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문화예술교육의 기본을 교육예술로 묻다 (2)

지지봄봄 20호 좌담회


'지지봄봄'은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에술교육지원센터에서 2012년부터 발행하고 있는 문화예술교육 비평 웹진으로 경기도에서 운영하고 있는 다양한 문화, 예술, 교육, 생태, 사회 프로그램을 지지하고 도민들과 공유합니다.

2016.11.16. (수) 수원 달보드레


임재춘 / 커뮤니티스튜디오104

김희동 / 통전교육연구소

박형만 / 해오름평생교육원 으뜸일꾼

성국모 / 사단법인 밝은마을

김인규 / 서천고등학교 수석교사

이기복 / 청석에듀시어터 대표

손채수 / 초암교육예술연구소장

전지영 /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센터장

박아롬 /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지지봄봄 담당

한상은 / 녹취록 작성



임재춘 어떤 면에서는 우리 교육의 핵심에 대한 고민을 해요. 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이라든가 교육이 가진 행정만이라도 변화할 수 있다면 많은 문제가 해결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게 교장과 선생으로 나뉘는 구조적인 문제인 건지 아니면 문제 해결방식의 문제인지, 혹은 사람의 철학에 대한 문제인지에 대해 생각이 복잡합니다. 학교교육의 문제들이 그 부분에서 바뀔 수 없는 것이 그 지점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다른 선생님들은 교육예술을 어떻게 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시나요?


박형만 저는 김희동 선생님께 많이 배웠어요. 제가 슈타이너를 알게 된 1994년 즈음에 만났어요. ‘처음처럼’이라는 교육 잡지를 통해 송순재 교수님, 고병헌 교수님 두 분께서 대안학교를 많이 소개했었는데, 그때 대안학교 분야에 김희동 선생님께서 우뚝 서 계시더라고요. 그 이후 선생님께 많은 것을 배웠죠. 저는 해오름에서 독서논술 잡지 ‘배워서 남주자’를 펴내면서 제 삶이 송두리째 바뀌었어요. 대안학교에 대한 저만의 상이나 꿈이 있었는데 그게 완전히 헛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아무것도 없이 의지만 가지고 되는 게 아니라는 거죠. 해오름이 평생교육원을 통해 지도자과정을 열고 있는데 1996년부터 초등은 교육예술을 중심으로 해요. 교육예술이 뭐냐고 물으면 저는 얼굴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얼굴은 말 그대로 얼이 통하는 공간이라는 뜻으로 순우리말이에요. 얼굴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매일매일 변해요. 교육예술이란 늘 새롭게 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어떻게 변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을 하는 거예요. 지금 사회가 요구하는 방식의 얼굴로 바뀔 것이지, 인간의 진정한 내면을 밝히는 얼굴로 변할 것인지 생각을 많이 해봤어요.


플라톤이 이데아를 이야기할 때 진선미에 대해 말하잖아요. 그 ‘진’도 미고 ‘선’도 미고 ‘미’도 미잖아요. 미로 다 통합되는 건데요. 기계적 통합이 아니라 각각의 독 립적 영역이 존재하는 거죠. 진은 사람(사단, 四端)으로 보면 십이지신처럼(시비지 심是非之心) 지(智)의 개념이죠. 옳고 그름을 판단할 수 있는 이성적인 힘, 참된 것을 발견하는 힘을 진이라고 해요. 그리고 왜 순서는 진선미라고 했을까? 선은 고도의 정신적인 미거든요.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최고의 미는 선이라고 본 거예요. 미는 뭘까 하니, 신영복 선생님 강의에서 그런 말씀을 하세요. 미는 숙지성(熟知性), 즉 ‘알 만하다’는 거죠. 아름다움이 ‘알 만하다’에서 명사형으로 바뀌는 과정이라는 거예요. 양이 커가는 과정을 보면서 양을 키우는 주인이 흐뭇해하는 것. 부모가 아이를 키우며 흐뭇해하는 것을 미라고 봤어요. 저는 이게 참 좋은 해석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럼 플라톤은 미를 어떻게 해석했을까? 미는 행동이라고 봤어요. 겉으로 드러나는 정도가 아니라 실천이 이뤄질 때가 미라고 봤어요. 저는 얼굴에서 어떻 게 진선미의 세계를 강화시켜갈 것인가가 이게 교육예술의 목표라고 생각해요. 슈타이너 선생의 인지학에서도 강조했지만, 아인슈타인이 말년에 그런 이야기를 하거든요. ‘인간이 죽을 때까지 찾아야하는 것은 자기 자신이다’ 그렇다면 해야 하는 일이 생기면 끝나는 것인가, 아니라는 거죠. 아니다 끝없이 발견해야할 것을 찾는 것을 ‘도덕’이라고 하는 거예요. 플라톤이 이데아에서 중요시하는 것도 ‘선’이잖아요. 그 ‘선’은 평등한 것이고요. 같은 테이블에서 같이 먹고 마시고 서로가 동등한 존재임을 인정하며 함께 살아가는 거에요. 교육예술은 그것을 실현할 수 있는 중요한 테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김인규 저는 공교육에서 오랫동안 생활 있었어요. 사실 문화교육을 이야기기할 때 하고 교육예술을 이야기할 때의 어감차이가 있어요. 문화교육이란 용어는 ‘역량’에 방점이 있죠. 시민성이라든지 개인이 살아가는 삶에 있어서의 역량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는데요. 2015년 개정교육과정을 보면 ‘역량’을 처음 등장해요. 그러고보니 우리 교육이 이미 그동안 역량에 방점을 찍어왔던 거예요. 그런데 교육과정에서 그걸 전면에 드러내니 그 문제가 보이는 거지요. 역량은 교육을 통해 생겨나는 것이지 역량을 목표로 교육을 해야 하는 것은 아니잖아요. 문화예술교육을 이야기할 때, 그 말 속에는 ‘역량성’이 내포되어 있어요. 그렇다면 지금 말하는 교육예술은 ‘역량성’ 이전의 차원과 관련이 깊지 않은가 생각을 해요. 현재 공교육의 문제점이 뭔가 생각하면서 ‘아이들의 역량을 어떻게 기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해요. ‘ 이렇게 기를 것인가, 저렇게 기를 것인가’하는 식의 논의 자체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 아니냐는 거예요. 그것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고 그럼으로써 현재 공교육의 문제도 같이 해결될 지점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진짜 제대로 논쟁을 할 수 있는 계기를 교육부가 던졌고 그걸 논쟁하면서 다시 이야기할 수 있 을 것 같아요.


전지영 한편으로 더 생각해볼 지점은 역량이라는 언어의 의미가 지금은 대부분 ‘기능’, ‘개발’과 관련이 되어있다는 겁니다. 역량이라는 단어가 재능을 뛰어나게 만드는 어떤 기술적 목적에 갇혀있다고 생각해요.


김인규 교육이 반드시 역량을 기르는 것에 초점이 있는 게 맞는가 하는 고민이 있는 거죠. 교육부에서 역량을 들고 나왔을 때 이게 뭔가 싶었는데, 자꾸 교육 과정을 되새겨 볼수록 오히려 이게 함정을 파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교육목표의 구체화라 이게 함정이구나 생각하죠.


임재춘 생각해볼 것들이 있네요. 아까 말씀에 문화예술교육에 역량이라는 부분이 내재화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요. 문화교육을 이야기하면서 리터러시가가 진 합의에 대한 내용이 지금 지적하신 문제가 아닌가요?


김인규 문화예술교육에 대한 고민을 그 지점에서 해야 하는 게 아닌가 생각해요.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직접 느낀 것은 아이들이 원하지 않더라고요. 그런 아이들의 저항이 저로 하여금 생각을 하게 만들어요.


임재춘 김인규 선생님을 모셔야겠다고 생각한 한 가지 사건이 있었어요. 2011년에 선생님께서 ‘이전에는 교육과 예술이 분리되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작업이 됐다’는 말씀을 하셨어요. 교육예술을 이야기하면서 그런 일치가 떠오르더라고요. 손채수 선생님은 어떠세요? 지금 하고 계시는 활동이나 아이들을 만나는 방법에서 이어간다면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손채수 저는 어릴 적부터 죽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어렸을 때 기억 중에 하나인데요, 서너 살 때 저희 집에서 일하시는 언니를 붙잡고 죽지 않게 해달라고 엉엉 울면서 빌었어요. 그 언니가 너무 당황해서 계속 달래줬었거든요. 그리고 바다에 빠져 죽을 뻔 한 기억이 있어요. 물속에서 기절을 했다가 깨어났는데 눈앞에 형언할 수 없는 빛이 보였어요. 그 빛을 보다가 놀라서 입을 벌리는 순간에 물을 먹어서 다시 기절했어요. 그게 4살쯤에 삼천포에 갔다가 겪었던 일인데 너무나 아름다운 기억이었던 거예요. 하늘에서는 햇빛이 쬐고 있고 모래와 물고기가 왔다갔다 하는데 빛이 반짝반짝하는 거예요. 그 빛에 대한 개념이 계속 저를 쫓아 다녔어요. 꿈 을 꿔도 계속 빛이 나오는 꿈을 꾸고요. 저는 지금 그 빛을 아이들 눈에서 봐요. 어느 순간에 눈이 반짝 하는데, 그걸 보면 너무 행복해요. 아이들하고 활동을 하고 오면 그날은 탈진을 해요. 그런데 그게 너무 행복한 거예요. 나한테 있는 것을 주고 왔다는 행복감에요. 저는 파블로 선생님이나 톨스토이 선생님의 책을 많이 봤어요.


또 한편으로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방법, 그 존재에 대한 사랑을 우리가 제대로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게 뭘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어머니들께 강의할 때 아이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꼭 이야기해요. 저에게는 교육예술이 사람 안에 이미 있는 것을 자기답게 끄집어내는 게, 밖으로 드러나게 해주는 게 아닐까 생각해요. 자신이 가진 격, 자기 안의 아름다움, 그 빛이 나오면 빛이 퍼지잖아요. 그 빛으로서 세상을 밝게 하고요. 때로는 캄캄한 속에서 서로 빛을 내주는 게 교육예술이 아닐까 제 나름대로 생각했어요. 또 그 과정 속에서 슈타이너 선생님의 교육론 같은 것은 스터디를 하기도 했고요. 이런 연구 측면에서의 진지함은 어떤 다른 분들을 따라잡기 어렵겠지만 아이들을 만나는 부분에서는 똑같은 마음이라는 거예요. 아이 하나가 하나의 우주니까요. 이런 고민 속에서 지금까지 끌고 온 게 지금 하고 있는 교육예술인 것 같습니다.




이기복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김희동 답이 나왔네요.(웃음)


이기복 교육예술이라는 게 사실 행복이잖아요. 내가 존중받고 있다고 느끼는 거고요. 격이라고 말씀하신 것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공교육에서는 가르치고 나서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어요. 시계만 자꾸 쳐다보면서 ‘왜 종 안치지‘ 퇴근하고 술이나 했으면’ 하고요. 저는 극단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어떻게 행복하게 해줘야 하는지, 존중해줘야 하는지 등을 교육했어요. 그렇게 해서 아이들이 스스로 적극성을 발휘하게 해줘야 제대로 된 거라고 교육했죠. 저희는 애들이 들어오 면 뭐하고 싶은지 꼭 물어봐요. 종류는 연기, 조명, 음향, 연출, 기획, 의상까지 있어요. 선택 했으면 제대로 배워야 한다고 말하며 하나의 작품을 책임지라고 말하죠. 그 후에 그 아이가 정말 아무것도 못해도 그건 저희 관심사가 아니에요. ‘난 널 믿어’ 라고 하면 아이들이 부담스러워하고 고민하지만 반드시 해내야 해요. 공연을 하면 부모들은 막 울어요. 그때 아이들은 내 삶을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의지로 충만해져요.


임재춘 사실 파발이라는 형식이 대단히 새로운 것은 아니거든요. 그런데 이렇게 시간이 쌓이는 만큼 사람의 연이 쌓이고 계속 이어지죠. 선배가 관객으로 와서 후배들이 하는 연극을 지켜봐주고 박수를 쳐주고 그 시간을 함께해주면서 연이 쌓이는 문화가 없어요. 그게 어떻게 가능할지 궁금해요.


이기복 저는 교사 초임 때부터 아이들하고 있는 게 정말 좋았거든요. 주말만 되면 학교에 테니스부랑 우리 연극부만 남아요. 그 기억이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똑똑한 교사가 필요한게 아니라 아이들은 자기를 이해해주고 같이 있어주고 사랑해주는 선생이 필요해요.


임재춘 두 가지 이어지는 질문들이 생각이 나는데요. 하나는 ‘교사’ 그리고 ‘의지’에요. 아이들이 좋다고 하는 것만으로 의지가 불타지는 않을 것 같아요. 어떤 면 으로는 교육의 질이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한다는 너무 흔하지만 중요한 말인데요. 가르치는 사람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말씀하신 교육예술의 개념이 나 철학이 현장에서 구현된다고 할 때 교사로서 갖춰야할 자질 혹은 덕목, 배움의 과정이 궁금했고요. 또 하나는 ‘교육의 판’이라고 할까요, 교육 현장의 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어요. 문화예술교육에서는 그것을 사회와 학교로 구분했는데요, 사실 기존에 학교에서 교육예술의 개념을 고민하고 실천과제로서 담아내기가 어렵잖 아요. 이런 가치나 개념, 실천 과제를 펼쳐나가기 위한 교육의 현실적 마당은 어떻게 만들어가야 하는 것인지 궁금해요. 그것이 기존의 교육현장을 확장해서 다양한 사회의 관련 시설까지 연계되고 조화를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해 보고 싶어요. 해오름평생교육원의 경우는 학교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지는 않죠. 오히려 학교 밖 교육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렇기 때문에 해오름이 고민하고 있는 교육적 입장이나 태도가 올곧고 흔들리지 않았을 것 같아요. 교육예술이라는 가치가 학교를 나와야만 가능한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드리고 싶어요.


박형만 교육예술의 주체와 범주에 따라 내용이 결정된다고 봅니다. 대체로 우리 교육에서 가장 결핍된 부분 중의 하나가 인간에 대한 이해거든요. 아이들이 어떤 존재이며, 어떻게 성장해야하는가 하는 물음에 대헤 깊은 연구가 진행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장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뒷받침할 근거가 부족한 것이지요. 교육예술이 하 나의 형태로 드러날 수도 있지만요. 예를 들어서 김희동 선생님이 주력하는 부분이 음악입니다. 작사도 하시고 작곡도 하시고. 해오름 교사양성 과정에서 김희동 선생님이 만든 노래가 있거든요, 그걸 자주 불러요. 나이대별로 만든 노래, 계절별로 만 든 노래 등 다양합니다. 예술적 형태를 띄어야 교육예술인 게 아니라 교육의 모든 부분이 예술적인 거예요. 그러면 교사가 아이를 대할 때도 예술적이고, 한 아이가 아이를 대할 때도, 교구를 만들 때도 예술적인 거고요. 그런 경이로움과 신비로움이 안에 내재되어 있어요. 그래서 그것들이 사람을 감동시키고 사람을 빨려들게 하고 동기부여를 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서 제가 어린이 글쓰기 프로그램을 할 때 도시 아이들을 철물점에 데려갔어요. 그래서 철물점에 있는 것 중 하나를 골라서 세밀화로 그리게 해요.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상상하게 합니다. 그리고나서 철물점 주인에 게 물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어요. 언제 만들었는지, 왜 만들었는지, 어떻게 쓰는지에 대해서요. 그렇게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아이들이 또 철물점에 가자고 해요. 그럼 한 달 내내 철물점에서 수업하는 거예요.


그리고 해오름에서 계절학교를 운영 하고 있는데 꼭 하는 프로그램이 농사예요. 농사를 시작하기 전에 도구를 배워요. 땅을 갈 때 맨발을 땅에 비벼보고 손으로 만져보는 식으로 접근하는데요,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교육의 전 과정이 예술성과 함께 진행된다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해서예요. 형식적 예술이 아니라. 수학도 음악도 마찬가지고요. 발도르프 교육 에서 배워야 할 것들이 뭐냐면요, 내년부터 학교에서 융합교육을 시작하거든요. 그런데 발도르프 학교에서는 이미 모든 것들이 융합되어 있었어요. 역사 공부를 하는데 그림을 그리면서 하는 식으로 통합되어 있어요. 우리가 왜 그렇게 못하는가 하 면, 교사들의 연수가 HRD개념이잖아요. 기본적으로 교사들의 역량이 성장하지 않고 계속 자판기 식으로 뽑잖아요. 결국 교사들이 아이를 대할 때 아이가 존중의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는 거죠. 그걸 바꾸기 위한 교육 철학이 필요합니다. 교육예술은 기본적으로 교육철학이 들어가야 합니다.




전지영 이 이야기는 글로써 꼭 풀어주셨으면 합니다. 왜냐하면 요즘 문화예술교육에 진입하시는 선생님들을 뵐 때, 죄송스러운 이야기지만 매력을 못 느끼겠어요. 교사분들 자체에서 인간됨의 매력이 느껴졌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교사들의 아우라 자체가 아이들이 보기에 예술적인 경험치가 되어야하는데 그런 접점이 없다면 아이 들에게는 예술 혹은 문화라는 것이 그저 추상적인 이론으로 다가올 것 같아요.


임재춘 교사가 어떤 과정을 통해 길러지고 ‘배출’되는지를 살펴보면 경험을 통해 교사로 길러지지 않잖아요. 사실 교사가 왜 그런 경험을 가지지 못한 채 학교로 가는지에 대한 질문은 다른 여러 가지를 짚어내야 하는 문제라서 다루기 어렵기는 하죠. 유아 때만 하더라도 교사가 장래희망인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교사가 되지 않겠다고 이야기하죠. 왜일까요? 자기가 만났던 선생님의 모습이 롤 모델이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느끼는 거겠죠. 흔하지만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해요. 교육예술이라는 언어를 떠나서 왜 교사가 되려고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줄 수 있는 교사양성교육이 가능해져야 한다는 거죠.


전지영 실제로 학교에 나가는 예술강사분들 중에 학교 교사하고 싸우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아이들 인성 교육 하러 왔습니까? 예술교육 하러 왔죠” 하는 분들이 종종 계신다는데, 이율배반적인 말 같아요. 그래서인지 지금 나누어주시는 이야기들이 젊은 문화예술 활동가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되었으면 좋겠어요. 이 시대에는 선생 혹은 진정한 스승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렵지만 선하고 순리라고 생각되는 지점을 진짜 진지하게 실천하는 분들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것은 문화예술 교육가로의 삶을 희망하는 많은 분들에게 좋은 자극이 되리라 확신합니다.


박형만 김희동 선생님 팬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김희동 선생님은 쉽게 말해서 교사 양성소를 하고 계시는 거예요. 아무도 안 하는 건데 혼자 조용히 만들어가시면서요. 강좌를 한번 열면 “아, 저렇게 살고 싶다”고 하는 수많은 선생님들이 와서 강의를 들어요. 센터장님께서 말씀하신 분이 여기 계시네요.(웃음)


임재춘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김희동 선생님이 말씀하신 ‘교육예술’이란 언어가 지나치게 매력적이다 보니 이 언어의 함정에 빠질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 정도예요.


성국모 결국 진지와 정성을 계속 강조하시는데 교육자는 몰두해야 해요. 몰두할 수 있는 교육자가 학생들도 몰입시킬 수 있는 거죠. 예술을 통해 또는 예술로서 아이가 가진 것을 발현하게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교육예술의 요체는‘ 몰두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는 거죠. 김희동 선생님께서도 20여 년 동안 한 가지에 몰두 하시는 진지한 모습을 보고 다른 분들이 배우기도 하고요. 학생들도 그런 모습을 보고 많이 배웁니다. 저는 영어 교사에요. 저는 예술을 하지 안잖아요. 그런데 영어로서 아이들에게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예술로서 영어를 굳이 발견하자면 음악이나 연극을 가미해서 대본을 줄 수도 있고, 노래 가사를 쓰면 예술로서의 영어 과목이 성립할 수는 있겠다 싶어서 시도해본 적도 있어요. 연극, 뮤지컬, 시, 팝 송 등등. 결국 이런 활동의 요체도 몰두하게 하는 것이죠. 저도 큰 목표를 잡고 몰두 하고 아이들도 과제에 몰두하면서요.


임재춘 오늘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선생님들이 이야기를 하다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3시간이 지나갔네요.


전지영 오늘은 이쯤에서 자리를 마무리해야 할 것 같은데요, 저희가 모인 자리가 문을 닫아야 해서 급하게 마무리를 짓는 것에 양해의 말씀드립니다. 듣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은데 이렇게 보내드려야 하니 너무 아쉽습니다. 오늘 이렇게 자리를 함 께해 주신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못다 한 이야기는 이후 쓰시는 글에 넣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정말 많이 배웠고, 내년에 좋은 계기를 마련하여 또 반갑게 뵐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세부정보

  • 웹진 '지지봄봄'/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에서 2012년부터 발 행하고 있습니다. ‘지지봄봄’은 경기도의 문화예술교육 현장을 가까이 바라보며 찌릿찌릿 세상을 향해 부르는 노래입니다. 문화예술교육 현장이라면 어디든 드라마처럼 펼쳐지는 다양한 삶과 배움의 이야기와 그 안에 감춰진 의미를 문화, 예술, 교육, 생태, 사회, 마을을 횡단하면서 드러내고 축복하고 지지하며 공유하는 문화예술교육 비평 웹진입니다.

글쓴이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
자기소개
경기문화재단 경기문화예술교육지원센터는 문화예술교육으로 함께 고민하고, 상상하며 성장하는 ‘사람과 지역, 예술과 생활을 잇는’ 플랫폼으로 여러분의 삶과 함께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