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문화, 예술, 교육에 대한 연찬(본질을 탐구) -(1)

지지봄봄 19호 좌담회


'지지봄봄'은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에술교육지원센터에서 2012년부터 발행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 비평 웹진으로 경기도에서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문화, 예술, 교육, 생태, 사회 프로그램을 지지하고 도민들과 공유합니다.

조정훈 / 편집장, 우리동네사람들

유상용 / 진강산마을교육공동체

임정아 / 우리동네사람들/발도르프학교 교사

이성희 / 북가좌초등학교 교사

정수진 / 우리동네사람들. 국제개발NGO 활동가

이광민 / 활동가/前(전)시민사회단체 실무자

박아롬 / 지지봄봄 담당자

한상은 / 녹취록 작성


조정훈 안녕하세요? 지지봄봄 19호 편집장을 맡게 된 조정훈입니다. 어느 마을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마을 사람들이 모여 제사를 올리는데 마을에 고양이가 많았나 봅니다. 제사를 올릴 때면 제사에 방해가 되는 고양이를 우리 안에 가두고 제사를 지냈습니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마을에는 더 이상 고양이가 없었지만 제사 의식은 여전히 남았습니다. 사람들은 제사를 올릴 때가 되면 이웃마을에서 고양이를 데리고 와서 우리에 넣고 제사를 지냈습니다. 고양이를 구하지 못하면 제사를 올리지 못했습니다. 그 누구도 제사 때 왜 고양이가 필요한지 의문을 갖지 않았습니다. 먼저 오늘 이 자리에 함께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며 여는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참 어이없는 사례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우리의 일상을 가만히 돌아보면 이렇게 목적과 수단이 뒤바뀐 상황이 참으로 많습니다. 가장 흔한 예로 행복하기 위해 돈을 벌기 시작했지만 어느새 돈 버는 것 자체가 인생의 목적이 되어버린 사람들이 많습니다. 문화예술교육 역시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기 위한 도구임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교육 자체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상황을 목도하기도 합니다. 요즘 유행하는 공동체 역시 그렇습니다. 공동체는 사람들이 함께 행복한 삶을 꾸리기 위한 수단입니다. 공동체 자체가 목적이 되면 결국 돈으로 건물을 짓고 사람을 모여 살게 하는 것만으로 행복의 요건이 갖추어졌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본말이 전도된 상황이 곳곳에 있습니다.




이번 호에서는‘ 문화예술교육이 꽃피는 장’으로서의 공동체를 조명합니다. 문화예술교육을 삶의 현장에서 구현해가고 있는 공동체를 살펴보고, 문화예술교육이 공동체 내에서 발현되는 조건이 무엇인지 살펴봅니다. 공동체가 문화예술교육을 꽃피우고, 그렇게 꽃핀 문화예술 교육의 장이 다시 공동체를 살찌우는 순환의 고리를 만들어가는 사람들을 만나봅니다. 위 이야기가 이번 지지봄봄 19호의 큰 방향입니다. 오늘 좌담회는 위 이야기를 바탕으로 문화예술교육이라는 키워드를 살펴보는 것이 목적입니다. 오늘은 특별히, 아마도 평소에 문화예술교육이라는 키워드에 대해서 한 번도 깊게 생각해보지 않았을 이른바 비전문가로만 초청했습니다(웃음). 그럼에도 개인적으로는 ‘각자의 삶이 문화예술이고, 예술적인 삶을 살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했던 분들인데요, ‘연찬’의 방식을 도입해서 함께 이 자리를 꾸려보고자 합니다.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담론은 아주 오래전부터 계속 이야기되어 왔습니다. 전문가들이 이야기하는 비평의 의미로서도 많았고요. 하지만 오늘은 그러한 정보를 배제하고, ‘문화’, ‘예술’, ‘교육’이라는 키워드를 삶의 바깥으로부터 다가오는 언어로 분석하기보다 내 마음속에서 자극을 일으키는 키워드로 살펴보려고 합니다. 그런데 평소 ‘문화예술교육’에 관심은 많지만 실제로는 잘 와닿지 않는 것 같습니다. 내부 언어와 외부 언어의 경계가 불분명하거나, 목적이 불분명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은 우리의 삶을 돌아보는 것을 중심으로 이야기했으면 합니다. 그럼 우선 간단한 자기소개 겸 문화예 술교육에 대한 고민을 이야기해주셨으면 해요.




임정아 저는 주로 우리동네사람들(이하 우동사)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고 〈커뮤니티펍0.4k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 서울 발도로프학교에서 ‘정원 가꾸기’ 수업을 하고 있습니다. 일전에 보내주신 지지봄봄 주제와 방향을 보며 ‘문화예술교육, 본래의 목적이 뭐였을까?’에 대해 생각해보았어요. 문화예술이나 공동체라는 키워 드에 대해 생각해봤는데요, 이 자리에서는 그 동안 배웠거나 알았던 것을 이야기하기보다 좌담회에 함께한 분들과 문화예술이라는 것을 다시 찾아가보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문화예술교육이 나의 삶에서는 뭐였지? 나는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지?’ 하는 생각을 하며 기대감으로 왔습니다.


유상용 저는 강화도에 살고 있는 유상용입니다. 동네에서 〈진강산마을교육공동체〉 활동을 하는데요, 장터도 열고 아이들 교육프로그램과 학부모를 위한 프로그램도 실행하며 동네 사람들이 서로 편안한 사이가 되어 아이들도 맡길 수 있는 ‘관계 만들기’를 하고 있습니다. 일본 〈스즈카커뮤니티〉와는 7년 전부터 같이 일을 해 오고 있고요. 이번 주제를 처음 들었을 때는 ‘역시 막연하구나’ 했어요(웃음). 저도 정아씨랑 비슷한 생각이 들었는데요, 낯선 메뉴가 나왔을 때의 느낌이랄까, ‘일단 먹어보자. 탐구해보자’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요. 떠올려보니 ‘일상 속에서 항상 함께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인데 깊게 생각해보지 않고 그저 누리고 있었구나’ 생 각했습니다.




박아롬 저는 교육지원센터에서 기획지원사업을 맡고 있어요. 비평연구 웹진 ‘지지봄봄’과 문화예술교육을 처음 시작하는 분들을 돕는‘ 불가사의한 자율학습모임 & 프로젝트 지원사업’, 기획자, 활동가, 실무자, 전문가들의 네트워크 형성을 위한 ‘경기도넛’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자기고백을 해보자면 저는 올해 들어 제가 만나고 있는 것이 진정한 문화예술교육인지 혼란스러워졌어요. 제가 사는 동네에 꽃집과 카페가 새로 생겼는데 사장님들끼리 친해지셔서 베이커리와 꽃을 섞어 관계를 만드는 작업을 하는 것을 보며 ‘바로 이런 것이 문화적이고 예술적인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인지 대상과 프로그램만 있을 것 같은 ‘문화예술교육’이라는 명칭이 싫어지더라고요(웃음). 굳이 그 단어를 쓰지 않아도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새로운 분들을 만나 이야기하는 것을 즐기는 담당자입니다.


정수진 저는 정수진이라고 하고요, 우동사에 산지는 2년 반 정도 됐습니다. 저는 1년의 6개월은 인도에서 국제개발 NGO에서 활동하고 있어요. 겨울에는 인도에서 지내고 봄, 여름은 우동사에서 하고 싶은 것들,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 오기에 앞서 문화예술교육이란 뭘까 하는 고민을 했어요. 아주 익숙한 단어지만 내 삶과는 멀리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이유는 문화예술은 ‘누군가에게 잘 평가받아야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평가받을 기회가 없다든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면 예술과는 거리가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니 내가 사는 일상이라든지 취미 생활도 예술로 볼 수 있 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우동사의 작은 모임부터 오늘 이 자리까지도 문화나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렇게 설레고 기대되는 마음으로 같이 이야기하며 키워드에 대해 살펴볼 수 있을 것 같아서 반가운 마음이 듭니다.


이성희 나누어주신 페이퍼에 저의 소속이 ‘북가좌초등학교 교사’라고 되어 있는데, 정말 생소한 저의 소개가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웃음). 지금은 2년 반 정도 육아휴직을 하고 우동사에 살면서 22개월 된 아기를 키우고 있는 엄마입니다. 처음에 주제를 들었을 때는 ‘내가 뭘 알 수 있을까’ 하는 생각부터 들었는데요, ‘문화’, ‘예 술’, ‘교육’을 하나씩 음미해보니 외부에서 이야기하는 단어들이 아니라 ‘내가 느끼는 예술은 언제 그리고 어느 시점이었나’ 하는 질문으로 되돌아왔어요. ‘이건 예술이야’라고 정의되지 않았을 뿐이지, 일상을 풍요롭고 아름답게 만드는 순간들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우동사 2층에 사는 오빠가 기타를 연주하며 자주 노래를 불러요. 그런데 그 소리가 어떤 때에는 시끄럽게 들리고 어떤 때에는 아름다운 음악으로 들려요. 아이를 재워야 한다거나 다른 일을 해야 할 때는 오빠의 연주가 소음이지만 여유가 있고 편안한 상태일 때는 ‘오빠가 이렇게 노래를 좋아하는구나, 같이 사는 사람 중에 이렇게 흥이 있는 사람이 있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거든요. 예술이라는 것이 뭔가를 보는 시선이 중요하다면 ‘그것을 보는 내 마음의 상태와 밀접하게 관련 있는 것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광민 저는 이광민입니다. 저도 우동사에서 같이 살고 있고요. 요즘에는 커뮤니티펍을 돌보는 일을 같이 하며 집에서 놀고 있습니다. 전에는 개신교 NPO 단체의 실무자로 일했고, 작년에는 〈마을공동체만들기〉에서 일했습니다. 올해는 백수 생활을 하고 있는데요, 직장을 다니면서 활동을 할 때와 지금의 감각은 조금 다르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은 ‘내 시간을 어떻게 채울까? 어떤 내용들로 무엇을 만들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오늘 문화예술교육 좌담회 제안 받고서는 이 자리를 통해 나에 대해 다시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습니다. 지역에 있는 생활문화모임 활동하시는 분께 들었던 말이 기억에 남아요. ‘문화는 생활양식이고 예술은 그중에 도드라진 부분이 표현되는 것, 즉 자기 개성이라고 생각한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의식주에 대해 이야기 하시면서 생활의 작은 부분들을 살리라는 말을 하셨던 게 마음에 남았어요. 누군가에게는 아무 것도 아닐 수 있는 소소한 일이 저에게는 삶이 살아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조정훈 오늘 자리는 어디서 듣거나 보거나 추측했던 ‘틀’을 이해하기보다 내 안에 있는 ‘문화’, ‘예술’, ‘교육’이란 키워드를 확인해보고 구체화시켜 보고 싶습니다. 이 세 가지 키워드는 하나하나 꽤나 큰 이야기들인 것 같아요. 이번 호의 기획 키워드이기도 한 ‘공동체’까지 포함하여 네 가지 키워드를 꽤 오랫동안 살펴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은 예술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해서 진행을 해보려고 합니다. 화이트보드를 준비했는데요, 주제에 대해 각자 생각해보고 발표하는 방식으로 해볼까요?


키워드1) 예술이란? / 나는 예술가인가?



유상용 예를 들어 ‘그림은 빛이 들어오는 것’이고 ‘노래는 파장이나 파동이 나에게로 와서 머리나 가슴에 공명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공명이라는 것이 직접적인 자극이 아니지만 파동을 같이해서 함께 따라 움직이는 것이 재미있더라고요. 사람들 마음에도 실제로 그런 작용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예술가인가?”하는 물음을 돌아보며 어릴 때 나뭇가지로 땅에 그림을 그리는 것, 웃고, 울고, 제사지낼 때 곡소리가 노래가 되는 것 등이 생각났어요. 우리는 외부 자극에 반응해서 표현을 하니까 누구든 타고난 예술가라고 생각해요. 그에 반해 외부에서 쌓인 것을 습득하는 것이 문화에 가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임정아 ‘나는 내가 어떨 때 예술가라고 생각하지?’라는 질문을 해봤어요. 그림을 그릴 때, 뭔가 예술적으로 음식을 담아낼 때, 음악회를 열어서 노래 부를 때, 무엇인가 만들 때가 떠올랐는데 이렇게 생각해보니 저는 표현하고 만드는 행위를 예술이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예술이란‘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할 때’라고 생각해요. 예술가가‘ 자유롭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그들이 하고 싶은 일을 즐겁게 하는 이미지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요.


이성희 태교할 때 클래식을 들으면 좋다고 이야기를 하잖아요. 하지만 전혀 좋지 않았어요(웃음). 오히려 가요나 다른 음악을 들을 때가 더 좋더라고요. 예술이란 ‘좋은 느낌이 절로 나는 상태, 마음이 동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요. 좋은 마음이 충분히 느껴지면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싶은데, 다른 사람과 아름다운 것을 함께 하고 싶다는 마음이 바탕에 있어요. 그냥 혼자 하는 바느질도 좋지만 누군가를 위해 바느질을 할 때 더 마음이 즐거워져요. 좋은 느낌을 같이 공유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예술가가 아닐까 생각해요. 유상용 선생님 말씀을 들으면서‘ 이런 것이 공명일까’라는 생각이 들었고요.


정수진 유상용 선생님께서 타고나는 예술의 기질과 사회에서 만들어지는 예술의 기질을 이야기하셨는데 도자기 만드는 일을 하시는 아빠가 떠올랐어요. 도자는 보통 오랜 시간 스승에게 배우거나 전공으로 공부한 뒤 시작하는데, 저희 아빠는 취미로 두 달 배우시고 시작하셨거든요. 그래서인지 기존의 도자들과는 다른 거칠고 느낌이 있는데요, 아빠를 보면서 ‘저건 예술일까 아니면 취미를 직업으로 승화시킨 것일까’ 고민하는 순간들이 있었어요(웃음). 그리고 예술이란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거라는 생각이 떠올랐어요.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에 대해 잘 알고, 그것을 마음껏 표현하는 사람이라면 예술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또한 누군가의 표현에서 가치를 발견할 수 있으면 예술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나는 예술가인가?’라는 질문에는 다소 불편함을 느꼈는데요, 그 질문에 ‘그렇다’고 할 때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어요. 나를 예술가라 하는 데 가로막고 있는 것은 뭘까 생각해 보니,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고 있나’, ‘나에게 어떤 가치를 매겨주는가’에 마음이 쓰인 거더라고요.


이광민 저는 예술이라고 하면 ‘특별한 뭔가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어요. 그것은 특별함이나 탁월함보다는 특이함에 가깝다고 생각하는데요. 특이한 점이 도드라져서 주변에 자극을 줄 때 예술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어요. 자극을 준다는 것은 좋거나 나쁠 수도 있고요. 보이든 보이지 않든 영향을 주고 받으며 사는 삶이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래 생각하고 기록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또 잘 표현하고 싶어요. 표현이 잘 전달되고 누군가가 이야기하게 만드는 것이 예술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박아롬 저는 고등학교 때부터 연극 무대에 서고 대학에 입학할 때 연기를 전공했거든요. 하지만 한 번도 스스로 예술가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사람들이 생각하는 예술가는 ‘배우, 화가, 사진가, 무용가’ 등 제가 해 왔던 작업일 것 같은데‘ 왜 난 한 번도 나 자신을 예술가라고 생각해 본적이 없지?’ 라는 의문이 들더라고요. 아직도 전 제가 예술가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현재는 예술가와 함께하고 싶은 사람에 가깝고, 삶이 예술인 분들을 잘 볼 수 있는 사람이고 싶어요. 한편으로 ‘예술이란 특별한 것일까, 아니면 자연스러운 삶일까’라는 대립되는 궁금증이 생겼고, 문화는 대중적인 의미가 크지만 예술을 행하는 아티스트는 개인적인 느낌이 강해서 또 다른 대립이 생겼고요. 이 중 끌리는 것을 골라서 연결해보니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것’ 으로 정리되었죠.


조정훈 저도 평상시에 예술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생각해봤더니 몇 가지 장면들이 떠올랐어요. 예를 들면 같이 사는 형이 밥을 했는데 맛이 예술이라고 느끼거나, 오늘 아침 함께 사는 친구의 아들이 예전과는 다르게 굉장히 집중해서 청소하는 모습을 보고 ‘아, 예술이다’라고 느꼈거든요(웃음). 이번에 지지봄봄 취재차 다녀온 일본에서 거리의 건물들을 보고 느낀 울림이나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밝음, 밤에 제가 좋아하는 책을 읽다 자고 있는 옆 사람을 깨워서 같이 읽자고 할 때 느끼는 생동감과 살아있다는 느낌이 삶이지 않을까 생각해요. 똑같은 것을 보더라도 마음이 부드럽고 유연할 때 대상을 보면 예술적이라고 느껴졌어요. 그래서 마음에서 울렁이는 느낌이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성용 어제 티브이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를 봤어요. 출연자 중 한 명이 7080 분위기의 노래를 군더더기 없이 편안하게 부르더라고요. 그 사람의 노래가 좋다는 것에 심사위원들도 모두 공감하고 저도 참 좋았어요. 여러 반응의 종류가 있겠지만 예술에는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박아롬 ‘공감할 수 있는 부분’과 ‘공공적인 것’에 대해 많은 생각이 드는데요. 공공기관에서는 계속 예술가에게 공공성을 요구하고 누군가에게 공감이 되며 도움이 되어야 한다고 요구해요. 하지만 이것이 주객전도가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술가로서 충분히 존중받고 오롯이 작품에 몰두했을 때 느껴지는 공감과 공공 을 위한 목적만을 가진 행위는 차이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또한 제가 있는 자리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고민이 많이 돼요.


이성희 생활에서 예술적 요소들을 만날 때 삶이 풍성하다고 느껴지는데요, 혼자 할 수 있는 영역은 좁은 것 같아요. 누군가 맛있는 밥을 차려 놨을 때‘ 정말 좋다’는 감정으로 이어지려면 혼자보다 주변에서 함께 도와줄 때 더 예술적이 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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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정보

  • 웹진 '지지봄봄'/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2012년부터 발 행하고 있습니다. ‘지지봄봄’은 경기도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가까이 바라보며 찌릿찌릿 세상을 향해 부르는 노래입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이라면 어디든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다양한 삶과 배움의 이야기와 그 안에 감춰진 의미를 문화, 예술, 교육, 생태, 사회, 마을을 횡단하면서 드러내고 축복하고 지지하며 공유하는 문화예술교육 비평 웹진입니다.

글쓴이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자기소개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는 문화예술교육으로 함께 고민하고, 상상하며 성장하는 ‘사람과 지역, 예술과 생활을 잇는’ 플랫폼으로 여러분의 삶과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