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봄봄 19호] 사이좋은 사람들과 아이 키우기

억압 없이 아이를 키우는 것에 대하여


'지지봄봄'은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에술교육지원센터에서 2012년부터 발행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 비평 웹진으로 경기도에서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문화, 예술, 교육, 생태, 사회 프로그램을 지지하고 도민들과 공유합니다.


이성희 / 초등학교 교사


걷는 것보다는 뛰는 것이 더 재미있는 22개월 윤호는 잠에서 깨자마자 거실로 나간다. 종종종 짧은 다리를 부지런히 움직여 이미 출근한 이모 방을 둘러보고 는 곧장 다른 방문을 열고 들어간다. 같이 사는 친구들은 좀 더 눈을 붙이고 싶은 시간임에도 윤호를 이불 속으로 받아준다. 귀엽게 봐주는 시선이 있어 아이를 그대로 둔 채 아침식사를 준비한다. 윤호의 알람을 듣는 것은 같은 집식구들만이 아니다. 바로 아랫집에 사는 친구들도 콩콩콩 뛰는 소리에 윤호의 기상을 안다고 한다. 주말이면 윤호가 보고 싶다며 발소리를 듣고 올라와 인사를 하기도 한다. 윤호는 하루를 시작할 때부터 참 많은 사람을 만난다.


윤호는‘ 우리동네사람들’(이하 우동사)에서 태어난 첫 번째 아이다. 우동 사공동주거 집들 중에서도 세 개의 집이 나란히 붙어 있는 곳에 살고 있다. 공간에 경계가 별로 없는 편이라 옆집, 아랫집까지 15명의 이모, 삼촌들과 일상을 함께한 다. 나와 남편은 2011년 우동사라는 이름으로 공동주거를 시작한 초기부터 함께했 다. 이곳에서 연애와 결혼이라는 생의 큰일을 이루었고, 임신하기 전부터 아이를 어떻게 키울 것인가에 대해 친구들과 논의했다. 육아 경험이 전무한 싱글이 대부분이라 물리적 상황의 준비보다는 무엇이든 함께 논의하며 같이 키워보자는 마음의 준 비에 대해 서로 이야기했었다.




윤호가 처음 우동사에 들어오던 날을 기억한다. 방문에 고추를 매달고 환영 메시지를 큼직하게 써서, 태어난 지 일주일 된 아기를 두 팔 벌려 맞아주던 사람들이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면 세이레가 되는 21일까지는 외부인의 출입을 자제하고 바깥출입도 자제한다고들 하는데, 이미 열 명이 넘는 내부 거주자들이 있어서 그 기간 동안 매일 새로운 얼굴들을 만난 기억이 난다. 다행히도 친정어머니의 우려와는 다르게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잘 자랐다. 100일 되던 날, 윤호 돌보기도 벅찬 초보 부모를 위해 친구들이 잔치를 열어주었다. 선약 때문에 그날 자리를 함께하지 못한 한 친구가 편지를 전해 주었는데, 아직까지도 그때의 울림이 남아 있다.


“네가 우동사에 짠 나타나면서 우리 집 공기가 참 따뜻해졌단다. 다들 젊 고 공사다망해서 모이기 참 어려웠는데, 너와 너의 엄마 아빠가 매일 집에 있으면서 기둥이 있는 듯한 안정감이 생기고 너를 통해 우리가 더 모이게 되었고 서로 도울 일도 생겼어. 나는 요즘 우리가 함께 사는 게 너무나 좋단다 .”편지글 부분




하지만 아이가 크면 클수록 존재감이 얼마나 커지는지 실감하게 되었다. 식사 시간에는 국과 반찬을 엎지르기 일쑤였고, 방의 물건들을 부서뜨리거나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는 그 나이에 걸맞게 사람들을 때리고 물었다. 그때마다 당황스럽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아이의 행동이 잘못된 것이어서 막아 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이런 행동이 혹여나 다른 식구들에게 피해를 줄까,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까를 염려하며 눈치를 보는 시간들이 있었다. 그런 마음을 표현해보기도 하고 괜찮다는 답변을 듣기도 했지만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최근에 나는 친구들과 자신의 감각과 실재에 대해 살펴보는 공부를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윤호와 사람들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실제 상황들을 좀 더 찬찬히 들여다볼 수 있게 되었다. 그제야 그동안의 우려와는 사뭇 다른 상황들이 눈에 들어왔다.


아이가 국을 반찬을 엎어 상을 어지를 때 다른 사람들이 불편할까 살피던 나에게 “우리가 먹는 것을 보고 자기도 직접 해보고 싶은 것은 아닐까? 아직 능숙하지 않은 근육 때문에 그러는 것 같다. 재미있는 놀이라 느껴지나 보다”라며 그 사람들은 각자의 시선에서 관찰된 것들을 말해주었다.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쓰느라 아이 가 어떤지 살피지 못했던 나보다 더 관심을 갖는 사람들에게 아이에게 집중하고 들여다보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밤에 자다 깨어 우는 아이를 거실에서 달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있었다. 한번 해보자 싶어 방 밖으로 나오니, 누군가는 걱정되어서 나오기도 하고 누구는 아이에게 조용히 하라고 직접 얘기해주기도 하였다. 잠을 설치기는 했어도 서로 무리해서 마음을 감추기보다 자연스럽게 상황을 봐주는구나 싶어 오히려 마음이 편해졌다. 윤호가 자꾸만 사람을 물고 때리는 것이 고민일 때도 “각 상황들이 다 달랐던 것 같다. 장난으로 할 때도 있고, 화가 나서 할 때도 있는데 그때 상황에 맞게 대응해 보면 어떨까? 염려되는 마음이 있다면 안돼 라고 하기보 다 그 마음을 표현해 보면 어떨까?”라고 넌지시 해주는 말들 속에서 사람들의 마음이 보였고 윤호를 대하는 내 마음에도 점점 여유가 생겨났다.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윤호를 공동체의 한 멤버로서 인식하고, 진심으로 행복하게 살아가기를 바라고 있었구나. 아이와 함께 하는 이 순간을 참 소중하게 여겨주고 있었구나. 같이 살지만 아이는 내가 키운다, 육아는 엄마, 아빠의 몫이라고 으레 생각했는데, 아이가 건강하게 잘 자라는 것이 비단 부모만의 일이 아니라 자신이 사는 공동체에 꼭 필요한 일로 생각해주고 있었구나’하는 마음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그동안 함께 해온 시간들이 공동체의 구성원으로서의 친밀감은 물론, 깊어진 관계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이 지점이 분명히 보이니 나에게도 변화가 찾아왔다. 모든 관계에서는 아니지만 스스로 눈치 보는 일이 줄어들었다. 아이의 특정 행동에 대한 문제의식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니 이유 있는 행동으로 이해가 되었고, 그런 행동을 하는 아이의 내면적 상황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려 노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 공감과 이해의 관계 속에서 나의 육아는 더욱 행복해졌다.


커가는 몸집만큼 윤호의 콩콩대는 발소리가 커지는데도 이해로 품어주는 아랫집 사람들 덕에 윤호의 마음 역시 건강히 자라는 듯하다. 억압 없이 자라기를 기원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자신의 감정도 마음껏 표현해낸다. 이런 좋은 이웃들 곁에서 나 역시 한결 자유롭고 편안하게, 억압 없는 행복을 누리며 함께하고 있다.


나에게 ‘같이 산다’는 것은 내가 행복하고 싶은 만큼 함께 행복하기를 바라는 사람들과 공간과 시간을 나누는 일인 것 같다. 나의 행복을 바라는 사람들 곁에서 나 역시 윤호처럼 마음의 키가 자라고 있다. 가끔 숨기고 싶은 모습들이 드러나도 있는 그대로 이해해주는 사람들 사이에서, 혼자일 때보다 함께여서 더 풍요로운 삶을 실 감하고 있다. 이런 나의 내면이 그대로 아이에게 전해지지 않겠는가? 윤호가 아낌 없는 애정과 진심을 충분히 체험하며 자라고, 그런 관계의 진실성이 윤호의 삶에 따 뜻한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며 하루하루 소중히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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