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정수연

[문화플러스] 동두천 주민과 함께하는 동두천 해질녘콘서트

2019-11-01 ~ 2019-11-02 / 2019 경기북부 문화예술공모지원사업


금요일 저녁 동두천역에서 내려 바삐 집으로 향하던 시민들이 어디선가 들려오는 해금과 가야금의 경쾌한 가락에 소리가 들리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본다. 어떤 사람들은 이내 바쁜 발걸음을 재촉하며 지나쳐가고, 어떤 사람들은 잠시 멈추고 우리 소리 한 곡을 감상하고, 또 어떤 사람들은 아예 공연장으로 들어와 공연이 끝날 때까지 함께 하기도 한다. 원래 지하철 승객들을 대상으로 퇴근길에 좋은 우리 가락 한 곡 선사하고자 기획된 행사였지만, 공연시작 시각인 7시 전부터 공연장은 일부러 찾아온 인근 주민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홍보를 열심히 하기도 했지만, 지난주 같은 시각에 있었던 공연이 언론에 소개되면서 꽤 알려진 모양이다. 지역 어르신들이 많이 오셨고, 외국인들도 눈에 띄었으며,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 단위의 관객들도 많았다.


7시에 시작된 공연은 메인 연주자인 해금 연주자의 진행으로 시작되었다. 관객들과의 자연스러운 소통을 통해 행사 취지를 설명하고, 매 곡마다 곡에 대한 설명을 더해 관객들이 더 즐겁게 즐길 수 있도록 하였다. 선곡도 관객들에게 친숙한 곡들로 선정해 누구나 쉽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하였다. 공연에는 해금, 건반, 가야금이 연주되었는데, 각 분야에서 실력으로 인정받은 연주자들을 섭외해 수준 높은 공연을 제공하였다. 해금과 가야금이 내는 경쾌한 가락에 가족들과 함께 관람 온 초등학생들이 뭐에 신이 났는지 공연시작부터 끝까지 무대 옆에서 곡에 맞춰 흥겨운 춤을 추는 바람에 공연장에 웃음과 흥이 더해졌다.


처음 공연장에 도착하고서 의아했던 점은 지하철 역사 내 공연이라고 해서 길거리 버스킹 공연 같은 무대를 생각하고 갔는데, 독립된 공간에 매우 훌륭한 무대가 마련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옆에는 출연진들이 대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었고, 넓은 공간에 마련된 공연장에는 공연 현수막과 악기 세팅, 무대단과 관객 의자까지 완벽한 공연장의 모습을 갖추고 있었다. 어떻게 지하철 역사 내에 이런 공연 공간이 존재하는가 물으니 그동안 통근열차로 이용되던 경원선이 지난 3월 중단되면서 경원선에 활용되던 공간들이 남게 되어 동두천역 측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그 곳에 무대를 설치했다고 한다. 지역민들에게는 꽤나 추억이 담긴 경원선이 중단되면서 동두천 시민들의 상실감이 컸는데, 동두천역을 공연장소로 잡은 이유 중의 하나가 그런 상실감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했다.


실제로 이번 공연을 주최한 더작아트 대표는 인터뷰 내내 동두천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동두천은 지하철 1호선의 최북단에 위치한 경기도시로서, 주거지 옆에 공장들이 즐비한 산업단지들이 위치해 있어 매연과 악취때문에 주거지로 적합하지 않다는 부정적인 인상이 형성되기도 한 지역이라고 했다. 하지만, 동두천역은 동두천동 주민들과 산업단지 직원들의 길목이며, 외부로 나가기 위해 필히 거쳐야하는 중요한 통로이기에 매우 상징성이 있는 공간이라고 했다. 실제로 동두천역은 수도권과 백마고지를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였지만, 연천간 복선전철 공사로 동두천역에서 백마고지역까지 운행하는 통근열차의 운행이 중단되면서 동두천역은 이전보다 더 소외된 역이 되었다고 했다. 따라서 이 지역 주민들에게 거주지에 대한 자긍심을 불어넣고, 산업단지 근로자들의 가족들을 격려하고자 이번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고 한다. 사실 예술적 경험을 쉽게 하기 어려운 지역인데, 이와 같은 아름다운 콘서트가 장기적으로 자리매김하여 산업단지의 이미지를 넘어 아름다운 예술이 공존하는 지역이미지를 부여하고자 하고자 하는 바람을 내비쳤다.


<동두천역 해질녘 콘서트>은 그 시작점으로 장기적으로 이 공연이 이어질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지만, 적어도 이번 공연을 통해 동두천역 주변 주민들에게 기분 좋은 금요일 저녁을 선사한 것만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더작아트는 “문화 소외지역을 문화가 소외되지 않는 지역으로 기여하는 콘서트”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는데, 그 바람이 현실이 되기까지 쉽지 않은 여정이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더작아트는 약 4년 동안 동두천역사 근처에서 거주하면서 동두천역과 산업단지를 관찰하고, 동양대학교 학생들의 삶을 바라보고, 미2사단의 군인 가족들과 함께 삶을 나눠왔다고 한다. 따라서 동두천 지역과 시민들을 향한 따뜻한 애정을 가지고 있는 만큼 아름다운 문화예술을 통해 그들에게 자그마한 위로를 전하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도 동두천 시민들을 위한 수준 높은 공연문화를 지속적으로 제공하여 적어도 문화적으로는 소외되지 않는 동두천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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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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