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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취재단] 대만 생활문화 현장리뷰 (전체리뷰편)

2019-12-03 ~ 2019-12-07 / 2019 국외 우수 생활문화 현장사례 탐방

4박 5일간의 대만 생활문화 현장 탐방 일정을 마치고



한국은 12월의 추운 날씨였다. 두꺼운 패딩 차림으로 한국 공항에 도착했지만, 대만에 도착했을 땐, 모두가 가벼운 니트 차림이 되었다. 비가 조금씩 내리긴 했지만 초가을, 좀 쌀쌀한 가을 날씨 같은 느낌이었다. 타이페이 역에서 가게들이 가득한 골목들을 걸어가다 보니 숙소에 금방 도착했다. 숙소에 도착했을 때 좀 추운 느낌이 들어 히터를 틀어놓고 나가려 했으나, 다음 날에야 알게 된 사실은 대만은 난방 시스템이 아예 없다는 사실이었다.


대만을 이전에도 방문해 본 적이 있었지만, 어딜 가든지 한국인들이 가득한 관광 명소들만 가봤던 기억밖에 없었다. 그래서 이번 출장 일정의 생소한 장소들이 기대가 되었다.



우리는 첫날 일정으로 보장암 국제 예술인 마을로 향했다. 굉장히 넓은 공간이 공방, 가게, 찻집, 게스트 하우스 같은 소소한 공간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마을이 굉장히 조용하고 한적한 느낌이었다. 한국인들이 북적거리는 복잡한 관광지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이 조용한 골목의 예술인 마을을 대단히 추천한다. 이 한적한 골목을 걸어 다니면서 수원의 행궁동이나 부산의 감천마을과 느낌이 언뜻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다. 이곳은 주민들이 실제로 거주하는 공간이기도 해서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출입이 제한된 철문을 익숙하게 열고 나오는 주민들의 모습과 대조되는 것이 흥미로웠다.


 

둘째 날은 대만 가이드와 일정을 함께 했다. 대만의 생활문화 공간들을 많이 방문했는데, 대부분의 대만 생활문화 공간들이 버려지거나 오래되고 낙후된 공간들을 리모델링하여 재활용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난지창의 중칭리 마을의 센터도, 타이베이 마을 만들기 센터도, 보피랴오 역사거리도 모두 그런 경우에 해당했다. 사실 방문한 대부분의 공간들이 엄청나게 세련되거나 현대적인 느낌은 아니었다. 실제로 대만의 대부분의 건물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허름하고 낙후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현실적으로 대만에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대만은 건물의 겉을 새것처럼 유지할 수가 없다고 한다. 그리고 대만의 정부 방침 자체가 헌 건물을 아예 허물고 새 건물로 짓는 것을 권하지 않고, 옛 건물에 대한 애착이 많다고 한다.



셋째 날은 비가 많이 왔다. 대만은 거의 365일 중 300일 정도가 비가 온다고 한다. 12월이 가장 비가 안 오는 달이었는데도 불구하고 4일 중 이틀이 비가 왔었다.


이 날은 도시재생 공간들을 많이 방문했다. 이 날의 일정은 대부분이 공간 투어 그리고 전시 위주였는데, 우리는 난강 찌이루 생태마을, 쓰쓰난춘, 송산문화창의원구, 화산1914 창의 문화 원구를 방문했다. 가이드와 짧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대만 사람들이 여가 시간에 가장 많이 하는 일은 전시를 보러 가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타이페이 역 주변에서 박물관 미술관 등을 손쉽게 볼 수 있고,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건물 곳곳에 붙어있는 전시 현수막을 발견할 수 있다. 대만은 술을 먹는 문화가 발달되어 있지 않아서 여가 시간에 하는 활동들이 대부분 문화생활이라고 한다. 실제로 방문했던 송산문창원구에서는 다양한 전시들이 진행되고 있었고, 평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현지인들이 있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날이었는데 화산1914 창의 문화원구의 허름한 듯 감성적인 건물들과 잘 어울리는 하루였다.



마지막 날은 예스진지 투어를 했다. 이날은 비가 가장 많이 오는 날이었는데, 첫 번째 코스였던 예류에서는 거의 태풍이 온 듯했다. 우비를 입고 우산을 쓰고 비닐 장화를 신어도 샤워를 한 것처럼 물을 쫄딱 맞을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 코스였던 진과스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광부 도시락이었다. 당시 광부들이 일하면서 먹었던 도시락을 먹어보는 체험이었는데, 신기하게도 도시락 안에 김치가 들어있다. 한국인 여행객들을 위해 한국화시킨 상품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지우펀에서는 비가 많이 내리고, 사람들이 너무 많아 골목으로 내려가는 것조차 힘들었다. ‘지옥펀’이라는 별명이 이해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바다와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곳에 도착하니 감탄이 나오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마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영화 한 장면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사진을 잘 찍지는 못했지만, 버스로 돌아가며 우산이 뒤집어지는 경험을 한 것은 잊을 수가 없을 것만 같다.


(자원봉사자가 직접 생활문화 공간의 역사와 의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렇게 4박 5일간의 대만 일정이 끝이 났다. 5일 동안 대만의 많은 생활 문화 공간들을 방문하면서 대만 현지인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모두 친절하고 구체적으로 자신들의 생활문화 공간의 의미나 역사, 운영 방법들을 설명해주었다.


첫 번째로 가장 놀라운 것은 생활문화 공간에는 정말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면 단순히 수동적인 봉사자들이 아니라, 책임감을 갖고 공간에 대한 많은 지식들을 갖추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대만의 많은 마을들의 사업들이 자원봉사로 운영되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마을을 위해 봉사한 자원봉사자들에게 어떤 혜택이 있냐고 물어봤더니, 난강 찌우루 생태마을의 담당자는 자원봉사자들에게 무료로 수업을 지원하고, 교통비를 지급하며, 더 나아가 정부 기관에 인재를 추천해준다고 한다. 또 난지창 마을의 이장님은 자원봉사자들에게 마일리지를 지급하여 그것으로 생필품을 살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책임감을 갖춘 자원봉사자들과 마을, 생활문화 공간 사이의 선순환이 일어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두 번째로 느꼈던 것은 대만의 대부분의 건물들이 겉으로 보이는 모습을 치장하는데 치중하지 않고, 그냥 본래의 건물을 자연스럽게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꾸밈없이 목적에 충실하고 소탈한 모습이었다.


기존 건물들을 완전히 철거하고 새것으로 짓는 것이 아니라, 보수공사나 리모델링을 통해 새로운 관광지를 만들어내고, 문화 공간을 만들어 주민들에게 문화생활을 제공한다. 굉장히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문화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또 대만의 사람들 또한 옷을 굉장히 화려하게 입거나 화장을 하고 있는 사람도 거의 볼 수 없었다. 대만이라는 나라 자체가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실용적이고 자연스러운 것을 추구하는 특성을 가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4박 5일 동안 대만의 일부를 방문했지만 대만의 문화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가는 것 같다.


2019 생활문화 취재단

○ 작 성 자 : 김채연

○ 활 동 명 : 2019 생활문화 취재단

○ 활동내용 : 경기문화재단 "생활문화 공동체(동호회) 네트워크" 사업 현장 취재


생활문화 취재단은 '경기생활문화플랫폼'과 '생활문화 공동체(동호회) 네트워크'의 사업 현장을

취재하여 경기도내 생활문화 현장을 더 많은 도민들에게 전달 및 공유하는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글쓴이
경기상상캠퍼스
자기소개
옛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부지에 위치한 경기상상캠퍼스는 2016년 6월 생활문화와 청년문화가 함께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울창한 숲과 산책로, 다양한 문화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경기상상캠퍼스는 미래를 실험하고 상상하는 모두의 캠퍼스라는 미션과 함께 새로운 문화휴식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