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문화취재단] 파주이야기가게 행사 모니터링

2019.11.09 / 2019 경기생활문화플랫폼

파주이야기가게 행사 모니터링

“내 인생의 보물 1호 이야기”



11월 9일 단풍이 곱게 내려앉기 시작한 가을의 토요일 아침에, ‘내 인생의 보물 1호’를 판매한다는 <파주이야기가게>를 찾아 나섰다. 축제의 주제나 단체의 이름에서 풍기는 분위기 때문에 그런지 먼 거리를 달려가는 동안 신비스러운 소설책 속으로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었다.


공지된 시간에 맞춰 도착한 파주 금릉 어린이공원에서는 식전 공연이 시작되고 있었다. 다시 태어나도 꼭 다시 결혼하고 싶은 남편이 인생의 보물 1호라는 국악인 박나리님의 구성진 ‘가시버시 사랑’을 흥겹게 청해 듣다가 문득, 관객들의 추임새 사이로 청바지에 흰 티셔츠를 입고 소리를 하는 공연자의 미소가 너무나 익숙하고 친근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갖추어진 한복이나 곱고 짙은 화장이 아니라 일상을 함께하는 편안한 이웃의 모습으로 소리를 격의 없이 나누는, 조금은 낯설지만 재미있는 공연이 축제의 첫 페이지라서 만족스럽게 다음 페이지를 넘겨 축제를 준비한 생활문화 디자이너들의 보물을 천천히 만날 수 있었다.



공원 곳곳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는 보물들의 모습은 다양했다. 단풍나무 아래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피아노도 그렇고 20년 동안 매일 아침 하루의 계획을 함께해준 편백나무 의자, 손재주 많으셨던 아버지의 DNA를 느끼며 만들게 된 예쁜 손 인형들, 결혼해서 해외에 나가 있는 딸의 어릴 적 일기장, 장릉 숲의 감사함을 담아 만든 따끈한 두부와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사랑스러운 자신의 이름, 자녀들의 성장을 담은 육아일기와 한 가족 인생의 든든한 축이 되어준 4419 택시까지, 사실은 더 많은 보물이 작은 공원 안에 오롯하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파주이야기가게>에서는 인생의 보물 1호를 찾고 그것에 담긴 의미와 역사를 이야기로 공유하고, 글로 담아 책으로 펴내는 과정과 함께 그 보물들을 직접 전시하는 축제를 준비한 것이다.



19년도의 축제를 기획한 김자연 기획자님을 만나보았다. 그녀는 파주이야기가게가 3년간 이어온 경기생활문화플랫폼 사업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던 파주 토박이로 지속적인 교류를 하던 중 4년 차가 되는 올해 이윤희 대표님의 함께 해보자는 제안을 흔쾌하게 수락하게 되었다고 한다. 올해의 활동을 기획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하는 김 기획자님에게 2019년을 시작하던 때와 마무리하는 지금, 어떤 것들이 달라졌는지에 대한 질문을 드려보았다. 이에 “첫 만남에는 구성원 모두 선뜻 답하기 어려웠던 인생의 보물 ‘1호’를 정하기 위해 오랜 시간 만나 서로의 가치관이나 인생의 목표를 공유하고, 그 과정에서 결국 자신에게 가장 좋은 것들을 찾을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자 깊은 의미가 있다”고 답변해주었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빛을 드러낸 보물들의 공통점은 바로 사랑의 추억이었다고 덧붙이며, 작고 소소하지만 어린왕자와 장미꽃처럼 함께 공들인 시간 덕분에 30년이 넘는 생활문화 디자이너분들의 나이 차이에도 서로를 공감하고 소통할 수 있었다고 한다.



다음으로 몇 분의 생활문화 디자이너님의 인터뷰를 청해보았다. 농부면서 판매자이기도, 블로거이기도 한 권덕순님은 이윤희 소장님의 파주이야기가게 블로그를 보며 용기를 내어 첫 장릉 모임에 산책하듯 나갔던 것이 지금까지 이어졌다고 회상했다. 40년을 살아온 장릉 숲에서의 일상과 의미를 글로 옮기는 모든 과정이 보물처럼 느껴졌고, 자기소개와 함께 아픔을 이야기를 나누며 60대라는 나이에도 감격과 인생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어 의미가 있었다고 한다.


한편, 너무 당연하여서 다른 주제의 보물을 생각해보기도 했다는 방인혜님은 결국 인생의 소중한 보물은 자녀였다는 진심을 대체할 수 없었다고 한다. 그 마음을 엄마로서 상자 속에 애틋하게 보관해두었던 탯줄이나 배냇저고리, 양말이나 육아일기로 전시하게 된 것이다. 아이들이 성장하며 사진이 유실되는 안타까운 상황도 있었는데, 유실된 사진 속에서도 살아남은 것들을 통해 잊었던 추억과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길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나중에 자녀들이 사춘기가 되었을 때 엄마가 얼마나 자신을 사랑했는지를 꼭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고 한다. 일 년 동안 글을 쓰고 이야기로 소통하셨던 분들이라 그런지 짧은 인터뷰 속에서도 본인들의 삶을 녹여 말씀해주시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다.



마지막으로 일 년간 함께 축제를 준비해온 생활문화디자이너분들이 가장 큰 보물 1호라고 말씀하시던 파주이야기가게의 이윤희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어보았다. 파주 지역문화 연구소장으로, 역사 유적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파주 지역의 이야기 자원을 수집하여 그 기록하고 남기는 일이라고 생각하셨다는 이 대표님은 지역민들이 생활 속에서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단순한 수다를 넘어 지역의 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길 바라며, 나아가 다른 지역의 주민들과도 소통의 매개가 될 수 있는 활동들을 생활문화플랫폼 사업으로 이어가고 계신다고 했다.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생활문화 플랫폼이라는 개념은 사회적으로도 생소한 개념이었기 때문에 경기문화재단의 워크숍과 지속적인 사업 활동을 통해 차근차근 그 중요성을 알게 되었고 4년 차가 되는 올해에는 그 의미를 충분히 담아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축제를 의미 있게 만들어준 지점은 축제에 참여한 모든 분이 한 번쯤은 주고받았을 ‘나의 보물 1호는 무엇일까?’라는 공통된 질문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축제를 준비한 특정한 사람들의 이야기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공의 주제로서 끝없이 번져가는 이야기 나눔이 4년이나 생활문화플랫폼 사업에 선정될 수 있었던 <파주이야기가게>만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나 역시도 여전히 지난 30년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들을 되짚어 생각해보고 있으니 말이다.



피아노와 기타 연주, 따뜻한 목소리가 참 좋았던 또 한 팀의 식전공연에서 들었던 ‘오르막길’이라는 노래를 축제가 끝난 후에도 오랫동안 찾아 들었던 기억이 난다. 연주자의 프로포즈와 결혼식을 함께 했던 인생의 보물 같은 노래 1호였는데, 여기에서 재미있는 것은 그 보물 1호를 빛나게 해준 것이 또 다른 분의 보물 1호, 단풍나무 아래 놓여있던 피아노였다는 것이다. 두 보물 1호들이 함께 곡을 연주하니, 함께 듣는 모든 분의 시간이 보물처럼 소중해지는 느낌이었다. 누군가의 보물이 모두의 보물이 되는 순간을 경험할 수 있었던 의미 있는 축제였다.


※ 경기생활문화플랫폼 사업 안내 (하단 링크 참조)

http://ggc.ggcf.kr/p/5d8b82367048904d2c0c8637


2019 생활문화 취재단

○ 작 성 자 : 이은혜

○ 활 동 명 : 2019 생활문화 취재단

○ 활동내용 : 경기문화재단 "경기생활문화플랫폼" 사업 현장 취재


생활문화 취재단은 '경기생활문화플랫폼'과 '생활문화 공동체(동호회) 네트워크'의 사업 현장을 취재하여

경기도내 생활문화 현장을 더 많은 도민들에게 전달 및 공유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안양 #생활문화 #커뮤니티 #축제 #파주 이야기가게

@이은혜 @김자연 @노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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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경기상상캠퍼스

    자기소개/ 옛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부지에 위치한 경기상상캠퍼스는 2016년 6월 생활문화와 청년문화가 함께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울창한 숲과 산책로, 다양한 문화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경기상상캠퍼스는 미래를 실험하고 상상하는 모두의 캠퍼스라는 미션과 함께 새로운 문화휴식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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