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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속 심리학 - 공감각, 소리와 향기가 보이는

‘닻미술관’, 「다른 감각들의 공간」 관람

미술관 속 심리학 - 공감각, 소리와 향기가 보이는


- ‘닻미술관’, 「다른 감각들의 공간」 관람 -


2020.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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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광주 진새골의 좁고 한적한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백마산 기슭에 단아한 모습으로 자리 잡은 닻미술관을 만날 수 있다.


▲ 닻미술관 ©김민정


닻미술관에서는 지금 「다른 감각들의 공간」이 전시 중(2020년 2월 23일까지)이다. 전시된 사진과 책, 영상 등에 소리, 촉감, 향기와 같은 다양한 감각이 어우러져 있어, 주로 시각을 통해 수용하는 미술을 ‘공감각(Synesthesia)’으로 감상할 수 있다.


▲ 「다른 감각들의 공간(Synesthesia: The Space Between)」 전시 입구 ©김민정


문을 열고 전시장으로 들어서면, 눈부신 빛줄기가 창문 가득 쏟아져 온몸으로 포근함을 느낄 수 있다. 이어 천장에 매달려 공기 속을 유영하고 있는 설치물로 눈을 돌리면 자연을 닮은 소리가 들린다.


▲ 김준 <필드 노트: 공생>(2016), <필드 노트: 굳어진 조각들>(2017) ©김민정


김준은 특정 장소에서 미세한 자연의 소리를 채집하여 사운드 아카이브 방식을 이용해 작업했다. <필드 노트: 공생>은 작가가 호주 블루마운틴에서 수집한 소리로 구성되어 있는데, 새가 내는 고음의 벨 소리와 강한 바람이 나무에 몰아치는 소리, 거대한 사암 덩어리에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 등이 있다. <필드 노트: 굳어진 조각들>에서는 뉴질랜드 남섬에서 수집한 암석과 지형을 시청각으로 제시한다.



공감각자 기억술사 S


이처럼 공감각은 형태와 소리, 또는 촉각 등의 감각이 동시에 다른 영역의 감각을 불러일으켜 감각이 혼재되는 상태를 말한다. 러시아 신경심리학자 알렉산드르 로마노비치 루리야(Alexander Romanovich Luria, 1902~1977)는 공감각을 지닌 남자 S를 30년 동안 관찰하였다. S는 소리 정보를 시각적 이미지로 경험했다. 예를 들어, 아(A)는 “하얗고 긴 것”, 숫자 8은 “소박하면서, 석회석처럼 우윳빛 도는 청색”으로 지각하였다. 때로는 맛이나 촉감을 같이 체험했는데, 연구소로 가는 길에 있는 담장에서 “짭짤한 맛과 거친 감촉”을 느낀다고 이야기하기도 했다.


▲ 문자와 숫자에서 색이 보이는 공감각의 예 ©Wikimedia


공감각자 S는 기억력이 뛰어나, 아무 의미도 없는 숫자나 글자 열도 잘 기억해 냈다. 심지어 70개나 된 긴 열을 반복할 수 있었다. 또한 놀랍게도, 역순으로도 어렵지 않게 기억했고, 15년이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정확하게 말할 수 있었다. 후에, 그는 자신의 공감각 능력을 이용하여 기억술사가 되었다. 예술가 중에서도 공감각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그중 한 명이 최초의 추상화를 그린 것으로 알려진 러시아 출신의 바실리 칸딘스키(Wassily Kandinsky; 1866~1944)다.



소리와 색채의 조화


▲ 전소정 <열두 개의 방>(2014) 영상 일부 ©김민정


전소정의 <열두 개의 방>은 칸딘스키가 오스트리아 출신의 작곡가 아르놀트 쇤베르크(Arnold Schoenberg; 1874~1951)와 교류하며, 음악과 미술의 조화를 추구했던 예술 세계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된 것이다. 작품 제목 <열두 개의 방>은 12음계의 공간을 의미한다. 영상에서 피아노 조율사가 한 음씩 조율할 때마다 각 음은 색으로 시각화되고, 각 색깔에 대한 사유가 이어진다.


▲ 바실리 칸딘스키 <인상 3- 콘서트(Impression Ⅲ- Concert)>(1911) ©WikiArt


<인상 3- 콘서트>는 칸딘스키가 쇤베르크의 음악회에서 받은 벅찬 감동을 표현한 그림이다. 쇤베르크는 한 옥타브에 있는 12개 음(하얀 건반 7개와 검은 건반 5개)을 동등하게 다루는 12음 기법을 창시하였다. 전통적으로는 하나의 음, 즉 으뜸음을 중심으로 다른 음은 종속적인 관계에 놓이도록 작곡하는 조성(調性)에 따랐다. 하지만 쇤베르크는 파격적으로 으뜸음을 거부하고, 장조나 단조 등의 조가 없는, 즉 무조(無調) 음악을 확립했다. <인상 3- 콘서트>에서 중앙의 검은색은 그랜드 피아노를, 양쪽 하얀색 두 기둥은 뿜어져 나오는 소리를 나타낸다고 한다. 왼쪽에 웅성거리는 듯 빽빽하게 차 있는 검은 곡선은 청중이다. 칸딘스키는 불협화음으로 구성된 쇤베르크의 음악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을 노란색으로 표현했다. 칸딘스키는 “불안하고 흥분시키는 노랑은 예리한 소리를 내는 트럼펫”, “평온함을 주는 초록은 조용히 오랫동안 연주되는 바이올린의 중간 음”이라 말하며, 색채가 불러일으키는 감정과 악기 소리를 자신의 작품에 모티프로 활용했다.



소리, 촉각, 향기가 보이는 전시


▲ 소리, 촉각, 향기가 함께 있는 전시실 ©김민정


관람객은 전시실 나무 받침대 위에 놓인 책들을 자유롭게 들춰볼 수 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감촉은 책 속 이미지와 맞닿는다. 김준의 다른 작품 <필드 노트: 뒷산의 기억>도 만날 수 있다. 작가가 어린 시절 보냈던 전라도를 여행하며 모은 소리는, 방문객 각자의 고향에 대한 향수를 다각도로 불러일으킨다.


▲ 조성연 < Arrange Life, Archiving Book Process(어레인지 라이프, 아카이빙 북 프로세스)>(2017~2019) ©김민정


조성연의 < Arrange Life, Archiving Book Process>에서는 피부로 와닿는 시각적 경험이 극대화된다. 곧 부서져버릴 것 같은 낙엽과 나뭇가지를 보는 것만으로도,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촉감이 바로 전달된다. 책에는 식물의 순환에 따른 변화가 담겨 있다. 한때 나무였던 책은 다시 식물의 몸통이 되어, 자연이 남긴 흔적을 보듬는다.


▲ 김현미 < The Little Tea Book(더 리틀 티 북) >(1994) ©김민정


김현미의 < The Little Tea Book >에서는 차 향기가 느껴진다. 작가는 수공예로 제작한 종이에 9종류의 차를 넣어, 각 이름을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텍스트로 프린트하였다. 작가는 영국의 아서 그레이(Arthur Gray, 1852~1940)의 저서, < The Little Tea Book >(1903)에서 자신의 마음을 움직인 단어들을 골라, 그 단어에서 연상되는 복합적 심상을 다음과 같이 차의 종류로 연결하였다.


린넨(linen), 토스트(toast), 버터(butter): 잉글리쉬 블랙퍼스트(English Breakfast)

향(perfume): 자스민(Jasmine)

부드러움(tenderness): 다즐링(Darjeeling)

사랑(love): 로즈힙(Rose Hip)

긍정(optimism): 크랜베리 코브(Cranberry Cove)

희망(hope): 오렌지 페코(Orange Pekoe)

편안함(comport): 카모마일(Camomile)

시(poetry): 얼그레이(Earl Grey)

권태로부터의 탈출(Escape from Ennui): 페퍼민트(Peppermint)


전시와 연계하여 닻미술관의 카페 돛에서는 9종의 스페셜 티를 판매한다. 오늘 오후, 차 한 잔과 함께 혀끝으로부터 전해오는 향기를 맛보며, 떠오르는 마음속 이미지를 눈앞에 그려보면 어떨까?



○ 전시

전시명: 다른 감각들의 공간(Synesthesia: The Space Between)

기간: 2019.11.2.~2020.2.23.


○ 공간 정보

주소: 경기도 광주시 초월읍 진새골길 184 닻미술관(Datz Museum of Art)

운영시간: 수~일요일 11:00 am~6:00 pm [*휴관일: 월~화요일, 설 연휴, 추석 연휴, 선거일]

문의: 031-798-2581


○ 관련 링크

홈페이지:  https://www.datzmuseum.org/

오시는 길: https://www.datzmuseum.org/contact



인문쟁이 김민정

2019 [인문쟁이 5기]


"심리학을 전공한 미술관 도슨트. 미술에 심리학을 접목한 <미술로 보는 심리학>을 강의하고 블로그 <미술 감상 심리학>을 운영하면서, 미술 심리에 관심 있는 분들과 소통하려고 노력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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