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에 사는 예술가] 푸른 지대 복덕방

수원_내맘大路 스튜디오



한 지붕 여러 가족, 그들의 겨울나기




80년대 중반부터 9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방영되어 큰 인기를 얻었던 드라마 <한 지붕 세 가족>은 한 집에서 모여 사는 서로 다른 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가족들의 성격이나 하는 일, 사는 방식은 각기 달랐고, 서로가 가진 차이 때문에 다툼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그들을 하나로 이어주었던 것은 ‘한 지붕 아래 사는 가족’이라는 마음가짐이었다. 한 가족 간에도 좋은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이 함께 하듯이 여러 모양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가족이었지만, 그들에게는 피보다 진한 무언가가 있었다.


드라마가 끝난 지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 사회에서 한 지붕 아래 사는 여러 가족은 고사하고 한 지붕 아래 사는 한 가족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조차 흔치 않은 일이 되어버렸다. 여러 가지 이유로 혼자 사는 1인 가구가 날로 늘어나고, 같은 공간 안에 살더라도 ‘가족’이라는 생각을 쉽사리 품지 않게 되었다. 나와 다른 누군가와 어울린다는 것, 내가 아닌 다른 이가 살아가는 방식을 존중하고 이해한다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 세태의 각박함 때문인지 ‘나’를 지키는 것조차 버거워진 상황에서 ‘남’을 떠올린다는 게 쉽지 않은 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한 번 되돌아보자. 인류가 오롯이 홀로 존재한 적이 있었던가. 혼자 남겨질 수밖에 없는 불가피한 상황을 제외하고, 인간이 홀로 인간다운 삶을 영위할 수 있었던가. 비단 교과서에서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배우지 않더라도 우리는 모두 태어나면서부터 여러 종류의 사회와 맞닥뜨리게 된다. 그리고 그 사회라는 것은 다름 아닌 타인/들이다. ‘한 지붕 아래 모여 사는 가족’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는 타인/들이 곧 사회이고, 우리는 그 사회, 즉 타인/들과 끊임없는 관계 맺음 가운데서 살아간다. 거꾸로 보자면 타인과의 관계 맺음을 통해 (사회적) 내가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다. 나를 지키기 위해 남을 보지 못하게 되면, 결국 나를 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서울대 농대의 옛 부지가 남아있는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에는 한 지붕 아래 비(非)작가들과 한 지붕을 나눠 쓰고 있는 작가들의 작업실 ‘내맘大路 스튜디오’가 있다. 스튜디오의 이름을 언뜻 보면 ‘내 마음대로’, ‘내 마음 가는대로’ 무엇이든 할 것 같은 인상이 들지만, 스튜디오 안팎의 상황을 살펴보고 나면 이들의 ‘내 마음’ 안에는 ‘나’뿐만 아니라 ‘나’를 ‘나’일 수 있게 만들어주는 ‘너’에 대한 마음까지도 헤아리겠다는 마음이 들어있음을 깨닫게 된다. ‘내맘大路 스튜디오’에는 이부강, 송태화, 김수철, 박지현, 임정은 작가 등이 서로 다른 재료를 가지고, 서로 다른 작업을 해나가면서도 한 마음과 같이 움직이고 있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들 작가 외에도 ‘내맘大路 스튜디오’가 한 켠에 자리 잡은 예전에 가발공장으로 쓰이던 건물에는 여러 공업소들이 함께 둥지를 트고 있는데, 이들 또한 ‘내맘大路 스튜디오’의 작가들과 한 가족과 같이 지낸다고 한다.



이부강, 송태화 작가가 처음 이 장소를 발견했을 때만해도 곳곳의 버려진 물건들과 누수 때문에 작업실로 사용할 수 있을 거라고 쉬이 생각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주변의 환경이나 건물 구조가 작업하기에 나쁘지 않을 거라고 판단한 작가들은 폐허와 같던 공간을 조금씩 정리해나갔다. 예전 가발공장으로 운영되던 당시 작업장으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넓은 공간에 가벽을 세우고 서로의 작업공간을 조금씩 확보해 나가다보니 처음의 황량함이 조금씩 누그러들었다. 우연히 이들 작업실에 들른 다른 작가들이 하나 둘씩 입주의사를 밝혀왔고, 결국은 여러 작가가 함께 모여 작업을 하는 지금의 ‘내맘大路 스튜디오’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처음 이 공간에 왔을 때는 사실 조금 무서웠어요. 왠지 으스스하다는 생각도 들었고... 근데 지금은 어느 때보다도 만족해요. 작업하는데 집중할 수 있는 이런 조용함도 흔치 않다는 생각도 하고요.”


다른 작가들의 권유로 ‘내맘大路 스튜디오’에 입주했다는 박지현 작가는 처음부터 이 공간에 만족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지금 그에게 이 공간은 작가 혼자가 작업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작가들과 한 걸음 떼면 만날 수 있는 곳에서 작업을 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위안이 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고 말한다.


“저는 새벽녘이 제일 좋아요. 적막하지만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그 시간에 작업을 하고 있으면 정말 좋다는 생각이 들죠.”


작업실에서 맞이하는 새벽 시간을 가장 좋아한다는 이부강 작가는 폐허가 된 가발공장의 가치를 알아본 ‘내맘大路 스튜디오’의 원년멤버답게 작업실이 가진 다양한 매력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또한 그는 다른 작가들의 필요나 주변 (공업사) 이웃들의 요구에 세심하게 귀 기울이며 공생하는 법을 몸소 실천하고 있었다.




다른 작가들도 서로의 작업이나 작품에 대해 격 없이 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