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상상캠퍼스

우당탕탕 예술놀이단 행사 모니터링 "우당탕탕 심통 프로젝트 <心通>”

2019-11-17 ~ 2019-11-17 / [경기문화재단] 경기생활문화플랫폼

“어? 손가락 보인다!”



지난 11월 경기생활문화플랫폼 사업 현장 취재를 위하여 ‘그림책 문화공간 [NORi]’에 다녀왔다. 사업 참여 단체인 ‘우당탕탕 예술놀이단’의 놀이터이기도 한 이곳은 크게 두 가지 지점에서 지금까지 취재했던 다른 현장과는 달랐다. 물론 모든 생활문화 현장이 저마다 고유한 곳일 테니 다를 수밖에 없다고 한다면, 이곳은 특별한 현장이었다고 하는 게 더 적절한 표현일지 모르겠다. 앞서 취재한 다른 곳에선 서운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어쩔 수 없다. 미리 양해를 구한다. 특별했던 그 첫 번째는 취재한 내용을 글로 옮기고자 책상 앞에, 그러니까 의자에 앉아 한동안 깜빡이는 커서만 멍하니 보고 있었다는 점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행사의 주제와 소재가 일단 알찼고 크기나 횟수로 측량하긴 어렵지만 취재단원으로서 뿐 아니라 ‘문화기획자’로서도 나름 인사이트를 얻었다는 것이다. 그만큼 글감이 풍성한 현장이었고, 글을 쓰고 싶게 하는 곳이어서 그 풍성한 글감 중에서 일부를 조심스럽게 취사선택해야만 했다. 두 번째는 막상 글로 옮기기가 쉽지 않아서 검색을 해 본 생활문화 현장은 이곳이 처음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우당탕탕예술놀이단은 이미 제법 이름이 알려진 곳이었다. 지역 언론에 한두 번 노출된 곳이 아니더라.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기관이 아닌, 개인이 세워 지금까지 10년 동안 유지한 것만으로도 높이 평가할만하다. 그만큼 저력이 있는 거겠지. 다른 말로 ‘내공’이랄까? 그 내공이 고스란히 전해졌던 <우당탕탕 소통 프로젝트 “心通(심통)”> 현장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그날은 비가 내렸다. 그래서인지 더 호젓한 분위기의 동네 언덕길에 올랐다. 오른편으로는 불곡산 등산로가 있고 왼편엔 비슷한 모양의 단독 주택들이 늘어선 주택가가 있더라. 약 370m 남짓 짧았던 동네 감상을 뒤로 하고, 드디어 다다른 ‘그림책 문화공간 [NORi]’. 가장 먼저 나를 반긴 건 머리만 빼꼼 내민 반려견 구름이다. 마침 나보다 조금 먼저 도착한 아이와 서로 반기고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벌써 아이들과 엄마 아빠들로 북적인다. 비가 와서인지 더 따뜻해 보이는 조명과 훈훈하게 서로를 덥히는 체온들. 한창 프로그램들이 진행 중인 실내를 둘러보는데, ‘오, 입체적이다. 재밌는 공간이네.’라는 첫인상은 착의(着衣) 실패로 추위에 떨던 감각을 잊게 했다. 책방인 듯 책방 아닌, 책방스러운 문화공간이랄까. 뭔가 모호한 느낌이었으나 일단 추위를 잊게 한 느낌이라면 좋은 느낌임은 틀림없다.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총 3개 층으로 이루어진 해당 건물은 여느 빌라와는 다른 구조였고, 마치 비밀의 방을 찾듯 프로그램들이 진행되는 각각의 장소로 옮기는 발걸음을 설레게 했다. 이내 공간이 장소로 바뀌는 순간이다. 공간(space)이 물리적 개념이라면 장소(place)는 인문적 개념이란 점에서 그렇다. ‘NORi’라는 공간과 <心通(심통)>이라는 콘텐츠를 매개로 일시적이더라도 만들어진 참여자들 사이의 관계와 그들의 몰입이 공간을 장소로 전환해 낸 동력일 것이다.



매개 중 하나였던 <心通(심통)>의 구성은 이렇다. 지하 1층에선 “心通 부리기”라는 전시와 “꼭두각시”라는 제목의 인형극, 그리고 이호백 작가의 재미난 그림책 이야기가 이어졌다. 지상 1층에선 참가자 접수를 시작으로 “손편지 쓰기”, “비밀 인형 만들기”, “추억인형 전시” 등의 프로그램이 진행됐고, 삐걱삐걱 나무 계단을 따라 올라간 2층에선 “폴라로이드 사진 찍기”, 따뜻한 차와 허기진 배를 달래주는 핫도그를 먹을 수 있는 곳이 마련되어 있었다. 이렇게 다양한 프로그램에 아이들은 누구의 지시나 교육을 받지 않고도 집중하여 몰입했고 마음껏 즐기는 듯했다. 실로 신통하고 심통(心通)한 모습이다. 한편 동네 엄마들이 직접 기획하여 연출한 인형극 “꼭두각시”는 아마추어여서 어설픈 면도 없지 않아 있지만 그것 역시 또 하나의 재미로 기능했던 프로그램이었다. 극중 꼭두각시가 오지 않는 신랑을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도록 기다리는 장면에서 스크린에 꼭두각시 인형을 집어 든 손가락이 보이자 어두운 관객석에 앉은 한 아이가 소리쳤다. “어? 손가락 보인다!” 그 돌발 발언에 모두 한 번 웃고, 마침내 꼭두각시와 신랑이 만나는 결말에 이르러 둘이 결혼하여 한 아이, 두 아이, …… 다섯 아이를 넘게 낳았다 하니, 관객석에 앉은 다른 아이가 “부자집이네.”라고 말하자 모두 배꼽 잡고 두 번 웃는다. 내가 발견한 <心通(심통)>의 심통(心通)한 모습들이다.



이런 심통(心通)의 순간은 제3자 입장으로 취재하러 간 내게도 있었다. ‘NORi’의 이곳저곳을 둘러보는 내가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나 보다. 하긴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들이 주로 참여한 행사에 아이 아빠로 보기엔 너무 젊어 보였을 테고, 성인 참여자라 하기엔 좀 안 어울렸을 테니까. 어쨌든 제법 똘똘해 보이는 한 아이가 나를 눈여겨보더니 묻는다. “혹시 기자에요?” 낯선 성인 남자인 내게 당돌하게 ‘네 정체가 무엇이냐?’고 묻는 그 아이가 나는 오히려 누구인지 궁금했지만, 일단 물음에 답을 해야겠기에 “기자는 아니지만, 경기문화재단에서 이런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 모집한 취재단 중에 한 명이고, 하는 일은 물론 기자랑 비슷하다”라고 말했다. 이야기를 듣던 아이는 그렇게 길게 친절하게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알아들었다는 듯이 금세 다시 그림책을 들여다보며 내게 무관심해졌다. 괜히 서운해지는 나. 그래서 나도 애써 무관심해지기로 하고, 다시 전시된 그림책의 메시지들을 사진에 담는다. “찰칵”. 이제 다음 장소로 이동하려는데, 아까 그 아이가 내게 다가와 싱긋 웃더니 “혹시 저 인터뷰하려면 얘기해요. 인터뷰해 드릴게요.” 자못 호의를 베풀고는 또 새침하게 돌아서 2층으로 올라가는 게 아닌가. 하마터면 따라가서 인터뷰 요청할 뻔했다. 한편으론 글을 쓰는 지금에 와서야 ‘진짜 인터뷰 요청할 걸 그랬나’ 싶기도 하다. 어떤가. 이 정도면 충분히 심통(心通)의 순간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듯 생활문화 취재단으로서, 문화기획자로서 <우당탕탕 소통 프로젝트 “心通(심통)”>과 이를 기획한 ‘우당탕탕 예술놀이단’은 여러모로 내게 인사이트를 주었다. 추위를 잊게 한 공간의 모호한 느낌과 더불어 이 인사이트 역시 모호하긴 했으나, 행사가 끝나고 ‘우당탕탕 예술놀이단’의 이지은 대표와 인터뷰를 하면서 그 모호함은 다행히 좀 더 명확해졌다. 인터뷰 내용은 아래와 같다.


1. 축제를 기획한 <우당탕탕 예술놀이단>은 어떠한 단체인가요?

처음에는 ‘그림책 NORi’라는 서점으로 시작했어요. 과거 어린이 영화제를 준비할 당시 흥미로운 애니메이션과 유명한 배우들이 그림책을 읽어주는 목소리를 더빙해서 만든 영상을 보게 된 거예요. 그게 계기가 돼서 ‘그림책’이 갖는 문화적 확장 가능성을 보게 되어 ‘그림책 NORi’라는 서점을 열게 된 거죠. 당시엔 이름만 서점일 뿐이지 ‘문화 공간’이라는 콘셉트로 이 공간을 계획했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콘텐츠’ 위주로 이 공간을 운영하게 되었죠. 책 파는 곳이라기보다는 뭔가 새로운 걸 기획하고 같이 놀거리를 만드는 형태로 흥겹게 일하고 있더라고요. 그렇게 운영하다 보니 처음엔 이곳에 손님으로 왔던 분들이 어느새 같이 협업해서 기획하게 되는 일이 생겼어요.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NORi’가 물리적 공간이라면 이 공간에 의미와 콘텐츠를 채우는 콘텐츠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죠. 그게 바로 ‘우당탕탕 예술놀이단’의 시작이에요. 다시 말해 지금은 ‘그림책 문화공간 NORi’라는 공간과 ‘우당탕탕 예술놀이단’이 결합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곳이에요.


2. 경기생활문화플랫폼 사업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경기생활문화플랫폼 사업의 취지와 저희 단체에서 지향하고 있는 것이 일치하여 사업에 참여하게 되었어요. 일상 속에서 예술을 창작하고 향유하는 것, 독자와 작가의 경계를 흔드는 활동이 ‘우당탕탕 예술놀이단’이 지향하는 것이었다면 생활문화플랫폼 사업도 비슷한 취지와 콘셉트였던 거죠. 예술에 대해서 만만하게 볼 수 있게 하는 것. 그리고 누구든지 기획자가 될 수 있고, 예술에 성큼 다가설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이 사업은 정말 좋은 기회였어요.



3. 생활문화 디자이너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경기생활문화플랫폼 사업에서 중요한 것이 ‘생활문화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거잖아요? 개념적으로는 생활문화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죠. 근데 저희는 ‘생활문화 디자이너’라는 용어 이전에 ‘Player’라는 단어를 썼어요. 이 Player는 노는 사람을 말하기도 하고 연주자, 선수, 전문가 등을 뜻하기도 하잖아요. 저는 이 ‘Player’랑 ‘생활문화 디자이너’가 닮아있다고 생각해요. 뭐든 기획을 할 때 처음엔 본인 자신에게 집중해야 한다고 보거든요. 자신의 욕구에 충실한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아이템이 누구에게 먹힐까?’, 기획의 대상을 먼저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그 이전에 ‘내가 무엇을 하고 싶고, 어떻게 놀면 즐거운지’를 먼저 생각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봐요. 나아가 이것을 현실에 구현할 의지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결국엔 나를 잘 알 필요가 있겠다 싶은 거죠. 생활문화 디자이너의 역할이라. 글쎄요.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아요.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인정하고 그걸 현실 속에서 구현해 낼 용기가 있는 사람들이 생활문화 디자이너이지 않을까 싶어요.


4. 사업 초기와 사업 진행 이후 각각 느꼈던 ‘생활문화’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달라졌다기 보다 확장된 것 같아요. “생활문화가 뭐에요?”라고 물어오시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그건 여러분들이 찾는 거에요.”라고 답하거든요. 그림책으로 예를 들어 보면, 같은 그림책을 스무 살 때 봤을 때랑 나이가 들어 다시 봤을 때랑 다가오는 게 달라지거든요. 메시지가 다르게 다가오는 거죠. 이게 그림책의 미덕인 것 같기도 하고요. 생활문화도 그런 것 같아요. 내가 혹은 어떤 사람이 무언가에 관심이 생기고, 그 무언가가 추상적인 형태에서 구체적인 형태로 드러날 때 문화가 되는 것 같아요. 그걸 저는 생활문화라고 보는 거고요. 마찬가지로 각자에게 ‘생활문화’의 의미가 있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아까 생활문화의 의미가 확장되었다고 했잖아요. 그건 먼저 기획자가 필요하다는 것, 각자의 동네에서 노는 게 중요하다는 것, 내가 서 있는 이 자리가 무대가 되는 게 의미 있다는 거에요. 설명이 되었을지 모르겠어요. (웃음)


북적거리던 ‘NORi’가 조용해졌다. 4시간 전, 네 번째 생활문화 현장인 이곳에 오기 위해 오르던 호젓한 분위기의 동네 언덕길이 창밖으로 보인다. 다시 균형을 되찾은 안과 밖의 호젓한 분위기. 여전히 비는 내렸고, 날은 더욱 어두워졌다. “결국엔 생활문화에서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게 어느 한 곳에 몰입되어 있고 집중되어 있는 것보다 일상과 무대의 균형감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라는 이지은 대표의 마지막 한 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 경기생활문화플랫폼 사업 안내 (하단 링크 참조)

http://ggc.ggcf.kr/p/5d8b82367048904d2c0c8637


2019 생활문화 취재단

○ 작 성 자 : 전형민

○ 활 동 명 : 2019 생활문화 취재단

○ 활동내용 : 경기문화재단 "경기생활문화플랫폼" 사업 현장 취재


생활문화 취재단은 '경기생활문화플랫폼'과 '생활문화 공동체(동호회) 네트워크'의 사업 현장을

취재하여 경기도내 생활문화 현장을 더 많은 도민들에게 전달 및 공유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글쓴이
경기상상캠퍼스
자기소개
옛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부지에 위치한 경기상상캠퍼스는 2016년 6월 생활문화와 청년문화가 함께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울창한 숲과 산책로, 다양한 문화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경기상상캠퍼스는 미래를 실험하고 상상하는 모두의 캠퍼스라는 미션과 함께 새로운 문화휴식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