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문화재단

다른 색들 - 덩더쿵이 꿈꾸는 목적 없는 놀이

우당탕탕 예술놀이단 이지은

이 글은 《우리동네 펍》본문 글입니다. 

민하늬 미술비평가


분당구 수내동은 크게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단독 주택가로 이루어져 있다. 사전에서 수내동을 찾아보면, 이곳은 “분당 시가지의 중심부를 이루는 지역으로 (……) 주민들은 대부분 중산층이다.”라고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불곡산 등산로 에 녹지가 많고 내정동 중앙공원과 접해 있어 주거지로서 좋은 환경을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더불어 수내동이 서울의 대치동과 목동에 버금가는 사교육 중심지인 점도 한몫 거든다. 씁쓸하지만 더 이상 개천에서 용이 나올 수 없는 현실에서 ‘좋은’ 사교육 환경을 마다할 부모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분당에 살고 싶어 한다.


그런데 근래 들어 교육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다. 초중등 교육을 입시경쟁으로 내모는 ‘선행 학습’보다 ‘적기 교육’에 중점을 두는 용감한 엄마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교육이 활황을 이룰수록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교육에 접근하려는 열망 또한 커지고 있음을 넌지시 드러낸다. 이미 삼삼오오 뜻 이 맞는 엄마들이 모여 새로운 교육을 위한 공동체를 만들기 시작했고, 이러한 경향은 대안학교나 공동육아, 문화 공간이라는 모양으로 꿈틀거리고 있다. 흥미로웠던 점은 이런 문화가 사교육의 중심지인 분당 수내동에서 자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살펴보기 위해 수내동에 위치한 ‘그림책 문화공간 노리(NORI)’와 ‘우당탕탕 예술놀이단’의 이지은 대표를 만나 보았다.


그림책 서점, 도서관, 카페가 있는 그림책 문화공간 노리(NORI)



덩더쿵,

지금 만나러 갑니다


코끼리상가 정류장에서 마을버스 115번을 타고 돌고래상가 정류장을 지나면, 한적한 골목길에 다다른다. 눈 쌓인 골목길을 따라 조금 올라가니 나지막한 산자락에 ‘그림책 문화공간 노리(NORI)’가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흰 종이에 삐뚤빼뚤 정성스레 쓴 손편지였다. 이 편지에는 “강아지 구름이를 지키는 정빈이”의 당부로, 동네 주민들에게 노리에서 키우는 강아지를 보호해 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이렇게 예쁜 마음을 가진 아이와 친 구들과 어울리는 공간이라니, 들어가기 전부터 마음 한 편이 따뜻해졌다.


3층짜리 단독 주택의 1층으로 들어서면 작은 그림책 도서관이 펼쳐진다. 3천여 권 가까운 그림책들은 작가별로 정리되어 있고, 각각의 책들은 맞춤형 비닐 커버에 끼워져 있다 . 책 크기에 맞게 제작된 커버가 인상적이어서 일하시는 분께 살짝 여쭤 봤더니, 노리를 사랑하는 한 작가분이 산자락의 습기에 책이 젖지 말라고 손수 만들어 준 작품이라고 했다 . 공간 곳곳을 둘러보니 ‘덩더쿵’이 전하는 메시지들이 눈에 띈다. 덩더쿵이 누굴까? 바로 그림책을 사랑하는 이지은 대표다. 그녀는 이곳에서 덩더쿵으로 불린다. 정겨운 책들과 함께 이지은 대표와 마주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강아지 구름이를 지키는 정빈이의 편지



수내 3동에서

우리 한번 놀아 볼까?!


Q : 분당에 이런 공간이 있다는 점이 의아하면서도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이지은 이하 이) ‘문화공간 노리’를 시작하게 된 것은 제가 오랫동안 바라던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서예요. 오래전부터 기존의 인식으로 정의 내려지지 않는 독특한 공간을 꿈꿔 왔거든요. 그림책이나 영화와 같은 문화적인 매개를 통해 사람들과 만나고, 그들과 함께 사부작사부작 활동하는 그런 공간이요. 자비를 투자해서 공간을 마련하고, 이 공간을 거점으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다양한 놀이들이 자연스럽게 만들어졌어요. 공간이 어느 정도 안정되니까 공간이라는 물리적인 인프라와는 별개로 사람들 간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싶더라고요. 계획적이거나 정형화된 형태가 아닌 우당탕탕 한바탕 노는 느낌으로 콘텐츠를 만들어 나가는. 그렇게 ‘우당탕탕 예술놀이단’이 만들어지게 되었어요.


Q : 이 공간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궁금해요.


우당탕탕 예술놀이단을 알게 된 많은 사람들이 처음 하는 질문이 ‘그럼 어떻게 가입해야 돼요?’예요. 그러면 저는 “그냥 사바사바 오셔서 사부작사부작 ‘덩더쿵, 이런 거 함께 하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돼요.”라고 답하죠.(웃음) 이곳은 콘텐츠에 대한 아이디어를 낸 사람이 중심이 돼요. 그 취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함께 콘텐츠를 발전시켜 나가는 방식으로 운영되고요. 정해진 원칙 앞에서 틀을 지키며 망설이기보다, 순간순간 번뜩이는 아이디어들을 포착해 바로 실천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이 공간 에서 행해지는 대부분의 활동들은 잡담을 나누다 만들어지거나 그림책을 읽다가 곁다리로 샌 이야기들에서 파생되는 경우가 더 많아요. 저는 노리라는 공간에서 주로 ‘판을 벌이는 역할’을 맡고 있어요.


     

노리는 산을 마주하고 있어 풍경이 좋고 공기가 맑다. 이 때문에 노리로 향하는 나지막한 비탈길마저 즐겁다.


Q : 공간을 꾸준히 유지해 나가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 같아요. 재정 부분은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요.


공간을 지속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은 정말 굉장한 인내를 요구하는 것 같아요. 아무리 좋아서 하는 활동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월세와 유지비가 꼬박꼬박 나가야 되고 공간을 함께 운영할 사람도 필요하거든요. 지금까지는 이렇게 저렇게 버티며 공간을 운영해 왔어요. 우선 이 공간은 저의 자비로 마련했고요, 제가 영화 관련 강의를 통해 얻는 수입과 후원금, 수업료, 가끔은 재단의 공모 사업이나 신랑의 월급으로 근근이 유지해 나가고 있어요.(웃음) 공간을 운영해 나가는 한 재정적인 문제는 앞으로도 매 순간 마주해야 하는 문제라고 생각하고요, 저 스스로 어떻게든 꾸려 가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Q : 재정적인 문제 외에 다른 어려움들이 있었나요?


그럼요. 현실적인 문제들보다 몇 배는 더 어려웠던 건 바로 노리의 가치관, 교육 방식, 교육의 지향점에 대해 참여자들의 동의를 얻고 공감대를 형성하는 일이었어요. 가까운 수지구 동천동에는 누구나 시인이 되고 농부가 되는 인문학 공간 ‘문탁’과 ‘느티나무 도서관’, 이 공간들을 중심으로 행해지는 다양한 문화 활동들이 이미 활성화되어 있었지만, 수내동에는 ‘문화 공간’에 대한 인식조차 전무한 상태였거든요. 참여자들의 공감을 얻기까지 꼬박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어요. 저의 취지에 공감하지 못한 많은 분들이 떠나갔고 , 동시에 많은 분들이 저와 함께해 주셨어요. 감사하게도 지금은 많은 학부모님들이 제가 가진 생각에 깊이 공감하고 열띤 응원도 보내주고 계세요. 학부모님들 스스로도 어른의 기준으로 아이들을 재단하기보다 아이들에게 스스로 생 각할 수 있는 시간을 주려 노력하시고요. 어른들 스스로가 변화할 때 어른들의 불안과 조급증이 아이들에게 전염되지 않고, 아이들이 아이들답게 자랄 수 있는 것 같아요.


덩더쿵이 손수 만든 서점의 간판. 서점에 있는 책들은 모두 구매가 가능 하다. 노리에서는 모든 것이 스스로 이루어진다. 덩더쿵의 친절한 매뉴얼에 따라 커피를 내려 마신 뒤 요금은 직접 저금통에 넣으면 된다.(순서대로)


Q : 우당탕탕 예술놀이단의 놀이는 어떤 방식으로 이루어지나요?


저는 아이들에게 기존의 수업 방식이나 고정관념, 사유 방식 등을 뒤집어 생각해 보게해요. 어떤 활동이라도 저는 큰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아이들에게 조율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주죠. 그러면 아이들은 언제나 어른들이 예상하는 그 이상을 해내거든요. 아이들을 믿어 주기만 한다면 말이에요. 주로 그림책을 매개로 아이들, 엄마들, 직장인들과 만나고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다양한 활동으로 확장시켜 보는 놀이를 해요. 예를 들면 그림책을 함께 읽고 아이들의 시선에서 새롭게 연극을 기획해서 직접 주인공으로 연극 공연을 한다든지, 사진을 찍어 영화를 만들고 영화 상영회를 하는 식으로요. 노리를 시작하고 1~2년 동안은 분당이 아닌 외부 참여자들이 많았어요. 하지만 근래에는 수내동 주민들이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했어요. 사교육이 활황을 이루는 만큼 주입식 교육과는 다른 방식의 수업들, 예를 들면 아이들의 상상력과 감수성을 기르고, 스스로 사유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는 교육에 대한 수요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게 피부로 느껴져요.


노리의 그림책 읽기


Q : 수내 3동만의 독특한 문화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군요. 이 공간을 거점으로 하나의 ‘심리적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것 같아요.


네, 맞아요. 그래서 ‘마을’이나 ‘공동체’라는 개념이 조금 더 확장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옛날에는 동네라는 것이 물리적인 개념이었고, 이 물리적 공간을 기반으로 해서만 마을 문화나 마을 공동체가 형성되었잖아요. 노리를 운영해 온 시간 동안 저는 ‘마을 공동체가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는지’를 끊임없이 자문해 왔어요. 오랜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내가 즐겁게 놀다 보면 주변이 같이 흥겨워지는 공동체라고 답할 수 있게 되었죠. 공간에 얽매이기보다는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또 그 가치를 기반으로 재미있는 작당 모의를 계속해 나가 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면 예술의 다양성이 생기게 될 것이고, 또 그러다 보면 삶의 다양성과 그 가치를 인정해 줄 수 있는 심리적 공동체가 만들어질 것 같아요.


  

부모님과 함께하는 공간 만들기 놀이(좌), 아이들이 직접 각색한 ‘거미 아난시’ 연극 공연(우)



그림책에 대한 고정관념과 다양성이라는 가치의 중요성


Q : 1층에 그림책이 몇천 권은 있는 것 같아요. 이 공간에서 그림책은 어떤 존재인가요?


그림책은 보통 어린이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하기 쉬워요. 왜냐하면 한 페이지를 빽빽하게 채우는 글자들 대신 큼직한 글씨와 그림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미지 와 텍스트가 한 공간에 놓여 있을 뿐, 어린이들만 읽어야 하는 그림책은 없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같은 그림책이라도 읽는 이의 경험이나 연령에 따라 감흥이 달라지니까요 . 각자가 지닌 경험의 독특성이 같은 그림책을 다르게 읽도록 만들거든요. 그래서 우당탕탕 예술놀이단에서는 어린이들이 모여 그림책을 읽는 모임이 있는가 하면, 엄마들의 그림책 모임도 있고, 직장인들의 그림책 모임도 있어요. 제가 꿈꿔 온 대로 사람들은 그림책을 통해 만나고 흩어지고 또다시 만나기를 반복하면서 특색있는 모임들을 자발적으로 만들고 있어요. 정형화되지 않은 모임이 좋은 것은 다양한 수다 속에서 철학책을 함께 읽는 모임이 생기기도 하고, 그림책을 직접 만드는 엄마들의 모임도 생기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저에게 그림책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매개입니다.


Q : 최근 들어 교육에 접근하는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네, 저도 그렇게 느껴요. 요즘 제가 느끼는 건 아이들의 교육에 접근하는 부모들의 인식과 방법론이 이전에 비해 굉장히 담백해졌다는 거예요. 담백하다는 것은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충분히 고민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는 이가 많아졌다는 것을 뜻해요.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틀에 자신을 맞추기보다 오히려 엄마와 아빠가 주체가 되어 틀 자체를 만들어 나가고 있어요. 우선 공동육아나 대안학교가 대표적이고요. 마음 맞는 엄마들이 모여 공간을 대여 하고 그 공간에서 품앗이 교육을 하는 경우를 또 다른 예로 들 수 있죠. 이렇게 다양화된 교육 방식은 다양한 가치를 낳을 수 있는 가능성을 잉태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다양함이 정답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나와 너의 다름을 인정하고 각자의 맥락과 독특성을 인정해 주는 태도는 교육뿐 아니라 많은 것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Q : 그런 의미에서 비슷한 생각과 가치를 지닌 사람들 간의 ‘연대’ 가 참 중요한 것 같아요.


맞아요. 한 개인이 아무리 기존 교육 시스템의 문제점을 인지하고 있더라도 사회적인 시선이나 잣대 때문에 용기를 내지 못하고 망설이는 경우가 많거든요. 막상 아이를 낳아서 키우다 보면 다수의 교육 방식을 거스른다는 것에 대한 불안, 이러다 내 아이만 사회에서 뒤처지는 게 아닌가 걱정 하게 되니까요. 혼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불안을 느끼고, 문제가 있음을 알면서도 기존의 틀에 다시 순응하게 되는 사이클이죠. 결과적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채 체제만 공고히 하는 결과를 낳는 것 같아요. 바로 이런 이유에서 서로의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공간, ‘내가 가치 있다 고 생각하는 것을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느끼고 있구나, 그들과 내가 충분히 공감하고 있구나.’ 라고 느낄 수 있는 계기, 또 이것을 실행으로 옮길 수 있는 연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Q : 못 말리는 영화에 대한 사랑, 그리고 아버지라는 존재


지속적으로 기존의 틀을 넘어서려는 이지은 대표. 그녀가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궁금하다. 그녀는 대학에서 공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영화를 전공한 특이한 이력을 지니고 있다. 영화가 너무 좋아서 학부 졸업 논문을 쓰면서 대학원 지원서를 작성했다고 한다. 대학원 시절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정성일 영화평론가와 함께 임권택 감독을 인터뷰 하고, 그 내용을 편집해 책으로 발간했던 작업이라고 했다 .『임권택이 임권택을 말하다』가 그 결과물이다. 오랜 시간 임권택 감독의 영화를 연구하고 그에 관한 글을 써 왔던 정성일 평론가, 그리고 평생 영화를 만들어 온 임권택 감독 사이의 대화는 한국 영화사의 한 챕터였다고 그녀는 말한다. 이 과정이 그녀가 삶을 대하는 태도, 가치관, 영화를 바라보는 관점 등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녀가 영화를 사랑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 그 중심에는 아버지가 있다.


Q : 어떻게 영화를 좋아하게 되었나요?


부모님은 지방에서 작은 약국을 운영하셨어요. 약국은 공장 근처에 있었고, 약국의 주된 손님들은 공장 노동자 분들이셨어요. 아버지는 그분들을 위해 새벽 일찍 약국을 열고 밤늦게 문을 닫으셨고요. 그 와중에도 영화를 무척이나 즐기셨어요. 영화가 너무 좋아서 그 시절에 이미 빔 프로젝터를 구매하실 정도였으니까요. 지금으로 치면 ‘얼리 어답터’죠.(웃음) 작은 빔 프로젝트로 온 가족이 함께 영화를 보고, 밤새도록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어요. 그 좁은 방에 누워서 깔깔거리며 긴긴 밤을 지새우면서요. 아버지는 아마도 이런 방식으로 자식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신 것 같아요 . 아마 그때부터 제가 영화라는 걸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Q : 아마도 그 시간의 흔적들이 대표님을 ‘따뜻한 이야기꾼’으로 만들어 준 것 같아요. 어린 시절 기억에 남는 다른 일이나 지금의 대표님에게 가장 크게 영향을 준 사건들이 있을까요?


부모님이 운영하셨던 작은 약국이 동네 사랑방 역할을 했어요. 오며 가며 동네 어르신들이 들르고 박카스를 마시 며 텔레비전을 보는 공간, 사람 사는 이야기를 두런두런 나누던 작지만 따뜻했던 공간이었죠. 그 공간이 바로 제가 지금 운영하고 있는 문화공간 노리와 닮아있어요. 저는 예전에도 그렇고 지금도 노리라는 공간이 우당탕탕 예술놀이단의 활동을 중심으로 따듯한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지금은 제가 중심이 되어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미래의 어느 시점에는 저 없이도 자율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공간으로 성장했으면 좋겠어요. 또 비슷한 활동을 하고 있거나 다른 활동을 하는 단체라 해도 공간이 필요하다면 언제든 함께 콘텐츠를 만들 네트워크가 형성되기 바라죠.


그림책 문화공간 노리 이지은 대표


인터뷰 후기 : 아이들이 아이들로서 자랄 수 있는 사회를 기다리며


이지은 대표와 필자는 인터뷰 내내 삶의 가치가 다양해지고 그 다양성을 인정해 주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모두가 획일화된 방식으로 살지 않아도 되고, 모두가 원어민처럼 영어를 잘하지 않아도 되며, 모두가 대기업에 취직하거나 공무원이 되지 않아도 행복해질 수 있는 사회 말이다. 어린아이,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직장인, 학부모 할 것 없이 사회 구성원 모두가 무한 경쟁으로 내몰리는 대신, 최소한 나와 다른 방식의 삶이 부정적으로 폄하되지 않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 변화의 시작은 아마도 획일화된 교육 시스템과 인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교육에 접근하는 방식을 다양화하는 데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은 아이들로 지낼 시간이 필요하다.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창의력과 상상력을 요할 것이고, 이 능력들은 목적 없는 놀이에서 유래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고 자연과 친하게 지 내면서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질 수 있는 태도를 길러 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상상해 보건대, 앞으로 필자가 살게 될 미래의 동네는 이러한 문화를 지녔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 그리고 음악, 미술, 공연이라는 매개를 통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아이들의 정서적 안정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가치를 공유하는 문화였으면 좋겠다. 이러한 경험들이야말로 인생을 살아갈 때 든든한 자양분이 되어 줄 것이고, 거친 세상과 대면할 때 면역 세포와 같은 역할을 해 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근래 들어 대안학교와 공동육아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변화 하고 있고, 다양한 교육 방식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와 움직임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개인이나 지역 사회의 작은 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나가고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모른다.



세부정보

  • 그림책 그림책 문화공간 노리(NORI)

    주소/ 성남시 분당구 발이봉남로 29번길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urirevo

  • 우리동네 펍/ 펍에 실린 12팀의 인터뷰이는 2016년 9월부터 조사한 문화재생 활동단체 중에 선별 추천되었다. 문화재생 활동단체 조사는 문화재생팀 신설 이후, 도내 문화재생 활동에 대한 모집단 규모와 수요 파악을 위해 실시되었다. 조사원은 각 지역에 활동 기반을 둔 청년 중심으로 구성하여 같은 지역 내에서 활동 하고 있는 단체를 심층 조사하였다. 조사 대상은 공동체 철학이 반영된 문화재생 기획과 활동을 주도하고 있는 단체와 활동 내용을 중심으로, 지역을 거점 삼아 활동하게 된 계기와 계획, 지역 관계 정도, 재원 확보 등 현안에 대한 의견을 수집하였다. 조사 결과는 재단문화재생 사업에 반영하여 활용하게 된다.

@참여자

글쓴이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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