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정수연

[문화플러스] 꼭두야 나의 이야기를 들어보렴!

2019-10-10 ~ 2019-10-10 / 2019 경기북부 문화예술공모지원사업


“꼭두야 나의 이야기를 들어보렴”은 우리나라 장례문화 중 상여 위에 올라가는 꼭두를 매개물로 하여 세대 간(시니어와 고등학생)에 대화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예술 프로그램이다. 실제로 두 세대가 만나서 대화하는 것이 아니고, 각자가 5회의 교육 시간을 통해 꼭두를 도자기로 만들고 이를 매개로 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써서 에세이집 형식의 책을 만드는 것이다. 시니어의 이야기와 작품은 책의 앞에서부터 싣고, 고등학생의 이야기와 작품은 책 마지막 장에서 앞쪽으로 실음으로써 책은 그 중간에서 시니어가 고등학생이 만나는 상징물이 된다. 시니어 교육은 남양주시 해피누리복지관에서 15명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진행되었으며, 고등학생 교육은 구리 수택고등학교의 동아리 ‘온고지신’ 학생 11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고등학생 교육대상으로 수택고등학교를 택한 것은 미술특성화 학교이기 때문에 정규수업만으로 진행하기 어려운 본 사업을 이행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니어와 고등학생, 각각은 총 5회의 교육을 하는데 4차시까지는 따로 진행하고 5차시에는 두 세대가 함께 모여 꼭두에 채색하는 작업을 하도록 계획했으나, 복지관과 고등학교의 시간이 잘 맞지 않아서 부득이하게 5차시도 각각 진행했다고 한다. 한 회차 교육시간은 2시간 정도인데 보통은 2시간을 넘긴다고 한다. 참관일에는 수택고등학교에서 교육이 진행되었는데 이미 5차시까지 교육이 끝난 상태에서 모니터링 평가 때문에 추가로 교육을 하는 것이라고 했다. 5차시에 이어서 학생들은 자신이 만든 작품에 채색을 했다. 수업은 본 사업 신청자인 김효선이 직접 했고 보조강사는 때에 따라 1명 또는 2명이 참여한다고 하며 참관일에는 1명의 보조강사가 참여했다. 교내에서 진행되는 사업이다보니 학교 밖에서는 사업과 관련한 홍보물은 볼 수 없었고, 사업 예산계획에는 포스터 제작이 있었으나 미술실 내부에는 부착되어 있지 않았는데 신청자의 말에 따르면 정규 교육 5회가 모두 끝났기 때문에 참관일 당일에는 부착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정규 교육 시 부착사진을 요청했는데 참관일 3주 후에 실물사진 대신 시안 이미지를 받을 수 있었다.)


미술실 내에는 11명의 학생들이 3개 조(4명, 3명, 3명)로 나뉘어 앉아있었고, 1~2차시에 각자가 쓰고 그린 수업 자료를 앞에 두고 참고해가며 입체 꼭두에 채색을 했다. 5회 수업 중 1차시에는 우리나라 장례문화의 부속 산물인 꼭두 이야기와 멕시코 장례문화를 배경으로 한 코코라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두 나라의 장례문화를 비교하면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구성한다. 2차시에는 자신만의 꼭두 혹은 코코 이야기를 만들어서 발표하고 그 이야기를 바탕으로 드로잉을 한다. 3차시에는 1~2차시 수업 자료들을 바탕으로 평면과 입체로 꼭두를 만든다. 4차시에는 한 조를 이루는 4개의 꼭두와 그 상황에 대한 전개를 완성하고, 동물형 꼭두도 제작한다. 5차시에는 한국 전통색인 오방색을 이용하여 꼭두에 채색한다. 입체 꼭두는 상여에 올라가는 꼭두 네 종류, 즉 인도자꼭두, 광대꼭두, 시중꼭두, 무사꼭두 등에 교육대상자의 스토리를 담아서 제작하도록 했는데, 학생들 중에는 이 네 꼭두의 역할을 충실히 반영하여 자신의 이야기를 구현한 경우도 있고 아닌 경우도 있었다.


한 여학생은 돌아가신 분이 외롭지 마시라고 귀여운 동물친구들의 모습을 한 꼭두를 만들었고, 한 남학생은 할머니께 드릴 꼭두로 할아버지와 강아지 토우를 만들었는데 이미 돌아가신 할아버지 토우를 만들어서 할머니가 나중에 하늘나라 가시면 마중 나오시라는 뜻을 담은 것이라고 한다. 이 남학생의 경우, 본 교육이 단순한 만들기 수업이 아니라 ‘의미있는 작업’이라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초 계획했던 꼭두와 이야기 전시는 사업비 삭감으로 인해 진행하진 않았지만 시니어들이 만든 꼭두와 이야기는 해피누리복지관 복도에 전시 중이라고 한다. 아울러 12월에는 사업의 결과물을 모아 에세이 형식의 책(A4, 45쪽)을 100부 발간할 것이며, 이를 학교와 복지관에 배치하고 남양주지역 도서관과 자치센터에 배부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 권의 책에 두 세대의 이야기를 담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실제로 두 세대가 얼굴을 마주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한다면 본 사업의 목적을 보다 잘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5차시 채색 시간을 함께하는 것으로 계획했다가 여건상 이루지 못했다고 했는데, 5차시 보다는 2차시에 자신만의 꼭두 이야기를 발표할 때 함께하거나 또는 꼭두 완성 후 별도의 시간을 마련하여 조촐한 ‘발표회’를 가져보면 좋을 듯하다. 본 사업은 시니어들에게는 죽음을 긍정적이고 자연스러운 순응의 대상으로 인식하게 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한편, 두 세대가 꼭두를 매개로 하여 소통하는 장을 만들고자 했다는 점에서 기획의 독창성이 돋보이며, 시니어 교육 프로그램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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