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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취재단] 대만 생활문화 현장리뷰 (도시재생편)

2019-12-03 ~ 2019-12-07 / 2019 국외 우수 생활문화 현장사례 탐방

“송산문화창의원구 & 화산1914 창의문화원구”



요즘 국내에서도 굉장히 주목받고 있는 것이 ‘도시재생’이다. 도시 재생의 사전적인 의미는 도시 인구의 증가나 산업 기술의 발달로 이미 만들어진 도시 환경이 그 구실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되어 가는 것을 막고, 변화에 계속 적응할 수 있도록 계획적으로 개선하는 사업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대선 당시 노후되고 낡은 주택들을 공공임대주택으로 재활용하는 도시 재생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도시재생이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각국에서 핫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대만에도 다양한 종류의 도시재생사업이 진행되는데,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송산문화창의원구’와 ‘화산1914 창의문화원구’이다.



송산문화창의원구(이하 송산문창원구)는 일제 치하 세워진 담배 공장을 기반으로 설립된 곳이다. 1937년에 준공되었고, 1998년에 담배 시장의 하락으로 공장은 운영을 중지했으나, 2001년 타이베이 정부는 이곳을 문화유산지구로 지정하고 공간을 재활용하여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실제 송산문창원구의 겉모습은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듯 곳곳이 때가 타고 칠이 벗겨지고 색이 바랬다. 안으로 들어가 보니 마치 옛 학교의 교실처럼 긴 복도가 이어져있었다. 굉장히 넓은 구역이 뻥 뚫려 있고 커다란 창문이 공간감을 주고 있었다. 큰 기둥들을 기준으로 구역을 나눠 다양한 수제 공예품,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귀걸이, 목걸이부터 나무로 만든 주방 용품, 뜨개질 모자, 옷, 향수, 디퓨저까지 굉장히 다양한 디자인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었다. 더 깊숙이 들어가 보면 굉장히 넓은 공간들이 작가들을 위한 작업실로도 이용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여러 명의 예술가들이 공유하는 공간인 듯 보였다.



송산문창원구의 대부분의 천장은 깔끔하게 마감되어 있지 않고 파이프와 철근 배관들이 노출되어 있었지만 중간중간 천장에 수공예 모빌 소품들이 전시되어 있어 그와 상반된 느낌을 주었다. 송산문창원구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마치 한국의 인더스트리얼 카페 같은 느낌이었다. 오히려 잘 정돈된 깔끔한 분위기가 아니라서 더욱 예술적이고 감각적인 느낌이 드는 공간이었다. 그리고 건물은 ‘ㅁ’자 형태를 띠고 있었는데, 건물 가운데에는 정원처럼 식물이 가득했고, 커다란 조형물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건물 안의 커다란 창문으로 밖을 보면 마치 식물원 같은 느낌을 주기도 한다. 담배공장이었다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비슷하게 화산1914 창의문화원구(이하 화산 1914)도 1914년 옛 양조장을 리모델링한 곳이다. 버려진 양조장 건물을 2002년에 정부의 도시재생사업으로 재활용하여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화산 1914는 건물들이 거리감을 두고 형성되어 있다. 그래서 구석구석에 숨어 있는 공예품들을 파는 가게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또 오르골이 유명한 곳이라 가장 큰 가게에는 다양한 종류의 오르골을 판매하고, 또 직접 오르골의 재료들을 골라 DIY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안쪽으로 들어가 보면 아직도 많은 공간들이 공사 중이었는데, 더 다양한 종류의 예술 문화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을 해볼 수 있었다.  



이 두 개의 공간의 공통점은 도시재생과 예술이다. 송산문창원구와 화산 1914는 건물을 철거하거나 재건축하지 않고, 기존의 것을 유지한 공간이다. 사람들이 무조건 새 것, 깔끔한 것을 좋아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요즘 20대들이 가장 핫하다고 생각하는 장소 중 하나인 을지로는 겉으로 보기에는 간판도 없고, 깨끗해 보이지도 않는 모양새를 가졌지만, ‘힙지로’라고 불린다. 송산문창원구와 화산 1914도 대만의 핫플레이스라고 불리는 감각적인 공간이다. 옛 공간을 완전히 부숴버리거나 철거하지 않더라도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다양한 장소로 탈바꿈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 두 공간은 문화예술 공간이라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실 노후된 시설을 리모델링하여 효율적이고 상업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의 현실이다. 하지만 대만은 정부 차원에서 이런 도시재생 사업을 문화 예술 사업에 연계시키고 있다. 그 결과로 예술인들이 더 자유로운 예술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작업 공간이 제공되고 있고, 타이베이 시민들에게는 다양한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었다. 결국 국가적인 도시재생 사업이 문화예술 산업 또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한국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성수동에 가면 옛 공장을 리모델링하여 만든 카페나 문화공간들이 있다. 성수동의 성수연방이라는 공간은 화학공장이었던 곳을 재생 건축하여 복합 문화 예술 공간으로 재탄생한 곳이다. 대만의 화산 1914와 꼭 비슷한 느낌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한국의 도시재생의 관심도는 주거 쪽이 대부분이다. 그리고 문화 산업을 위한 도시재생은 홀대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우리는 현재 물질적으로 꽤 풍요로워졌기 때문에 문화, 예술, 힐링, 휴식의 욕구를 갖게 된다. 그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 미적 감각을 가진, 감각적인 문화예술 공간을 우리는 필요로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공간을 새로 번지르르하게 짓지 않아도 된다. 익숙한 기존 공간을 재생, 재활용하여 옛 것과 새로운 것이 공존하는 느낌을 주는 것이 현재는 오히려 더 감각적으로 느껴진다. showing을 위한 장소보다는 coming이 가능한 지역의 명소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한 번 방문하고 마는 공간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찾아올 수 있는, 유지될 수 있는 문화 공간으로 만드는 것, 결국 겉보다 내실을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다.


2019 생활문화 취재단

○ 작 성 자 : 김채연

활 동 명 : 2019 생활문화 취재단

○ 활동내용 : 경기문화재단 "생활문화 공동체(동호회) 네트워크" 사업 현장 취재   


 생활문화 취재단은 '경기생활문화플랫폼'과 '생활문화 공동체(동호회) 네트워크'의 사업 현장을

  취재하여 경기도내 생활문화 현장을 더 많은 도민들에게 전달 및 공유하는 역할을 수행하였습니다.

글쓴이
경기상상캠퍼스
자기소개
옛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부지에 위치한 경기상상캠퍼스는 2016년 6월 생활문화와 청년문화가 함께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울창한 숲과 산책로, 다양한 문화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경기상상캠퍼스는 미래를 실험하고 상상하는 모두의 캠퍼스라는 미션과 함께 새로운 문화휴식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