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 디아스포라 국제 학술 컨퍼런스] 세계화시대 조선족 디아스포라와 그 정체성 1

2019.04.12 /

이 글은 3.1운동 및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된

「코리안 디아스포라 국제 학술 컨퍼런스」 자료집에서 발췌되었습니다.

허명철(한국외국어대학교 교수)


Ⅰ. 들어가며


지난 세기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중국사회의 구조조정, 특히 시장경제체제의 도입 및 실시에 힘입어 인구이동의 자율화가 가능해지게 되었고 과거 동북3성의 경계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조선족구성원들도 산해관을 넘어 내륙으로, 연해지역으로 급속히 확산되었으며 전통집거구의 해체론과 이에 따른 교육, 언어, 인재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위기설이 제기될 정도로 그 파장은 매우 컸다( 김족국: 『세기교체의 시각에서 본 중국조선족』, 연변인민출판사, 1999년 P.6-10, 계광현: "새 천년에도 200만 조선족의 역사는 존속될 수 있는가?", 『요녕조선문보』,2000년 1월 1일자 참조). 조선족의 인구이동에 대한 조선족학계의 초기 관심사는 주요하게 전통집거구를 지켜야 한다는 가치판단과 입장으로부터 출발하였고 인구이동 자체보다도 인구이동으로 인해 파생된 다양한 사회적 문제에 초점을 맞추어 왔기에 디아스포라 연구시각 내지 방법론으로 승화시키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인구이동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가 압도적이었다. 뿐만 아니라 문제의식과 연구대상에 대한 담론에서 조선족사회를 하나의 고립된 집단으로 설정하고 세계화시대의 초국가적인 인구이동과 국내적인 노동력의 자율적인 이동이란 시대적인 추세를 배경으로 설정하지 않았기에 연구에서 편향성과 독단성을 보여줄 수밖에 없었다. 한편 학계의 이러한 부정적인 시각과 반응과는 달리 조선족의 인구이동은 여전히 급장승하는 양상을 보여 왔고 이동지역도 산해관의 경계만이 아닌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으며 1980년대에 보여주었던 일본, 러시아 연해주, 미국 사이판 등 제한적인 국제이동에서 벗어나 세계 곳곳으로 확산되어 말 그대로 세계를 무대로 삶의 공간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대체적으로 경제적 부를 목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조선족의 이동에서 이동으로 이어지고 있는 이동행위의 성격은 귀환을 목적으로 하는 일시적인 이동과는 달리 어찌 보면 디아스포라로 볼 수 도 있을법하다. 일가에서도 조선족의 세계적인 이동, 즉 조선족의 디아스포라 삶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면서 "조선족은 '떠나는 사람', 특히 세계화시대의 국제 유목민이다. 여러 나라의 정치적 역사가 요동치는 과정에서 살아남는 삶의 방식을 체득한, 곧 떠나는 생존법, 걸쳐 있는 삶의 방식을 배운 사람들"로서(신혜란: 『우리는 모두 조선족이다』, 이매진, 2016년, P.13) 오늘날 조선족의 모습이 내일의 우리들의 삶의 모습이 아닐까 하는 전망도 내비쳐보고 있다(신혜란: 『우리는 모두 조선족이다』, 이매진, 2016년, P.13).

현재 중국의 한 개 소수민족, 한민족의 일원으로 되는 재중 동포, 그렇다면 이들의 디아스포라는 한민족에게 있어서 또는 중국사회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 것일까.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할 때 여기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조선족 디아스포라가 내재하고 있는 정체성이다. 다시 말하면 조선족 디아스포라는 한민족 디아스포라 연장선에서 규명할 것인가 아니면 국가귀속에 따른 국민적 이동의 시각에서 바라볼 것인가 하는 문제이다. 학계에서 진행되어 왔던 종래의 연구는 조선족을 재외동포로 규명하는 전제에서 조선족의 디아스포라를 한민족의 디아스포라 일환에서 관심을 보여 왔고(이현철 이채문: "한인 디아스포라의 이주와 적응에 대한 질적 연구: 중국 조선족과 재일한인을 중심으로", 『다문화와 평화』; 선봉규: "한민족 디아스포라의 문화변용 연구: 중국조선족과 재일코리안을 중심으로", 『민족문화논총』, 56, 2004.)이러한 연구를 바탕으로 정부에 재외동포를 포용하는 관련정책제정을 호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재한조선족을 신화교 범주에 넣고 연구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어 조선족 디아스포라의 정체성 규명에 대해 고민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Ⅱ. 조선족 디아스포라: 하나의 현상인가, 방법론인가


디아스포라(Diaspora)는 “이동”의 산물이다. 이동은 인간에게 있어서 자연스러운 행위이며 생존의 방편이기도 하다. 인간은 의식주를 해결하기 위하여 또는 물질적 재부를 창출하기 위하여 열악한 거주환경에서 벗어나고자 이동을 선택하게 되었고 이러한 이동은 정착을 전제로 하고 있는 농경사회에서도 지속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자원개발과 시장확장을 중요한 목표로 하고 노동력의 자유이동을 권장하는 현대 사회에서의 이동은 과거 의식주를 위한 개인적인 선택과 판단에 따른 것과는 달리 국가권력이나 자원약탈 또는 기타 외부적인 힘에 의한 강요된 행위로 되고 있으며 이렇게 타력에 의해 이동의 소산으로 디아스포라가 생성된다.

그리스어 디아스포라(διασπορ)(디아스포라가 처음으로 언급되는 부분은 신명기 28:25의 추방에 대한 내용인 ‘그대가 이 땅의 모든 왕국에 흩어지고’이다. 히브리어성경이 그리스어로 번역되면서 기원전 607년 바빌로니아인들이 이스라엘에서, 기원후 70년 로마제국이 유대지방에서 유대인들을 쫓아내는 부분에서 디아스포라라는 낱말이 쓰이면서 현재의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즉 디아스포라는 이스라엘의 유대인민족 집단이 해외로 흩어진 역사적 현상과 그들의 문화적 발전 혹은 그들 집단 그 자체를 의미하게 되었다. http://www.wikipedia.org)에서 유래된 이 용어는 주로 “해외 식민도시로 이주한 중심 도시국가의 시민들”을 일컫는 말이었는데 주로 “팔레스타인 땅을 떠나 세계 각지에 거주하는 이산 유대인과 그 공동체”를 뜻하는 말로 사용되었다. 여기서 보여주다시피 특정 인종집단이 자의든 타의든 기존의 삶의 터전을 떠나 타 지역으로 이동하는 현상을 일컫는데 이는 자연재해나 사회충돌을 피해서 일시적으로 외부로 이동하는 "난민"식 이동과는 달리 고향이나 국가귀속을 떠나 다른 지역에서 삶의 터전을 새롭게 가꾸어가는 민족의 집단적 이동을 지칭한다. 초기 디아스포라는 고난의 경력, 즉 수난자집단이 고국을 떠나 타지방으로 흩어져 사는 것을 서사하는데 주력했고 이러한 이산집단에 있어서 고국은 이들 집단기억 속에서 특별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세계화추세와 더불어 국경을 넘는 인구이동현상이 급격히 늘어남에 따라 디아스포라는 유대인의 경험뿐만 아닌 다른 민족들의 국제 이주, 난민, 이주노동자, 민족 공동체, 문화적 차이, 정체성 등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그 연구대상에 따라 범주를 구체화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사프란(William Safran)은 디아스포라의 개념적 범주를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 내용으로 구체화한다. 1)특정한 기원지로부터 외국의 주변적인 장소로의 이동; 2) 모국에 대한 집합적인 기억; 3)거주국 사회로부터 수용될 수 있다는 희망의 포기와 그로 인한 거주국사회에서의 소외와 격리; 4)조상의 모국을 후손들이 궁극적으로 회구할 수밖에 없는 진정하고 이상적인 땅으로 보는 견해; 5)모국에 대한 정치적, 경제적 헌신; 6)모국에 대한 지속적인 관계 유지 등이다(윤인진:「디아스포라를 어떻게 볼 것인가」,『문학 판』2006년 봄 호, 참조). 이 같은 디아스포라의 특징에 대해 Cohen은 고향을 떠나 타향으로 이동 이주하는 것, 고국에 대한 집단기억과 신화, 진실 혹은 상상의 고국에 대한 이상화, 불규칙적인 귀한, 거주국사회와의 긴장관계, 거주국에서 결성한 강한 네트워크 등으로 개괄한바 있다. 이 같은 개괄은 여전히 고국과의 고유한 유대관계에 입각하여 탈지역적인 민족이산, 즉 디아스포라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기에 탈민족적인 공동성구축에 대한 설명에 있어서는 한계가 있다.

오늘날 민족이산, 민족분산을 의미하는 디아스포라는 과거와는 달리 새로운 양상을 띠고 있으며 "이동-정착-귀환"의 패턴이 아닌 "이동-정착-재이동-재정착"이라는 순환적이고 반복적인 패턴이 하나의 추세로 되고 있다. 지난 시기 민족의 초국가적 이동은 생계유지거나 개인적인 성취욕구 만족 등등의 뚜렷한 목적의식의 발로였기에 귀환을 궁극적인 귀속처로 간주해 왔었고 이에 따른 국가와 민족에 대한 정체성 또한 타향에서 더욱 강열하게 표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세계화시대에 새롭게 장식되고 있는 디아스포라는 국가라는 지리적 경계를 초월하여 귀환 아닌 타국에서 정착지를 선정하고 있기에 국가에 대한 귀속의식이 희석해지게 된다는 소지를 남기고 있다. 실제적으로도 이동과 영토의 관계는 정착과 영토의 관계에 비해 상당한 차이성을 보여주고 있다. 일정한 공간에 정착하여 고착된 삶을 선택했을 경우에 있어서 전통적인 영토는 인구의 지속적인 존재로 정의되지만 이동은 이 같은 고착적인 영토와의 관계를 근절시켜가고 있다. 이동은 전통적인 경계화되고 폐쇄화된 특정 공간 내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동은 인위적으로 설정된 물리적 공간의 경계를 허물고 넘어서는 과정으로 이동의 공간은 무한정적이며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초국가적인 이동이 진행되고 있는 오늘날 국가의 경계마저 허물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지역공간을 넘나드는 디아스포라에 있어서 국가와 민족의 경계도 서서히 무너질 수밖에 없으며 대신 이들의 마음속에는 허구되거나 상상되는 공간, 상상되는 국가에 대한 정체의식이 산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디아스포라가 하나의 중요한 자원으로, 자산으로 활용되고자 한다면 고국의 적극적인 자세로 이들 디아스포라와의 연대성을 강화하고 상응되는 정책제정 등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고 이들 디아스포라와 긴밀한 유대적 관계유지 속에서 함께 마음의 안식처로 될 수 있는 공감을 이루는 고향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정체성을 키워간다면 디아스포라는 진정 하나의 자원이 될 것이 분명하다.

이동을 통해 또 다른 주권국가가 통제하고 있는 지역에 정착한 디아스포라는 일명 "에스니시티Ethnicity"라고 하는 민족성을 새롭게 구축하고 영위해 오면서 자연히 자신이 속한 문화권의 정체성과 자신이 이주해 온 타문화권 사이의 어디에도 정주하지 못하는 “이방인”의식을 집단화하여 표현한다. 이 또한 새로 선택한 거주국에서 차별화되는 표징으로 되고 이에 따르는 불평등을 감수하게 된다. 때문에 디아스포라는 거주지에서 억압, 차별, 배제, 고독, 정체성의 혼란 등 특별한 문화적 차이를 지닐 수밖에 없게 되며 이 같은 차별에서 벗어나고자 또 다시 이동을 선택하게 된다. 디아스포라가 이주민들의 억압, 배제, 소외된 삶과 관련되어 있는 만큼 이주민사회연구에 있어서 디아스포라는 자연히 하나의 방법론적 시각으로 각인되어 가고 있다.

한편 인구이동에 대해서 학계에서 보편적으로 사용하는 이주에 관련 이론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경제적 요인을 앞세운 "推-拉"이론, 즉 출발지에서 '내모는 힘'과 정착지에서 '당기는 힘'에 의해 완성되는 이동이다. 하지만 조선족 디아스포라현상이 초래될 수 있었던 것은 단순 경제적인 삶에 기반했던 기본생계유지형 동기와 이에 상응하는 "推-拉"이론으로만 충분히 해석 가능했던 것은 아니다. 실제 조선족 디아스포라 배후에는 다양한 목적의식이 잠재되어 있다. 이를 테면 거주환경, 교육환경, 신분향상 등 비경제적인 요소들이 이동의 주요동기로 되고 있다. 이러한 동기 또한 역으로 고향으로, 중국으로의 귀환을 선택하게 하기도 한다. 특히 현재 중국에서 실시하고 있는 해외기술인재나 고학력인재에 대한 우대정책은 경제적으로도 상당히 유혹적이며 효문화를 전통가치의식의 작용 또한 이들의 귀환선택에 일조하기도 한다.

물론 조선족의 경우 중국으로 귀환했어도 중국에서 주변화 되어 있던 사회적 신분을 개변시키지 못하는 경우도 상당수 있다. 다년간의 공백은 귀환 후 현지 사회의 네트워크에 가입하기 어려워지고 재적응단계에서 안일한 행정서비스, 오염된 거주환경, 결여된 공공도덕의식 등등의 많은 고통을 감수하게 된다. 따라서 일정 시기의 해외 이동을 통해 상당한 경제적 부를 이루고 귀환했었다 하더라도 이들은 여전히 주변화되는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어찌 보면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원인으로 이들은 귀환도 감히 선택 못하고 타향에서의 이동을 계속 진행해야 할 입장에 놓이게 된다. 현재 조선족 디아스포라에 있어서 비교적 선호되고 있는 것이 초국가적 가정경영이다. 부모와 자식, 부부사이 다국적 선택을 하게 되면서 향후 생존의 편익을 위한 여러 가지 가능성을 비축하고 있으면서 보다 나은 거주지를 선택할 수 있다는 유연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시리즈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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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경기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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