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사는 예술가] 소리와 울림이 있는 시공간

안성_성동훈 작가의 작업실





이런저런 일로 미술동네에서 종종 만나왔던 성동훈 작가지만, 아이러니컬하게도 작업실 방문의 기회를 그동안 한 번도 갖지 못했습니다. 방문의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전적으로 저의 게으른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성동훈 작가와 그의 작품을 접하거나, 떠올릴 때면 늘 작가의 산실, 즉 작업공간이 궁금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저와 비슷한 일을 하는 대부분의 분들이 그러하시겠지만, 하는 일과 관련해서 작가의 작업실을, 싫던 좋던, 찾는 편입니다. 전시, 또는 작품과 관련해서, 혹은 작가와 작품에 대한 글을 쓰기 위한 특정 목적을 갖고 찾기도 하지만, 이를 테면, 작가와 함께 만들어나가는 미술관 주요 업무들의 기본적인 시작점을 작업실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막혔던 일머리부분이 풀리기도 하고 일을 진행하며 생길 수 있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물리적/심리적 오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좋은 태도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작업실을 방문하는 것은 기획자로서 갖추어야 할 작가에 대한 최선의 노력 중 중요한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미술관이라는 직장에서 생활을 하는 제게 작업실 방문은 합법적으로 바깥나들이, 즉 바람을 쐴 기회이기도 합니다. 직업과 관련한 사무적 목적도 목적이지만, 작가의 작업과 그 환경에 대한 평소의 개인적인 관심으로 방문하기도 합니다. 작가의 작업과 삶에 대한 큐레이터로서의 꾸준한 관심이기도 합니다. 작업실 방문을 위한 시간을 내기가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하여 어딘가를 갈 때면 가급적 근처의 작가 작업실을 생각하며 이동 동선을 계획하는 편입니다.


물론 방문하고자 하는 작가의 작업실을 정하면 먼저 계획한 일의 끝나는 시간을 계산하여 약속을 먼저 합니다. 갑작스런 방문에 부담을 드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평소의 작업실 분위기와 작업실 내에서의 작가 모습을 어느 정도는 맛볼 수 가 있어서 나름 만족하기도 합니다. 지나치게 작업실이 정리, 정돈되어 있으면 그 맛이 덜하기도 합니다만, 작가와 작품의 균형 있는 이해를 위해 철저하게 작업실을 우선하고 있습니다.


다른 작가에 비해 성동훈 작가의 작업실은 크고 넓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과연 그러했습니다. 공정과 작업의 성격에 따라 작업 공간이 몇몇 지역에 나뉘어져 있다는 작가의 설명을 듣고 과연 전체적인 규모가 어느 정도일지를 머릿속으로 가늠해 보았습니다. 아무튼 안성 작업실의 규모는 생각했던 바대로 큼직했습니다. 조각가인데다가 아시다시피 만만치 않은 작품의 스케일, 다양한 재료적 실험과 결합 등에 따른 복잡한 공정을 모두 수용해야하고 부수적인 기술적 처리가 용이한 곳이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이들 작품들이 들고나야하는 이유로 언덕 위에 있거나 좁은 도로를 끼고 자리할 것이라고는 물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내비의 도움을 받아 무리 없이 찾은 성동훈의 안성 작업실은 크고 넓었지만,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아늑했습니다. 아마도 오픈 스튜디오 행사를 위해 작업을 잠시 중단한 상태이기 때문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개활지에 자리한 스튜디오와 동네의 주변 경관과 행사의 시작 시간대가 그러한 분위기를 더욱 강조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작업실 내부도 작업과정과 작업에 대한 이해를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정리와 준비가 잘 되어 있었습니다. 매사에 최선을 다하는, 또 작업에 임하는 작가의 평소 모습도 그러하지만 이번 프로그램에 대한 작가의 배려와 진정성이 잘 묻어나는 시공간이었습니다.




일견 투박하고 즉흥적으로 보일 수 있는 성동훈 조각이 체계적이고 치밀한 준비와 작업공정을 거쳐 탄생하고 있다는 것과 한순간도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산고의 과정에 다름이 아니라는 이해를 모두에게 전달하기에 충분했습니다. 평소 작업실을 자주 드나들던 지인은 물론, 당일 행사를 위해 이곳저곳에서 시간을 내어 찾은 일반 참가자들을 맞이하는 주인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덕목이 빛나는 자리였습니다. 그의 쇠는 결코 차갑지 않았고 방문객들의 질문에 각각의 작업들은 자신만의 소리와 울림으로 반응해 주었습니다. 자신과 주변을 호통이라도 치듯 일깨우며 쇠와 불, 바람과 혼연일체가 되어 호흡하며 자신을 녹여온 성동훈 작업의 울림과 떨림을 가감 없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작업실은 크게 실내와 실외로 나누어져 있었는데, 앞서 말한 실내작업공간에 비해 실외공간은 자신의 대형조각을 드문드문 배치하여 상설전시장을 방불케 했습니다. 마당 중앙에 놓인 작품, ‘소리나무’ 속에 불을 피워 밝힌 채 모두가 함께 했던 저녁 식사 시간은 행사의 백미였습니다. 따스한 추억으로 모두에게 오랫동안 기억될 것입니다. 프로그램의 성격에 맞게 자신의 작업충동과 호흡을 이웃과 지인, 그리고 작업실을 찾은 일반인들에게 친근하게 전달하려는 작가와 작업실의 모든 노력과 준비가 하나로 어우러진 시공이었습니다.




특히 지금의 작업실에 정착하기까지 여러 차례의 이사가 있었고 그에 따른 작업들의 원치 않았던 정리가 있었을 것입니다. 그것이 비단 성동훈 작가의 경우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그럼에도 초기작으로부터 현재의 작업에 이르기까지 주요작업들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조각가의 경우는 타 장르에 비해 작업실 조성과 작업의 규모와 양 그리고 형식의 변화에 따른 이사가 훨씬 어렵고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프로그램의 성격상, 그리고 여러 여건상 아쉽게도 그 모두를 볼 수는 없었지만, 지금까지 상당수의 작업이 실물로 존재하고 있다는 점은, 언제라도 전시형식으로 구현이 가능하다는 부분은 작가가 자신의 작업에 대해 갖고 있는 태도를 미루어 짐작하게 합니다.


오픈스튜디오와 방문객과의 대화가 그리 만만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성동훈 작가는 이 모두를 다 열어 놓고 자신의 작업에 대해, 그것이 다소 중복이 되더라도, 같은 말을 누차에 걸쳐 반복하면서도, 모두에게 흔쾌히 친절하게 세세하게 설명을 해주었습니다. 카메라 앞이 아니어도 말입니다. 인터뷰 촬영보다도 일반인들과의 대면 만남에 훨씬 더 무게를 두고 차분하게 손님을 맞이하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작가와 작업의 개성 넘치는 분위기와 형식, 성동훈 특유의 재료와 기법, 해석 등에 대해 갖고 있을 법한 일부 선입견과 궁금증을 상당 부분 해소한, 모두에게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글_박천남(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 수석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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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옆집에 사는 예술가

    자기소개/ 사적이고 비밀스러운 창작공간이자 때로는 도전적이고 개방적인 실험의 장으로서 끊임없이 진화해 온 창조적인 장소, ‘예술가의 작업실’에 가 보신 적이 있나요? 《옆집에 사는 예술가》는 지역사회의 중요한 문화 자산인 ‘예술가의 작업실’에서 예술가의 일상을 공유하는 대중 프로그램을 통해 창작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활동해 온 경기지역 예술가들을 만나는 프로젝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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