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펍] 나의 애정 공간 - 판교에 흐르는 맛있는 음악 (2)

커먼뮤직+커먼키친 황규석


이 글은 《우리동네 펍》본문 글입니다.



민하늬 미술평론가



굴곡이 있어 아름다운 인생


커먼키친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판교에 새로운 색깔을 물들일 수 있었던 것은 이 공간을 만들어 나가는 사람들이 지닌 고유한 색깔 덕분이다. 이 고유색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언제 행복함을 느끼며, 어떻게 자신의 꿈을 지켜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한 오랜 고민 끝에 만들어진다. 이러한 맥락에서 황규석 대표는 언제 자신이 행복한지를 아는 사람 같다. ‘테크노밸리와 인디 음악의 공존’이라는 새로운 실험을 하고, 틈만 나면 주변 사람들과 재미있는 ‘작당 모의’를 하면서 삶의 순간들을 즐기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그의 독특한 실험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인지도 모르겠다. 그가 가진 독특한 이력이 이 점을 보여 준다.


Q : 음악이라는 꿈과 현실적인 문제들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황규석이라는 ‘사람’이 걸어 온 자취가 궁금해요.


황 : 대학에서 국제관계학을 전공했어요. 음악이 아니었다면 대학원에 진학해 관련 공부를 더 했을 테고, 외교와 관련한 일을 하면서 지금보다 소위 ‘평탄한’ 길을 걸었을지도 모르죠. 모든 부모들이 자식이 안정적이고 편안하게 살기를 원하고, 대부분의 사람들 역시 자신의 나이에 맞는 안정을 찾잖아요. 제 친구들도 그렇고요. 그런데 저는 그냥 좋아하는 걸 계속했어요. 대학 다니면서 꾸준히 밴드 활동을 했고, 해외 음반 제작사와 유통사에 직접 연락해 해외 음반을 국내로 수입·유통하는 일도 했고요. 또 음악 일을 하면서 좋아하는 밴드가 생기면 해외로 공연을 보러 가고, 공연장에서 해외 뮤지션들과 형 동생 하는 친구가 되기도 했어요. 그러다 국내에 유통하고 싶은 해외 뮤지션이 생길 때마다 지방의 건설 현장으로 내려가 소위 노가다를 뛰며 음반 제작 비용을 마련했어요. 2004년쯤 본격적으로 음악 레이블을 시작하게 됐는데, 한번은 신혼 초에 꼭 제작하고 싶은 음반이 생겨서 신혼집 전세 자금을 탈탈 털어 음반을 낸 적도 있었어요. 물론 실패했지만요.(웃음) 그럼에도 지금까지 음악을 할 수 있는 것은 저와 아내 모두 어떤 일을 벌이는 데에 주저함이 없기 때문일 거예요. 아내도 영화를 전공해서 그런지‘어떤 것을 정말 좋아한다.’는 말의 의미를 너무 잘 알다 보니, 이 모든 상황들을 기꺼이 함께하고 어려운 시간들을 함께 잘 버텨 준 것 같아요.



커먼뮤직이 기획한 라이브 공연 포스터들과 구석에 놓인 통기타, 음악 관련 서적들, 오래된 LP판에서 황규석 대표의 음악 사랑이 느껴진다



인터뷰를 진행하다 문득 든 생각은, 이제까지와는 다른 문화 양상, 그 중심에는 독특성을 지닌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 나아가 그 사람이 주변과 관계 맺는 방식에 따라 좀 더 의미 있는 문화 현상을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간은 공간을 운영하는 사람을 닮는다. 그 사람이 인생에서 어떤 경험을 했고, 그 경험을 통해 무슨 생각을 했으며, 어떤 꿈과 비전을 가지고 살아가는지가 공간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필자가 황규석 대표에게 느꼈던 단단함과 유쾌함, 그리고 여유로움은 많은 실패의 소용돌이 속에서 중심을 잡고 견뎌 온 시간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 스스로도 젊은 날 실패의 경험들이 지금의 자신을 만들었다고 고백한 것처럼 말이다. 만약 그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보다 다수가 쫓는 삶의 방식에 휩쓸려 갔다면 어땠을까?


때로는 유연하게 때로는 무모하게 현실적인 문제들과 대면하고, 그 경험들을 통해 얻게 된 단단함과 여유는 아마 평생 얻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미래를 미리 걱정하기보다는 ‘지금 여기에서 좋아하는 일을 하자.’는 것이 그의 모토고, 그때그때 닥치는 위기에 굴복하지 않고 가능한 방법을 찾아내며 버텨 온 것이 지금의 커먼키친+커먼뮤직이 되었다. 다시 말해 그는 ‘지금’ 당면한 상황 안에서 가능한 방식으로 음악 활동을 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금처럼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유산으로 물려받아야 하는 우리 세대에게 황규석 대표가 삶을 마주하는 방식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Q : 성남시나 재단에 바라는 점이 있나요?


황 : 우선 같은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다른 단체들과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이 있으면 좋겠어요. 혹은 분야가 다르더라도 공간을 운용 방식이나 공통 관심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플랫폼을 마련하는 일을 재단이나 기관에서 도와주면 좋을 것 같아요. 또 세금이나 법과 관련해 전문 컨설팅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어요. 제 경우 직접 해외 뮤지션들의 공연을 기획하고 초청하기 때문에 그 과정에 수반되는 법적인 절차나 세금 문제로 간혹 곤혹을 치를 때가 있거든요. 마지막으로 재단의 지원 사업에 선정된 단체가 좀 더 자율적으로 재원을 운용할 수 있도록 바뀌었으면 좋겠어요. 또 자금 운용을 평가하는 기준들 역시 다양화 되었으면 좋겠고요.


Q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황 : 커먼뮤직+커먼키친이라는 공간이 누구든 편안하게 음악을 들으러 올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라고요, 한 번뿐인 인생, 자기가 정말 좋아하는 일들을 잘 하면서 살면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우리는 보통 문화라고 하면 즉각적으로 음악, 미술, 공연과 같은 ‘예술’ 행위를 떠올린다. 예술이 대표적인 문화 활동임에는 틀림없지만, 문화를 조금 더 넓은 의미의 지평에서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만약 문화를 ‘한 사회를 구성하는 개인이나 집단이 만들어 내는 행위 전반’으로 확장시켜 본다면 어떨까? 그렇게 된다면 우리는 아마 재미있는 상상력을 동원해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화 현상들을 다시 바라보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해 이 작은 움직임들을 새로운 문화라고 읽을 수 있다면, 우리는 일상 속에서 약간의 희망을 엿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터뷰를 마치며, 나의 색을 유지하며 산다는 것에 대해


한국이라는 사회에서는 유독 ‘나’를 지키며 살아가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연령대별로 우리를 따라다니는 수많은 꼬리표들이 있고, 그것을 떨쳐 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십 대에는 공부와 대학 입시, 이십 대에는 졸업과 취업, 삼십 대에는 취업과 결혼, 그리고 육아, 사십 대에는 육아와 일 등등. 이 꼬리표들은 언제 어디에서나 개인을 규정하고 판단하는 요소들로 작동한다. 이 틀에서 벗어나려고 꿈틀거릴 때 혹은 그것에 저항하기 시작할 때, 우리 안에는 온갖 종류의 불안과 강박이 생겨난다.




그런데 모순적인 것은 사회가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 온 친구들 역시 언제 해직될지 모른다는 불안 속에서 살아간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일주일에 하루 또는 이틀 정도의 주말을 위해 나머지 날들을 버티고, 그나마 법정 휴일을 보장받지 못하는 친구들은 쉬는 날을 꿈꾸며 산다. 삶이 아무리 노동이라지만, 너무 슬프지 않은가. 그래서 젊은이들은 고민이 많다. 나만의 꿈을 꾸면서 불안한 젊은 날들을 버텨 내느냐, 아니면 안정감을 선택해 주말을 꿈꾸며 살아가느냐, 아! 그것이 문제로다.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은 거의 제자리거나 하락세를 보이고, 전 세계적으로도 불황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또 한 번의 제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있는 지금, 우리는 한 번뿐인 이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 황규석 대표와의 인터뷰는 필자로 하여금 많은 생각들을 하게 만들었다.


지역 사회나 자신이 속한 공동체에서 새로운 방식의 문화를 형성해 나간다는 것. 그것은 어쩌면 인생에서 반드시 지켜 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를 깨닫고, 앞으로 닥칠 풍파를 버텨 낼 수 있는 감정의 근육들을 단단하게 장착했을 때에야 비로소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우리의 숙제는 나와 다른 이의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이미 이러한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는 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진실한 사람과의 만남은 언제나 좋다. 그리고 옳다.’


#우리동네 펍 #황규석 #커먼뮤직 #커먼키친 #판교

@민희늬 @황규석

    • 커먼뮤직 + 커먼키친

      주소/ 성남시 분당구 판교역로 235H스퀘어 N동 B107

      홈페이지/ https://www.facebook.com/common.kitchen.pangyo

    • 우리동네 펍/ 펍에 실린 12팀의 인터뷰이는 2016년 9월부터 조사한 문화재생 활동단체 중에 선별 추천되었다. 문화재생 활동단체 조사는 문화재생팀 신설 이후, 도내 문화재생 활동에 대한 모집단 규모와 수요 파악을 위해 실시되었다. 조사원은 각 지역에 활동 기반을 둔 청년 중심으로 구성하여 같은 지역 내에서 활동 하고 있는 단체를 심층 조사하였다. 조사 대상은 공동체 철학이 반영된 문화재생 기획과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단체와 활동 내용을 중심으로, 지역을 거점 삼아 활동하게 된 계기와 계획, 지역 관계 정도, 재원 확보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수집하였다. 조사 결과는 재단문화재생 사업에 반영하여 활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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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경기문화재단

    자기소개/ 경기문화예술의 모든 것,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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