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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문화재단

《항일과 친일, 백 년 전 그들의 선택》을 돌아보며

- 경기도박물관 특별전(2022. 4.27~2022.10.30) 폐막 기고 -

《항일과 친일, 백 년 전 그들의 선택》을 돌아보며


글과 사진 김태동(화성시문화재단 독립운동문화팀장)


경기도의 항일독립운동과 친일파를 조명하는 경기도박물관 특별전 《항일과 친일, 백 년 전 그들의 선택》이

지난 10월 30일 6개월 간의 전시를 마쳤습니다. 전시의 의미를 되새기기 위해 전시를 회고하는 글을 소개합니다. 


일제의 식민 지배라는 가슴 아픈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는 매년 항일과 친일 논란이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또한 정치권에서는 권력 다툼의 소재로 항시 사용하였기에 국민 분열과 갈등의 원인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일제강점기를 극복한 자랑스러운 항일 역사는 그동안 국민들로부터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지난 4월 27일 개막한 특별전 《항일과 친일, 백 년 전 그들의 선택》은 전시 제목에서 보이듯이 항일독립운동과 친일파(親日派)에 대해서 조명하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일제강점기 항일 독립운동에 평생을 바친 사람도 있고, 친일 행위로 인해 친일반민족행위자로 낙인찍힌 사람도 있다. 항일과 친일에 대한 행적을 알아보기 쉽게 비교와 대조라는 방법을 통해 다양한 자료를 객관적으로 전시함으로써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일제강점기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것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있다.

전시장 내부 

이번 기획전은 총 4부로 구성되었으며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부 ‘대한제국의 비극, 그들의 선택’에서는 일본제국주의의 국권 침탈 속에서도 나라를 구하고자 일제에 항거한 선열들의 유품과 영상물들이 전시되었다. 이 코너에서는 2018년 방영되어 화제가 된 드라마 '미스터선샤인' 마지막 부분에 활용되었던 후기 의병의 모습이 전시되었고, 프랑스 잡지 르 쁘띠 주르날(Le Petit Journal)에 묘사된 ‘서소문 전투’의 모습에서 당시 프랑스가 인식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이미지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경기도 양평군 의병 사진(1907)

제2부 ‘항쟁과 학살, 그날 그곳을 기리다’는 3·1운동과 일제의 우리 민족 탄압에 관한 내용이 전시되었다. 제2부의 전시를 통해 느낀 것은 전시 기획자가 힘을 주어 관람객들에게 전달하고자 한 메시지는 크게 세 가지였다고 보았다. 먼저, 그동안 우리에게 알려진 3·1운동이 비폭력 평화운동이었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격렬하고 공세적인 형태로 전개되었고, 특히 경기도가 그 어떤 지역보다 적극적으로 만세운동을 펼쳐 나갔던 곳이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 강하게 와 닿았다.


두 번째는 대형 유화 〈제암리 뒷동산 만세소리〉와 함께 전시된 서대문형무소 수형기록표를 통해 알려지지 않은 독립운동가들을 상기시키고자 한 점이다. 3·1운동 100주년이었던 2019년을 전후하여 국내에서는 무명의 독립운동가들과 여성 등을 발굴하여 전시, 문화행사, 교육 등을 통해 알리려는 노력이 다각적으로 진행되어 왔다. 수형기록표에는 독립운동가의 사진과 주소, 직업, 나이 등 신상정보를 간단하게 나마 알 수 있는 내용이 있어서 우리가 그동안 들어왔던 신분, 직업, 성별 등에 관계없이 우리민족이 거족적으로 3·1운동에 참여하였음을 보여주는 자료를 전시하였다.



경기도의 독립운동가들 


세 번째는 ‘경기도의 현충시설’이라는 제목으로 해방 이후 경기도에 설치된 수많은 3·1운동기념비들을 조사하여 사진 전시한 것을 보면서, 독립운동에 참여한 선열들을 현재의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점을 전달하려 한 것으로 보았다. 기념비가 갖는 의미, 상징성 등을 생각한다면 지역마다 독립운동가들의 정신을 계승하고 잊지 않기 위해 후대의 사람들이 노력해왔음을 자연스럽게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것은 해방 이후 우리나라에 처음 세워진 3·1운동기념비에 대해 잠깐이라도 언급이 있었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점이었다. 최초의 3·1운동기념비는 해방 이듬해인 1946년 현재의 경기도 화성시 제암리에 세워졌다. 제암리는 격렬했던 3·1운동 항쟁지 중 한 곳이며, 일제의 탄압과 보복으로 제암·고주리 학살사건이라는 큰 피해를 본 지역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전에 지역주민들이 항쟁과 아픔의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3·1운동기념비를 세웠으며, 이승만 대통령 시절인 1959년과 군사정권 시절인 1984년 기념비가 세워지면서 전국에서 유일하게 한 사건에 대해 3개의 기념비가 있다.


경기도에 설치된 3.1운동 기념비 

제3부 ‘친일과 일제 잔재’에서는 경기도의 대표적인 친일파들이 전시되었다. 이완용, 박제순, 송병준 등으로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로 알려진 을사오적과 친일단체인 일진회 등에서 활동한 사람들로 경기도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는 친일파들이다. 아울러 제암리 학살사건 당시 일본군에게 길을 안내한 한국인 순사보 조희창도 함께 전시 되었다. 친일을 통해 동족을 탄압하며 부귀영화를 누린 이들은 해방 이후 친일 청산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면서 우리 사회에 수많은 친일 잔재를 남겼고 현재까지도 민족의 갈등과 사회 혼란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에 전시를 관람하는 내내 분노, 울분, 탄식 등의 감정이 계속해서 표출되었다. 제3부에서 눈에 들어온 전시 자료는 팔굉일우(八紘一宇, 세계를 천황 아래에 하나의 집으로 만든다.) 탁본이었다. 필자는 2012년 팔굉일우가 적힌 바윗돌을 직접 본 적이 있다. 크지 않은 바윗돌이었지만, 지게차로 들어 올려야 할 정도로 무거웠던 기억이 있다. 탁본이 아닌 실물이 전시되었다면 친일파들의 행적이 관람객들에게 더 효과적으로 전달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4부 ‘유물로 만나는 경기도의 독립운동가’는 경기도 출신 중 주요한 독립운동가들의 유물을 전시하였다. 제3부의 친일 행적이 있는 인물과는 대조되는 항일 인사들로 여운형ㆍ조소앙ㆍ조성환ㆍ박찬익ㆍ엄항섭 등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관련된 인물들이 중심이었다. 이에 전시는 각 인물들의 사진과 유품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제암리 뒷동산 만세 소리'를 설명하는 경기도박물관 박본수 책임학예사


이번 전시의 전체 구성에서 자료들은 사진, 그림, 엽서 등의 평면적인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전시 담당자는 단조로운 전시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샌드 애니메이션 〈도마 안중근〉과 제암·고주리 학살사건 영상 <4월의 어느 날> 등 영상물들을 중간마다 배치한 것으로 보였다. 아울러 『친일인명사전』과 PC 검색 코너 『우리 지역 일제잔재를 찾아라』 등도 마련하여 관람객들이 항일과 친일에 대한 정보에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였다. 마지막에는 문화재청이 최근 국가 보물로 지정한 ‘데니 태극기’ 등 3종의 태극기를 소개함으로써 태극기의 변천사를 알리고, 1942년 대한민국 임시정부 의정원 사진을 활용한 포토존을 구성함으로써 다시 한 번 우리의 정체성을 일깨우고자 하였다.


이번 기획전을 개최하기 위해 경기도내 독립운동을 주제로 하는 연구소, 박물관들과 협업하며 자료를 수집하느라 곳곳을 다닌 직원분들의 노고에 칭찬을 아끼지 않고 싶다. 독립운동의 감격과 친일에 대한 분노와 탄식을 객관적으로 대조하여 항일과 친일 논쟁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밝히는데 기여한 전시였기에 그 가치와 의미는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이와 더불어 독립운동이 우리의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라는 인식을 확산 시키는 기폭제의 역할과 함께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언제나 마주치는 ‘선택’이라는 것의 문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전시 소개글 다시 보기(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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