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다순

경기문화재단

판화하다 – 한국현대판화 60년

2018-07-04 ~ 2018-09-09 / 2018년 7월4일(수) - 9월9일(일)





경기도미술관은 기획전시 《판화하다 - 한국현대판화 60년(Do Print! 60 Years of Korean Contemporary Printmaking)》을 개최한다. 한국현대판화의 역사 60년을 맞이하여 선보이는 이 전시는 한국현대판화사를 대표하는 작가 120명의 대표작을 통해 한국현대판화의 흐름을 조명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조망하는 자리이다. 김정자, 이항성, 윤명로, 한운성, 신장식, 박영근, 이성구 등 한국을 대표하는 판화 작가들이 참여한다.


경기도미술관과 한국현대판화가협회가 공동 주관하는 이번 전시에는 한국현대판화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 160점이 출품되며, 목판화·메조틴트·애쿼틴트·리소그래피·세리그래피 그리고 판화 개념의 끝없는 확장을 보여주는 최근의 실험적 양상까지, 판을 토대로 구축해온 작가들의 장구한 예술적 성과와 정신을 살펴볼 수 있다.


<판화하다 – 한국현대판화 60년>전은 작품과 판재 사이에 존재하는 찍는 행위와 과정에 초점을 맞추었다. 판재에 각인하거나 부식하고, 그리거나 투과하고 실험하는 각각의 판화 행위가 작가의 심리상태나 현대사회의 다양한 현상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반영하고 있는지 전시에서 알아보고자 한다.


전시를 통하여 한국현대판화의 전개와 부흥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 한국현대판화 1세대 작가들의 예술세계부터 디지털 복제시대의 새로운 발상까지 예술가들이 판화라는 매체를 이용하여 작업의 폭을 끝없이 확장시켜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재료와 기법, 맥락에 대한 다각적인 탐구가 깔려 있는 다양한 범주의 작품들은 앞으로 전개될 한국현대판화의 무한한 가능성을 가늠하는 단서가 될 것이다.


20세기 한국 현대미술사 속에서 판화는 많은 작가들의 작업매체로 지속적으로 선택되어 그들의 실험성을 끊임없이 자극하고, 국제교류의 매개체로서 국제무대 진출을 활성화하였다는 점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한국의 판화를 집중 조명하는 이 전시는 한국현대미술사의 또 다른 흐름을 성찰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이와 함께 판화의 고유한 감수성과 풍부한 조형미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전시와 더불어 아카이브 섹션에서는 한국현대판화의 어제와 오늘을 연계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전시되며, 각 판화기법의 고유한 특성을 비교하며 이해할 수 있도록 작업과정을 기록한 프린트메이킹 필름, 그리고 작가와 함께 판화의 독특한 매력을 만날 수 있는 <작가의 작업실> 전시연계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또한 한국현대판화의 전개와 개념의 확장, 그리고 비평적 흐름에 관한 학술강연(8월 24일)이 전시기간 중 개최된다.




판화하다- 한국현대판화 60년 전시 소개





신장식. 아리랑-기원, 1991 Woodcut, 56 x 120cm  ⓒ신장식, 경기도미술관



하나, 각인하다


각인작업은 판 아래에 이미지를 새겨 평면과 조각의 중간 단계에 위치한다. 깎임, 긁힘, 찍힘 등 신체노동에 대한 물질의 저항과 상실을 통해 이미지를 얻는 이 방식은 평면 위에 그린 회화와 다르게 판 아래의 이미지를 오래도록 보존할 수 있다.


출품작으로 나무를 소재로 한 목판화, 리놀륨판을 이용한 리노컷, 금속판이나 아크릴판 위에 작업한 드라이포인트, 메조틴트 등이 소개된다. 목판화는 가장 오랜 판화장르로 단순하고 대담한 표현이 특징이며, 날카로운 철제나 광물 도구를 사용하는 드라이포인트는 정교한 선 표현이, 미세한 점을 찍어 눌러 표현하는 메조틴트는 풍부한 음영표현이 가능하다. 목판에 내면과 외부의 세계를 추상형태로 환원한 김형대, 김상구, 이승일, 주성태의 작품, 집약적 노동의 흔적을 느낄 수 있는 이인화, 배남경, 이하나의 대형 목판화, 동판에 풍부한 음영 변화를 부여한 김승연의 도시야경 메조틴트 작품 등이 소개된다.


목판화의 표현 중 우드컷은 세로로 자른 나무의 면을 깎아내는 방식으로 가로로 자른 나무면에 세밀하게 새기는 인그레이빙과 차이를 갖는데 이경희, 홍윤의 작품을 통해 두 방식의 기법차를 느낄 수 있다. 또한 하나의 판을 점진적으로 소거하는 판 소거법을 이용한 신장식, 임영재의 다색 목판화, 전동 드릴과 전기공구로 긁어내어 화면에 리듬감을 부여한 박영근의 독특한 판화를 감상할 수 있다.




박영근. 베드로에 관하여-성전, 1996 Woodcut, 105 × 234㎝   ⓒ박영근, 경기도미술관




김승연. 야경-200132, 2013 Mezzotint, 55 x 75 cm    ⓒ김승연, 경기도미술관





둘, 부식하다



각인 행위가 판에 대한 작가의 직접적인 신체 노동이라면, ‘부식하다’ 섹션에서는 산을 이용하여 판을 간접적으로 제거시키는 방식을 소개한다. 판 아래의 비움을 표면에 작용시킨다는 점에서 각인 행위와 맞닿아 있지만, 구리나 아연판에 날카로운 도구로 이미지를 새긴 후 산화시키는 화학적 상실의 과정을 거쳐 목판과 리놀륨판이 가질 수 없는 정밀하고 단호한 표현을 갖는다.


금속 바늘로 형태를 새기는 ‘에칭(etching)’ 방식으로 완성한 하동철의 <빛 88-E4>은 가늘고 무수한 선이 그물망처럼 교차되어 작가에게 생명의 근원으로 다가왔던 빛을 표현한다. 송진가루를 방식제로 활용하는 ‘애쿼틴트(aquatint)’ 기법은 ‘애쿼(aqua),’라는 기법명이 암시하듯이 미세한 점들을 촘촘히 밀집시켜 음영의 톤 변화를 조절하고 수채화 같은 효과를 내는데, 이에 애쿼틴트와 에칭의 기법이 결합된 한운성과 이성구의 작품 속에서 수많은 선의 교차와 톤 변화가 조화롭게 어우러져 정교하고 섬세한 화면을 완성함을 볼 수 있다. 에칭, 애쿼틴트 작업에서는 판과 산의 종류, 농도, 부식의 시간, 횟수, 온도 등을 조절하여 작품의 음영과 질감에 차이를 줄 수 있기에 금속의 단단하고 유연한 물성에 대한 이해와 기술이 필요하다.



하동철. 빛 83-E4, 1983 Etching, 40 x 59 cm    ⓒ하동철, 경기도미술관



한운성. 매듭이 있는 풍경 VII, 1988 Etching, Aquatint, 56 x 75 cm    ⓒ한운성, 경기도미술관




이성구. 자연으로부터-심상 No.001, 2006 Etching, Aquatint, 65 × 90㎝    ⓒ이성구, 경기도미술관




셋, 그리다



판면의 높이 차를 이용하는 앞선 작품들과 다르게 ‘그리다’ 섹션에서는 평면 위에 직접 드로잉하여 찍은 작품들을 소개한다. 오일을 베이스로 한 도구를 이용하여 판 위에 형태를 그리고, 물과 기름이 섞이지 않는 원리로 이미지 부분만을 프레스로 찍는 ‘리소그래피(lithography)’ 작품들을 소개한다. 매끄러운 석판이나 금속 위에 자유롭게 그린 모습 그대로를 찍기 때문에 각인과 부식의 방식에 비하여 풍부한 조형표현이 특징이고, ‘가장 회화적인 판화’, ‘판화와 회화의 중간 장르’로 불린다.


1950년대부터 다색 석판화 작업을 선보이며 국내 판화의 대중화와 확산을 위해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 이항성의 작품이 출품되며, 한국 추상화의 흐름을 선도해온 윤명로의 석판화 또한 만나볼 수 있다. 리소그래피에서는 압력에 의해 기름 성분이 물을 밀어내는 과정에서 우연적 효과가 더해지며 연필이나 색연필, 크래용, 유성잉크 등 유지성 재료라면 전부 사용되어 다른 기법에 비해 재료 선택의 폭이 넓다. 색조와 음영의 리드미컬한 변화나 유동적인 번짐 효과로 한 폭의 회화를 연상시키는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윤명로. 겨울에서 봄으로 C, 1991 Lithograph, 64.5 x 90 cm    ⓒ윤명로, 경기도미술관

 



김정임. 리듬 9401, 1994 Lithograph, 70 x 70 cm    ⓒ김정임, 경기도미술관




넷, 투과하다



<투과하다> 섹션에서는 판에 구멍을 내거나 섬유의 텍스쳐 사이로 잉크를 투과시켜 찍는 방식을 소개한다. 스텐실, 세리그래프, 실크스크린 등이 해당되며, 판에 안료를 올린 후 종이를 엎어 찍는 이전 섹션과 다르게 이미지가 반전되지 않는다. 1950년대부터 대학에서 판화를 가르치며 후학을 양성하고 판화의 대중적 이해를 도모한 김정자의 기하학적 세리그래프, 한국현대미술사 속에서 실험적인 작업세계를 펼쳤던 강국진의 실크스크린 작품을 소개한다.


강렬한 색상과 선명하고 평평한 이미지가 특징적인 백금남, 정장직의 세리그래피, 기계적 표현을 기호화된 형태와 접목한 임영길과 정미옥의 실크스크린, 아크릴과 유리에 조형적 패턴을 찍어낸 나광호와 임주은의 입체작품이 설치된다. 이 외에도 스텐실의 원리를 응용하여 판화 장르의 해체를 모색하고 현대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한 권순왕의 <자라는 이미지-말>이 출품된다.




권순왕. 자라는 이미지-말, 2016,11,17, Liquid blood fertilizer, Seeds, Cotton, Installation, Conceptual Printmaking, 60×80×90㎝    ⓒ권순왕, 경기도미술관




나광호. 익은 것과 날 것, 2012 Cooked and Raw, Acrylic, Serigraph on acrylic board(×3), 117×85㎝    ⓒ나광호, 경기도미술관




다섯, 실험하다



판화의 복수성을 이용하여 정통 판화의 개념을 확장하고 다양한 표현 가능성을 보여주는 실험적인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동시대 작가들에게 판화의 개념이 어떠한 의미로 이어지고 있는지, 현대미술계에서 어떻게 새로운 흐름을 형성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정통 화단에서 판화로서 인정되지 않던 모노타입과 드로잉, 조각의 주조 기법을 이용한 캐스팅, 판화의 인쇄방식에 책을 접목한 아티스트북, 판화의 평면성을 극복한 혼합기법 설치, 디지털 프린트 등 판화 방식을 광범위하게 접목한 작업들을 경험할 수 있다. 이는 동시대 작가들이 매체 자체에 한정되지 않고 복수성이라는 판화적 방법론에 맞닿아 작업의 범주를 끝없이 확장하여 멀티플 아트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송대섭의 모노프린트, 박광열의 캐스팅 부조, 이은진과 노재환의 디지털 프린트가 출품된다.


출품작을 통하여 이미지와 의미가 무한하게 공유되는 현대 사회의 맥락 속에서 이전 세대의 매체 탐구와 실험정신이 계승되며, 한국현대판화의 가능성이 무한함을 느끼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박광열. 공간의 기억-묻혀진 이야기 1, 2005 Handmade paper casting, stamp, 105 x 65 cm    ⓒ박광열, 경기도미술관



 이은진, 무제, 2016 Digital print, 60 x 60 cm    ⓒ이은진, 경기도미술관



       

노재환. 유영공간 00700, 2016 Digital print, 37 x 29 cm    ⓒ노재환, 경기도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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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정보

  • 전시명/ 판화하다 – 한국현대판화 60년

    일시/ 2018년 7월4일(수) - 9월9일(일)

    장소/ 경기도미술관 기획전시실

    참여작가/ 김정자, 이항성, 윤명로, 한운성, 신장식, 박영근, 이성구 등 총 120명

    홈페이지/ gmoma.ggcf.kr

  • 주최/ 경기문화재단

    주관/ 경기도미술관

    협찬/ ㈜삼화페인트, 산돌구름

    전시연계강연/ 2018년 8월 24일(금) 오후 3시, 강당

    강연자/ 고충환(미술비평가), 이은주(아트스페이스 와트 대표), 윤동천(서울대학교 교수)

글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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