선족사회는 1992년 한중수교 이후, 고려인사회는 2004년 재외동포법의 개정으로 고려인도 재외동포로 인정을 받은 이후 한국행이 늘어났다. 특히 2007년 조선족동포와 고려인동포를 위한 방문취업(H2) 비자제도의 시행은 동포사회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한국체류에 관한 법적 지위가 안정되면서 한국국적의 회복 혹은 취득과 관계없이 ‘정착’이 트렌드가 되었다. 80만이 넘어선 중국동포와 9만으로 늘어나고 있는 고려인동포, 이제 한국사회는 이들을 돈을 벌기 위해 온 이주민이 아니라 ‘귀환’ 동포, 한국인으로 받아들여야 할 때이다.

한국사회에 정착하고 있는 조선족과 고려인동포는, 남북교류와 협력이 이루어지면, 경기도의 남북평화협력 비전인 <3대‧3로> 전략에서도 중요한 ‘자원’으로 적극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따라서 경기도가 중국 동북과 러시아 연해주의 한민족기업뿐만 아니라 현지의 시민단체(NGO), 재한 중국동포‧고려인동포 실태를 전수 조사할 필요가 있다. 전수 조사는 도내 기업과 사회문화단체들이 손쉽게 활용할 수는 있는 아카이브를 구축하기 위함이다. 아카이브는 지식공유의 시대에 ‘시민참여형’ 열린 인터넷 백과사전인 위키백과로 구축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Ⅱ. 경기도가 선도하는 동북아 한민족공동체


한반도의 중심이자 한국의 경제와 문화를 선도하고 있는 경기도는 그동안 중국과 러시아의 지방정부(도시)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면서 그 성과를 이루어왔다. 중국 동북지역(조선족사회)과의 교류/협력은 1992년 한중수교 직후부터 심양(요녕성)을 필두로 도내 기업의 진출과 관내 문화단체의 조선족사회의 한민족 전통문화 보존과 발전을 위한 지원을 통해서였다. 특히 2002년부터 2015년까지 진행된 심양한국주 행사에서 성남시는 매회 예술단체를 보내 경기도의 멋과 문화를 교류한 바 있다. ‘경기도 밖의 경기도’, 중국 길림성 유하현 경기촌 조사사업도 이루어졌고 그 성과가 전시, 발표된 바도 있다. 2005년 조사는 ‘경기도 밖의 경기도 중국 길림성 경기툰 이야기’가 주제였으며, 『경기도 사람 경기도 이야기』(경기도박물관, 2005), 130-165쪽을 참조. 2011년과 2012년 조사는 재중 경기촌 Project 2012 『재중동포 네트워크 현황 및 발전방안을 위한 학술회의』(경기문화재단, 2012), 29-46쪽(김지욱, 「중국 길림성 유하현 경기촌 사람들의 역사와 삶」)에 소개되었다.

러시아 연해주와는 2000년대 초반부터 고려인사회에 대한 지원으로 고려인 돕기 성금 모금, 봉사 활동단 파견, 고려인 모국방문단 지원 등의 활동을 벌였다. 특히 중앙아시아에서 거의 난민 상태로 그들 선조가 살았던 러시아 연해주로 돌아온 우즈베키스탄 고려인들이 우수리스크 근교 고향마을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2012년 경기도는 매주와 청국장 등 장류 가공공장을 지어주어 고려인동포들에게 큰 기쁨을 준 바 있다. 지금도 우수리스크 고향마을 사람들은 유기농 콩을 재배하여 블라디보스토크 한인사회에 제공하고, 또 콩을 강원도 동해에 있는 ㈜바리의 꿈에 보내 청국장과 두유 등을 만들어 한국사회에 공급하고 있다.

이제 다시 경기도는 중국 동북과 러시아 연해주의 한민족공동체를 중심으로 네트워킹을 강화하면서 중국과 러시아 지방정부와의 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해야 할 때이다(이에 관한 연구는 다음을 참조: 임영상‧주동완, 「경기도와 중국 동북, 러시아 연해주와의 문화 협력」, 『경기학연구』 제3집, 2018.) 그런데 한국사회가 직접 사업의 주체로 적극적으로 사업을 추진하기가 어려워졌다. 이에 중국 동북과 러시아 연해주에서 협력이 가능한 민간단체를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1. 중국 동북아개발연구원 ‘중한교류중심’으로 편제된 심양 한중교류문화원


2002년에 열린 ‘심양한국주간(沈陽韓國周)’ 행사는 심양시정부가 한국기업의 투자유치를 목적으로 한국정부에 제의하여 시작되었다. 심양한국주간 행사는 심양 코리아타운의 발전과 함께 심양의 한류 현상에 크게 이바지했다. 한국상품전시회, 투자설명회와 함께 다채로운 한국 문화행사가 열렸는데, 특히 심양과 자매결연도시인 경기도 성남시 문화예술단의 활동은 매우 활발했다.

행사가 회를 거듭하면서 심양한국주간 행사 기간에 한국의 많은 문화예술 공연단체, 관계기관들이 심양을 찾았다. 그러나 심양한국주간 행사가 2016년부터 사실상 중단되었다. 심양시정부가 한국인(상)회의 요청에 답을 주지 않은 것이다. 한중관계가 어려워진 것이다. 아울러 심양 서탑 코리아타운의 대표 한국기업인 백제원, 경회루, 신라성 등이 모두 폐업,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심양의 한국인(상)회가 운영하던 한국인문화원도 문을 닫았다.

그런데도 심양에서는 선착 한민족인 조선족과 후착 이주민인 한국인 간의 관계가 중국의 어떤 도시와 달리 상호교류와 협력이 잘 이루어지고 있다. 2004년 조선족기업가협회 길경갑 회장의 주도로 시작된 조선족 교육문화예술인과 기업인의 상호 존중과 협력인 문기결합(文企結合)인 ‘심양현상(세계한민족문화대전(www.okpedia.kr) 「심양에서 피어난 길경갑 회장의 심양 현상」)'이 조선족사회와 한국인사회의 공적인 친선교류로 이어졌다. 다시 이번에는 2014년 한국기업인이 출연한 한중교류문화원이 ‘신심양현상’을 일으키고 있다(심양의 한중교류문화원에 대한 최근 연구는 다음을 참조: 안상경, 「심양 서탑 코리아타운과 한중교류문화원」, 임영상·주동완 외, 『코리아타운 사람들』, 북코리아, 2019.).

한중교류문화원(약칭 문화원)은 2014년 7월에 순수 민간 차원의 문화단체로 출범했다. 문화원의 설립자는 상익그룹의 안청락 회장이다. 문화원은 ‘정치논의’·‘사람차별’·‘경제이익’ 없이 단지 ‘문화나눔’만을 실천한다는 3무1존(三無一存)의 실천이념으로 ‘한국과 중국, 한국인과 중국인의 문화교류를 통한 우호 증진’을 목표로 다양한 행사를 펼쳐왔다. 조선족 작가를 지원하고 유소년부터 노년 세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동아리 활동을 조직했다. ‘신심양현상’과 다름 아니었다. 한중교류문화원은 개원 1년 만에 중국 국무원 산하 동북아개발연구원의 ‘중한교류중심(中韓交流中心)’으로 공식 편제되었다. 이후 문화원은 중국 지방정부뿐만 아니라 한국정부 기관의 위탁사업도 활발하게 진행하게 되었다.

한중교류문화원은 한국에서 문화콘텐츠를 전공한 전문가를 초빙하여 다양한 문화콘텐츠 사업을 기획, 개발할 수 있도록 한중문화콘텐츠연구소(소장 안상경 박사)를 설립했다. 안상경 소장은 지속적인 인재유실과 인구감소를 겪고 있는 동북의 조선족사회에서 조선족문화관의 중요성을 인식, 30여 곳 이상의 조선족문화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한국사회와 조선족사회의 문화교류사업을 추진하고 있다(이와 관련한 연구로 다음을 참조. 임영상, 『동북의 조선족사회와 조선족문화관』, 신서원, 2015.).

한중문화콘텐츠연구소에는 한국인 소장과 조선족 기획자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서탑 코리아타운을 살리려는 지방정부의 신서탑운동에도 협력하지만, 한중교류 관련 문화관광산업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문화원이 개관한 중한동북항일자료전시관의 전시활동에 이어 한중 양국이 공유할 수 있는 동북3성 항일유적지 개보수 사업과 함께 항일유적지 탐방사업 등을 시행하고 있다. 한중 양국 청년세대의 적극적인 호응 속에 사업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에 경기도는 경기문화재단을 통해 중국 정부기관으로 공식 편제된 한국인이 주도하고 있는 한중교류문화원과 협력관계를 구축하여 ‘동북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2. 한국정부와 사회가 합력하여 만든 우수리스크 고려인문화센터


2019년 3월 29일 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에 최재형기념관이 공식 개관했다. 최재형(최재형(1860-1920)을 쉽게 만날 수 있는 전기소설로 문영숙이 쓴 『독립운동가 최재형』(서울셀렉션, 2003)이 있으며, 연구서로는 박환의 『페치카 최재형』(선인, 2018) 등이 있다)은 연해주 고려인사회에서 ‘시베리아의 페치카’라는 이름으로 존경과 사랑을 받은 인물이다. 2018년 세계한상대회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한 최초의 韓商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우수리스크는 1919년 3.17일 연해주 만세운동의 시발지이자 현재도 연해주 고려인의 집거지(우수리스크 전체 인구의 약 10%인 1만7천여 명이 고려인이다. 따라서 도시 전체가 코리아타운일 수도 있으나 지역의 정서로 ‘코리아타운’ 용어사용을 자제하고 있다)이다. 우수리스크의 최재형 고택이 최재형기념관으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한국정부가 최재형의 옛집을 사서 기념관의 전시관을 꾸렸고, 사단법인 독립운동가 최재형기념사업회도 최재형기념관에 최재형 선생 흉상 건립 등 전시관 운영과 활용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09년 10월 31일 ‘러시아 한인 이주 140주년 기념관’으로 건립된 우수리스크 고려인문화센터가 문을 열었다. 고려인문화센터는 러시아 정부가 아니라 고려인과 대한민국 정부와 민간단체가 뜻을 모아 함께 건립했다(2004년 폐가처럼 방치된 옛 소련의 유치원 건물을 우수리스크시로부터 매입해 리모델링을 마치기까지 무려 5년이 걸렸는데, 고려인문화센터 현관을 들어서면 왼편에 건립기금에 참여한 단체와 개인의 이름이 동판에 새겨져 있다. 우수리스크 고려인문화센터에 관한 최근 연구는 다음을 참조. 박병은, 「극동러시아 연해주 우수리스크 지역 고려인사회와 고려인문화센터에 관한 고찰」, 『글로벌문화콘텐츠』 제38호, 2019.2.).우수리스크 고려인문화센터는 블라디보스토크의 신한촌기념비와 함께 연해주를 찾는 한국인들이 반드시 방문하는 우수리스크의 명소가 되었는데, 연해주 독립운동기념관이나 다름이 없는 최재형기념관을 관리하는 주체로써 그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다. 여기에 많은 한국인 기업이 진출해 있는 블라디보스토크보다 우수리스크 고려인문화센터가 러시아 연해주 지역과의 문화협력사업의 협력기관으로 적합한 이유가 있다.

우수리스크 고려인문화센터(문화센터로 약칭)는 고려인의 집단 정체성과 소속감을 확인시키는 고려인의 문화적 구심점이 되어 전통문화를 전승하는 매개체의 역할을 하고 있다. 고려인은 우수리스크에서 문화센터를 운영하는 유일한 민족이다. 문화센터 1층의 고려인역사관은 한국독립운동의 초기 중심인 연해주 한인사회의 역사를 알려주고 있다. 전통문화 체험실, 아리랑무용단, 전통악기 연습실이 있어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한국어, 전통춤, 사물놀이 강의도 운영되고 있다. 고려인식당과 한국식 카페도 있어 한국인 여행객과 고려인, 현지인이 즐겨 찾고 있다. 매년 추석행사로 고려인한마당축제를 개최하고 있으며, 아리랑가무단과 북춤팀은 뛰어난 실력으로 러시아 전역의 민속 예술제에 참가하여 우수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북춤팀은 강사 없이 팀 스스로 익혀가고 있는데, 리더가 고려인이 아니라 문화센터를 다니던 러시아 학생이다).

우수리스크 문화센터는 단지 우수리스크 인구 1/10인 소수의 고려인만이 이용하는 공간이 아니라 타민족과도 어울려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문화교류의 장이 되고 있다. 해마다 추석에 열리는 문화축제 행사 조직위는 고려인과 함께 추석을 지내고 싶어 하는 모든 민족에게 풍성하고 독창적인 고려인 문화를 보여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고려인의 민속축제에 타민족까지 함께하게 되면서 추석은 고려인의 명절일 뿐만 아니라 모두의 명절이 된 셈인데, 2014년 10월 말 추석행사에 참석한 우수리스크 시의회 대표 겸 구청장 니콜라이 니콜라예비치 루디는 추석이 우수리스크시 전체의 축제일이 되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세계한민족문화대전(www.okpedia.kr) 「우수리스크 고려인문화센터」).

우수리스크는 역사적으로 대한민국 최초로 임시정부가 있던 곳이고 중앙아시아 강제이주 출발역이 소재한 곳이기도 하다. 더욱이 북·중·러 접경 지역인 우수리스크에는 조선족이 극동 러시아 지역 전체에서 가장 큰 규모인 중국인 시장으로 대거 유입되고 있으며, 외화벌이를 위해서 북한 노동자들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 우수리스크는 한인 디아스포라의 초국경적 이동과 흐름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지는 곳이며, 각국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곳이다. 한국인도 개발과 투자를 하고 싶어 하는 곳인데, 문화센터는 조선족, 북한 출신 노동자, 고려인과 타 소수민족까지 아우르며 중심 역할을 하고 있어 모국과의 문화교류와 앞으로의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곳이다. 우수리스크 고려인문화센터는 한글교육과 함께 한·러 양국을 연결할 수 있는 글로벌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기능도 갖고 있어 그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다.




시리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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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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