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정수연

[문화플러스] 교문동 프로젝트 : 밀었다 당겼다 맞은 꼴

2019-11-17 ~ 2019-11-30 / 2019 경기북부 문화예술공모지원사업



구리시 청소년수련관 1층 로비에 들어서니 한 쪽에 전시된 작품들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작품들 옆에 세워진 입간판을 보니 <茭脗挏(교문동) 프로젝트 : 밀었다 당겼다 맞은 꼴>이라고 쓰여 있었다. 교문동(橋門洞)은 경기도 구리시 서쪽에 위치한 실제 지명인데, 자세히 보니 한자가 다르게 쓰여 있었다. <교문동 프로젝트>는 한자를 茭(끌 교), 脗(맞을 문), 挏(밀었다 당겼다 할 동)을 사용하고 있었는데, 작가가 일부러 한자를 바꾸어 ‘밀었다 당겼다 맞는 꼴’이라는 의미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쉽게 이해되지 않는 프로젝트명의 의미를 설명해 놓은 것을 보니, “스퀴지로 밀고 당겨 공판화인 실크스크린 판의 뚫린 곳으로 물감이나 염료가 통과하면서 찍히는 것과 판화를 정교하게 찍기 위해 핀을 맞추는 과정의 행위를 내포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작가가 프로젝트를 진행한 삼육고등학교가 교문동에 위치한 점을 감안하여 유추하건대,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공간인 교문동이라는 지역성과 작품을 완성해가는 과정 속에 포함된 활동성을 이중으로 내포하는 제목인 것 같다.


이 전시회는 2019년 11월 17일부터 11월 30일까지 구리시 청소년수련관 1층 로비에서 진행되었다. 구리시 청소년수련관이 여러 문화강좌와 스포츠강좌를 운영하고 있어 방문자들이 꽤 많은데, 1층 로비에 작품을 전시하다 보니 오며가며 많은 사람들이 전시를 관람할 수 있었다. 사실 <교문동 프로젝트>는 전문 작가들의 작품이 아니라 고등학생들의 작품이다. 이번 프로젝트 작가란에 16명의 학생들의 이름이 기입되어 있는데 이 전시회는 현직 작가와 학생들이 3개월 넘게 같이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제작한 결과물인 작품들을 전시한 행사이다. 이 프로젝트는 학생들에게 생활 속에서 예술을 체험하고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현대미술의 맥락 안에서 어떻게 작품이 제작되고 전시가 구성되고 홍보되는지 직접 참여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마련하였다고 한다.


또한, 지역 청소년들과 미술로서 소통하고, 청소년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을 끌어 올려 미술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는 진로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도움이 되고자 하였다. 반면 일반 청소년들에게는 예술에 대한 이해와 소통을 통해 자기표현의 기회를 제공하면서, 청소년간의 커뮤니티를 형성해줌으로써 질풍노도의 어려운 시기를 잘 지낼 수 있도록 소통과 교제의 장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작품들을 보니, 청소년들 작품답게 경쾌함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작품들은 모두 일상적인 재료들을 이용하여 시럽병, 물병, 샴페인, 권총, 드라이기, 확성기, 콜라, 햄버거, 음료수, 창, 연필 등 대부분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물품들을 표현한 작품들이었다. 작품들의 크기는 크지 않았지만, 대부분 강력한 색상을 사용하였고 그 위에 코카콜라, 펩시콜라, 달러 표시 등을 그려놓은 것이 팝아트 같은 느낌을 주는 작품들이었다. 이들 작품들은 평면 회화를 제작한 후 이를 입체로 옮기고 이것을 다시 평면으로 옮기는 판화를 제작하고 준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말했듯이, 이번 전시에 앞서 전시 작품들을 만들기 위해 작가와 학생들이 함께하는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6월에는 일단 작품을 계획하였고, 워크숍을 진행하기 위한 재료 구입, 교재 제작, 이미지 리서치, 자료 수집 등이 주로 진행되었다. 워크숍은 6월부터 시작하여 10차례 정도 진행되었는데, 워크숍에서는 진행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하고, 이미지에 접근하고 드로잉하는 방법, 실크스크린 판화 재료와 기법을 활용하여 작품을 제작하는 방법, 제작한 작품을 입체로 제작하는 방법, 완성된 작품을 촬영하는 등 작품 제작에 대한 전반의 지식과 실습이 진행되었다. 10월에는 본격적인 작품 제작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고, 리플렛 제작, 액자 제작, 도록 제작 등을 마무리하였다. 프로젝트가 종료된 11월 초부터는 본격적인 전시 준비기간으로 적극적인 홍보활동과 전시 디스플레이 등이 진행되었다. 이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진행한 작가는 이 모든 과정을 학생들과 함께 하며 이번 프로젝트가 구리시 청소년들이 문화예술과 작가의 길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작가의 이런 바람을 담아 전시장 한 켠에는 “이번 프로젝트와 전시를 통해 구리시 청소년들과 미술로서 소통하고 문화예술에 대한 경험, 일반 청소년들과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구리시 청소년과 예술가가 거주하고 생활하는 구리시, 경기북부 지역의 문화활성화를 꿈꾸고 기대한다.”는 문구가 적혀있었다. 작가의 바람대로 구리시의 청소년들과 예술가들, 지역 주민들이 예술을 통해 더 행복해지고 더 소통할 수 있는 지역이 될 수 있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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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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