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정수연

[문화플러스] 교과서에 나오는 명시(서정시편)

2019-10-25 ~ 2019-10-25 / 2019 경기북부 문화예술공모지원사업



2017년 채리티 뮤직 쏘사이어티(Charity Music Society)가 청소년들을 위해 기획한 “교과서 명시–일제저항시 편”이 공연되었다. “일제 치하의 암울한 시대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삶과 글로써 조국의 아픔을 노래했던 시인들의 저항의 의지와 내면에 끓어오르던 애국의 정신을 문학과 음악으로 음미해보고자 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힌 이 공연에서는 이상화, 이육사, 심훈, 한용운, 윤동주, 김영랑, 박용철, 김소월 시인들의 저항시가 가곡과 합창으로 전해졌다.


이번 공연은 2017년 공연에 이은 두 번째 시리즈로 “교과서에 나오는 명시II. 서정시편 – 가곡, 합창, 실내악 음악회”로 기획되었다. 10월 25일 운정행복센터 공연장을 시작으로 26일 서울 KT체임버홀, 27일 고양시 어울림누리 별모래극장에서 3차례에 걸쳐 공연되었다. 올해는 가곡, 합창, 실내악뿐만 아니라 한국문인협회 소속 장충열 시인을 초청해 시 낭송까지 더해져 2017년보다 업그레이드된 공연이라고 했다. 조금 쌀쌀했던 가을밤이었지만, 운정행복센터 공연장에는 한국의 명시들과 아름다운 음악을 감상하려는 기대로 모여든 관객들로 로비가 북적이고 있었다. 공연이 시작되자 먼저 장충열 시인이 무대로 나와 김영랑 시인의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를 낭송했다. 그 후 그 시를 가지고 유진선 대표가 작곡한 가곡을 소프라노 이수희 씨가 실내악에 맞춰 불렀다. 그리고 다시 장충열 시인이 일어나 김소월 시인의 <먼 후일>을 낭송했고, 역시 이수희 씨가 가곡 <먼 훗일>을 불렀다.


이날 프로그램의 전체 구성은 이 패턴이 계속 이어졌다. 장충열 시인이 매 곡마다 연주 전 시낭송을 하였고, 소프라노 이수희, 강종희 테너 안선환, 바리톤 안세환 등이 출연하여 그 시로 지은 가곡과 합창을 부르는 구성이었다. 공연은 크게 2부로 나뉘어져 있었는데, 1부는 ‘가곡과 실내악’으로 김영랑의 시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김소월의 <먼 후일>, 윤동주의 <새로운 길>, 정지용의 <비>, <산넘어 저쪽>, 김소월의 <임의 노래> 순으로 공연되었다. 인터미션 후에 진행된 2부는 ‘합창과 실내악’으로 진행되었는데 윤동주의 <자화상>을 시작으로 한용운의 <사랑하는 까닭>, 유치환의 <깃발>, 김소월의 <접동새>, 정지용의 <해바라기씨>, 윤동주의 <별헤는 밤> 순으로 공연되었다. 이날 공연에서 선보인 가곡과 합창은 모두 유진선 작곡가가 이번 공연을 위해 직접 작곡한 곡으로 구성되었다. 유진선 대표는 현대 음악계의 중견작곡가로서 이번 연주회의 모든 작품을 작곡하고 기획하였다.


유진선 작곡가 외에도 이번 공연에는 실력 있는 성악가들과 연주자들이 함께 하였고, ‘채리티 뮤직 쏘사이어티 콰이어’와 ‘서울 아가페 코랄’ 등이 참여하였다. 모두 실력 있는 뮤지션들로 수준 높은 공연으로 관객들의 기대에 부응했다. 이번 연주회는 유진선 작곡가가 대표를 맡고 있는 채리티 뮤직 쏘사이어티가 주최했는데, 이 단체는 ‘청중과 가까이’라는 모토를 가지고 관객들에게 보다 친숙하게 다가가고자 모인 음악가 그룹이라고 소개했다. 솔로, 앙상블, 콰이어, 작곡가 그룹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주로 지역문화센터를 거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지역민과 소외계층들에게 최대한 가깝게 찾아가서 쉽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음악을 선사하는 것을 지향하고 있다. 이를 위해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 클래식 음악에 재미있는 해석을 더하고 다양한 음악 편곡을 시도하는 등 관객들과의 소통과 참여를 통해 클래식 음악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유진선 대표는 인사말에서 특히 청소년들에게 좋은 시를 많이 들려주고 싶다고 밝혔는데, 그 이유는 아름다운 시들이 그 운율과 느낌에 따라 순수하게 읽히고 낭송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청소년들이 입시를 위해 시를 접하다 보니 시가 얼마나 아름다운 음악이고 한 폭의 멋진 그림과도 같은 것인지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낭송과 음악을 통해 아름다운 시문학의 세계로 초대하여 순수한 문학성과 음악적인 감수성을 키워주고 싶다고 하였다. 또한, 왜 기존 가곡이나 합창곡을 사용하지 않고 직접 시에 작곡을 하는 지도 밝혔는데, “우리의 아름다운 시문학을 우리의 정서를 담아 그 느낌을 살려 한국의 명가곡, 명합창곡으로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 일이 중요함에도 현대음악이 그동안 이것을 외면해 왔다. 옛날 서구의 문인들과 작곡가들이 만나 위대한 문화유산을 남긴 것처럼, 이러한 가곡과 합창음악의 정수를 한국에서도 이어가고 싶다”고 했다. 또한, “무수히 많은 한국의 명시들에 노래 붙여진 수많은 한국 가곡들과 합창곡들이 여러 작곡가들에 의해 계속 창작되어 침체된 한국가곡, 한국 합창 무대에 신성한 바람이 됐으면” 하는 기대도 전하며,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함께 힘을 모아준 동료 음악가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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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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