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정수연

[문화플러스] 너, 나 그리고 음악(청소년 토크 버스킹 공연)

2019-11-28 ~ 2019-11-28 / 2019 경기북부 문화예술공모지원사업


문산수억고등학교에 들어서자 점심시간이 시작되는 시간인지 급히 급식실로 향하는 학생들 사이로 본관 앞에서 급히 악기를 세팅하고 조율하느라 바삐 움직이는 일부 학생들이 유독 눈에 띄었다. 오늘은 문산수억중·고등학교 연합밴드 <SOUNDSCAPE>의 버스킹과 토크 공연이 있는 날로 밴드부원들이 점심도 굶은 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며칠 전부터 포스터를 제작하여 학교 곳곳에 붙이고, 일반 학생들에게 참여기회를 제공하고자 사연을 받는 등 학교 내 홍보를 잘한 덕인지 공연이 시작되자 순식간에 학생들이 쏟아져 나와 밴드를 에워쌌다. 관객들 뒤쪽에 서 있자니 밴드가 아예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었다. 같은 학교 친구들이라 그런지 관객들의 반응은 처음부터 꽤나 뜨거웠고, 노래가 하나 끝날 때마다 박수와 앵콜을 외치며 밴드부원들을 격려했다. 야외공연이라 조금 쌀쌀한 날씨가 걱정이었는데, 현장 열기가 워낙 후끈하여 날씨쯤은 문제가 되지 않는 듯 했다.


이날 공연은 한 울타리에 있는 문산수억중학교와 고등학교 밴드의 연합공연으로 진행되었다. 여느 밴드 공연과 달리 공연 중간중간 일반 학생들이 나와 본인의 사연을 읽고 버스킹을 하도록 한 프로그램 구성이 특이했다. 이런 구성은 지난 9월 23일에 있었던 문산수억고등학교 밴드의 <너, 나 그리고 음악> 공연과 동일한 것인데, 일반 학생들은 학업스트레스, 학교생활의 어려움, 연애이야기, 교우관계 고민 등 학생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전한 후 노래를 들려주기도 하고, 악기를 연주하기도 했다. 지난 번 공연과 달리 이번 공연에서는 문산수억중학교와 연합으로 진행되다 보니 앳된 얼굴들 가운데 더 앳된 얼굴들이 섞여 있었다. 프로그램 구성을 보니, 9월 23일과 11월 28일의 공연곡이 모두 다르게 구성되어 있었다. 또한, 12월에 예정되어 있는 학교축제에서는 또다른 곡들을 선보인다고 하니 꽤 많은 곡들을 연습했음을 알 수 있었다. 학업을 병행하는 학생들이기에 많은 곡을 연습하기가 만만치 않았을 것 같다고 하니 1학기 초부터 매일 점심시간에 모여 연습을 했다고 한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점심시간이 달라서 모두 모여서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은 하루 20~30분 정도이지만, 꾸준히 모이면서 조금씩 연주를 완성해왔다고 한다. 연습은 곡을 정하면 배포된 악보를 가지고 각자 연습한 후 연습시간에는 함께 맞춰보는 시간으로 보냈다고 한다.


현재 문산수억고등학교 밴드는 10명의 부원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드럼 3명, 보컬 2명, 기타 2명, 베이스 1명, 건반 1명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양한 악기로 구성되어 있는 만큼, 한 명의 교사가 악기연주법을 지도하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학생들은 자신이 관심 있는 악기를 정하고 스스로 악기를 연주하는 법을 익히고 공연곡을 연습하는 자율학습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고 했다. 사실 이 밴드는 학교의 정규동아리가 아니라 자율동아리에 속한다. 따라서 학교의 지원도 거의 없고, 대부분의 학생들의 진로와도 크게 상관이 없다. 그야말로 학생들의 관심과 열정으로 자발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밴드이다. 이 밴드의 시작 역시 약 5년 전에 2명의 학생들의 열정으로 시작되었다. 당시 드럼을 좋아하는 2명의 학생은 악기나 장비가 하나도 없고, 연습장소도 없는 상태에서 선생님들을 찾아다니며 담당선생님이 되어 달라고 도움을 요청하였다. 많은 선생님들이 난감해하는 가운데 지금까지 밴드부의 담당교사를 맡고 있는 선생님은 당시 신입교사였는데 학생들의 간청을 차마 외면하지 못하고 함께 하게 되었다고 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만들어가야 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고 회상했다. 학생들은 자비로 자신의 악기를 마련해야 했고, 선생님은 사비를 털어 학생들에게 간식을 제공해야 했다. 사실 원하는 학생들이 쉽게 밴드에 동참하기 위해서는 악기나 장비를 밴드부가 완비하고 있으면 좋은데, 자비나 렌트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 아쉬운 부분이었다. 하지만, 음악을 하고 싶은 아이들의 열정이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밴드를 지속하게 만들어 10명의 부원이 소속된 규모의 동아리로 성장시켰고, 하나하나 공연의 역사를 쌓아가고 있다. 그래서 밴드부에서는 <현성이가 쏘아올린 공>이라는 표현을 쓴다고 한다. 아무것도 없는 맨땅에 헤딩을 하며 밴드부를 처음 만든 선배인 현성이가 시작한 일이 이토록 아름다운 열매를 맺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밴드부에 참여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취미로 음악을 하고 있지만, 일부 학생들은 음악 쪽으로 진로를 잡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선배들 중에 밴드부의 경험과 경력을 살려 대학에 진학한 사례들도 있어 음악에 관심 있는 후배들에게 진로의 길라잡이 역할을 해주고 있다고 한다. 담당교사는 밴드활동의 유익함에 대해 예술문화 체험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일부 학생들에게는 진로의 방향성을 제공하고, 대다수의 학생들에게는 공연을 통해 또래집단간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자존감을 높여 스트레스와 고민이 많은 청소년기를 즐겁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실제로 얼마 전에 파주시 <문산청소년의 집>에서 주최한 <청소년 우수동아리 경진대회>에서 밴드끼리 경합하여 우수상을 받았는데, 학생들이 너무 좋아하고 뿌듯해 했다고 한다. 성공이 경험이 모여 자기효능감이 높아지고, 자기효능감이 높아지면 자존감이 높아진다. 문산수억중·고등학교 학생들이 밴드활동을 통해 함께하는 친구들과 좋아하는 음악 실컷 하면서 작은 성공의 경험들을 조금씩 쌓아가며 더 행복하고 추억 많은 학창시절을 보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글쓴이
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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