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문화재단 코로나19 예술백신TFT

식물적 삶

2020-05-29 ~ 2020-08-10 / 최상운

사람이 없는 자연은 어떤 모습일까? 사람들이 집에만 머물러 도시 한복판에 사람들이 사라지고, 자연의 공간에 오로지 자연만 남게된 모습은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보여준 낯선 장면이다. 최상운은 인류의 재난인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하여 인간의 이동이 어렵게 된 현 상황에 착안하여 ‘식물적 삶’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 장소에서 뿌리를 내려 평생을 마치는 식물의 삶을 집 외엔 움직이기 어려운 우리네 삶으로 등치시켜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최상운은 이 프로젝트에서 경기도내 여러 식물원, 수목원, 휴양림을 방문해서 카메라에 담았다. 광주 율봄 식물원, 양평 세미원, 화성 우리꽃식물원, 성남 시립식물원, 성남 신구대식물원, 여주 황학산 수목원, 오산 물향기 식물원 수원 정암 수목원, 시흥 용도 식물원, 옹인 동천 자연식물원 열 곳의 장소를 선택했다.





이 프로젝트를 위해 인적이 끊긴 끊긴 식물원과 수목원을 방문하여 그 안의 나무와 꽃, 건물과 구조물, 장식물 등을 사진에 담았다. 최상운의 사진에 담긴, 인적없이 자연과 건축물만 남겨진 광경은 기이하기만 하다. 한창 식물들이 꽃을 피우며 만발하는 시기지만 막상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비현실적인 상황은 역사상 최대한의 이동의 자유를 최대한 누리던 시대에서 교통수단이 발전하지 못한 먼 과거로 급격히 퇴보한 현재 인류의 모습과 그리 다르지 않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마주하게 된 사람들이 없는 부재의 풍경은 인류가 종말을 맞은 묵시록의 시간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당분간 우리는 식물처럼 이동을 삼가고 한 자리에 머무는, 식물의 삶 방식을 따라야 할지도 모른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한 자연 파괴와 약탈이 불러온 코로나 바이러스 재난은 야수적인 약탈의 방식이 아닌 생태계와의 공존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최상운의 ‘식물적 삶’ 프로젝트는 식물적인 삶이 동물적인 삶보다 더 필요함을 역설한다.


한편으로 이 사진들은 양면적 측면을 지닌다. 한창 사람들로 붐벼야 할 곳들이 텅 빈 비현실적인 모습은 기이함과 약간의 공포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것만의 호젓하고 매력적인 공간을 만들기도 하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경기도내의 여러 식물원, 수목원, 휴양림 등을 방문하게 된 작가는 그 동안 잘 알지 못했던 훌륭한 곳들을 발견하고 놀라기도 했다고 말한다. 이번 프로젝트는 고즈넉하고 아름다운 자연의 매력을 발견하는 기회이기도 했다. 최상운 작가는 인간 없음이 가져온 풍경들을 다시금 응시하며, 코로나 바이러스로 우리가 처한 현실과 우리가 앞으로 살아가야할 미래를 담담하게 보여준다.

세부정보

  • 최상운/ 중앙대 사진학과 석사학위를 취득했고 프랑스 프로방스대학 조형예술, 파리1대학 미학박사를 수료했다. 포토 에세이 작가, 사진가, 미술여행작가로 활동하며 총 19권의 저서를 출간하였다.

@참여자

글쓴이
경기문화재단 코로나19 예술백신TFT
자기소개
코로나19 상황 속 문화예술계 지원 및 도민의 문화향유 기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