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취재단] 울타리넘어 행사 모니터링

2019.10.27 / 2019 경기생활문화플랫폼

sns에서 만나는 글쓰기 모임

“100일 글쓰기가 해피하다고?”



사업은 지원받는 순간 해야만 하는 숙제 같은 것이 된다. 능동적이고 자발적인 방법을 선택해서 사업의 과정을 즐기라고 하지만, 따지고 보면 능동적이어야 한다는 것도, 과정을 즐기라는 것도 참여자들의 호응과 결이 맞아 흥겹게 진행될 때의 일이다. 사업을 책임지는 담당자에게는 자발마저도 만들어야 할 주어진 숙제로 느껴지기도 한다.



글쓰기는 소극적인 활동인 것 같지만, 가장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활동이지 않으면 안 된다. 쓴다는 행위가 따라주어야 비로소 진행되는 그야말로 과정이 만들어내는 목적 없는 목적을 향해 가는 뚝심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지원 사업을 기획하는 대다수의 담당자들은 어느 정도 목적된 바에 따라 구성이나 결과를 예상할 수 없으면 어려움을 겪는다. 사업뿐 아니라 일상 자체가 그렇다. 사람들이 대부분 걱정하는 것은 내 앞으로 예상되지 않는 일이 훅! 밀고 들어올 때다. 같이 하기로 한 사람들이 하든 안하든 별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순간, 그렇다고 누군가 대신해줄 수 없는 상황이 되었을 때 더욱 난감하다.


글쓰기 과정이 딱 이렇다. 참여자가 함께하겠다고 결정하는 것을 별로 중요하지 않다. 쓰고 있어야 참여가 이루어진다. 그것도 100일 동안. 쓰겠다고 한 사람들은 그들 스스로 해내야한다. 그래야 참여한 거다.



‘우리는 행복하기로 했다’


이 단체가 처음 지원할 때 붙인 사업명이다. 무슨 선언 같기도, 주문 같기도 한 이 말은 촌스럽게도 절박하게도 다가왔다. 울타리너머를 운영하고 있는 신지은 기획자는 마을협동조합 운영에 관여하면서 지금은 공부방 운영에 힘을 다하고 있다. 그전까지 추측건대 마을 살이 자체가 일이었을 듯 보인다. 끝나지 않는, 끝낼 수 없을 것 같은, 폭풍처럼 치러왔던 지원 사업에 손을 떼고 탈진하기 전에 일을 줄였다. 그리고 오랜만에 생활문화플랫폼사업이 눈에 들어왔다. 이 정도면 해볼 만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한 해가 마무리될 즈음 궁금해졌다. 이들은 행복해졌을까? 행복하기로 했는데..



‘공동체가 강조되는 만큼 흐릿해지는 개인에 대해 고민하고 이 활동을 시작했다고 하였다’ (전시기획을 맡아주신 기획자의 글에서 인용했습니다.) 행복도 사람 사이에도 생기지만 불행도 사람 사이에서 생긴다. 그게 그렇단다. 인간은 관계에서 의미와 행복을 찾기 때문에 관계가 틀어지면 불행도 관계 때문에 생기는 거란다. 내가 행복하지 않다면 다른 누군가의 행복에 박수를 쳐줄 수 있을까. 길다면 긴 활동을 하면서 모임에 지친 공동체 사람들이 즐겁고 편하게 만날 방법을 모색한 것이 오느라 가느라 시간 소비하고 체력 소진하지 않아도 되는 매체를 이용하는 것이었다. SNS를 이용한 방식이었고, 글쓰기라기 보다 글 올리기로, 연속 100일이 아니라 하루에 한 번씩 100번이 될 때까지 비교적 널널하고 마감이 있다는 한정된 기간이 주어져 마음을 편하게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확실한 한 가지는 이끔이의 하루를 알리는 따뜻한 인사말이었고 그날의 글쓰기에 대한 적극적인 예시문(?)이 매일 SNS에 올라왔기 떄문이다. ‘이 정도의 글을 올리면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 정도의 일상의 문장, 오늘에 맞는 훈훈한 인사가 함께 당도한다. 우리는 가끔 바로 답장하게 만드는 안부의 글을 만날 때가 있지 않은가? 그런 느낌을 받았다 (현장 참관 때 짧은 시간 쓱 보여줘서 제대로 못 읽었다).



기존 사업명이었던 ‘우리는 행복하기로 했다’는 ‘해피 라이프, 해피 마인’으로 바뀌었다. 이번 활동은 동화책 그림 작가랑 아이들이 만나 같이 놀기도 하고, 여성주의 책을 읽기도 하고, 마을 활동에 지쳐있을 젊은 간사들의 자생자(自生) 프로그램도 있고, 그리고 100일 글쓰기가 있다. 글쓰기 과정은 3기수가 모여졌다. 기수가 만들어졌다는 것은 100일 글쓰기가 그래도 힘들지 않은 행복한 과정이었음을 말한다고 생각한다. 


‘00이셨군요~~’ 초대된 마을카페 마실에는 정성껏 마련한 브런치가 있었다. 누가 누구랑 앉아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 기획자는 미리 앉을 자리를 준비한 듯하다. 굳이 이렇게 한 이유가 있었다. 오늘 처음 직접 대면하는 참석자도 있기 때문이다. ‘편한 곳에 아무 데나 앉으세요’는 가끔 초대받아 방문한 사람을 뻘쭘하게 만드는 순간이기도 하다. 모두가 앉아있을 때, 어디 앉아야 할지 몰라 서성거린다는 것은 참으로 불편하다. 내 자리가 있다는 것은 제대로 왔다는 안정감을 준다. 



11시부터 오후 6까지 카페 마실은 100일 글쓰기에 참여한 사람들이 서로 인사하는 자리이기도 하고, 그간 참여한 활동들의 과정을 잘 모아 전시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전시해야 할 것은 ‘글’인데 어떻게 전시할지 몰라 인맥을 활용해 전시를 맡아줄 사람에게 부탁했다고 한다. 전시 기획자의 글을 보면 전시에 대한 고민이 보인다. 그리고 어떻게 전시되었는지 전시장도 어느 정도 그려지리라.


(...생략)

작가가 아닌 어떤 이의 글, 짧은 전시 기간...이라는 조건에서 내가 전시를 통해 드러내고 싶었던 것은 '100일'의 시간과 '하나, 하나' 다른 것들 이었다. 참여자별 자기가 쓴 문장을 5~8개 받아 총 100개의 문장을 만들었고, 문장 하나하나 편집, 출력하여 벽에 붙였다. 종이는 트레이싱지를 사용해 종이 자체의 존재감은 배경에 스며들게 하고 그만의 생경한 느낌은 살렸다. 벽 한 쪽으로는 100개의 문장이 각각 5초씩 나타났다 사라지는 영상을 만들어 프로젝터로 쏘았다. 영상은 총 11분 정도 된다.


이렇게 100일의 시간의 누적을 시각적, 시간적 전시물로 만들었어도 어느 곳에선가는 '어떤이의 글'이 오롯하게 남겨지고 그것을 '다른 어떤 이'가 자기 시간을 내서 읽고 헤아리길 바랐다. 그래서 필사책상을 두었다. 스탠드, 펜트레이, 노트 등은 미리 골라 주문하고 오늘 전시 설치를 하러 가며 뭔가 아쉬워 꽃 집에서 꽃을 샀다. 내가 고른 꽃은 모두 '메인'이 아닌 '소재' 라고 불리는 꽃이었다. 꽃송이가 아주 작거나 꽃이 아닌 줄기과 잎만 있는 '풀', 그래서 눈에 띄지 않고 주로 '메인'의 배경이 되는 꽃들이었다.(...생략)


전시기획자 이승민,

<HAPPY LIFE HAPPY MINE 그리고 우리는 글을 씁니다>

기획자의 글에서 발췌


SNS를 통한 100일 글쓰기는 이들의 새로운 경험이다. 글은 자기 속내가 어찌하든 드러난다. 아무나하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울타리너머의 이 사업은 마을 활동에 지친 이들과 다시 시도해보는 과정이었고, 이들의 활동으로 새로이 동참한 마을 사람들이 있었다. SNS를 통해 글을 올리는 설계는 대면 관계를 중시하는 문화지원사업으로서는 보기 드문 활동이다. 그러나 울타리너머의 그들이 행복하기로 작정하기까지 노력해 왔던, 마을에서의 관계가 전제되었기에 가능했으리라. 글 쓰면서 행복했다는 사람들이 있으니, 행복한 글쓰기가 뻥은 아닌가보다.


※ 경기생활문화플랫폼 사업 안내 (하단 링크 참조)

http://ggc.ggcf.kr/p/5d8b82367048904d2c0c8637


2019 생활문화 취재단

○ 작 성 자 : 민병은 (2019 경기생활문화플랫폼 사업 컨설턴트)

○ 소     속 : 지혜로운 봄 대표


생활문화 취재단은 '경기생활문화플랫폼'과 '생활문화 공동체(동호회) 네트워크'의 사업 현장을 취재하여

경기도내 생활문화 현장을 더 많은 도민들에게 전달 및 공유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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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은 @신지은 @이승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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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경기상상캠퍼스

    자기소개/ 옛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부지에 위치한 경기상상캠퍼스는 2016년 6월 생활문화와 청년문화가 함께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울창한 숲과 산책로, 다양한 문화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경기상상캠퍼스는 미래를 실험하고 상상하는 모두의 캠퍼스라는 미션과 함께 새로운 문화휴식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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