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상상캠퍼스

동네장인 2 <신성자전거>

이 글은 생활 속 경험과 지혜로 자신만의 소소한 재능을 익힌

우리 주위의 사소한 장인들을 만나보는 장인 발굴 프로젝트의 본문 내용입니다. 

“특별히 바라는 건 없으세요?”

“응 없어. 자식들 잘 살고 나는 죽는 날만 보며 사는 거지 뭐.”





연구원(이하 연) 자전거 수리 하신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사장님(이하 사) 이거 한지는 한 40년 정도 됐지.


처음부터 이곳에서 가게 하신 거예요?


아니, 처음에는 여기가 개발이 안돼서 저 옆에서 했어. 초등학교 앞에서. 거기서 한 30년 했어. 여기 온지는 10년 정도 되었고.


오래되셨네요!


그치. 오래되었지.


자전거 수리 일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어요?


뭐 정년퇴직하고 할 것 없으니까 한 거지.


그럼 그 전에는 무슨 일을 하셨어요?


원래는 영등포 문래동 쪽에 있는 공장 생산과에 있었어. 거기에서 반장으로 12년 정도 일했지. 그 회사에 다닌 건 19년 정도고. 그 사이 공장이 이리로 이사를 와서 그때 나도 여기 온 거지.


그럼 죄송하지만 연세를 여쭤 봐도 될까요?


지금 여든 셋.


(놀람).


(웃으며) 왜 놀래. 나이를 억지로 먹어?


굉장히 건강해 보이셔서 놀랐어요.


응 건강해. 눈도 밝어. 다 보여. 그러니까 이 일을 하지.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셨어요? 연세가 많으신데 이렇게 자세도 바르시고 건강하시니.


여기서 수리하고 왔다 갔다 하면 운동되니까 그렇지 뭐. 만날 움직이니까.


자전거 수리하러 사람들이 많이 오나 봐요?


응. 많이 와. 여기 다른 수리점도 마땅히 없잖아. 근처에 뭐 하나 있긴 한데 수리도 느릿느릿하고 돈만 많이 받고 그런다고 사람들이 그러더라고. 나는 그냥 돈 욕심내서 하는 것도 아니고, 수리점 하나 가지고 있으니까 그냥 하는 거지.


그럼 단골손님들도 좀 있으세요?


아이, 많지. 여기 자전거 가지고 지나가는 사람들은 나한테 다 인사해. 안면이 있으니까. 남녀노소 다 있어.


가장 오래된 단골손님은 몇 년 정도 되셨어요?


오래된 분들은 삼사십년 된 분들도 있고. 나 면산동에 있을 때부터 오시던 분들은 그렇게 됐지.


아, 거기서부터 여기까지 찾아오세요?


그럼. 오지.


굉장히 수리를 잘하시나 봐요.(웃음)


오래됐으니까 눈감고도 하지.




가게 운영하시는데 어려운 부분은 없으셨어요?


어려운거 없었어. 누구한테 탓 하는 거 없고.


사실 공간이 좀 좁잖아요. 작업하기엔 협소한 편 아닌가요?


작아도 뭐 요 앞에 나와서 수리만 하면 되니까 괜찮아. 예전엔 뭐 이것저것 허가 받고 더 크게 했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었으니까 다 해지하고 수리만 해 수리만. 그니까 (좁아 도) 상관없어.


수리비는 어느 정도 받으세요?


다른 곳 보다는 적게 받어.


자전거 말고 다른 기계들도 수리하세요?


응. 다 하지. 리어카도 하고, 바퀴 달린 건 다 하지.


자전거를 만들 수도 있으세요?


그럼. 옛날에는 나도 미싱 자전거나 이인 자전거 다 만들었어. 지금은 안하지. 옛날엔 그거 만들어서 대여 많이 해줬어. 사이클 해서 아산도 다녀오고, 인천항구도 다녀오고, 자연농원도 다녀왔어. 지금은 차가 많이 다녀서 힘들지.




어르신은 자전거 수리 말고 다른 취미 같은 거 있으세요?


잘하는 거 딱히 없어. 예전에 한문을 배워서 붓글씨는 좀 쓰지. 카드나 상장 같은 거는 내가 다 써. 아들이 회사 다니는데 지가 무슨 팀 회장이래나 뭐래나 나보고 상장 써 달라 그래서 이런 거 저런 거 써주지.


가족 분들도 다 근처 사시나 봐요.


응. 내 자식들이 오남매인데 아들이 넷에 딸 하나야. 다 가까이 살아서 자주 봐. 내 손녀가 내일 모레 결혼식을 해. 그거 가봐야지. 아들이 나 보고 부주 얼마나 할 거냐고 그러대. 그래서 야 이 노무자식들아! 내 환갑 때 너희 뭐 해준 게 있냐. 내가 한복 다 맞춰줬잖 아, 이랬지.


그럼 자제분들을 다 자전거 수리로 키우신 거예요?


그렇지. 이걸로 다 했지. 결혼도 이걸로 시키고.


사모님은 어디계세요?


이 건물에 같이 살어. 애들은 내보내고. 와이프는 거의 집에 있어. 여기저기 자주 아파서 어디 돌아 댕기지도 못하고 그렇지 뭐.


건강이 많이 안 좋으세요?


나는 괜찮은데 와이프는 심장도 수술했고, 다리도 관절이 아파서 잘 못 걷고. 밥만 하는 거지 뭐.


밖에는 잘 안 나오시나 봐요.


응 잘 못 나와. 여기(가게)까지는 나오지.


여기 계속 앉아계시면 심심하진 않으세요?


나는 이 가게 일이 재밌어. 쉬어봤자 노인정 가서 고스톱이나 치고 술이나 먹는 건데 뭐. 난 여기 있어도 이웃들이 우리 가게로 놀러 와서 안 심심해.


어르신, 지금도 한 잔 하신 거 같은데요? (웃음)


응. 한잔 했지. (웃음) 그냥 밥 먹을 때 약주 한 잔 한 거야. 술 냄새 나지?


아니요. 전 좋아요. 저희 할아버지 생각도 나고요(웃음).


넌 술 좋아해? 담배는? 나는 담배도 펴. 이틀에 한 갑(웃음).


저는 안해요. (웃음) 어르신은 앞으로도 계속 여기서 수리하실 생각이세요?


응. 그렇지.


특별히 바라는 건 없으세요?


응 없어. 자식들 잘 살고 나는 죽는 날만 보며 사는 거지 뭐.



세부정보

  • 장인 발굴 프로젝트

    총괄/ 박희주

    PM/ 경기천년문화창작소 강유리

    기획‧진행/ 소한연구소 강우진, 이연우, 하석호, 오린지

    편집‧디자인/ 40000km 오린지

    사진/ 강우진, 이연우, 오린지

    일러스트/ 김진아

글쓴이
경기상상캠퍼스
자기소개
옛 서울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부지에 위치한 경기상상캠퍼스는 2016년 6월 생활문화와 청년문화가 함께 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울창한 숲과 산책로, 다양한 문화예술과 자연이 어우러진 경기상상캠퍼스는 미래를 실험하고 상상하는 모두의 캠퍼스라는 미션과 함께 새로운 문화휴식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