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사는 예술가] 이재삼의 달 빛 창가에서

양평_이재삼 작가의 작업실



목탄으로 펼치는 아리랑



1.

만나고 싶은 작가와 방문하고 싶은 작업실이 있습니다.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 전시장이나 사적인 자리에서의 오피셜하거나 관성적인 만남을 넘어 해당 작가와 작품을 좀 더 깊게 이해하려는 직업적 관심으로부터 비롯합니다. 일반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가도 있을 것이고 또 관심을 두는 작품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에 대한 관심 또한 그러할 것입니다. 모두 개인적인 선호도(preference)의 문제로 보입니다.


이러한 개인적 선호의 문제는 작가라고 해서 예외일 수 없을 것입니다. 작가마다 즐겨 다루는 소재와 대상이 있을 것이고 또 재료와 기법이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어떤 작가의 작품을 좋아해서 발품 팔아가며 여러 점을 직접 오랜 시간 보았거나 특정 작품을 집중적으로 반복, 감상하다보면, 그 작가와 작품에 관한한, 이른바 '덕후'의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입니다. 또 다른 작가나 작품들과 분명히 차별화되는 특징과 개성을 집어낼 수 있으며 그것을 말과 문장으로 자신 있게 풀어 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흔히 어떤 작품을 보았을 때 누구의 작품이다, 혹은 누구누구와 닮았다 등의 코멘트를 던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것들이 먼지처럼 쌓여서 그림을 보는 안목과 비평으로 자라나는 것이지요. 노래나 가수, 악기 연주에 대한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티비 오락 프로그램 등에서 노래를 부른 원래 가수를 찾아내는 포맷도 그러한 배경에서 비롯한 것으로 이해됩니다. 아무리 비슷하게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흉내 내도 몇몇 부분에서는 치명적인 차이를 드러내기 마련이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육안과 오감, 육감을 통해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과학의 도움을 받아서 그것을 구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예술에 있어 보다 유연한 방식은 이둘 중 어느 하나를 택하기보다는 두 가지 방식의 상조(相助)를 통해서 결정을 짓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안목으로만 판단하기에는 일정한 한계가 따르고, 그렇다고 예술을 무작정 과학에 의지해서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입니다. 부본이 원본을 넘보고 석판화보다는 프린트 아웃된 출력물이 더 리얼한 경우도 종종 봅니다. 모든 것이 대량으로 쏟아져 나오고 또 넘쳐나는 과잉의 시대, 과연 가리지널과 오리지널을 구분하는 것이 쉽지 않은 세상입니다. 최근 진위논란이 뜨거웠던 몇몇 작가가 있었습니다. 대부분 쉬쉬하지만, 공권력에 의해 그 윤곽이 드러나는 형국입니다. 미술동네의 불편한 진실입니다.






2.

이재삼 작가는 목탄작가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목탄만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목탄의 성결과 재료적/예술적 가능성 등에 대해서는 가히 독보적인 이해와 판단의 경지에 다다른 작가입니다. 그 어떤 화학자나 재료학자, 광물학자도 이재삼 작가처럼 몸소 쓰고 그리는 ‘사용’이라는 실천을 경험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재료나 시료분석 등의 과학적 방식을 통한 수치나 통계적인 결과를 자랑할 따름일 것입니다. 이재삼 작가는 자타가 공인하는 목탄으로 가능한 이런저런 회화적 실험을 오랜 시간에 걸쳐, 아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며 경험한 작가입니다. 아마도 거의 유일한 경우일 것입니다.


미술의 발전은 재료의 발명 내지는 발전과 궤를 같이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각 미술 장르의 발전과 진화도 그러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예술 환경과 철학적인 배경도 중요한 동인 중 하나입니다. 작가의 생각과 철학을 디벨롭할 수 있는 다양한 재료와 새로운 테크닉, 그리고 기술적인 도움 등도 마찬가지 일 것입니다. 가장 오래된 회화적 재료인 목탄의 존재와 여전한 가능성을 이렇듯 오롯이, 잔잔한 파동으로 전해주고 있음이 고맙고 자랑스럽습니다.


이러한 작가의 목탄에 대한 천착이 어디로부터 온 것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이번 작업실 탐방은 그런 측면에서 제게도 가슴 설레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재삼 작가는 오래전부터 작업실에서 만나고 싶었던 작가였습니다. 여러 궁금증에 대한 답을 구한다기보다는 그저 작업실이 궁금했습니다. 어떤 책이 꽂혀 있으며 음반은 주로 어느 장르를 가지고 있는지, 옛날 작업은 얼마나 있을지, 작가에게 작업실은 무엇일지 등등입니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한 대부분의 분들은 그러한 궁금증으로부터 늦가을, 먼 길을 달려 왔을 것입니다.






작업실 구석구석 이재삼 작가의 따스한 안내와 설명에 가을 추위는 멀리 달아나 버렸습니다. 넓고 높은 작업실 공간이 환한 웃음과 달빛으로 가득하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의 질문에 “처음부터 목탄은 아니었지만, 오래전, 언제부터인가 목탄이 자연스럽게 작가의 그리기 행위와 호흡에 마치 운명처럼 다가온 것”이라 답하십니다. 그가 오랜 시간 담아온 한 여인과 소나무, 달빛 그리고 옥수수와 매화, 폭포수처럼 녀석도 그렇게 운명처럼 왔던 모양입니다. 어쩌면 동시에 온 것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참가자 모두가 언제, 어디서, 무엇으로 만나던, 이재삼을 기억할 것입니다. 육안보다는 마음의 눈으로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그와 그의 작업은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그 누구도 비슷할 수 없습니다. 아무도 그의 이러한 재료와 대상에 대한 고독하고도 깊은 사랑을 대신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시류를 맹목적으로 좇거나 타인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묵묵히 자신의 사랑을 지켜온 결과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동시대적인 미감을 따르기보다는 우리나라의 고유의 미감과 정서에 천착하며 자신이 자아내는 회화적 아리랑을 읊조리고 있는 것입니다. 참으로 오랜만의 뿌듯하고 기분 좋은 만남이었습니다.



몇몇이 기억에 남습니다. 대부분의 관객도 그러하다고 합니다. 작가가 전해준, 우리가 차마 알 수 없는, 영원히 선명할 고향 강원도 영월에서의 기억들과 책장에 놓인 작고 소박한, 아버님의 손 때 묻은 시계, 몸은 뒤로 밀리고 마음은 끌려가는 빈티지 오디오 등입니다. 이재삼의 회화 속 달빛 소나타는 이들이 하나 되어 빚어내는 노스탤지어 가득한 미래적 심상(心象)에 다름 아닐 것입니다. 작업실에 자리하고 있는 잘생긴 난로의 기운처럼 훈훈한 시간이었습니다.



글 박천남 성남아트센터 큐브미술관 수석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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